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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낸 시간이 살아갈 희망이다

살아낸 시간이 살아갈 희망이다

: 힘들고 아픈 나를 위한 상처회복 에세이

리뷰 총점9.4 리뷰 12건 | 판매지수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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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9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80g | 130*216*20mm
ISBN13 9791186118306
ISBN10 118611830X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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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상처를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아팠지만, 아팠다고 말하지 못했다. 나는 내 상처가 부끄럽고 싫었다. 상처를 드러내는 일이 자존심을 깎는 것이라 여겼다. 그런 내가 젊은 날, 처음 상처를 고백했던 사람은 내 스승 마광수다. 그는 내 상처를 진지하게 듣고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었다. 고마운 사람이었다. 내가 그에게 특별한 심리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오랜 후에야 깨달았다. 그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후, 우리가 함께한 날들을 떠올리며 그가 건넨 치유와 위안에 또 다시 감동했다. ---「살아낸 시간이 살아갈 희망이다」중에서

2001년, 나는 자주 길 위에서 쓰려졌다. 낯선 길에 쓰러진 채 대여섯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깨어난 적도 있다. 세상의 무게가 그만큼 힘겨웠을까? 사실 나를 쓰러지게 하는 더 큰 이유는 마광수였다. 당시 내가 가장 힘들었던 점은, 사람들이 그를 혐오한다는 사실이었다. 누군가가 혐오하는 사람을 친구로 받아들이기에 당시의 내 자존감은 턱없이 가난했다. 실제로 그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그것도 대로변에서 갖은 욕설이나 비난을 들을 때가 많았다. ---「그을린 마음」중에서

우울증에 걸리고 나서 나는 나의 과거를 후회했다. 나는 그 치열했던 시절을 ‘인생의 낭비’라고 불렀다. 어느 후배에게는 솔직히 털어놓은 적도 있다. 나는 나의 생을 가져보지 못한 것이라고. 그렇게 열심히 살지만 않았어도 그토록 절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과거가 후회를 만들고, 후회가 다시 후회를 낳았다. 나는 후회의 괴물 같았다. 내게는 치명적인 죄가 있었다. 그것은 ‘인생을 허비한 죄’였다. ---「인생을 허비한 죄」중에서

그 당시 나는 무엇이 부끄러웠던 걸까? 자존감 같은 단어로는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었다. 내가 개미보다 못한 존재로 느껴졌다. 그것은 아직 내가 이 지상에서 필요한 일을 찾지 못해서였을 거다. 무겁게 짓누르던 부끄러움을 집어던지고, 나는 드디어 근처 읍내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했다. 거의 매일 도서관을 찾았다. 도서관에는 나를 채워줄 책들이 줄 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책들이 이제야 왔느냐며 나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는 이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읽고 또 읽었다. ---「우울증은 나를 잘라내는 일」중에서

불완전하니,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유한하니,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죽음이 있으니, 삶에 충실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삶의 진실을 내 안에서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었다. 걷기가 선사하는 절대고독 속에서 내게 남은 길을 열렬히 상상했다. 걷고 상상하며 나는 이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존재인 ‘나’를 다시 세워나갔다. 어느 순간, 나는 내 앞에 놓인 길에 흥분했다. ---「운명의 바람소리」중에서

독서치료사로서 삶을 시작하면서 나는 이렇게 다짐했다. ‘나의 상처는 다른 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소중한 경험으로 쓰일 것이다. 나의 치유는 다른 이를 일으켜줄 소중한 양분으로 쓰일 것이다. 이제부터 나는 내가있어야 할 자리에 있을 것이다. 내가 필요한 사람들 곁에 있을 것이다. 그것이 독서치료사로서의 나의 소명이 될 것이다.’ ---「독서치료사가 되겠다」중에서

어떤 상처라도 존중받아야 한다. 병든 꽃에는 미풍조차 고난일 수 있다. 때문에 어떤 상처도 섬세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치유는 상처를 가감 없이 수용하고, 지금보다 나은 의식을 가다듬을 때에 가능하다. 먼저는 상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당신의 의식이 글러먹어, 그 상처 역시 가짜일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폭력적인 생각이다. 그러니 상처 입은 사람을 대면했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레 “많이 아팠니?”라고 물어야 한다.
---「책이 있다면 아직 희망이 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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