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8년 07월 25일 |
---|---|
쪽수, 무게, 크기 | 256쪽 | 286g | 128*188*20mm |
ISBN13 | 9791188850167 |
ISBN10 | 1188850164 |
발행일 | 2018년 07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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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6쪽 | 286g | 128*188*20mm |
ISBN13 | 9791188850167 |
ISBN10 | 1188850164 |
1 나도 한번 라라랜드 원피스를 어떤 선언 안사람 바깥사람 봄밤의 조르바 멋진 언니, 더 많이 원합니다 관대한 사람 동네 호프집의 가르침 No라고 말하는 방법에 관하여 취향의 지도 2 우리도 사랑일까 대화불가능론자의 탄생 서른아홉 살의 본조르노 제 전공은 짝사랑입니다 연애의 고수 파이팅 소이소스 비굴하지 않게, 초라하지 않게 겨우 술 한 잔 3 예쁘지 않은 팀장이 된다는 것 두 번째입니다 마음 한 톨도 아까우니까 구례의 록 스피릿 비관론자 납치사건 이상한 셈법 가족의 탄생 끝까지 즐겁자 4 빛이 되는 도시, 빚이 되는 도시 사소한 불운 지나치게 비효율적인 가로늦게 말하는 ‘가로늦게’ 신기한 거울나라 초짜 페미니스트 연결과 분절 팔레르모에서 |
기대하지 않는 일에서 큰 기쁨을 맛볼 때가 있다. 이번 도서관 특강도 그랬다. 김민철 이름도 낯설고 남자 인지 여자인지도 모를 사람을 기대 없이 만나러 갔다. 그런데... 이 사람이 함께 일하는 선배가 무려 그 박웅현이라고 한다. 물론 그 사람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만 왠지 이 사람이 뭔가 있을 것 같았다. 그녀의 특강을 듣고 그녀의 초기 책을 빌려 온다. 물론 여행에 관한 책이 없어서 이 책을 빌렸다. 취향에 대해 한 권의 책을 쓸 정도로 자신의 취향에 잘 알고 있는 저자 부럽기도 하고 심술이 나기도 했다.
‘그래 어떤 취향인지 낱낱이 파헤쳐 보겠어’
더 실망하거나 심술이 날 수도, 아님 내 취향의 작가 일 수도 있는 모험을 기꺼이 하기로 한다.
저자 김민철은 남자 이름 같지만 엄연히 여자. 카피라이터로 꾸준히 일해 와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직함을 가지고 있다. 회의 시간의 치밀한 필기를 바탕으로 <우리 회의나 할까?>를 냈고, 다양한 기록들을 바탕으로 <모든 요일의 기록>, <모든 요일의 여행>을 썼다.
하루아침에 생겨나는 것이 아닌 취향과 자신에 대한 관찰과 기록을 좋아한다는 저자는 낯선 곳에서 자신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해 여행을 다닌다고 한다.
책은 총 4부로 나뉘어 있으며 정말 저자의 취향에 맞게 일관성은 거의 없이 소소한 일상과 만남이 실려 있다. 망원 호프라 불리는 자신의 집과 술에 대한 취향이 자주 나오고 함께 일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사람, 동네 슈퍼 아저씨까지 다양하게 나온다. 누군가의 취향에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다가가 본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집중한다. 먹지 않는 술을 그녀랑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걸 보면. 가을이 너무 좋아서 오늘도 어느 안주 좋은 술집에 앉아 있을 것만 같은 그녀의 테이블에 함께 앉아 본다.
“민철 씨는 스스로에게 참 관대한 것 같아요.”
뭔가 나의 핵심을 순간적으로 간파당한 느낌이었다. 스스로에게 관대하다니, 이건 욕인가 칭찬인가 잠깐 고민하다가 칭찬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살면서 나 스스로에게 관대한 분야가 하나쯤 있는 것도 좋을 것 같았으니까. 스스로에게 관대한 그 시간이 나의 숨구멍이 되어 주고 있으니까.(p57)
오래 무언가를 하지 못하는 저자는 유독 도자기 공예를 8년째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그 도자기 공예에 가서 다른 사람들의 꼼꼼함을 보면서 감탄하기도 한다고. 자신은 작품의 완성도보다는 느낌을 좋아해서 집에 데려다 놓은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선생님에게 자신이 대충 하는 것 같다고 질문을 던지자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다. 이 말을 듣고 어쩌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은데 저자는 칭찬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결정, 선택이 중요한 것이다. 자신에게 관대하고 자신을 용납하고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결정을 하는 것. 이런 생각과 행동들로 인해서 저자는 조금 더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 같다. 그녀의 말대로 스스로에 관대한 분야 하나를 생각해 본다. 무엇이 있나? 청소? 정리? 음 확실히 청소와 정리에는 관대하다. 집안일을 꼼꼼하게 하지 않고 관대하게 하니 주부의 역할은 글쎄다. 자신에게 관대한 하나의 분야를 도자기 공예로 두는 것이 그녀의 취향이라면 집안일을 관대하게 하는 것은 나의 취향이다. 집안일에 온 정성과 시간을 들일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니까.
음. 그녀의 취향을 따라 자연스럽게 내 취향도 발견한다. 집안일에는 관대하자. 그게 내 취향이니까.
싫어하는 사람에게 줄 마음이 없다니.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주기에도 바빠 죽겠구먼, 10원을 주기도 아까운 사람에게 내 마음을 주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p158)
가까이 만나는 사람들이 철학자 같을 때가 있다. 삶에서 얻어진 교훈과 경험들이 불쑥 내 뱉는 말의 힘을 더하고 통찰력을 싣는다. 왜 이런 생각은 해보지 못했나 하는 뒤늦은 후회를 해 본다. 싫어하는 사람에게 줄 마음은 없다. 그녀의 말처럼 10원을 주기도 아까운 사람에게 내 마음을 주다니. 그리고 싫어하고 미워했지만 오롯이 미워만 하고 싫어만 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그 마음을 넘어서는 사랑이 깔린 미움과 싫어함이었기에 날마다 새롭게 마음을 주었던 것인지도. 이제는 그런 어리석음으로 내 마음을 낭비하지 않기로 한다. 좋아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만 하고 살기에도 시간은 부족하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함께 나누고픈 일들도 많다. 미운 사람에게는 마음을 주지 말고 담담해 지자. 하지만, 그녀도 쉽지 않았다고 이어서 고백한다. 그렇게 쉬운 일이라면 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넘쳐나지는 않겠지. 하지만 그녀처럼 나도 다짐하며 연습한다. 싫은 사람에게 줄 마음은 정말 1도 없다.
손에 잡히지 않아서, 이해할 수 없어서, 다 이해되지 않아서 그래서 아름다운 것들이 세상에 있다. 효율로만 평가하려고 하는 이 세상에 비효율로 남아 있어서 고마운 것들. 우리를 간신히 인간답게 만든 것은 사실 그런 비효율들이다.(p222)
<브루크너 심포니 7번>의 공연에서 단 한 번의 심벌즈 연주. 국립무용단 <향연>의 단 한 번 쓰이는 360도 돌아가는 무대. 공연을 관람한 그녀는 효율성에 대해 말한다. 효율성으로만 따진다면 가장 비효율적인 두 공연. 하지만 그녀의 말처럼 우리를 간신히 인간답게 만드는 비효율들이다. 빨리 와 더 많이가 세상을 지배하는 것 같은 요즘에도 누군가는 비효율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있어서 우리가 인간다운 모습을 조금이라도 느끼며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를 한 문장으로 구원하기 위해 밤을 새우는 사람들. 감히 그런 사람들처럼 살고 싶다고 소망해 본다. 지극히 비효율적인 집안 일과 육아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 비효율이 아이들을 키우고 성장시키며, 남편의 일을 표시 나지 않게 돕고 있음을 믿는다. 자신의 자리에서 비효율을 실천하고 지켜가는 사람들에게 존경과 박수를 보낸다.
사소하고 소소한 그녀의 취향이 왜 많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았는지 이해하게 된다. 자신을 향한 사랑이 담긴 관찰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담백한 문장. 다른 나라에서도 술꾼은 술꾼을 알아본다며 사람들에 대해 쓴 이야기들도 인상 깊었다. 누군가의 호의와 친절을 기꺼이 받을 줄도 알고, 발견해 내는 능력을 가진 사람. 자신의 취향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살피는 관찰력과 꾸준한 메모를 통해 그 바쁜 와중에도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사람. 술과 함께 사람 만나나는 것을 좋아하고 맛집인 술집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 사람. 책을 읽으면서 그녀에게서 내가 느낀 부분이다. 맛깔난 술집 이야기에 먹지도 못하는 술을 그녀랑 함께 먹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다. 심벌즈가 한 번밖에 나오지 않는 그 연주도 찾아봐야지 다짐하게 했다.
우리는 어쩌면 먹고사는 일이 바빠 자신의 취향을 뒤로 미루어 두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비효율적이더라도 자신만이 아는 자신의 취향을 존중하며 하나하나 발견하는 재미를 느껴보자. 그녀의 사소한 취향들과 사람들을 읽으며 느낀 점이다. 그리고 좋은 글은 좋은 사람이 쓴다는 말을 또 한 번 깨닫는 시간이었다. 자신을 섬세하게 바라보면 정성으로 타인도 함께 배려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글에서 그녀의 향기가 나는 것처럼 나는 내 얘기를 나만의 향기로 채우고 싶다.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으로 좀 더 나를 이끌면서.
김민철 작가님만의 감성과 문체가 좋다. 작가님이 에세이를 계속해서 많이 써주셨으면 좋겠다. 작가님의 다른 책 <모든 요일의 기록>, <모든 요일의 여행> 에서도 그러하듯 일상 이야기와 여행 이야기들로 가득한 이 책은 작가님만의 감성이 가득하게 담겨져 있다. 그래서 더 소중하다. 작가님의 책을 읽다보면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지만 작가님과 잘 아는 사이가 된 듯하다. 그만큼 술술 읽히는 책이다. 소중한 지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김민철 작가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은
시험 준비 중일 때.
혼자 떠났던 여행의 추억을 가슴 깊이 묻고,
마주한 현실과 격렬하게 싸우고 있을 때였다.
우연히 손에 쥔 <모든 요일의 여행:>은
말하는 바가 짧은 문장에 잘 녹아있어서 좋았고,
나와 비슷한 듯 다른 작가의 여행 방식이 담겨서 좋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냥 내 취향의 책이었고,
작가는 내가 좋아할 법한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작가의 책을 한 권, 두 권 읽다 보니
물음표는 확신이 되어
주변 사람들에게 작가의 책을 권하기에 이르렀다.
신간이 나오자마자 도서관으로 달려가
제일 먼저 책을 빌렸다.
하지만 ‘나’를 드러내는 취향도
직장 생활이라는 더 큰 현실의 벽 앞에서
처참히 무너져 내렸다.
‘나’의 취향에 앞서
‘너’와 ‘그들의’ 취향을 우선시해야 했기 때문에...
취향이 없어지니
‘나’는 더이상 내가 아니었다.
텅 빈 상자를 포장해놓은 것 같았다.
잘 포장했지만 들어보면 안이 텅 비어있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을 법한, 그런 상태였다.
그래서 고민 끝에 퇴사했고,
그 과정에서 ‘나’로 존재할 수 있게 하는 것들을
외면했을 때 얼마나 힘든지 배웠다.
그래서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게 하는 것들,
취향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이 책, <하루의 취향>을 읽게 된 계기를 적는데
이렇게 길어졌다.
요약하자면
먼 길 돌아, 다시 ‘나’로 돌아왔다는 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김민철 작가의 <하루의 취향>이라는 책을
만났다는 거다.
이 책은 작가의 취향을 말하지만
나에게 ‘나의 취향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이 고민은
한 해, 두 해로 끝날 문제가 아니란 걸 안다.
아마 죽을 때까지 계속되겠지...
또 장애물에 막혀 고민 자체가 멈출지도 모른다.
그럴 때면 이 책을 다시 읽을 생각이다.
자신의 취향에 대해서
열심히 고민한 흔적으로 가득한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취향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겠다던 오늘의 나를 떠올릴 것이다.
도돌이표가 될지라도,
그것 또한 '나'이며
이것이 '나'의 취향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