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18년 08월 01일 |
---|---|
쪽수, 무게, 크기 | 286쪽 | 420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91188835003 |
ISBN10 | 1188835009 |
출간일 | 2018년 08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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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6쪽 | 420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91188835003 |
ISBN10 | 1188835009 |
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의 4년만의 단독 신작 전환의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어차피 선진국 개념도 의미가 없어지는데 언제까지나 선진국 뒤만 쫓을 게 아니라, ‘선망국’(先亡國) 개념으로 바꿔서 생각합시다. 한국은 이미 굉장히 앞서가는 선망국이죠. 이 선망국에서 청년 문제, 세대 문제와 같은 사회 문제를 푸는 해법을 나름대로 찾는다면 인류에 희망을 제시하는 게 아닐까요?” “세상이 계속 좋아질 것을 믿는 근대 문명은 수명을 다했다” 대전환의 시대, 인류학자가 말하는 풍랑을 헤쳐가는 법 근대 문명과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고, 기존의 질서는 무너지는 시대. 저출산은 가속화되고, 기술 독주는 심화되며, 인공지능이 노동력을 대체하는 시대. 기후변화로 뜨거운 몸살을 앓고, 전 세계적으로 실업과 난민과 혐오가 넘쳐나는 시대. 거시적 틀에서 인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해온 인류학자의 눈에 비친 지금 이 시대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으며, 한국 사회와 그 안에 속한 개인이 제대로 생존하기 위해 찾아야 할 선택지는 무엇일까? 이 책은 시대 흐름을 읽고 대안교육, 마을살이, 청년문제 등에서 대안적 공론의 장과 실천적 담론을 만들어 온 인류학자 조한혜정의 4년만의 단독 저서다. 그는 지금 이 시대를 지그문트 바우만의 말을 빌려 ‘궐위의 시간’이라고 진단한다. 오래된 왕은 죽고 새 왕은 오지 않은 과도기, 그것은 곧 근대 산업사회가 구조적으로 접어들 수밖에 없는 파괴의 단계인 ‘위험사회’이기도 하다. 이 책은 대전환의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지혜와 방법을 모색해 본다. “전환의 시대란 헌것은 맞지 않고 새것은 만들어지지 않은 궐위의 시간이다. 오래된 왕은 죽고 새 왕은 오지 않은 과도기라는 말이다. 때로 절망에 빠지기도 하면서 오래된 관계와 결별하고 새 관계를 맺어야 하고 험한 곳에 길을 내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실험정신이 필요하고 특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쟁과 적대에 익숙해진 몸을 ‘재생’과 ‘상생’의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 214p |
서문_선망국에서 선망국으로 1부 - 전환의 시간 ‘재美난’ 학교의 마법 청년시민에게 작업장과 활동 수당을 남녀 국방의무제가 아니라 남녀 사회복무제를! 탈석유 시대 비축기지와 비빌 기지 비트코인 광풍과 88만원 세대 ‘공시생’ 예나에게 메리디안 180, 글로벌 대학의 실험 ‘4차 산업혁명 정책’, 점검이 필요하다 ‘포스트 386 세대’의 자리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남긴 숙제 ⊙ 인터뷰_한국은 앞서가는 선망국 2부 - 미래의 시간 이번에는 ‘퍼펙트 스톰’이 일기를! 수신제가, 돌봄 민주주의 시대를 열며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골든 타임’ 보육 소동과 한심한 ‘아버지들’ ‘도시 총각’ 수난 시대 모성, 그 불안과 혼돈의 자리 저출산은 문제가 아니라 질문 가정, 윤리의 싹을 틔우는 곳 고요하고 넉넉하게 늙어가기 연말 안부를 묻는 자리 ⊙ 기고문_근대 시민의 탄생 3부 - 신뢰의 시간 강남역과 구의역, 다시 신을 불러오며 적대의 국민’과 ‘환대의 시민’ 사이 송복 선생님께 연애를 허하라! 국민과 난민 사이 파리 테러와 3차 세계대전, 그리고 청년 다음 침공은 어디? ‘코즈모폴리턴 난민’으로 다시 시작하다 즐겁게 살자, 제대로 소환하며 경주를 부탁해 울리히 벡 선생을 기리며 ⊙ 강연록_재난의 시대, 무엇이 우리를 살게 하는가? 4부 - 시민의 시간 광장에서 익어가는 시민정치 천천히 그리고 즐겁게! 무너지는 마음을 바라보는 힘 이제는 숙제할 시간 대의제에 안녕을 고해야 할 시간 미래 세대를 위한 시간 ⊙ 대담_2017, 촛불을 묻다 |
시대 흐름을 읽고 대안교육, 마을 살이, 청년문제 등에서 대안적 공론의 장과 실천적 담론을 만들어 온 인류학자 조한혜정의 『선망국의 시간』. 저자는 이 책에서 선망국, 즉 먼저 망한 나라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면서 가파른 성장 이면에 새겨진 한국사회의 특성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탄핵 정국과 시민 혁명, 신고리 원전 공론화, 저출산과 고령화, 비트코인 광풍, 4차 산업 혁명, 미투 운동, 남북정상회담 등 격랑의 시기에 놓인 한국사회를 전환, 미래, 신뢰, 시민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나누어 저자가 쓴 칼럼들, 거대한 전환과 긴박한 사건들 앞에서 진행된 인터뷰, 강연록, 대담을 엮었다.
<선망국의 시간> 속에서 작가가 제시하는 의문은 크게 "국가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가" 이 두 가지다.
조한혜정은 인문학적 개념과 이론, 각종 사회적 예시 및 본인의 사고에서 비롯된 여러가지 제안들을 통해 이 의문에 답한다.
조한혜정은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한 복지 제도 개편, 시민들 간의 연대, 마을 공동체 되살리기, 입시교육에서 벗어난 진정한 직업 탐색을 위한 교육 등을 강조하며 이제는 '국민'보다는 '시민'이 되어야 할 때임을 강조한다.
GDP 올리기와 선진국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애국'하는 국민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근대국가의 쇠퇴를 인정하고 그 공백을 자발적인 연대를 통해 메우며, 돌봄과 공유의 감각을 되살리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요 논지이다.
딱딱하지 않은 해요체 말투 덕분에 쉽게 읽힌다.
이 나라는 지금 엉망진창이야! 하는 판단에서 끝나지 않고 그에 대한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서술하여 현실에 답답함을 느끼다가도 조금은 희망을 품게 되는 독서였다.
아쉬웠던 점은 1)논지나 개념이 다소 반복되는 감이 있다. 2)대안으로 제시되는 방법들이 작가 본인의 유년시절의 정서적 경험이나 공동체 의식에 기반하고 있어 이미 너무 개인화, 도시화된 한국의 상황에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물론 2-30대 사이에서도 공유경제, 셰어하우스, 공유오피스를 지향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이것이 곧 예전 이웃집 숟가락 개수까지 알던 시절로의 회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한국사회의 전환이라는 과제를 풀어나가야하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들 자신이라는 작가의 생각에는 동의한다.
결국 적폐와 구습은 시민들이 주축이 되어 청산해야하는 게 맞다고 본다. 정부 주도의 top-down 개혁보다는 시민 주도의 작은 움직임들이 모이고 모여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현준의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도 느꼈던 점인데,
진보적 이야기를 논하면서 과거의 한순간을 이상향으로 그리는 면이 있다.
먼저 <어디서 살 것인가>를 보면,
보행자 중심의 건축을 말하면서
갑자기 70~80년대 골목길 풍경을 가져온다.
저자가 회상하는 그 당시의 골목길은 이상적이기만 하다.
때문에 과거로의 회기만이 골목길 살리기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진다.
지금처럼 도시화가 이루어지기 전의 강북 골목길은 사람이 정주하는 공간이었다. 동네 주민의 거실이라고 할 만큼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콩나물 다듬고 할머니들이 담소 나누는 장소였고, 아이들이 모여서 노는 공간이었다. 골목길은 무엇보다도 ‘자연이 있는 외부 공간’이다. 하늘이 보이고, 1년 365일 24시간 달라지는 자연을 만나는 공간이었다. p. 132
골목길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 자동차가 정주하는 공간이 되었다. 아파트에 사는 우리가 지금 그리워 하는 것은 사람을 만날 수 있던 사람 냄새 나는 골목길 같은 공간이다. p. 133-134
아이들을 ‘천재 건축가’로 치켜세우면서 ‘새로운 공간 발견’의 중요성을 말하면서도
저자가 예로 드는 건 산업화 시대 버려진 공간에서 뛰노는 위험천만한 아이들의 모습이다.
도시를 좋게 만들려면 추억이 만들어질 만한 장소가 많아야 한다. 그런 장소를 만드는 데 가장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이들이 어린아이들이다. 어릴 적을 생각하면 어떻게 그렇게 숨겨진 공간과 버려진 땅을 찾아서 재미난 놀이터로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p. 60
<선망국의 시간>에서도 마찬가지다.
계속해서 대안적 공동체의 중요성을 말하는데
가만히 들어보면 산업화 시대의 ‘이상화된' 동네에 가깝다.
물론 개인주의의 시대를 지나 ‘부족’의 시대가 다가온다고는 하지만,
과연 새로운 세대가 그런 ‘살 부대끼는’ 공동체를 원할까.
공동체는 항상 과거의 모습을 지향해야 하는 걸까?
그냥 동네에 한군데 솥 걸어놓고, 누구든지 와서 밥을 먹을 수 있게 하자고 저는 계속 주장해왔어요. 그냥 밥값만 주고, 동네에서 국 잘 끓이는 사람, 반찬 잘 하는 사람 모여서 매일 밥을 해서 먹으면 거기서 공동체가 생겨나는 거거든요. p. 107
이들의 상상력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과거의 경험에 묶여 있는 어쩔 수 없는 ‘옛날 사람’ 같다.
이들의 공통점은 공간적 이웃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단지 가까이 산다는 이유로 그들과 잘 통하리라는 생각은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심지어 과거에도 그렇지 못했다.
아무리 나를 도울 수 있는 거리에 산다고 해도
마음이 맞지 않으면 이웃사촌이 될 수 없다.
심지어 <선망국의 시간>도 그걸 이미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또 그런 프로그램을 동네마다 한다? 그건 또 아니고요. 어디서는 해봤는데, 사람들이 밥 먹으러 안 오기도 해요. 근대적 인간이 까다롭거든요. ‘내가 갈 가지인가?’하고 따지는 거죠. 차라리 돈 내는 거면 당당하게 가서 먹을 텐데, 약간 불편하게 낯선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밥 먹고, 이런 거 잘 못해요. 사실 그런 건 옛날 달동네 살던 친구들이 잘했어요. 그 친구들이 사회성도 머리도 좋고 훌륭했는데, 학원만 다니면서 자란 친구들에게는 없는 능력이 있죠. p. 107
내가 더 대안적이라고 느끼는 것은 <숨 좀 쉬며 살아볼까 합니다>에 등장하는 관계들이다.
약물의존증뿐 아니라 다양한 삶의 고통을 끌어안고 있는 이들과 그들의 도우미들에게 전하는 ‘다양한 거리에 자신의 응원단을 만든다’는 메시지이다. 핵심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 강력한 응원단을 만든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살 수 없다. 중요한 순간에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반드시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의지하고 싶은’ 상대인 것은 아니다. 뜻밖에도 그리 가깝지 않은 상대이기 때문에 의지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p. 184
하루에 씨 말대로 ‘다양한 거리에 응원단’을 만들려면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거나 다양한 상황에서 조금씩이라도 자신의 단점이나 결점을 드러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궁지에 몰린 사람이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는 대상, 다시 말해 안전 기지’는 굳이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만들어줄 수 있다. 당사자가 ‘이 사람이라면 의지하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응원단을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그것도 가능하면 많이 만들어두는 편이 좋다. p. 187
앞의 두 책 모두 온라인이 발달한 현재 상황을 감안하고는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굳이 거리에 얽매이는 건 불필요한 전제 같다.
한 남성 유튜버가 여성 유튜버를 죽이러 가겠다고 나섰던 사건이 떠오른다.
굳이 죽이러 그 먼 길을 감수하고 갈 정도의 시대라면,
사람 살리러 가는 정도의 거리는 별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과거에는 좋은 면도 있었지만, 그 과거를 그대로 가져온다고 해서 해답이 되지는 않는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버렸고, 그때가 아니면 의미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식인들이 자기 경험에 갇히지 말고 더 많은 상상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두 책 모두 좋은 책이었지만 그런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