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우리가 어떤 인간인지를 모른다면 지금 우리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다. 늙은 남자, 늙은 여자, 이들 속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자. 그러면 단번에 우리는 만년의 불행을 더 이상 무관심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 시몬 드 보부아르, 『노년』 중에서 - 첫 문장
젊은 세대는 노인들이 왜 성량 조절을 못하는지, 왜 늘 소리 지르듯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75세 이상 노인의 절반이 청력 장애를 겪고 있다. 인간의 인식 기능 중 가장 빠르게 노화가 진행된다는 청력. 그래서 의도치 않게 관계가 상실되고 새로운 관계를 맺기도 어려워 고립감이 강해지는 초고령자들. -19쪽_ 「왜 말려도 일을 놓지 않을까」
인간은 독립적 삶에 대한 욕구를 가진다. 이는 김기룡 씨처럼 100세가 되어도 마찬가지다. 자기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곳에서 마지막까지 독립적인 삶을 살고 싶은 욕구. 고령자들이 의존적이고 도움받기를 당연하게 생각할 것 같지만, 100세가 되어도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살아갈 수 있길 바라는 이들이 더 많다. -28쪽_ 「나이 듦에 따라 일어나는 변화들」
“마음속에 병이 생겨요. 말을 못하고 참으니까. 통 울지도 못하고. 아들이 죽어서…… 그런데 마음대로 못하고. 속에 골병이 들어버려서 가끔 숨을 못 쉬고 ‘헉헉’ 그래요.”
- 최임남 (가명, 88세) -51쪽_ 「가능한 모든 감정이 그들 안에 산다」
이순연 (가명, 62세) 씨는 60대에 들어선 후 줄곧 혼란스럽다. 장년, 노년, 연장자, 시니어, 어르신, 노인, 실버, 어머님, 할머니……. 모두 순연 씨가 듣는 호칭들이다. 그중 어떤 것도 순연 씨가 느끼는 자기정체성과 편안하게 연결되지 않는다. 56쪽_ 「노인이 되기엔 아직 늙지 않은 사람들」
“100세 시대 전에도 그런 말들이 있었잖아요. 오래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거라는. 70대, 80대 라고 해서 살만큼 살았으니까 대충 살다 죽어도 되는 건 아니잖아요. 누구나 한 번 사는 건데.”
그래서 영준 씨는 요즘 늙음, 나이 듦, 노화, 노인 등에 관해 다시 생각해보고 있다. 모두 예외 없이 부정적이고 나쁜 이미지와 연결되는 게 새삼 당황스러웠다. 인식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68쪽_ 「100세 시대, 축복일까 재앙일까?」
우리가 어떤 모습일 거라고 고정해버린 ‘노인’은 사실 존재 하지 않는데도 특정 나이 이상의, 머리가 희끗한 사람들을 한부류로 묶어버리고, 가난하고 비생산적인 그들이 다수인 시대로 100세 시대를 짐작하는 식이다. 60세부터 100세까지를 단일 집단이라고 보는 시각도 흔하다. 은퇴 후 40년 동안 줄곧 내리막길, 가난, 결핍, 손상, 죽음과 순차적으로 연결될 거라는 인식은 우리에게 100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고 부추긴다. 그래서일까? 부정적인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할수록 노후 준비에 관한 공포 마케팅이 효과를 발휘한다. -70쪽_ 「막연하고 막막한 시대를 향해」
젊음과 생산성이라는 자본주의적 가치가 중시되는 사회에서 노인은 대개 무용한 존재로 인식된다.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노인들은 사회적 역할을 상실하면서 경제 의존적 존재가 되고 사회적 지위는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자연히 노인 대상 연금제도나 의료 서비스 등 사회비용 증가와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대두된다. 이런 상황은 노인에 대한 부정적 태도와 인식, 편견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121쪽_ 「노인 혐오하는 사회」
정숙 씨의 일상에는 무료한 순간도, 지겨운 시간도 없다. 매순간 무언가를 하기 때문에 시간은 천천히 제 몫을 하며 흐른 다. 매일 책 읽는 습관이 있는 정숙 씨는 추리소설 마니아기도 하다. 1년 동안 300권 이상 읽었고, 다 읽은 후엔 책들을 가나다순으로 정리해놓았다. 정숙 씨의 현재 시간은 인생을 마무리하는 데 쓰이지 않는다. 매일 새로운 경험들을 기다리고 만끽하고 도전하는 시간이다. -165쪽_ 「시간 감각을 완전히 바꾸는 경험들」
“젊어서는 직장 다니느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했다면 이제는 마음대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서 할 수 있잖아요. 그때 보다 눈도 어두워지고, 목도 구부정해지고, 허리도 안 좋은데 모니터를 계속 봐야 해서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있지만 너무 하고 싶은 걸 어쩌겠어요.” -노인 전문 채널의 카메라 기자 정학규(71세) 씨의 이야기
“어린이재단과 인연을 맺은 지 벌써 30년이 되었습니다. 배우의 길만 걷던 내게 진정한 어른이 되는 길을 알려준 소중한 인연이죠. 젊은 시절엔 목표를 향해 무조건 뛰었다면, 노년은 여유를 가지고 내게 있는 것을 나누며 베풀 수 있는 시간입니다.
사회의 생산적인 일을 담당하는 젊은 세대와 함께 살아가면서, 사회를 밝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나 교육, 미래를 향한 꿈 같은 걸 제시할 수 있는 노인이 되고 싶은 심정입니다.” -배우 최불암
“나이 든 후 나의 생활이 예술작품이 된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내가 주인공이 되는 소설이나 영화를 만든다고 상상해보는 거죠. 그러다 보면 어떻게 해야 내 삶이 더 아름답고 의미가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물론 작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아갈 삶 그 자체입니다.” -장회익 명예교수(서울대 물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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