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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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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8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00g | 138*196*21mm
ISBN13 9788954438629
ISBN10 8954438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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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짐작대로 텔레비전에서는 나가쓰카 준의 장례식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장소는 세타가야 구의 한 장례식장이었다. 추모객들 가운데 모리오 게이코의 모습도 보였다. 카메라는 오열하는 모리오 게이코의 모습을 계속 비추었다. 남다른 미모가 눈에 확 띄었다. 미인이 오열하는 모습은 시청자의 흥미를 끌고도 남을 소재라 방송국 입장에서도 그 장면을 놓칠 리가 없었다. 그때 누군가가 갑자기 채널을 돌렸는데 바뀐 화면에서도 게이코가 우는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 p.19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정보가 오토모 같은 사람 손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되겠나? 요즘 공무원을 원망하는 사람은 백 명이나 천 명 정도의 자잘한 규모가 아니라고. 몇십만 명, 몇백만 명의 국민이 관료들을 증오하면서 밤마다 텔레비전 앞에 앉아 이를 갈고 눈을 부라리지. 15년 전, 오토모 신지가 품었던 원망과 분노가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국민 사이에 똬리를 틀고 응어리져 있어. 그 응어리는 시시각각 사람들을 감염시켜 세력을 넓혀가겠지. 엄청난 시대가 닥쳐올 거다, 레이코. 바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역습이야. 까딱하다간 마녀사냥을 보게 될지도 몰라. 관료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자칫 중앙관청에서 일한다는 게 알려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곧장 사형대로 끌려가겠지. 이미 그런 시대가 도래했는지도 모르고.” --- pp.49~50

그렇다. 인간의 목숨은 빼앗고 나면 보상할 길이 없다. 오로지 죽음으로써 용서를 구해야만 한다. 사람을 죽이면 사형선고를 받아 마땅하다고 여겨왔다. 경찰관으로서 지닌 신념이기도 했다. 그렇게 믿고 날마다 구두 밑창이 닳도록 도쿄 거리를 활보하며 형사로서 책임을 다해왔다.
구라타는 오만 가지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아들만은 용서받기를 바라는 속물 같은 생각 따위 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내 아들이기에 더욱더 엄격하게 죗값을 치러야 했다. 앞장서서 경찰에 넘기고 부디 아들의 목숨을 거두어 가는 것으로 죄를 사하여 주십사 고개 숙여 빌어야 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히데키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죽음을 선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 pp.87~88

하야마는 마음속 깊이 어딘가에서 삶을 즐기는 행위에 죄책감을 느끼곤 했다. 술을 마시거나 옆 사람의 어깨를 치며 큰 소리로 웃는 것도 자신에게는 허락하지 못할 행위였다. 중학교 2학년. 그해 가을 그 살인 사건을 목격한 후부터 이어져 오는 금욕이라는 또 다른 이름의 욕망이 버티고 있었다. 그런 하야마를 유일하게 해방시켜 주는 시간이 바로 일하는 동안이었다.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도 침묵을 선택했다. 얼굴도 목소리도 모른다. 그저 커다란 그림자로 기억하는 살인자. 자책감과 공포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개운치 않은 무언가가 항상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오로지 수사를 하는 동안만 사라진다. 쉬는 날에도 일 생각만 한다.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습관처럼 무언가를 조사하거나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일쑤였다. --- pp.115~116

“거참, 이상한 일이지. 경찰 중에도 그런 눈을 한 놈들이 몇 명 있단 말이야. 사람을 죽였다는 게 아니라 여차하면 죽일 것 같은 놈, 살인을 마다하지 않을 것 같은 눈을 가진 놈이라고 해야 하나.”
가쓰마타는 다시 술잔을 입가로 가져가서 한 모금 마셨다.
“히메카와 레이코라고 아나? 자네가 퇴직한 직후에 본부로 뽑혀 올라온 살인범 수사계 여주임인데.”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사실 레이코라는 이름이 이 시점에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이 정도는 괜찮다. 얼굴에도 당혹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번에는 고개를 애매하게 갸웃거리며 넘겼다.
“그 여주임이 말이야, 당장이라도 누구 한 명 죽일 것 같은 눈빛을 가졌더라 이거야. 예전의 자네처럼 말이지.” --- pp.224~225

‘지금까지 어떤 악행을 저질러도 관료의 얼굴이나 개인 정보가 공개된 적은 없었다. 정부 기관이 연루된 불상사가 생겨도 비난은 언제나 정치가가 받을 뿐 장관만 바뀌면 같은 악행이 되풀이되었다.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다. 선거만이 아니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행정기관의 동향을 감시하는 시대가 왔다. 관료든 누구든 같은 땅에 서고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길이 이어지는 마을에 살고 있는 이상 생활을 감추기란 불가능하다.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반드시 지켜보고 있다. 온 마을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누구에게나 그놈들의 가면을 벗길 기회가 있다. 언마스크 리스트에 있는 놈들의 얼굴을 잘 기억해뒀다가 발견하는 즉시 통보하자. 지명수배가 내려졌다. 그놈들은 각자의 죗값을 치러야 한다.’
--- pp.233~234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첫 번째 이야기 ‘감염유희’의 주인공은 가쓰마타 겐사쿠, 일명 ‘간테쓰’이다. 여주인공 레이코의 천적으로, 말과 행동이 거칠고, 동료를 자신의 공로를 가로채려는 도둑쯤으로 여기는 모습은 천박한 외설을 넘어 호쾌한 경지에까지 도달해 있다. 하지만 간테쓰는 누구보다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간파하는 중요 인물이다. 간테쓰는 기업체 임원 살해 사건을 조사하면서 15년 전, 그 임원의 아들이 끔찍하게 살해당한 사건을 떠올린다. 그 임원은 전 후생성 국장일 당시 약해에이즈 문제를 일으킨 핵심 인물이었는데, 그때 피해를 본 피해자의 아버지가 복수를 하려다 그만 그 임원의 아들을 살해하고 만 것이다. 15년 후, 그 임원은 또다시 살인의 표적이 되었다. 과연 이번에 그를 노린 것은 누구일까?
두 번째 이야기 ‘연쇄유도’의 주인공은 구라타 슈지이다. 전직 형사로, 경비원으로 일한다. 살인에는 죽음으로 용서를 구할 수밖에 없다는 신념을 강하게 지닌 인물로, 미성년자인 아들이 살인 혐의로 체포되었을 때도 부모로서의 괴로움보다는 경찰로서 살인자에 맞서려는 의지를 다진다. 구라타는 길거리 살상 사건을 조사하던 중 피해자인 외무성 관료가 횡령을 저질렀고, 계약직 여직원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았음을 밝혀낸다. 하지만 곧 아들의 재판 결과가 나오면서 경찰을 그만 둔다. 그런 구라타의 앞에 살인자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세 번째 이야기 ‘침묵원차’의 주인공은 하야마 노리유키이다. 일찍이 경시청 본부에 차출될 만큼 유능한 신참 형사이다. 중학교 때 자신의 가정교사인 여대생이 묻지마살인에 희생되는 것을 목격했지만 겁을 먹고 나서지 못했다는 데 대해 죄책감을 지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하야마가 경사로 승진하면서 관할서로 내려와 일하던 어느 날, 노인들끼리 사소한 다툼이 있었다는 신고를 받는다. 장기를 두다가 한 수만 물러달라는 요구에 노인은 ‘너 때문에 죽었다’라고 외치며 다른 노인을 구타했다고 한다. 하야마는 직감적으로 이 다툼이 단순히 장기 한 수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 아님을 깨닫는다.
네 번째 이야기 ‘추정유죄’에서는 세 주인공, 즉 날카로운 직관력을 가진 베테랑 형사 가쓰마타, 전직 형사 쿠라타, 신참 형사 하야마가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그들은 각자 기업체 임원 살해 사건, 길거리 살상 사건, 노인들 사이의 사소한 다툼을 조사하며 사건의 본질에 가까워진다. 그럴수록 표면적으로 별개인 것처럼 보였던 이 사건들에는 한 가지 의문스런 공통점이 있음을 알게 된다. 바로 범인이 피해자의 ‘개인 정보’를 입수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중편을 통해 처음 세 개의 단편에서의 세세한 부분이 전체 구도의 복선이었음이 드러난다. 도대체, 그들은 어디서 어떻게 그 정보를 손에 넣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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