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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 일본군 '위안부' 길원옥 증언집

[ 양장 ]
리뷰 총점10.0 리뷰 6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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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8월 14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68쪽 | 234g | 104*182*20mm
ISBN13 9788972759034
ISBN10 8972759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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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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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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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내 얼굴을 지웠어…….
열네 살이었을까, 열다섯 살이었을까.
군인이 뱀처럼 긴 칼로 내 머리를 내리쳤어.
정수리에 금이 가더니 피가 솟구쳤어.
내 얼굴을 지우며 피가 흘렀어.
그 피를 닦는 데 60년이 넘게 걸렸어.
밤이 되면 군인들이 왔어.
군인들만 왔어.
삭힌 콩잎 같은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었어 --- p.22~23

열세 살 나를 가지고 놀던 군인은 몇 살이었을까.
문구점에서 산 병아리를 가지고 놀듯 나를.
나는 세 개.
내 살굿빛 부리를 으스러뜨렸어.
날갯짓 한 번 못 한 내 날개를 꺾었어.
개나리 꽃잎 같은 내 발가락을 뭉갰어.
큰오빠보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군인이었어. 아버지보다도.
내 몸에서 피가 났어. 손바닥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무르팍이 아니라 다른 곳.
태어나 한 번도 피가 나지 않았던 곳에서.
내가 무서워서 울자 나를 번쩍 들어 공중으로 던졌어.
나는 날아올랐다 군화를 신은 발들 앞에 떨어졌어. --- p.39~40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아…… 꽃구경도 싫어.
나 우리 집 갈래.
나는 노래를 불러. 슬플 때도, 기쁠 때도, 심심할 때도, 원망스러울 때도.
새들이 날 가리며 우는 거 봤어?
한때 남들 앞에서는 노래를 안 불렀어. 숨어서 불렀어.
혼자 몰래 불렀어.
남들 듣는 데서 노래 부르는 게 흉 같아서.
내가 하는 건 다 흉 같았어. --- p.54

말을 하면 아픈 데가 더 아파.
아픈 건 똑같아.
몸에 난 상처나, 마음에 난 상처나.
어떻게 하면 잊을까, 그 생각만 했어.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살아 있는 거야. --- p.85

여자가 얼마나 아플지 내가 잘 알지. 여자가 당한 일을 나도 당했으니까.
“말하고 싶지 않지?”
“나도 말하고 싶지 않았어.”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했어.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그 끔찍한 일을 당하는 여자가 또 있으면 안 되니까.”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테니까.”
“내가 참으라는 것은 아픔을 참으라는 뜻이지 말을 참으라는 뜻이 아니야.”
“말해야 해. 그래야 사람들이 알지.” --- p.94~95

좋은 말은 입속에 가두어두면 안 돼, 해야 해.
그 말을 들은 사람이 다른 데 가서 전하게.
좋은 말은 돌림 노래가 되어 떠돌고, 떠돌아야 해.
나쁜 말은 입속에 가두어둬, 소금처럼 녹아 없어질 때까지. --- p.97

나는 혼자야.
사람이 혼자라는 게 아무래도 안 좋지.
사람은, 사람들하고 살아야 사람이야.
혼자라는 거…… 그건 혼자였던 사람만 알아. --- p.115

나는 나를 사랑해서 죽지 않았어.
나를 사랑해서 오늘날까지 살 수 있었어.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를 사랑해서 할 수 있었어.
너도 너를 사랑해.
네가 있어야 내가 있지, 내가 있어야 네가 있고.
그것이 내가 알고 있는 황금률이야.
내가 나를 사랑해야 용서도 할 수 있어.
나를 사랑하는 거…… 그것이 시작이야.
그리고 말해.
군인들이 천사가 될 때까지.
--- p.15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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