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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도시

모래도시

[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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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354g | 145*210*20mm
ISBN13 9788954653633
ISBN10 895465363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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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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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세계에 사는 사람들을 나는 이상하리만치 신뢰를 하는데 그것은 할머니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아주 조금 받아들이며 조금 받아들인 것을 일생을 통하여 씹고 되씹고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언제나 묘한 감동을 준다. 그들은 받아들인 아주 조그마한 것들을 마음속에서 삭이고 삭여 황홀한 것들을 만들어낸다. 할머니가 구운 케이크 위에 있던 것들, 일테면 버터와 밀가루를 섞어 불에 얼마만큼 올려두었다가 몽게몽게한 작은 덩이를 만들어 빵반죽에 올려놓고 구우면 황금색으로 향기를 내는 것들. 닫혔다는 것은 내부로의 집중과 몰입이라는 말에 다름아닐 것이다. --- p.29

아, 아, 나는 지독히도 살고 싶었던 것이다, 그 도시에서. 희망이 없다고 말하기에도 지쳐버린 그 도시에서, 나는 희망이 있다는 말을 진심으로 하며 살고 싶었다. 희망이 있다, 나에게, 그 도시에서 사는 나에게 희망이 있다…… 진심으로 말하며 나는 살고 싶었다. 내가 원한 새로운 문장…… 그것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문장이었다. --- p.72

그녀는 도대체 어디에서 저런 사무친 얼굴을 가지게 되었는가. 너의 시간, 내가 너에게서 너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나는 너를, 너의 지나온 시간을 해독할 수 있겠는가. --- p.142

“막 날씨가 좋아지기 시작하는 봄이어서 똑똑히 보았다는 거야. 거리는 폐허가 되어 기척이라고는 도둑고양이뿐인데 햇살이 그렇게 부시더라는 거야. 그렇게 부시고 부셔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오줌이 마려웠다지. 그는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누면서 오줌 줄기를 봤는데 오줌 줄기가 너무 가늘어 팍 눈물이 나오더래. 그는 바지를 반쯤 걷어올리고는 그 자리에 앉아 울었대. 폐허는 너무나 넓게 퍼져 있는데 자신의 오줌 줄기가 너무 가늘어서 말이야, 막막하더래.” --- p.146

안개 속에 환한 가로등이 서 있었다. 금방이라도 가로등 빛은 안개 속에서 빛을 다 떨구고 어디론가 갈 것처럼 무참하게 서 있었고 그 빛은 무참해서 아름다웠고 그래서 그는 금방 가버릴 것 같은 빛을 향하여 애소하며 가지 말라고 붙들고 싶었다. 가지 마라, 제발 빛들은 나를 버리고 가지 마라. --- p.172

……그날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 여름이었고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서는 기숙사 화단에서 자라는 페퍼민트가 가는 팔을 흔들며 제 향기를 보내주었고 아이들은 오랜만에 난 햇빛 아래에 벗고 누워 일광욕을 했고 사자 이빨이라고 게르만들이 이름 지어 부르는 민들레가 푸른 하늘에 날아다니고 있었고 ……기억이라니, 그 한철이 이렇게 많은 그림과 향기로 남다니. 그리고 그 한철이 또한 어딘가에 두고 온 낙원 같다니. --- p.183~184

난, 이 지상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들 거야. 많이는 아니고 아주 조금. 저녁식사를 따뜻하게 할 수 있을 만큼만. 그리고. 연필을 깎고, 천천히 천천히 배운 것을 소리내서 읽으면서 적을 거야. 따뜻한, 그 기에 의지해서. 따뜻한 거에는 빛이 나거든. 빛이 정말 나거든. 천천히 천천히, 읽고 쓰고 또 읽고 쓰고. --- p.232~233

내가 타고 있는 기차는 지금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가. 나는 그곳에서 아마도, 한참을 쓸쓸하게 걸어다니리라. 그녀는 없고 나는 혼자 남아 있으므로. 그녀와 나의 미래는 이런 것, 이런 것이었는가. 이런 미래라면, 난, 미래로 가는 것이 두렵다. 이 기차가 나를 데려다놓을 그곳에서 나는 내 최근의 꿈처럼, 그런 움직이는 그림이 되지는 않을까, 그리고,
--- p.23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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