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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로 사는 게 더 행복했을까

길고양이로 사는 게 더 행복했을까

: 하루하루가 더 소중한 시한부 고양이 집사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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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에세이 top20 5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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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0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82g | 140*210*20mm
ISBN13 9788959895540
ISBN10 8959895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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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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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반려동물 문제는 결혼 전에 미리 결정해야 하는 수많은 문제들─경제권은 어떻게 할 것인가, 명절에는 시댁과 친정을 어떻게 오갈 것인가, 집안일은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 과 마찬가지로 아주 명료하게 서로의 생각을 정리했어야 하는 부분이었다. 반려동물이 있는 삶과 없는 삶은, TV나 커피포트가 있는 삶과 없는 삶의 차이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우리의 삶의 모양과 색깔 자체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과 삶을 나누게 되었다」중에서

인터넷에서 꼬물꼬물 움직이는 귀여운 동영상을 보며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 역시 애묘인으로서 일단 말리고 싶다. 고양이를 키울 때의 어려움과 단점에 대해 한나절쯤 구구절절 늘어놓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들이 첫 번째 고양이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지가 궁금해진다. 반려동물이 있는 삶은 틀림없이 우리의 삶을 조금쯤 바꿔놓으니까. 게다가, 고양이를 키워서 좋은 점은 어차피 키우다 보면 알게 된다.
---「누구에게나 첫 번째 고양이는 있다」중에서

아마 반려동물과의 이별에 대해서 우리 사이에는 경험하지 않으면 결코 좁힐 수 없는, 너무 긴 거리가 놓여 있는지도 몰랐다. 제이와 아리도 언젠가는 우리보다 먼저 수명이 다할 것이다. 그에게 반려동물이 있는 삶이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을 뿐이니, 몇 년이나 몇십 년 후에는 그도 그때의 내 심정을 반투명하게나마 알 수 있을까. 아마 그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아직 어린 반려동물과의 삶을 시작할 때 이별에 대해서는 지레 짐작해볼 필요가 없다고 여길 것이다. 벌써 이별을 생각하기에는 아직 우리의 고양이들과 보낼 시간이 충분하니까. 아무런 예고도 없이 덜컥 제이가 아프기 시작한 그날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그렇게 굳게 믿고 있었다.
---「이별에 대한 각기 다른 고찰」중에서

수술을 한다면 아무래도 아주 힘든 수술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중요한 혈관이 많이 지나가는 너무나 위태로운 위치이고, 수술 중에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짜내어 네, 네,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제 내가 믿을 수 있는 건 병원도 아니고, 제이의 기적 같은 회복력도 아니었다. 제이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블로그에 간략하게 썼는데, 그리 왕래하지 않던 이웃이 남겨준 ‘가망 없는 위험한 병으로 진단받고도 몇 년 뒤에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더라’는 댓글이 우습게도 가장 희망적이게 들렸다.
---「길고양이로 사는 게 더 행복했을까」중에서

고양이에게 세상은 너무 시끄럽다. 어쩌면 남편 말대로, 내가 고양이를 너무 과잉보호하는 탓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힘들다고, 무겁다고 징징거리는 건 세상 최고로 잘 할 수 있는 나지만 제이와 단둘이 세상에 나갈 때만큼은 나도 보호받는 대상이 아니라 보호하는 사람, 강하고 튼튼한 엄마가 된다.
---「고양이에게 세상은 너무 소란하다」중에서

누군가 ‘제이는 많이 좋아졌어?’라고 물어보면 좋아졌다고도 나빠졌다고도 대답할 수 없지만, 많은 이야기를 삼키고 그저 ‘우린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준비 못한 이별과 오랫동안 준비한 예고된 이별 사이의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그건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는 함께하는 반짝이는 시간과 이별을 준비하는 단단한 시간을 연장하고 있는 중이다. 그것만으로도 나에게 이 항암 치료는 의미가 있었다.
---「언젠가 헤어질 고양이를 치료하는 이유」중에서

제이를 데리러 병원으로 달려가자 하루 만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손만 대도 털이 폴폴 빠졌다. 가엾은 제이. 평소 차 뒷자리에 느긋하게 누워 있던 회장님 포스는 온데간데없이, 뒷자리 구석에 엎드린 채 개구 호흡까지 하는 것이었다. 워낙 병원을 자주 드나들고 차를 자주 타서 최근엔 굉장히 여유 있게 오갔었는데……. 익숙해졌다고 생각해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 그리 간단할 리 있느냐며 운명 같은 것이 묵직하게 나를 덮치는 듯했다. 당연했다. 이 작은 고양이에게 병원을 오가고 바늘을 꽂는 일이 스트레스가 아닐 리 없었다. 왜 그걸 충분히 알아주지 못했을까.
---「집사, 난관에 봉착하다」중에서

제이는 밥 먹을 시간이 되면 냥냥 소리를 내며 달려왔고, 화장실에서 나오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고, 내가 침대에서 돌아누우면 자기도 내 얼굴 쪽으로 옮겨 가며 누웠다. 그런 의미에서 제이의 항암 치료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안고 끝난 셈이었다. 그것은 어쨌든 아직 제이가 떠날 때가 되지 않았다는 뜻일 것이다. 평소처럼 아리에게 다가가 이기지도 못하면서 먼저 퍽 하고 주먹을 날리거나, 아침에 일어나면 내 얼굴에 털을 다 묻히며 어깨를 베고 자고 있거나, 화장실을 치워달라고 냥냥거리며 따라다니는 평범한 일상을 조금 더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매 순간 감사하고 소중했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는 발뒤꿈치를 무는 못된 습관이 있는 고양이지만, 제이에게 나는 평생 약한 엄마일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평범한 나날이 가장 소중하다」중에서

많은 이들이 평소에는 잊고 지내지만, 이별의 순간은 이토록 어디에나 가까이에 있다. 그때마다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이 당연하지는 않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반려동물의 시간이 너무나 빠르고 그 삶이 참으로 여려서 곁에 있는 모든 순간은 귀하고 소중하다. 나 역시 이별에 아주 가까이 다가가봤기 때문에, 우리에게 아직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매 순간 감사하게 된다.
---「우리는 언젠가 반드시 헤어져야 한다」중에서

동물의 일평생을, 그중 귀엽고 사랑스러운 시기를 지나 병들고 귀찮아지는 시기까지를 통틀어 함께하는 것에 대하여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각자의 선택을 한다. 어리고 귀여운 동물은 대개 사랑받지만 결국은 사람의 선택에 의해 그 삶의 마무리가 결정된다. 우리는 이 작고 약한 생명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그 답은 다시 우리의 삶에 있다고 나는 여긴다. 우리는 동물들의 시간과 삶을 통하여 천천히 늙음과 죽음에 대해서 배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질병과 늙음, 그건 언젠가 우리에게도 일어날 일이다.
---「아픈 동물과 살아간다는 것」중에서

한 생명과 살아간다는 것은 세상을 홀로 살아가는 것보다 마음 졸여야 할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짐스럽고, 고민되고, 때로는 좀 더 강해져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지금 서로와 함께하고 있다. 힘들거나 괴로운 순간을 그 작은 고양이 홀로 겪어내도록 내버려두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까 지금이 가장 소중하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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