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대로 월급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라져야 해. 나는 우리 모두가 제대로 보수를 받고 은퇴를 하는, 보다 더 정의로운 사회에서 살 수 있을 때까지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그대로 범죄의 길을 계속 걸어갈 거야.」 --- p.197
너무나 놀란 나머지 안나그레타는 아무 생각 없이 레몬 비스킷 하나를 입에 넣다가 그만 목에 걸리고 말았다. 그녀는 깨달았다. 메르타와 자신을 포함한 노인 강도단은 지금까지 아마추어들이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순진한 어린애들에 지나지 않았다. 은행을 턴 돈은 저런 초호화 요트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의 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비교 대상 자체가 아니었다. 야릇한 흥분에 사로잡힌 안나그레타는 다른 요트들과 크루저들을 계속 검색하면서 점점 더 입을 크게 벌릴 수밖에 없었다. 어떤 배들은 7억 크로나가 넘었으며, 그 이상 나가는 배들도 한두 척이 아니었다! 7억 크로나라면 1천만 크로나짜리 은행털이를 70번 해야 한다……. --- p.202
그때 천재에게 문득 자신이 보잘것없는 노인네가 아니라는 느낌이 찾아왔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 보는 감정이었다. 천재는 사랑을 정의하고 싶어졌다. 〈사랑에는 완성이란 것이 없는 법, 정성을 들여 가꾸어야 하는 것이 사랑.〉 만일 메르타가 자신과 천재 사이의 모든 것이 다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녀는 큰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은 마치 근육 같아서 관리하지 않으면 풀어지고 만다. --- p.287
두 러시아 사내는 그동안 자신들이 했던 거래와 투자들을 열거하며 자랑을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메르타는 두 사람을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그러면 또 두 사람은 안 해도 될 이야기까지 하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야기의 요점은, 수십억 달러를 굴리면서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참 동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메르타는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점에 이르고 말았다.
「아니, 그렇게 세금을 안 내면 없어서는 안 될 병원, 도로, 학교 같은 것들은 어떻게 짓고 운영을 하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들 세금을 내면서 살잖아요?」
올레크와 보리스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어차피 우리는 수업료를 내고 아이들을 사립 학교에 보내요. 그리고 개인 승용차를 가지고 있고, 운전기사를 고용해서 월급을 주죠.」
「하지만 그럴 돈이 없는 사람들은 수업료나 교통비를 어떻게 마련하죠?」
「그거야,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겠죠.」
메르타의 직설적인 질문에 두 사람은 적이 당황한 눈치였고 불편해했다. --- p.500~501
메르타와 노인 친구들은 그동안 여러 번 불법적인 일들을 저질렀다. 물론 여러 번 저질렀기 때문에 익숙해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언제나 선을 지켰다. 그 결과 끔찍한 양로원을 탈출한 지 얼마 안 되어 그들이 원하는 양로원을 짓기에 이르렀다. 모두가 쾌적한 침실을 제공받으며 하고 싶은 어떤 활동도 할 수 있는 꿈의 공간을 만들 기회를 잡은 것이다. 인력은 충분히 채용할 예정이며, 일한 만큼 정확하게 보수를 줄 것이다. 근무 시간도 적절하게 조절될 것이다. 모든 노인은 정중하게 대접을 받을 것이며, 좋은 음식을 먹을 권리를 가질 것이고, 원하면 언제든지 외출도 가능하다. 간단히 말해 평온하고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노인 강도단이 정말로 원했던 삶도 바로 이런 것이었다. 돈을 쫓아다니고 경찰은 피해 다녀야 했던 지난 시간들은 결코 편안한 삶이 아니었다.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멈추어야 할 때 멈출 줄 알아야 한다. 노인 강도단의 경우에도 누구 한 사람 철창신세를 지기 전에 모든 일을 끝내야 할 것이다. 사실 노인 강도단이 간절히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면, 다름 아니라 그들이 저질렀지만 미제 사건으로 남은 사건들이 계속 미제 사건으로 남아, 그들 중 누구도 감옥에 들어가는 일이 생기지 않는 것이었다.
--- p.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