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미와 마키, 아빠와 엄마는 이제 막 태어난 따끈한 가족이었다.
모든 게 새롭고, 이제 막 시작되었다.
‘이전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후미는 ‘지금 엄마’와 살게 된 지 한 달이 되었다. 아빠의 재혼으로 언니 마키도 생겼고 다정한 엄마도 생겼다. 후미는 더 이상 혼자 밥을 먹지 않게 되었지만 가끔 예전 외로웠던 때를 떠올린다.
기쁨은 슬픔을 지우기만 하는 게 아니다. 두 배로 만들기도 한다. 이전 엄마가 돌아가시고 2년 하고도 조금 더, 언제나 혼자 집을 지키던 시절보다도 가족이 늘어 왁자지껄해진 지금이 오히려 이전 엄마를 더 생각하게 되었다. 이와 비슷한 건지도 모르겠다.
우연히 동네 공터에서 만난 고양이 덕분에 자연스럽게 ‘언니’를 부를 수 있게 되자 후미는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고양이는 예전 집에서 같이 살던 고에몽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후미는 이전 엄마가 힘들어하는 자신을 위해 하늘나라에서 보내 준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고에몽 2세’라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새집에서의 생활이 조금은 나아질 거라 기대를 해 본다.
사춘기를 앞두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마키, 철부지 같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엄마를 잃은 상처가 있는 후미, 마키의 친아빠를 의식하며 힘들어하는 아빠, 그런 남편과 두 딸을 보듬는 엄마. 이들의 고민과 갈등은 여느 가족의 모습과 다르지 않기에 부모와 아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다. 고에몽 2세까지 함께 이제 막 가족이 된 자매와 부모의 이야기는 현실감을 불러일으킨다. 『포니테일』은 부모님의 재혼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가족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속에서 따뜻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았다.
괴롭거나 외로울 때도 있지만 이렇게 너희는
조금씩 가족이 되어 가고, 조금씩 친구가 되어 가겠지….
전학으로 친구가 없을까 봐 걱정했던 후미는 고에몽 2세 덕분에 츠루짱과 친해진다. 모든 것이 낯설었던 후미는 츠루짱과 새로운 추억을 만들며 어린아이 특유의 천진함을 되찾는다. 하지만 지금 엄마는 가끔씩 이전 엄마를 떠올리는 후미를 보면서 마음 아파한다. 하지만 후미에게 이전 엄마의 자리도 소중하기에 지금 엄마는 후미에게 더욱 크게 웃어 주고 밝은 기운을 주려 한다. 마키 친아빠에 대한 열등감으로 조급해 했던 후미의 아빠도 마키가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주기로 한다.
끝까지 딸을 키워 주지 못했던 ‘이전 엄마’는 고에몽 2세를 통해 딸과 남편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말들을 전한다.
‘만약 네가 살면서 힘들고, 절망스럽고, 소중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일이 있으면, 내가 쓴 글을 기억해 주기 바라. 가족이 시작되던 날들을, 작은 몸과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 내던 그 시절의 너를, 부디 잊지 않기를 바라. 내가 너를 위해 쓴 글은, 모두, 화해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이 작품에는 지금 가족의 이야기뿐 아니라 점차 새로운 가족이 되어 가는 딸과 남편을 바라보며, 조금은 가슴 아프지만 많이 행복해하는 ‘이전 엄마의 마음’도 담겨 있다. 후미의 지금 엄마와 남편, 그리고 후미와 마키의 행복이 오래도록 계속되길 바라는 이전 엄마의 마음이 무척 담담해서 오히려 가슴 한구석이 저릿하게 느껴진다.
마키와 후미의 포니테일에 똑같이 피어오른 꽃처럼,
이야기 속 계절은 봄이었다.
후미는 머리를 기르며 언니처럼 포니테일을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츠루짱에게 ‘언니하고 하나도 안 닮았는데, 완전히 남 같아.’라는 말을 들은 뒤로 후미는 더욱 언니의 포니테일을 하고 싶어 한다. 삐친 머리 때문에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후미는 머리가 얼른 자라서 나란히 찰랑이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졸업 전까지 한 번이라도 좋으니 둘이 나란히 포니테일을 찰랑이며 걸어 보고 싶었다.
가족이나, 친구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은 후미의 꿈이었다.’
넷이 된 뒤, 처음으로 다 같이 둘러앉아 전골을 먹으면서 아빠는 마키에게 실수를 하고, 마키 또한 아빠에게 상처를 주면서 가족이 된다는 것은 쉽지 않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조금씩 부딪히면서 서로의 모습을 알아 가고 이해한다. 마키가 후미의 포니테일을 보고 내민 벚꽃 머리끈은 가족의 새로운 시간이 시작되었음을 느끼게 한다. 시게마츠 기요시 특유의 섬세한 묘사와 문체는 사춘기 두 자매의 감성을 풍부하게 전달해 준다. 가족 저마다의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잘 담아 몰입하여 읽을 수 있는 가족 성장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