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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탱 게르의 귀향

마르탱 게르의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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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7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266g | 124*188*20mm
ISBN13 9788932033303
ISBN10 8932033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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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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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에 그들의 결혼은 색다른 점이 없는 보통의 결혼이었다. 두 농부가 서로의 재산을 합치고, 자손을 갖기 위해 백파이프와 화승총 소리에 맞춰 결혼식을 올린 것이다. 그러나 뭔가 다른 점이 있었다. 아마도 나만 그 점을 느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나가면서 문을 막 닫으려는 순간, 나는 분명히 보았다. 마르탱이 벽 쪽으로 몸을 돌리면서 마치 우는 것처럼 어깨를 가만히 들먹이는 것을. --- p.21~22

시골 마을에서 젊고 건장한 사내가 집을 나가면, 특히나 그가 한 집안의 외아들이라면 그것은 재앙이다. 늙은이들은 누굴 위해 일하는지도 모르는 채 전보다 많은 일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어머니, 아내, 자식들이 버림받았다는 사실에서 느끼는 슬픔, 주위 사람들이 던지는 겉 다르고 속 다른 시선, 동정 어린 눈길, 변죽울림, 수군거림, 비난 등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나는 다만 아내가 남편에게 버림받고 홀로 남겨져 ‘왜 나는 그를 붙잡아두지 못했을까?’ 하며 스스로에게 묻게 될 때, 그녀에게 일어날 감정에 대해서만 말하고자 한다. --- p.46

나는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한 남자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새삼 삶이 경이롭게 느껴졌다. 떠날 때까지만 해도 그는 사랑을 많이 못 받은 소심한 아이였다. 아버지 앞에서 벌벌 떨기나 하고, 산 너머로 달아날 궁리나 하는 그런 아이였다. 그런데 이제 유쾌하고 당당하고 성숙한 남자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그는 자신의 모험담을 우리에게 들려주었고, 사람들은 귀를 세우고 그 이야기를 들었다. 늘 말이 없고, 늘 숨어 지내고, 늘 외톨이였던 그였는데 말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여행은 진실로 사람의 지성과 감성을 성숙하게 하는 것인가? 죽음의 시녀인 전쟁이 인생의 지혜를 깨닫게 해준다는 말이 과연 사실인가? --- p.72~73

시골에서 급사를 당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다. 이유 없이 고열에 시달리다가 며칠 만에 죽거나 혹은 우연한 사고, 예컨대 나무에 깔리거나 물에 빠지거나 말의 발길질에 걷어차여 죽는 경우 말이다. 따라서 늘 죽음에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신앙심 깊은 사람에게 매 순간 죽을지도 모르며, 아울러 지옥의 불구덩이로 떨어져 영겁의 고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위협을 느끼면서 죽을죄를 짓고 사는 것보다 더 큰 위험은 없는 것이다. 신부는 우리 모두가 지닌 이 두려움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베르트랑드와 이야기할 때 이 두려움을 아주 능숙하게 이용했다. --- p.114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빠짐없이 이야기했다. 하지만 판사가 재판 과정에서 지적했듯이 몰지각한 주장에 대해 강하게 항변하지 않았다. 나는 인간의 나약함이 가져오는 뜻밖의 많은 일들, 나도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라는 조건에서 비롯되는 온갖 참담함과 두려움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베르트랑드만큼은 우리보다 강하고 의지도 더 확고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녀를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그녀의 태도가 정말 당혹스러웠다. 차차 알게 되겠지만, 나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그녀가 왜 그런 태도를 취했는지를 조금은 이해할 수도, 이해했다고도 여길 수 있게 되었다. --- p.122~123

코라스는 사건을 곧바로 이해했다. 그는 생각이 분명하고 똑똑해서 사람들이 들이대는 증거나 확신 혹은 편견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럴 의도도 없었다. 여러 차례 밝힌 대로 그가 진심으로 바란 것은 오로지 사건의 진실이었다. ‘확실하다’ ‘아니다’라는 식의 얽히고설켜 있는 실타래를 푸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애초에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빛으로 인도하는 좁은 문과 통로를 찾는 것, 오직 그것만을 열망했다. --- p.124~125

만약 법이 인간은 누구나 선하고 정직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 과연 인생도 그러할까? 법에서는 전제하고 있지만, 종교에서는 문제 삼고 있고 경험적으로도 받아들이기 힘든, 인간의 천성적인 선함에 도대체 무슨 변고가 생긴 걸까? 이런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내 보잘것없는 머릿속은 온통 뒤죽박죽이 되어버려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말 속에 어떤 진리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으며,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될 이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자신들의 삶을 바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과 회의를 겪었을까 하고 상상해보기도 했다.
--- p.182~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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