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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루덴스

호모 루덴스

: 놀이하는 인간

[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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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48쪽 | 540g | 128*188*30mm
ISBN13 9791160870374
ISBN10 116087037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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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대보다 더 행복했던 시대에 인류는 자기 자신을 가리켜 감히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합리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라고 불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 인류는 합리주의와 순수 낙관론을 숭상했던 18세기 사람들의 주장과는 다르게 그리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게 밝혀졌고, 그리하여 현대인들은 인류를 “호모 파베르(Homo Faber: 물건을 만들어내는 인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비록 인류를 지칭하는 용어로서 faber(물건을 만들어내는)라는 말이 sapiens(생각하는)라는 말보다는 한결 명확하지만, 많은 동물들도 물건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말 역시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인간과 동물에게 동시에 적용되면서 생각하기와 만들어내기처럼 중요한 제3의 기능이 있으니, 곧 놀이하기이다. 그리하여 나는 호모 파베르 바로 옆에,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와 같은 수준으로,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놀이하는 인간)를 인류 지칭 용어의 리스트에 등재시키고자 한다. --- p.20

놀이를 동물이나 어린아이의 생활에 나타나는 행위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문화의 기능으로 인식할 때, 비로소 생물학과 심리학의 경계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문화를 예의 주시해 보면 놀이가 문화의 정립 이전부터 당당한 크기로 존재했음을 알 수 있고, 이어 선사 시대의 초창기부터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20세기에 이르기까지 문화를 수반하면서 그 속에 침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세계 어디에서나 놀이가 ‘일상’ 생활과는 구분되는 잘 정의된 특질을 가진 행위로 정립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과학이 어느 정도까지 이러한 놀이의 특질을 수량적 요소로 환원시켰는지는 따지지 말기로 하자. 우리가 볼 때 과학은 그렇게(수량적 요소로 환원) 하지 못했다. 우리가 ‘놀이’라고 부르는 생활 형태의 이러한 특질이야말로 정말로 중요한 사항이다. 특별한 활동 형태로서의 놀이, ‘의미심장한 형태’로서의 놀이, 사회적 기능으로서의 놀이 등이 이 책이 다루고자 하는 주제이다. 우리는 놀이를 제약하는 자연적 충동이나 습관 따위는 살펴보지 않고, 그 대신에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다양하고 구체적인 형태의 놀이를 살펴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놀이하는 사람이 놀이를 바라보는 관점(놀이의 일차적 의미)을 취하게 될 것이다. 놀이가 특정 이미지의 활용에 바탕을 둔 것, 혹은 현실의 특정 이미지 만들기(imagination, 즉 현실을 이미지로 바꾸어 놓는 것)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볼 때, 우리의 주된 관심사는 그런 이미지와 이미지 만들기의 가치와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지와 이미지 만들기(상상력)가 놀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피고, 그렇게 하여 놀이가 생활 속에서 어떻게 문화의 기능을 담당하는지 설명할 것이다. --- p.36

우리는 새들이 이런 연기를 펼쳐 보일 때 어떤 느낌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 이런 종류의 연기를 펼칠 때 상상력(imagination)이 충만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어린아이는 실제의 자신과는 다른 어떤 것, 더 아름다운 것, 더 고상한 것, 더 위험스러운 것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making an image) 것이다. 그렇게 하여 아이는 왕자가 되고 아버지가 되고 사악한 마녀가 되고 혹은 호랑이가 된다. 어린아이는 문자 그대로 기쁨에 넘쳐 자기 자신의 밖으로 나가 버린다(beside himself). 너무 황홀하여 그 자신이 왕자, 마녀, 호랑이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그러는 중에서도 ‘일상적 현실’에 대한 감각을 유지한다. 그의 재현(다른 어떤 것이 되기)은 가짜 현실이라기보다 외양의 실현이다. 바로 이것이 imagination의 원뜻이다. --- p.54

현대인들은 멀리 떨어진 것과 낯선 것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가면과 위장에 대한 이해만큼 현대인으로 하여금 원시 문화를 이해하게 해주는 것도 없다. 민족지학은 가면과 위장의 사회적 중요성을 밝혀냈지만, 그것들은 현대의 교양인과 예술 애호가들에게 아름다움, 공포, 신비감 등이 복합된 미학적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오늘날의 교양인들에게도 가면은 그 무서운 힘을 전달한다. 그 가면에 종교적 감정이 전혀 부여되어 있지 않은 데도 말이다. 가면 쓴 인물의 광경은 우리로 하여금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더 이상 햇빛이 지배하지 않는 달빛의 세계로 들어가게 한다. 그것은 우리를 원시인, 어린아이, 시인의 세계, 즉 놀이의 세계로 안내한다. --- p.73

우리가 놀이와 진지함의 대립적 관계를 면밀히 살펴볼 때, 이 둘의 가치는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한다. 놀이는 긍정적인 반면 진지함은 부정적이다. ‘진지함’의 의미는 ‘놀이’의 부정에 의해 정의되고 또 파악된다. 이렇게 볼 때 진지함은 ‘놀이하지 않음’일 뿐이고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반면에 ‘놀이’의 의미는 ‘진지하지 않음’, ‘심각하지 않음’이라고 정의해서는 그 의미가 완전히 파악되지 않는다. 놀이는 그 자체로 독립되어 있는 것이다. 놀이 개념 그 자체는 진지함보다 더 높은 질서 속에 있다. 왜냐하면 진지함은 놀이를 배제하려고 하는 반면, 놀이는 진지함을 잘 포섭하기 때문이다. --- p.109

문화와 놀이의 관계는 고등 형태의 사회적 놀이, 가령 한 집단 혹은 서로 대항하는 두 집단의 질서정연한 행위 속에서 잘 드러난다. 혼자서 하는 놀이는 문화적 생산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개인이나 공동체에서 발견되는 놀이의 기본적 요소들, 가령 경쟁, 공연, 전시, 도전, 자랑하기, 뽐내기, 과시하기, 허세, 구속력 강한 규칙 등은 동물의 생활에서도 발견된다. 계통 발생적으로 보아 인간들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새들도 놀이의 기본적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누른도요새는 춤을 추고, 까마귀는 날아가기 시합을 하고, 바우어새〔bower-bird: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에 서식하는 새이며 바우어(Bower)를 지어놓고 암컷을 유인하는 습성으로 유명하다-옮긴이〕와 기타 새들은 그들의 보금자리를 장식하고, 명금(鳴禽, song-bird: 고운 소리로 우는 새-옮긴이)들은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이렇게 보면 오락삼아 하는 경쟁과 과시는 문화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 문화 이전에 존재하는 것이다. --- p.112

고상함이 미덕(용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이 두 개념이 생겨나와 진화하는 동안에도 계속 내재되어 있었고, 문명이 더욱 발전하면서 미덕의 의미만이 바뀌었다. 그 후 미덕은 서서히 또 다른 의미를 회득하여 윤리적·종교적 차원을 강조하게 되었다. 과거에 용감하게 행동하고 명예를 지키기만 하면 미덕의 이상을 실천할 수 있었던 귀족들은, 이제 자신의 본분과 개성을 유지하려면, 윤리와 종교의 더 높은 기준을 수용하여 기사도의 이상을 더욱 풍부하게 하거나(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은 실제에 있어서 너무나 어려웠다!), 아니면 위엄, 과시, 궁중 매너 등으로 고상한 삶의 외양을 유지하는 외형적 삶을 살아가야 했다. 귀족들의 문화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상존하는 요인이었던 놀이-요소가 이제 단순한 과시와 행렬로 전락한 것이다. --- p.142

문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아곤의 기능은 고대 시대에 이르러 가장 아름다운 형태, 가장 뚜렷한 형태의 아곤적 기능을 획득했다. 문명이 더 복잡해지고, 더 다양해지고, 더 과부하가 걸리면서, 또 생산 기술과 사회생활 그 자체가 더욱 정교하게 조직되면서, 오래된 문화적 토양은 서서히 아이디어들, 사상과 지식의 체계, 교리, 규칙과 규정, 도덕과 관습 등의 무게에 눌려 질식하게 되었다. 사실 이런 체계들은 놀이와의 연계를 잃어버린 것들이었다. 뭐라고 할까, 문명은 좀 더 진지해진 것이다. 그리하여 놀이하기에는 부차적 지위밖에는 부여하지 않았다. 영웅의 시대는 끝났고 아곤의 단계 또한 과거의 것이 되어 버린 듯하다. --- p.161

영국의 법률적 전통은 원시 문화 중 이런 가면의 전통만 보존한 것이 아니다. 영국의 소송 건수에서 발견되는 놀이적 요소와 유머는 원시 사회에서 발견되는 기본적인 법률의 특징이기도 하다. 물론 이 요소는 다른 나라들의 민중 전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유럽 대륙의 소송은 영국보다는 훨씬 진지하지만 그래도 놀이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현대의 소송 사건에서 원고와 피고가 갑론을박하면서 동원하는 스타일과 언어는, 논증과 반대논증에 몰두하는 스포츠맨 같은 열정을 보여 준다. 그것들 중 일부는 너무 세련되어서 나의 법관 친구는 자바의 아다트(adat) 놀이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 게임에서 변사는 멋진 논증을 할 때마다 땅바닥에 자그마한 막대기를 꽂는데, 막대기를 가장 많이 꽂는 자가 그 게임의 승리자가 된다. 소송의 놀이적 특성은 괴테에 의해 아주 자세히 묘사된 바 있다. 그는 베네치아 총독의 궁정에서 열린 소송에 참석하고서 그 광경을 인상 깊게 서술했다. --- p.166

싸움하기와 놀이하기를 가리키는 단어들이 존재하면서부터 인간은 전쟁을 게임이라고 불러 왔다. 우리는 앞에서 이것이 하나의 비유인가 하는 질문을 던졌고, 그 대답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전 세계의 언어들은 그것을 가리키는 단어들이 존재하는 그 순간부터 전쟁을 그런 식으로 표현했다. 고대인의 생각 속에서는 전쟁과 놀이의 두 아이디어가 절대적으로 혼융되어 있다. 일정한 규칙을 따르는 싸움은 바로 그 제약 때문에 놀이의 형태적 특징을 띠게 된다. 우리는 전투를 가장 열정적이면서도 정력적인 놀이 형태라고 할 수 있고 동시에 가장 구체적이면서도 원시적인 놀이라고 말해 볼 수 있다. 강아지들과 어린 소년들은 “재미 삼아” 싸움을 하고 일정한 규칙이 폭력의 정도를 제한한다. 그렇지만 합법적 폭력의 범위가 반드시 유혈극이나 살인극으로 그치는 것은 아니다. --- p.187

사법적 결투와 왕실 간 결투에 강력한 놀이의 요소가 발견되는 것처럼, 오늘날까지도 많은 유럽 인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일반적 결투에도 그런 요소가 발견된다. 개인 간의 결투는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려는 것이다. 훼손된 명예와 그 명예의 회복이라는 두 아이디어는, 현대 사회에 상당한 심리적·사회적 영향을 미쳤으나 실은 고대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어떤 개인의 명예가 위태롭게 되었다면 공개적인 아곤적 행동에 의하여 그것을 주장하고 회복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그의 명예가 모든 사람에게 드러나게 된다. 개인의 명예 존중과 관련하여, 그 명예가 정의, 진리, 기타 윤리적 원칙에 바탕을 둔 것이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그의 명예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이다. 개인 간 결투가 사법적 결투에서 유래했음을 증명하는 것도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본질적으로 그 둘은 같은 것이다. 그것을 위신을 지키기 위한 갈등이며 위신은 곧 정의와 힘을 모두 포함하는 근본적 가치이다. 복수는 자신의 훼손된 명예 의식을 만족시키는 것이며, 변태적이든 범죄적이든 병적이든 수단을 가리지 말고 그 명예를 만족시켜야 한다. --- p.196

전쟁을 고상한 게임으로 생각하는 사상에서 흘러나온 관습은, 오늘날의 비인간적인 전쟁에서도 그 형태가 여전히 남아 있다. 그것은 적과 수인사를 나누는 관습이다. 이러한 수인사에는 풍자의 요소가 빠지는 법이 없고 그것이 놀이적 특성을 더욱 분명하게 해준다. 고대 중국의 군벌들은 평화로운 과거를 회상하고 상호 존경심을 표시하기 위하여 교전 직전에 술잔을 교환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건배했다. 그들은 서로 칭찬하고 존경하는 말로 인사를 했으며, 트로이 전쟁 중 트로이 편에 서서 싸운 글라우코스와 그리스 편에 서서 싸운 데오메데스처럼 서로 무기를 교환했다. --- p.203

일등이 되려는 욕구는 사회가 어떻게 기회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표현 형태를 취한다. 인간이 우월성을 놓고 경쟁하는 양태는 상품으로 내걸린 부상만큼이나 다양하다. 경쟁의 결과는 행운, 신체적 힘, 재주, 유혈적 전투 등에 의해 결판난다. 또는 용기와 지구력, 기량, 지식, 자랑하기, 머리 굴리기 등의 경쟁도 있을 수 있다. 힘에 의한 재판이나 특정한 기술, 가령 칼을 만든다거나 교묘한 각운을 사용하는 기술 등이 요구될 수도 있다. 까다로운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신탁, 내기, 소송, 맹세, 수수께끼 등의 형태를 취하는 경쟁도 있다. 어떤 형태로 진행되는 그것이 놀이임에는 틀림없으며 우리는 이런 관점에서 그 문화적 기능을 해석해야 한다. --- p.217

자체적으로 문화 생성 능력을 가진 시는 놀이로 태어나고 놀이 속에서 태어난다. 시는 의심할 바 없이 신성한 놀이지만 그런 거룩함 속에서도 특유의 즐거움, 분방함, 환희, 쾌활함이 있다. 원시적 형태의 시는 미적 충동의 만족이라는 문제가 없었다. 시는 여전히 의례적 행위의 체험 속에 잠재해 있으며 그 행위의 열광 속에서 찬가나 송시의 형태로 창조되어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만 시가 창조된 것은 아니다. 시적인 기능은 사회적인 놀이 그리고 씨족, 일족, 부족의 격렬한 경쟁에서도 꽃 피기 시작한다. 새로운 계절을 축하하는 것보다 시를 풍부하게 하는 계기는 없는데 특히 봄철은 시의 창작을 부추기는 계절이었다. 이때 젊은 남녀가 환희와 자유 속에서 만났다. --- p.246

시와 놀이의 유사성은 외부에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며, 내부적인 것, 그러니까 시가 갖고 있는 창조적 상상력의 구조에서도 명백히 나타난다. 시구의 전환, 모티프의 발전, 분위기의 표현 등 항상 놀이 요소가 작동한다. 신화든 서정시이든, 희곡이든 서사시이든, 아주 먼 과거의 전설이든 현대 소설이든 작가의 목적은 의식· 무의식으로 독자를 ‘매혹시키는’ 긴장을 만들어내어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모든 창조적 글쓰기의 밑바탕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러한 긴장을 전달하기에 충분한 인간적·감정적 상황이 깃들어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들이 우리 주변에 그리 많지 않다는 게 문제이다. 대체로 보아 그러한 상황들은 갈등, 혹은 사랑, 혹은 이 둘의 종합으로부터 유래한다. --- p.265

실제로 시, 음악, 놀이는 리듬과 하모니를 공통 요소로 취한다. 하지만 시에서는 일부 시어(詩語)의 의미가 시를 순수한 놀이 밖으로 나오게 하여 관념화와 판단의 영역으로 들어서게 하는 반면 음악은 그 비구상성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놀이 영역을 벗어나는 법이 없다. 시가 고대 문화에서 그토록 중요한 의례적·사회적 기능을 발휘했던 이유는 음악적 낭송과 밀접한(또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였기 때문이다. 모든 진정한 의례는 노래 부르고, 춤추고, 놀이하기를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했다. 현대인들은 의례와 신성한 놀이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렸다. 우리의 문명은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너무 정교해졌다. 하지만 음악적 감성은 여전히 그런 감각을 되살려 준다. 우리는 음악의 분위기를 타는 순간 의례를 느끼게 된다. 음악을 즐기면서, 그것이 종교적인 개념을 표현하는 것이든 아니든 아름다움의 감각과 성스러움에 대한 느낌이 하나로 합쳐지고 놀이와 진지함의 구분이 사라져서 하나로 융합된다. --- p.316

고대 로마의 놀이 요소가 그 후에도 남아 있었음을 보여 주는 하나의 흥미로운 증거가 있는데 그것은 비잔티움 경기장의 놀이 원칙이었다. 로마 제국이 기독교를 국교로 승인한 기독교 시대에, 전차 경주에 대한 열광은 그 의례적인 기원에서 완전히 단절되었지만 여전히 사회적 생활의 중심이었다. 과거에 인간과 야수의 유혈적 결투에 의해 진정되었던 로마 제국의 대중적 열정은 이제 전차 경주로 만족되어야 했다. 전차 경주는 순전히 세속적인 즐거움의 행사가 되어버려 전혀 성스러운 경기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중적인 관심을 집중시켰다. --- p.353

인간의 마음은 궁극적인 것으로 시선을 돌릴 때 놀이라는 마법의 동그라미로부터 풀려날 수 있다. 논리적 사고방식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고상한 정신과 장엄한 업적을 모두 살펴보아도, 진지한 판단의 밑바닥에는 여전히 문제적인 어떤 것이 남아 있다. 우리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리의 언명이 절대적으로 확정적인 것은 아님을 깨닫는다. 우리의 판단이 이처럼 동요할 때, 이 세상은 진지한 어떤 것이라는 믿음 또한 동요한다. “모든 것이 헛되다”라는 예전의 격언 대신에, “모든 것이 놀이다”라는 더 긍정적인 결론이 우리를 압박해 온다. --- p.410

놀이란 무엇인가? 진지함이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으로 우리의 복잡한 머리가 현기증을 느낄 때, 우리는 윤리의 영역에서 다시 한 번 움직이지 않는 고정된 점을 발견한다(논리로는 그 점을 발견하지 못한다). 이 책의 앞에서 놀이가 도덕의 바깥에 위치한다고 말했다. 놀이 그 자체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우리가 의지를 발동하여 하려고 하는 일이 진지한 의무인지 아니면 합당한 놀이인가, 하는 난처한 질문에 답변을 하려고 할 때, 도덕적 양심이 다시 한 번 시금석을 제공한다. 진리와 정의, 동정과 용서 등이 우리의 행동에 결정적 동인이 될 때, 그 난처한 질문은 의미를 상실해 버린다. 일말의 동정이라도 가미되면 우리의 행동은 그런 지적 구분의 범위를 훌쩍 벗어난다. 정의와 신의 은총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되는 것이긴 하지만, 양심 혹은 도덕적 의식은, 끝까지 대답하기 난처한 그 질문을 제압하여 영원히 침묵시킨다.
--- p.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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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하는 인간에 대하여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놀이가 문화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심층적으로 파헤친 책.
-「하퍼스」

하위징아는 날카롭고 힘찬 지성의 소유자이면서 동시에 놀라운 표현력과 이야기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는 이런 희귀한 재능을 발휘하여 인간 문화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놀이의 본능)의 사례들을 수집하고 또 해석한다. 이 책을 읽으면 법률, 과학, 가난, 전쟁, 철학, 예술 등의 성취가 놀이 본능으로부터 많은 자양분을 얻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 로제 카이와(?디오게네스? 편집자)

인간의 본질을 아주 기가 막히게 규정한 책. 하위징아는 문화사의 거두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인간 존재의 본질은 무엇인가, 노는 인간이다. 우리는 재미있게 살려고, 행복하려고 태어난 것이다. 그런데 사회에서는 마치 그게 아닌 것처럼 자꾸 얘기한다. 그게 아니라는 걸 정말 명쾌하게 나한테 가르쳐준 책이다. 내가 오늘날 재미를 이야기하고, 여가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 책을 읽으면서 받은 충격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김정운 (문화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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