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창조적 상상력(creative imagination)의 결과였다. 우리는 복음서에서 주님의 계획이 담긴 어떤 그림을 본다. 그분은 충성된 종들을 보내시면서 그들이 뱀을 집어 올리며 독을 마실지라도 해를 받지 않을 것(막 16:15-18)을 약속하셨다. 또 복음은 천하 만민에게 증거될 것이며, 결코 우리에게서 떠나지 않고 세상 끝날까지 함께하겠다(마 28:20)고 약속하셨다. 22년 동안 교회 건설을 위해 몸부림치는 동안 나를 사로잡은 것은 바로 주님의 이 약속에 기반한 창조적 상상력이었다. 역경이 있었지만 우울하지는 않았다. 가난과 낭패와 굴욕의 상황에서도 광야에 백합화를 피워 올리실 것이라는 창조적 상상력은 절망적인 상황을 뛰어넘을 힘을 주었다.
머리말. 주님의 계획과 창조적 상상력으로 거둔 제자훈련의 열매--- p. 14
때로는 고단수보다 무단수가 더 강하다. 고단수는 수가 달리면 절망하지만 무단수는 어차피 수가 없기 때문에 시련을 더 잘 견딘다. 목회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어느 정도 하나님의 경륜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자신의 결핍을 헤아리기보다 자신에게 부여된 소소한 것들에 눈뜰 필요가 있다.
1장. 신혼 방에서 개척을 시작하다--- p. 22
예수님도 목공소 안에서 한가롭게 커피나 마신 게 아니다. 그분에게는 부양해야 할 어머니와 동생들이 있었다. 사명의 길을 나서야 할 때 왜 고뇌가 없었겠는가? 목회도 마찬가지이다. 하물며 제자훈련 목회는 오죽하겠는가? 절대 평범할 수가 없는 목회철학 아닌가? 그러나 제자훈련에는 저력이 있다. 제자훈련은 단순한 목회 프로그램 중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자훈련은 훈련생과 목회철학을 공유하고, 함께 고민하며 함께 짐을 지는 것이다. 훈련생들이 관객의 자리에서 내려와 함께 십자가를 지고 복음을 위해 수고하고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실로 제1기 제자반은 나와 생사고락을 함께했다. 저들은 지레 겁을 먹거나 물러서지 않았다. 복음과 함께 전진했다. 부담스러운 현실 앞에서 목회자처럼 울었고,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우정을 선택했다. 그러므로 제자훈련 목회자는 제자훈련 하느라 모든 것을 희생하지만, 동시에 훈련생들과 위대한 길을 걸어간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가? 여기에 제자훈련의 순전(純全, pure)이 있다.
2장. 열 명도 과분하다--- p. 52-53
교회가 개척 초기의 어려움을 딛고 이제 막 일어섰고 또 힘이 부치도록 10주년 기념교회를 건축했는데 바로 이어서 예배당을 신축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무모하고 지나침이 있었다. 그것도 무당집과 제실, 서당 땅을 매입하는 일은 쉽지도 않고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이 일로 많은 기도를 했다. 자칫 겨우 일어선 교회가 무너질 수도 있었고, 목회에 거듭 무리수를 두는 일이어서 하나님의 분명한 메시지가 없으면 시작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3장. 여보, 본당에 이불 깔아줘요--- p. 86
당시에 나는 어떤 분의 헌신으로 새 차를 타고 있었다. 교회를 개척하고서 12년간 승합차를 몰고 다니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시던 타 교회 교인이 사주신 차였다. 전도사들 등록금을 지불하지 못하고 있는데 담임목사는 새 차를 타고 있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었다. 당회에 말씀드리고 차를 팔았다. 새 차였기 때문에 금액이 많이 나왔고, 네 분 전도사님의 밀린 등록금을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
3장. 여보, 본당에 이불 깔아줘요--- p. 105
20주년을 맞으면서, 가시리교회와 네팔 렐레교회를 건축하면서 또다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피로 값 주고 사신 것이며 목회는 하나님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앞의 현실이 비전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를 세우신 하나님 나라의 목적이 비전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여전히 앞서가시고 모든 것을 준비해놓고 계신다. 그리고 순종하는 공동체를 들어서 사용하신다.
3장. 여보, 본당에 이불 깔아줘요--- p. 111
나는 제자훈련 초기부터 전인적 제자훈련을 강조했다.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제자훈련은 성경공부가 아니다. 제자훈련은 목회철학에 가깝다. 방법론이 아니라 철학이다. 이런 생각이 개척 초기부터 반영되었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차원을 떠나 푸른초장교회만의 특징을 형성해왔다. 전인적 제자훈련은 모든 제자훈련 목회자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나는 열 가지 영역에서 훈련생들의 신앙 성장을 돕고자 했다. 먼저 첫 번째 세 가지 요
소, 즉 영적 성장, 지적 성장, 인격적 성장은 신앙의 기초에 해당한다. 그다음 신앙의 준비로는 윤리적 성장, 정서적 성장, 의지적 성장, 관계적 성장, 이렇게 네 가지가 있다. 마지막 세 가지 요소로 경제적 성장, 문화적 성장, 사회적 성장이 있는데 이는 신앙의 열매이다.
4장. 신자, 가족, 시민의 꿈--- p. 115-116
수료생은 모두가 승리자이다. 그들은 자신과의 싸움, 환경과의 싸움을 치렀다. 그러므로 중도탈락하지 않고 수료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깊다. 각 교회마다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수료식이 꼭 엄숙해야 할 이유는 없다. 수료자의 이름이 불리고, 영상이 나가고, 수료증을 줄 때 가족, 지인들이 강단 위로 올라와 꽃다발을 나누고 환호성을 외치는 분위기는 분명 승리자들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리라. 그러므로 ‘승리자’ 콘셉트로 수료식을 밝고 축하하는 분위기로 만들 필요가 있다. 제자반의 60구절 암송과 사역반의 로마서 8장 암송은 위대한 승리자들의 군가와도 같다. 수료식 메시지에 수료자들이 일 년간의 힘든 과정에서 승리한 것을 축하하고 훈련받은 그 자세로 세상에서도 승리하라는 말씀을 담으면 훈련생들의 모든 수고가 아름답게 승화될 것이다.
5장. 제자훈련 가이드 19. 제자훈련 수료식--- p.231
우리는 교회를 섬길 일꾼을 세울 때 임직헌금과 임직경비를 일체 받지 않는 전통을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 임직에 필요한 경비를 모두 교회가 부담하고, 교회와 성도를 잘 섬겨달라는 의미로 직분에 따라 장로에게는 기도의자를, 안수집사에게는 작업화를, 권사에게는 앞치마를 선물한다. 이런 임직문화는 제자훈련을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좋은 문화가 믿음의 다음세대까지 잘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부록. 제자훈련 동행기--- p.245
네 번째 변화는 한참 세월이 지났지만 용서하지 못하고 마음 한구석에 눌러둔 묵은 감정이 녹아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말씀과 독서, 동기생들의 간증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 나를 감싸고 있던 포장지가 벗겨지고 마음 깊숙한 곳에 응어리져 있던 농한 분노와 피해의식이 분해되어 생수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아픔의 노출에서 자유의 단계로 나아가면서 용서라는 또 하나의 선물을 받은 것이다. 훈련이 지속되면서 나타난 변화의 속성들이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제자훈련을 받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효도 훈련이었다. 거동이 불편한 아흔 여섯의 어머님 발을 씻겨드리고, 처갓집에서 식사준비를 하고 설거지를 하는 제자훈련 숙제 사진은 자식들에게 대물림할 만한 감동적인 장면이 되었다.
부록. 제자훈련 동행기
--- pp.247-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