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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키 서른 쎄븐

러키 서른 쎄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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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9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362g | 128*188*20mm
ISBN13 9791160401936
ISBN10 116040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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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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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딸보다 내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 이혼했는지도 몰라. 후회는 안 해. 이혼 안 했으면 매일 싸우는 부모, 미쳐가는 엄마 모습이나 보여줬을 테니까. 명랑한 내 딸이 나중에 아빠 없는 슬픔을 느끼게 된다면, 그건 언니 같은 사람들 때문일 거야. ‘너 슬프지? 슬프지 않니? 분명히 슬플 거야’ 그렇게 강요하고 있잖아. 무엇이 결핍되었나 구경하고 싶어하잖아. 내 딸이 전남편과 맺는 관계가 어떨지 나도 몰라. 그저 둘만의 답을 찾길 바랄 뿐이고 그건 이혼하지 않았어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그러니 제발, 이혼이 세계의 종말이라도 되는 듯이 말하지 마. 누군가에겐 새로운 세계의 시작이거든.”
---「아빠 없는 하늘 아래?」중에서

육아는 부부 두 사람의 몫. 이 지당한 문장은 왜 아직도 당연하지 않을까. 만화를 읽던 초등학생이 네 살 아이의 엄마가 될 때까지, 뽀얀 종이의 만화가 변색되어 페이지를 뱉어낼 때까지도 현실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반쪽이처럼」중에서

장기연애를 가능하게 만든 능력의 본질은 사실 능력이 아니었다. 치명적인 결핍이었다. 기대고, 숨고, 머무르고 싶은 마음에서 전개된 연애는 사랑이라기보다 습관에 가까웠다. ‘사랑의 도피’ 아닌 ‘나로부터의 도피’. 인생을 홀로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이 없었다면 나는 고질적 장기연애병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연쇄연애범」중에서

오늘도 딸은 사탕, 과자 없는 삶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는 듯 행동했다. 개선장군마냥 식탁 의자에 우뚝 서서 시시한 반찬들을 내려다보는 딸. 디저트 타령하는 아이에게 화가 나 익숙한 잔소리를 쏟아내고 싶었지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없기에 대신 이렇게 외쳤다.
“네가 이렇게 밥을 안 먹으면, 쌀들이, 응? 쌀들이 너를 어떻게 생각하겠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겠어?」중에서

나는 패셔너블한 사람을 좋아한다. 자타 공인 속물이라 인간의 외모를 중시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조목조목 뜯어본다. 어떤 이가 가진 미적 감각이나 소비 취향을 가늠하고 이런저런 상상을 하는 일이 즐겁다. 레어어링, 보색 대비, 질감, 트렌드, 자신의 몸을 잘 이해하고 표현한 사람에겐 꼭 칭찬을 해주고 싶다. 치밀한 스타일링에 감동한다. 하지만 패션잡지에 나올 법한 사람에게만 끌리는 것은 아니다. 옷차림이 상징하는 바, 꼭꼭 숨겨진 작은 서사들에 열광한다.
---「얼치기 패션에디터」중에서

“타고난 노안은 세월이 흐르면 동안이 됩니다.”
평생 나이보다 늙어 보였던 내게 꿈과 희망을 안겨줬던 전설은, 완전 거짓말이었다. 이목구비까지 없앨 작정을 한 셀카 앱으로 사진을 찍었음에도 나의 노화는 감출 수 없었다.
‘느껴져. 지금도 늙고 있어. 무덤으로 오 센티미터 전진했어.’
---「젊고 싶어서, 늙기 싫어서」중에서

솔직히 나는 자살하고 싶어하는 사람을 도울 방법을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빠져나온 방법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나는 경험했으니 알고 있다’는 오만함, 공감력에 대한 과대평가를 경계하며 할 수 있는 첫 번째 일은… 바로 입을 닥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저 듣는 것이다. 세 번째가 농담이다.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는 ‘안 웃긴 농담’.
나는 실컷 말을 토한 이의 등을 두드려주며 나의 죽음이 어떻게 실패로 돌아갔는가, 비장한 결심이 얼마나 웃겼는가 침을 튀겨가며 고백하고 싶다. 죽고 싶은 사람에게 솔직하기라도 해야 하지 않은가.
---「안 웃긴 농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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