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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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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376g | 133*200*30mm
ISBN13 9788954653480
ISBN10 8954653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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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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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으면 대상을 분별했던 모든 구획과 경계가 흩어지고 말하지 않으면 존재는 망각되기를 넘어 처음부터 없었던 듯 지워질 것이다. 존재하는 것은 없음뿐이다. 눈앞에 막 솟구치며 어둠 속에 섬광을 긋는 거대한 발톱 또한 부러지거나 사라질 것이다. 그 자리에 일시적이며 육체적인 안도감과 맞교환하여 남는 것은 가벼운 착란과, 방향을 잃어 맹목으로 핏발이 선 두 눈동자. 포획한다. 생각을 멈출 수 없다면 그것을 잡아 소유하라. 소유하지 못하면 부수라.
---「곰에 대해 생각하지 말 것」중에서

그러나 앞에서 뭔가 반짝이거나 흔들릴 때 원래 목적을 잊는 경우란 산만한 아이들에게 흔한 일이니 서영은 혀나 한번 차고 말자며 고개를 돌렸다. 잠깐이나마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타인을 애틋하게 여기는 넉넉한 마음과 우아한 포즈가 공중에 싱겁게 흩어졌다.
---「지속되는 호의」중에서

옷 주머니에는 언제라도 예기치 못한 자리에서 누군가에게 건네기 위해 명함이 넉넉히 든 지갑을 넣어두었다. 이쪽에서 먼저 주면 저쪽도 열 명 중 다섯 명은 자신의 명함을 맞교환한다. 그중 유명도와 중요도가 높거나 머지않은 때 크게 성장하거나 유용해지겠다는 촉이 오는 인물들은 명함을 받은 그날 즉시 명함첩에 깨끗이 정리되며, 대수롭지 않게 넣어둔 이름들은 지폐 사이에서 닳고 쌓이고 무거워져만 간다. 그런 식으로 버린 을의 이름들, 나라고 결코 없지 않다.
---「사연 없는 사람」중에서

나는 한 개 한 개의 송곳이 유난히 튀어나오기보다, 그걸 감싼 가죽이 튼튼하기 바랍니다. 한 개의 송곳이 뾰족 뚫고 나오지 않아도 되는 질기고 억센 가죽 주머니를 원해. 사람이 위대하지 않고서도, 사랑이 위험하지 않고서도 그 꼴이 유지되거나 이루어지는 자리를 바라요. 그 누구도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복면을 쓰거나 전신 타이츠를 입지 않더라도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곳을요.
---「웨이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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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어느 경우에도 추상이 아니라 구체를, 현상이 아니라 실질을 장악해 그려내는 솜씨는 그의 소설에 긴요한 시의적 의미를 새겨놓는다. (…) 그의 소설이 강력하게 환기하는 것은 공상적 상상력이 아니라 차라리 지금-여기에 이미 와 있는 위협과 공포다.
- 신샛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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