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편의 시를 읽으며 걷는 나무의 숲―정지용에서 신경림을 거쳐 문태준까지 어느 시인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고 했다. 이 문장에 빗대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나무가 있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 그만큼 사람이 사는 마을과 사람이 다니는 산야에는 나무가 많다. 나무야말로 개와 고양이처럼 사람이 멀리할 수 없는 아주 가까운 존재다. 나무를 사랑하는 김용택 시인은 “내가 시인이고 싶을 때 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내 시가 나무를 닮아가기를 희망했다. 세상에 지친 내가 나무에 기대 쉬며 힘을 얻어 세상으로 나가듯이 사람들이 내 시로 세상살이에 지친 마음을 위로받기를 나는 희망했다”고 썼다. 이번에 <마음산책>에서는 이런 나무처럼 아름다운 시 일흔 편이 숲으로 들어서 있는 책 한 권을 출간했다. 나무칼럼니스트 고규홍이 나무 여행을 떠나는 길에 자양분으로 삼은 시들에 나무칼럼니스트만의 독자적인 나무 해설을 어우른 책, 『나무가 말하였네』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나라 서정시의 계보에 있는 정지용·윤동주에서 김춘수·신경림을 거친 다음, 나희덕·문태준까지 더듬어 나무를 곁에 두고 사랑한 우리 시인들의 절창 일흔 편을 찾아간다.
나무칼럼니스트, 시에서 처음 나무를 찾다 이 땅의 큰 나무를 안마당의 나무처럼 환히 꿰고 있는 나무칼럼니스트 고규홍. 저자가 십 년간의 답사 여행 중에 찾은 나무들 가운데 ‘삼백오십 살 먹은 경기 화성 전곡리 물푸레나무’는 자신이 직접 천연기념물 지정을 신청하여 2006년에 천연기념물 제470호가 되게 하였다. 이어 저자가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사백오십 살이 넘은 경남 의령 백곡리 감나무’도 최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이외에도 사람들에게 새롭게 알린 노거수老巨樹는 꽤 된다. 이처럼 나무 전문가다 보니 저자는 식물학에 전념해 나무 지식을 쌓았을 듯 보이는데, 저자의 삶의 이력이 말해주듯 실은 그렇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