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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나는 당신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 양장 ] 애지시선-078이동
함순례 | 애지 | 2018년 09월 2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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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9월 29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24쪽 | 232g | 128*188*20mm
ISBN13 9788992219778
ISBN10 8992219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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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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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까치」

잘 익은 무화과를 다오
그물망을 치워 다오

너의 창문에 돌멩이 던지면서
까옥거리면서
맴도는
검은 그림자
나는 배회하는 골목이다

없는 구름을 끌어당겨 빨아 먹는
먼 곳, 멀어서 사무치는 문장으로
네 붉은 배꼽 아래 엎드려
너를 파먹겠다 어둠의 정신으로

한사코
너에게 가야겠다
나는 네 눈을 열어야겠다

「걸인의 식사」

계단참에 하염없이
앉아 있는 저 사내
햇살 따가운 한낮 겹겹 옷을 껴입고 왜 맨발일까
커다랗고 거칠고 퉁퉁 부어오른 코끼리 발등
시끄러운 소음과 매연 그리고
표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저 사내
빵집 앞에서 주유소 앞에서 늘
어느 모퉁이 길바닥에서
거구를 이끌고 느릿느릿
걸어가거나 우멍하게 앉아 있는
그를 만날 때마다
나는 코끼리 한 마리가 도심에 출몰했다고 생각했다
아프리카 원시림을 떠났거나 동물원 울타리 부수고 탈출했거나
슬며시 이 도시에 나타난
그가 뭘 먹는 걸 보지 못했다
말하는 걸 듣지 못했다
눕거나 조는 것도
보지 못했다

도시는 그의 몸집보다 거대했고
그는 이 도시의 완벽한 그림자였다
누구에게도 그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그를 포획하러 오지 않았다
점점 불어나는 그의 몸이 언젠가는
이 도시를 꽉 채우는 집이 될 것이다

「자정의 작용」

웃는 별이 있다
우는 별이 있다

오래 걸어온 자들은 안다
광장에 주저앉아 신발을 벗고 부르튼 발 주무르며
언제까지 걸어야 하나 혼잣말은 앞으로도
첫 마음으로 걸어야 한다는 것
거대한 파도에 밀려 헤진 옷
훌훌 벗어놓고 등을 말고 잠든
순간에도 심장은 뛰고 있어서
그것이 슬퍼 웃고
그것이 아파 울지 못하는
별들이 참 뜨겁고도 서늘하게 반짝인다
도시의 우듬지가 별들의 박동을 들으며 출렁이는 시간
도시의 파도는 거세고 무거우니
어두운 손 뻗어 입을 틀어막는 짐승들아
개 같은 날들을 치워라

우리는 슬프고 아픈 기미 찾아
온 마음으로 꿈을 꾼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내일이면 또 별들이 나와
생의 스크럼을 짤 것이다

「나는 하수다」

바람이 불어오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다가오는 것들을 물끄러미
마주하면서

나는 물이 되기로 했다
천 개의 얼굴을 가진 물

안개 자욱한 침실에서 시계추에 매달린 꽃이 시들어갈 때
부엌에서 화장실에서 먹고 싸고 버린 물이
근심도 없이 빠져나갈 때

쩍쩍 갈라진 갯바닥을 적시고
물고기와 춤추고
뻘에 발목을 묻고 죽어가는 버드나무의 얼굴
깊이 들여다볼 때가

물의 시간이다
강물을 따라 천천히 흘러가는 길
흘러가는지 흘러오는지 보이지 않지만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

찬양할 수 없는 누군가의 뒷면을 본 날은 차갑게 달아오르고
날마다 새로 태어나는 눈물로
적요한 강물은 심장이 뜨거워지고

쉼 없이 강가로 모여드는 거품들
말하자면, 오수의 그늘이 나의 힘이다

살아있음으로
나는 매일매일 격렬하다
기꺼이 하수다

「저녁강」

살이 그리워

네 말을 들은 듯 살구가 떨어졌다
살구나무가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을까
툭 떨어지는 향기

살고 싶어 싸웠는데 죽지 못해 갈라섰는데
문득 그런 때가 있다고
전화기 너머
가라앉는 목소리가 강물을 적신다
너의 강가에 앉은 나도 억새 물결이다

지금 여기에 없는 당신이
뚜벅뚜벅 눈부시게 되살아오는 것
사랑과 증오를 넘어선 몸이 몸을 부르는
적막이

시큼했다
저녁 강물에 살내가 흘러다녔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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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순례 시인은 “사라지고 다가오는 것들을 물끄러미/ 마주하”(「나는 하수다」)기 위해 물이 되고자 한다. 그런 시인의 자세는 이 세상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모성이면서 이 세계를 바라보는 연민과 깊은 애정을 동반한다. 지금은 비어있는 듯, 어두워 보이는 그것들의 상처에 제 상처를 가만히 포개어 보면서 오래 아파할 줄 안다. 이를 위해 스스로 가장 낮은 곳이면서 가장 깊은 곳의 마음속으로 묵묵하고 정직하게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그것은 “뻘에 발목을 묻고 죽어가는 버드나무의 얼굴”을 “깊이 들여다볼 때”처럼 스스로 “오수”가 되고 “그늘”이 됨으로써 세상에 “손 잡아줄 만한 내력들”조차 없는 것들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그 허름한 내력의 빈 곳이 왜 이 세계의 가장 아름다운 충만이 될 수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동시에 스스로 “살아있음으로 매일매일 격렬”한 시인의 생에 대한 존재적 성찰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그것은 궁극적으로 이 포악한 삶에 맞서는 힘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시인이 바라보는 삶의 시선은 다양하다. 까막까치로부터 사할린과 몽골 초원을 지나고 쿠바의 어느 골목을 걸으며 만나는 수많은 인간과 사물 속에서 그녀가 주목하는 것은 그런 낮은 자세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녀가 거기서 바라보는 것들에 대한 다정은 스스로 그러하다는 ‘자연’처럼 따뜻하고 그윽하다. 또한 이 따뜻함은 그것 자체로 단순함을 넘어서 역동성을 가진다는 데에서 그녀의 시가 갖는 차별성이 드러난다. 시인의 시편들은 그렇게 낮고 익숙한 곳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이 비로소 이 삶을, 이 세계의 바탕이고 가장 아름다운 무늬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내일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세계”(「무늬들」)속에서 시인은 이 순정한 언어를 가지고 진정성 있는 뚝심으로 밀어가고 있다. 이 애틋한 시인의 시선을, 그 언어들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이승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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