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경제위기는 금융의 문제에서 파생된 금융위기이기도 하다. 경제를 굴러가게 하는 금융은 인체로 치면 혈맥과도 같다. 피가 잘 돌아 온몸에 산소와 영양소가 공급되어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듯이, 경제도 돈이 돌아야 원활히 굴러간다. 그 원동력은 경제주체들 간의 믿음, 즉 신용이다. 신용은 경제주체들이 오랫동안 약속과 거래를 이행하면서 서서히 형성되는 보이지 않는 자본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빚을 갚지 않거나 계약을 어기면서 거래가 틀어지기 시작하면 신용 자본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서로 상대방을 믿지 못하기에 돈을 빌릴 수 없고, 너도나도 돈을 회수하려고만 들게 된다. 마치 캄캄한 극장 안에서 누군가 “불이야!”하고 외쳤을 때와 같은 아비규환에 빠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금융위기이다. --- p.6-7
인구 5,000만 명인 한국은 내수만으로는 경제성장을 이끌어 갈 수 없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2010년 국내에서 427만 대가 생산됐다. 이 중 내수로 146만 대가 팔렸고 나머지는 모두 수출했다. 내수만 겨냥해서는 산업을 성장시키기 어려운 것이다. 한국의 산업 기반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동시에 해외의 경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수출이 부진해지면 곧바로 경제성장 속도에 급제동이 걸리게 된다. 이는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은행 등 금융회사의 부실을 늘어나게 하는 원인이다. --- p.39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고 있다. 되풀이되는 금융위기는 뉴 노멀(new normal)이 되었다. 뉴 노멀은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으로, 위기 이후 5~10년간 세계 경제의 특징을 규정하는 신조어이다. 미국 벤처투자가인 로저 맥나미(Roger McNamee)가 벤처 거품이 꺼진 이후 달라진 특징을 지칭하는 용어로 2003년 처음 사용했다. 뉴 노멀 시대에는 경제가 제자리를 잡고 금융과 제조업이 균형을 이루기까지 크고 작은 위기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 동북부 지방에 대지진이 발생한 뒤에도 계속해서 여진이 이어진 것을 연상하면 이해가 빠르다. 위기의 일상화인 셈이다. --- p.70
잘 모르는 금융상품은 피하는 게 정답이다. 금융회사 상담 창구에 가보면 고수익 상품이라며 주식형펀드, 해외펀드, 후순위채, 비우량 회사채 등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 이런 상품은 한때 고수익을 낼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심하게 말하면 고객이 고수익을 얻는 상품이 아니라 금융회사에 고수익을 안겨주는 상품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