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는 성 이론에만 매달린 외골수가 아니었습니다. 성 이론은 정신분석의 일부일 뿐입니다. 자아, 이드, 초자아라는 개념 역시 정신분것의 덤입니다. 프로이트가 자주 언급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성, 항문 성애는 정신분석의 중심이 아닙니다. 이 개념들 또한 정신분석이 다루는 내용 중 하나입니다. 정신분석의 중심에는 개념이나 이론이 아닌 ‘사람’이 있습니다. ---p.8
정신분석이란 일상생활의 평범함 속에 배어있는 여러 감정들을 설명하고자 하는 학문입니다. 정신분석을 통해 우리는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시선들과 낱말들을 분석해낼 수 있습니다.……모든 감정, 모든 실수, 모든 기억을 소중히 감싸는 학문이 바로 정신분석입니다. 정신분석은 나, 너, 우리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도구입니다. ---p.24
이제부터 소개할 프로이트의 사례들 가운데 많은 경우들이 무의식의 목소리를 부정하고 그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조절하고자 노력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경우 마음속 이야기는 증상이라는 무기로 그들의 신체를 공격합니다. 프로이트는 그들에게 다가가 왜 그들이 그토록 불안하고 괴로운지 스스로 분석하도록 이끕니다. ---p.26
정신분석과 함께 살지 않는 사람은 놀랄 때가 많습니다. 주위를 관찰하지 않으므로 왜 갑자기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는지, 왜 화를 내는지, 왜 그 사람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는지 오리무중일 때가 많죠. 우리는 프로이트의 『일상생활의 정신병리학』의 사례들을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정신분석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사소한 행동들이 어떤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p.68
증상은 환자들이 매달리는 최후의 보루이다. 그것에 기대어 현실을 견디거나, 그것 때문에 특정 효과가 발생하므로 어떤 경우, 환자들은 그들의 증상을 사랑한다. 프로이트는, 직장에서 일에 대한 자신감이 없을 때, 신경이 곤두서는 경쟁을 피하고자 할 때, 가족 구성원들의 희생과 봉사를 얻고자 할 때 신경증이 동원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p.118
정신분석은 결코 인간을 정의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여 그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지 않습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이 우스운 과도기적 이야깃거리로부터 인간에 대한 진지한 사색으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은 정신분석이 변화의 가능성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확실한 해답 너머에 존재하는 불확실성이란 인간에 대한 희망이기도 합니다. 현재가 멈추어 있지 않다는 건 그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p.253
이 모든 사건들 중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프로이트가 플리스에게 보여준 절대적 신뢰와 에크슈타인의 프로이트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다. 프로이트가 플리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에크슈타인은 썩은 거즈에 의해 손상된 부분을 긁어내는 두 번째 수술 후 프로이트에게 “그러니까 이건 정말 강력한 성이로군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렇게 『꿈의 해석』의 첫 페이지가 시작된다. ---p. 276
모든 것을 이와 같이 성으로 설명해야만 하는 것일까? 꿈을 융처럼 좀 편안하게 분석할 수는 없을까? 우리 머릿속에는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 성적인 충동이 가득하다는 프로이트의 가정을 받아들이기 힘들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 부분들을 버리고도 여전히 무엇인가가 남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바로 그것이 정신분석가 프로이트의 통찰이다. ---p.309
어떤 기억들은 잠복기를 거친 후에야 외상적인 것으로 느껴진다. 현실의 작은 세부가 반응을 촉발시키면, 최초의 외상이 자기도 모르게 그 경험을 재생시킨다. 어떤 외상적 경험이 인식되거나 말로 표현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상에 드러나는 통로는 바로 육체이다. 그것이 몸을 통해 말하는 것이다. 기억은 항상 최근의 기억으로부터 시작하여 거꾸로 올라가게 된다. 내 안에 있었지만 의식되지 않았던 기억들을 떠올리고 그것을 말로 표현하게 되면 증상은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