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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모으는 소녀, 고래를 쫓는 소년

지도를 모으는 소녀, 고래를 쫓는 소년

블랙홀 청소년 문고-008이동
왕수펀 저 / 조윤진 | 블랙홀 | 2018년 08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8 리뷰 20건 | 판매지수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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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8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96쪽 | 278g | 140*205*20mm
ISBN13 9791188974160
ISBN10 1188974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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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따이는 웃을 때마다 두 뺨에 깊은 보조개가 드러났다. 그래서 바보 같은 미소를 지을 때면 더욱 천진난만해 보였다. 내가 라오따이를 볼 때마다 선량하면서도 행동이 서툴고 팝콘 몇 알이면 순순히 따라오는 어떤 작은 동물을 떠올리는 이유도 어쩌면 그 보조개 때문인지 몰랐다. 이상하게도 라오따이만 보면 순순히 대화를 나누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난 라오따이를 그저 나와 별 상관없는 꼬마 친구 정도로만 생각했다.
라오따이의 보조개 때문에 나는 이따금 그 아이의 온갖 바보 같은 말과 행동들을 기꺼이 받아주었다.
--- p.31

바로 그 순간 느닷없이 라오따이가 어디에 사는지 몹시 궁금해졌다. 매일 밤 라오따이가 어느 동네, 어느 골목, 어느 건물에서, 어떤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며, 어떤 상표의 치약을 사용하는지 알고 싶었다.
정말 이상했다. 어떤 한 사람을 알게 된 후부터 난 줄곧 그 사람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일단 학교 수업이 끝나면 라오따이는 그저 머나먼 어떤 곳의 낯선 사람일 뿐이었다.
--- p.53

“늘 1등으로 살아야 한다면 너무 피곤하잖아! 가끔은 다른 사람더러 그 자리에 좀 가 있으라고 해. 그냥 줘버려.”
“그게 무슨 크리스마스 선물이니.”
입으로는 이렇게 말했지만 묘하게 안심이 됐다. 그래, 맞아. 난 좀 피곤했어. 거대한 메달을 그토록 오래 짊어지고 있었으니 피곤한 것도 당연하잖아?
놀랍게도 그 순간 나는 1등을 빼앗아간 린지아신을 미워하고 있지 않았다.
--- p.62

엄마, 남자 아이를 한 명 알게 됐는데 그 애 이름은 라오따이라고 해. 전에는 걔를 그냥 아기 다람쥐 정도로 생각했거든. 그저 내 기분을 즐겁게 해주는 작은 장난감처럼 말이야. 그런데 이제 알겠어. 실은 그 아이가 바로 커다란 고래였다는 걸. 그 아이는 나를 태우고 광활한 세계를 향해, 지도 밖 세상을 향해 헤엄치는 고래였어.
--- p.83

그 아이의 이름은 몹시 독특했다. 장칭. 선생님이 장칭을 부르자 그 아이가 오른손을 들었는데 손이 어찌나 새하얗던지 꼭 엄마가 명품샵에서 사온 도자기처럼 보였다. 목소리도 정말 듣기 좋았다. 뭐라 설명할 순 없지만 어쨌든 딱 그렇게 예쁜 여자아이의 입에서 나올 법한 섬세하면서도 부드러운 음성이었다.
쉬는 시간에는 장칭이 갑자기 뒤쪽으로 몸을 살짝 돌렸는데, 나는 장칭이 말을 거는 줄 알고 너무 긴장해서 숨도 쉬지 못했다. 하지만 잠깐 뒤쪽을 보더니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려버렸다.
--- p.109

장칭은 빠른 걸음으로 서점 2층에 올라가 세계지도 한 장을 골랐다. 난 장칭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세계 일주라도 할 셈인가? 장칭과 함께 계단을 내려오며 생각했다. 이 향유고래의 머릿속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들어 있을까? 장칭은 어째서 이토록 지도를 좋아할까?
하지만 난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이렇게 바보처럼 장칭이 가는 곳을 따라다닌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했으니까.
--- p.143

나는 잠시 기다렸다가 용기를 내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것만은 네가 영원히 1등이야. 내가 보증할게.”
장칭이 몸을 놀려 나를 바라보았다. 눈빛은 환하게 반짝였고 미소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다 못해 터질 것만 같았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주먹을 꽉 쥐었다.
“만약 내가 누군가 한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면, 그게 언제가 됐든 영원히 너를 첫 번째로 떠올릴게. 약속해!”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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