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2년 01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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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98쪽 | 412g | 153*224*20mm |
ISBN13 | 9788901139609 |
ISBN10 | 890113960X |
발행일 | 2012년 01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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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98쪽 | 412g | 153*224*20mm |
ISBN13 | 9788901139609 |
ISBN10 | 890113960X |
1장 리스닝 컴프리헨션 1. 케첩통 2. 바나나 3. 아폴로 13호 4. 콩나물 무쳤냐 2장 토익 리스닝 대해부 1. 평양식 물냉면 2. 비지니스 3. Red Devils 4. 레슨 5. ‘왠지 상식과 어긋난다’ 6. 리딩 교재 3장 보통이 아닌 발음 1. 당신은 혹시? 2. 805 3. 홍차와 토익 4. 한류 4장 바나나만 파는 게 아니실 텐데요 1. 가출 2. 심봤다 3. 푸들 4. 밥값 5장 토익 완전정복 1. 패키지 2. 서울 3. 뉴욕 힐튼호텔 4. 뽀로로 왕사탕 작품해설 - 우리들의 잃어버린 ‘쓸모’를 찾아서 _정여울 작가의 말 |
책의 2/3 지점을 읽기까지 계속해서 든 생각은 대체 이 책의 장르가 뭐지? 하는 것이었다. 분명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 이라고 했는데, 저자의 경험을 기반으로 썼다고 했다. 그럼 논픽션? 픽션? 그렇다면 마약 관련 경험담은 진짜? 가짜? 이런 얘기 아무렇지도 않게 해도 되는 거야? 토익 공부 과정에는 눈길도 안가고 오로지 이 부분에 대한 생각만 가득차 있었다. 주인공은 외국인(?)이고, 한국의 마약사범에게는 엄격한 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체포된다면 그 과정은... 이러고 읽다가 갑자기 "레드 썬!! 아차 이 책 토익 만점 수기 책이지~" 하고 다시 정신을 차렸다. 오로지 토익 만점을 위해서 어학 연수를 떠난 주인공이지만, 마약 운반책이니, 인질이니 하는 황당한 상황 속에서 있음에도 초심을 잃지 않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스스로 꽤나 충실한 1년을 보낸 것 같다는 생각도 살짝은 했다.
체포 상황을 대비할 인질이 되고, 심지어 상황 재현까지. 파트너처럼 지내던 스티브의 집에서 가출하여 직원(묘사된 상황은 완전한 '노예'였다.)을 자처하며 영어 발음과 리스닝을 위해 노예가 되고... 그런 와중에 문제와 답을 모조리 외워버려서 더 이상 문제집을 실전처럼 풀 수 없게되자 스스로 문제를 만드는 출제자가 되어보며 함정을 넘는 스킬 파악을(오답 유도 방법을 파악) 하게 되고.. 이렇게까지 했다는 건 정말 절실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긴 하다. 초심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 꽤나 많았는데.. 독하다는 말보다는 뚝심 있다는 말이 더 먼저 나오게 한다.
이 책을 도서관에서 대여하고 읽기 전 서평을 여럿 찾아봤다. 광고도 그렇고.. 대부분의 반응은 이렇다. 포폭절도 할만큼(?) 웃기기도 하지만 다 읽고 난 후의 씁쓸함은.. 이런 식이다. 솔직히 코미디라고 할 만한 부분은 단 한 곳도 없다. 또한 씁쓸한 상황은 많이 겪었고, 보았고, 들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씁쓸할 뿐이다.
책 초반에 주인공의 친구가 이런 말을 한다.(p.18) "요즘 토익 만점은 뭐. '나 눈 두개 달렸소.' 하는 것과 같지." (순화해서 제발 겸손해지세요.. 라고 말해주고 싶다.) 정말 재수 없는 말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주인공이 어학연수 끝날무렵 요코를 막으려다 경찰관이 쏜 총에 맞고 한 쪽 눈을 잃는 장면을(왜 스트레스 만으로 충분히 몸이 상하는데, 굳이 쌩뚱맞은 총상입는 설정이 필요한건지 지금도 반문하는 중이다.) 두고 토익 만점자와 아닌자를 대조하기 위한 설정이었던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결국엔 만점을 받아내고야 만 이 소설 속 주인공이라면 말해도 좋다. "나 눈 두개 달렸소" 라고.. 말미에 주인공 스스로가 이젠 두개가 아니지.. 라고 굳이 재확인 해주는 바람에 마음이 아팠지만 말이다.
그래도 등이 굽어졌던 주인공의 아버지가 사려 깊은 딸이 생겼다면 절대로 서울로 돌아가지 않겠다던 편지를 볼 때는 꽤 기분이 좋아졌다. 만점을 받은 주인공의 면접 상황을 끝으로 소설은 마무리 된다. 주인공의 면접 결과는 나오지 않지만, 희한하게도 그렇게 궁금하지는 않았다. 다만, 문학평론가의 꿈보다 해몽같은 작품 해설을 꼭 넣어야 했는지 물어보고 싶다. 고전작품도 아니고.. 그냥 독자 스스로 작품에 대한 해석을 하게 하면 안될까.. 괜히 책 속 여러지문, 아니 문단을 몇 개씩 인용하며 지면을 낭비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작품해설 부분만 빼고는 나쁘지 않게 읽은 책이었다.
여담) 분명 소설인 데 제목만 보았을 땐 대체 얼마나 토익이 취준생들을 괴롭혔으면 이게 소설의 메인 주제가 되나 싶었는데, 책 표지를 보게 되니 대체 바나나랑 토익이 무슨 관련이 있길래? 하는 생각으로 가득찼다. 토익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이 바나나는 소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계속해서 등장한다. 지친 마음에 몸까지 스러져 가던 주인공의 아버지가 행복을 찾아가게 하는 역할까지 하기는 했으니 그 보상으로 표지모델이 된건가.. ㅎㅎ 뭐래는거냐..
결국... 이런 소설까지 나오고야 말았다. 토익, 그것이 대체 무엇이길래...
영어 때문에 한국사회에서 입성을 거부당한 한 젊은이가 토익만점을 목표로 호주로 간다. 돈이 없기에 임금대신에 먹여주고 재워주는 조건으로 바나나 농장에서 일을 하며 영어를 배운다. 그런데, 농장 주인부부가 좀 이상한 사람들이다. 남편은 마리화나를 재배하며 팔기도 하는 마약중독자이고 아내는 아폴로13호를 신처럼 믿는 여자이다. 주인공은 낮에는 일하고 저녁이면 한국에서 가져간 토익책을 푼다. 모조리 풀어버려 더 이상 풀 문제가 없어 문제를 직접 만들어보기도 한다. 그리고 대화에서 나온 새로운 단어나 표현들을 메모하고 암기하고 익힌다. 그러던 어느 날, 주변 사람들로 부터 영어를 참 잘한다는 말을 듣게 된다. 주인공은 더이상 토익문제에 주눅들거나 긴장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주인공의 영어실력은 1년만에 일취월장했지만 마리화나 사건에 인질로 연루되며 한 쪽 눈을 잃게 된다. 주인공인 나는 토익 900점은 넘어야 눈 둘 달린 정상인으로 취급받는 나라 한국으로 돌아와 마침내 토익만점을 받는다. 하지만 그는 눈이 하나뿐이다. 영어와 눈 하나를 바꾼 셈이다. 그렇다면 눈은 둘인데 토익점수가 형편없는 사람과 토익은 만점인데 눈이 하나뿐인 사람... 누가 정상일까..? 그리고 담배는 허용하면서 마리화나는 금지하는 것은? 예수, 부처, 모하메드는 믿으라고 하면서 아폴로13호는 왜 믿으면 안되는 걸까? 이 소설은 우리가 옳다는 믿어왔던 것, 목표라고 생각하며 달려가는 그 무엇들을 다시 짚어보게 한다. 3년간의 백수생활 끝에 멋진 소설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 작가의 멋진 한 방에 박수를 보낸다.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
언젠가 이 책을 추천하는 글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제목이 제목이어서인지 처음에는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같은 수기로 착각하고 눈길도 주지 않았던 참이었다. 그러다가 우연치 않게 보기 시작했는데 어제 본 이기호씨의 소설만큼이나 단숨에 읽어나갈 정도로 재밌었다. 토익시험이라는 기발한 소재로, 또 시험의 구성 자체를 연수생활에 녹여내어 풀어낼 수 있었던 상상력은 내가 그간 소설을 잘읽지 않아서 이런 감각적인 문장들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는지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화가가 어떠한 인상(눈에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을 사실적으로 혹은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라면 소설가들은 백지위에 쓰여진 기호들, 그러니까 단지 글자만을 가지고 독자의 머릿속에서 배경과 인물 등을 만들어 마치 귀신의 집 입구에 들어가서 각종 코스를 거쳐 출구로 나오기까지 지루하지 않게 인도하는 영매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보니 정말 이 책은 주인공의 토익만점 수기가 맞다. 500점대의 실력으로 호주에 1년을 살다와서 990점 만점을 받은건 사실이니까. 엉뚱한 종교를 믿는 아버지 밑에서 오로지 토익점수만을 위해 훌쩍 호주로 떠나 별의별 경험을 다한 끝에 돌아온 그가 얻은건 단지 영어점수만이 아니었다. 인생에 주어지는 상황을 대하는 자신감. 그리고 아버지가 좀더 나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용기가 숫자로 표현된 성적표이상으로 가치있는 것이었다.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들어와 생각없이 지내다가(지금도 비슷하지만. -_-) 친구들이 하나둘 군대를 가길래 뒤늦게 카투사라는걸 알고 토익을 봤더니 주인공보다 조금 나은 점수를 받고 어처구니 없었던 기억이 난다. 토익만점은 나 눈알 두개요라는걸 증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문장을(주인공 친구가 말해줬던 것 같다.) 증명하기 위해 노력이 갸륵할 정도로 애쓰던 주인공의 모습 속에서 부러움과 애처로움이 동시에 느껴졌는데 토익점수에 목매다는 세상을 비꼬기 위한 의도도 있었겠지만 소설적 주인공처럼 주변 환경을, 대화를 토익의 각 파트유형에 맞게 바라보는 것도 재밌는 시도같아 나도 한번 해볼까 라는 생각마저 들게 만들었다. 적당한 상황만 주어진다면 사진등을 활용하여 모임후기로도 적용이 가능할것 같은데 되려나.
문화부기자로 재직하다가 퇴사후 3년만에 첫작품인 이 소설로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한 것이라는데 정말 재주가 있으신 분인듯. 어제 오늘 재밌는 소설을 연달아 읽었더니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을 가진 작가들이 무척이나 부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