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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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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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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0월 0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546g | 128*188*27mm
ISBN13 9791162207567
ISBN10 1162207566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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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어지럽도록 빠르게 바뀌는 순간이 있다. 미츠로 씨가 나를 업어준 지 일 년이 채 지나지 않아서 우리는 혼인신고를 했다. 처음 만났을 무렵에는 ‘큐피의 아빠’라는 간접적인 관계였던 것이, ‘모리카게 씨’라는 고유명사가 되고, 어느새 ‘미츠로 씨’가 됐다. 미츠로 씨, 하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릴 때마다 내 가슴에는 달콤한 꿀이 터지는 것 같아서, 그 사람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 이름인가 하고 새삼 감탄한다. --- p.11

사랑이라는 말, 어디서 배웠을까. 옆에는 종이접기로 만든 카네이션이 붙어 있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나를 ‘엄마’라는 장르에 넣어주는 것이 기뻤다. 아하, 어제가 어머니날이었구나. 너무 기뻐서 큐피에게 받은 카드를 자랑이라도 하듯 불단 옆에 장식해놓았다. 이제 이것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 아주 약간의 반찬만으로도 밥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듯이, 이 카드만 있으면 아무리 괴로운 일이 있어도 이겨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다. 이 카드는 내 인생 최강의 반찬이라고. 문득 보니, 바바라 부인 집의 수국에 벌써 색이 들고 있었다. 멍하니 있을 틈이 없다. 눈을 부릅뜨고 있지 않으면, 인생의 셔터 찬스를 놓칠지도 모른다. --- p.72~73

나란히 걷고 있으니 바바라 부인이 가르쳐준 반짝반짝 주문이 떠올랐다. 섣달그믐 밤, 제야의 종을 들으러 가던 도중에 가르쳐주었다. 눈을 감고 반짝반짝, 반짝반짝, 하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면 마음속 어둠에 별이 떠서 밝아진다고. 그 후로 나도 그 주문을 외우게 됐다. 언젠가 큐피에게도 가르쳐주었다. 내가 큐피에게 전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아낌없이 전수하고 싶다. --- p.121

“포포, 그렇게 어두운 얼굴 하지 마. 반짝반짝.” 얼굴을 들자 바바라 부인이 웃고 있다. “그러게요, 반짝반짝.” 미츠로 씨의 전부인이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 바바라 부인에게만 얘기했다. 그래서 한층 바바라 부인이 말하는 반짝반짝이 가슴에 와닿았다. 그렇다. 내게는 반짝반짝 주문이 있다. 일단 집으로 돌아온 뒤 머플러를 두르고 두부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벌써 별이 떴다. 츠바키 문구점의 얼굴인 동백꽃에도 조금씩 봉오리가 열렸다. 그렇게 요란하더니, 어느새 금계목 향이 나지 않게 됐다. 그 대신 어딘가에서 낙엽이라도 태우는 걸까. 차가운 공기층에서 희미하게 연기 냄새가 떠돌았다. “돌아갈까.” 큐피의 손을 잡았다. 따듯하고 보들보들한 큐피의 손바닥은 몇 번을 잡아도 나를 행복한 기분이 들게 한다. 동거까지 앞으로 일주일이다. 이렇게 토요일 저녁에 미츠로 씨 집을 향해 걸어가는 일도 이제 없겠구나 생각하니, 좀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주말부부는 나름대로 즐거웠다. --- p.197~198

“엄마잖아. 엄마하고 사이좋게 지내야지.” 큐피가 말했다. “맞아. 어떤 사람이든 어머니는 어머니야. 하토코는 지금 행복하잖아? 그 행복은 태어나지 않았으면 느끼지 못하는 거잖아. 낳아준 사람은 어머니야. 만약 하토코가 행복하다면 어머니한테 감사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벌 받아. 억지로 좋아할 필요는 없으니까.” 미츠로 씨 말에 무릎을 쳤다. “그렇구나, 애써 좋아할 필요는 없지만 감사는 할 수 있네.” 줄곧 가슴에 막혀 있던 무언가가 쑥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한낮의, 눈에 보이지 않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 속에는 선대도, 그리고 미유키 씨도 있다. 반짝반짝, 반짝반짝.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아름다운 빛에 싸여 있다. 그러니까 괜찮다. 내게는 반짝반짝이 있다.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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