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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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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86쪽 | 202g | 120*188*20mm
ISBN13 9791195869350
ISBN10 1195869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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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3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우리는 암묵적으로 사진 찍기를 계속했다. 섹스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이 물질적인 표상을 보존해야만 했다. 어떤 것들은 관계 직후에 찍었고, 또 어떤 것들은 다음 날 아침에 찍기도 했다. 그 마지막 순간은 가장 감격스러웠다. 우리의 몸에서 벗겨져 나간 것들은 그들이 쓰러진 장소에서 추락한 자세 그대로 밤을 보냈다. 그것은 이미 멀어진 축제의 허물이었고, 낮에 그것들을 다시 본다는 것은 시간을 체감하는 일이었다. --- p.10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사랑 후에 어질러진 풍경의 상(像)을 항상 보존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왜 조금 더 일찍 사진을 찍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왜 어떤 남자에게도 그것을 제안해 본 적이 없었을까. 어쩌면 거기에 막연한 수치심 혹은 합당치 못한 무언가가 있다고 여겼던 것일까. 어떤 의미에서 보면 M의 성기를 찍는 것이 내게는 덜 음란한 ―혹은 지금으로서는 더 수긍할 수 있는― 일이었던 것 같다. 아마도 나는 그 일을 오직 그 남자와 내 인생의 그 시기에만 할 수 있었으리라. --- p.25

나는 우리가 그보다 더 나은 것을 함께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쓰기, 그것은 하나가 되었다가 또다시 분리되는 행위다. 가끔 두렵기도 하다. 글이라는 자신의 공간을 내놓는 일은 자신의 성기를 내놓는 것보다 더 폭력적이다. --- p.49

나는 삶이 글의 ‘소재’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글을 위한 ‘미지의 기획’을 원한다.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라는 이 생각은 형식조차도 실제 내 삶에 의해 부여된 텍스트를 의미한다. --- p.61

내가 만났던 모든 남자들은 매번 다른 깨달음을 위한 수단이었던 것 같다. 내가 남자 없이 지내기 힘든 것은 단지 성적인 필요성보다는 지식을 향한 욕망에 있다. 무엇을 알기 위해서인가. 그것은 말할 수 없다. 나는 아직, 어떤 깨달음을 위해 M을 만난 것인지 알지 못한다. --- p.71

프랑스 여성들의 11%가 유방암에 걸렸고, 유방암을 앓고 있다. 3백만 여성이 넘는다. 꿰매고, 스캔하고, 붉은색, 파란색 그림으로 표시하고, 방사선을 쬐고, 재건한 삼백만의 가슴이 셔츠와 티셔츠 안에 감춰져 있다. 보이지 않는다. 정말이지 언젠가는 과감히 보여 줘야 할 것이다. (내가 내 가슴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이 드러냄의 의지에 동참하는 것이다.) --- p.93

이 바지에는 육체가 없다. 방이나 의자, 벽, 주방, 빈껍데기와 비슷하다. 외부의 시선으로 봤을 때 그것은 그저 흔적에 불과하다. 그때 우리는 바로, 거기에 나타나 있지 않은 것들을 보게 된다. 이전에 일어났던 일과 도중의 일, 그리고 그 직후를. --- p.105

죽음의 가능성에 모든 것이 달린 순간을 우리는 그리워할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이 퀴리 연구소 병원에서 보낸 행복한 나날들을 기록한 이 사진들이 내게 말해 주는 것이다. --- p.129

10월 7일, 그는 확고하게 말했다.
“나는 단연코 당신만큼 페미니스트인 여자를 본 적이 없어.”
나는 그에게 설명을 요구하지 않았다. 순간, 우리가 서로 낯선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상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닌 것이 무엇인지,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하는 여성들이 어떻게 남성들을 대하는지 알지 못한다. --- p.135

나는 그저 단순히 사진에서 그리고 현재의 구체적인 흔적에서 내가 이중으로 매료되었던 것들을 탐색하여 하나의 텍스트 안에 모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 어느 때보다 나를 매료시키는 것은 바로 시간이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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