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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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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512쪽 | 506g | 130*200*35mm
ISBN13 9788937439186
ISBN10 8937439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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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에 쌍둥이 자매가 살았어요. 한 명은 아주 예쁘고 한 명은 아주 못생겼지요…….” (…) 하지만 메리 루는 정말로 예뻤다. 가끔 거칠고 어쭙잖게 행동했지만 그럴 때조차도 예뻤다. 그 비단결 같은 긴 금발은 누구나 다 기억했다. 그날 이후로도,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그 애의 시신이 발견됐을 때 신원 확인이 가능했던 것도 백금빛 비단 같은 긴 머리카락 때문이었다.
---「흉가」중에서

그 애는 자기 얼굴형이 너무 둥그래서 마음에 안 든다며, 거울을 빤히 들여다보면서 달덩이 같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자기가 예쁘다는 건 뻔히 알고 있었을 터였다. 우리보다 나이 많은 남자애들이 그 애에게 휘파람을 불기도 하고, 버스 기사가 추파를 던지기도 하지 않던가? 그는 메리 루를 ‘블론디’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반면 나는 아예 부르지 않았다.
---「흉가」중에서

그녀가 평소처럼 투박한 외양을 과시하지 않고, 스타킹과 높은 하이힐을 신고 립스틱과 향수까지 바르고서 동반자 없이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온 것은, 흔한 표현을 빌리자면 처녀성을 잃기 위해서다. 아니면 차라리 애인을 만들러 나왔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고 덜 자기도취적인 표현일까……? 아니다. 로즈 말로 오덤은 애인을 원하지 않는다. 그녀는 남자 자체를 전혀 원하지 않는다. 단지 그녀가 원하는 의식을 수행하는 데에 남자가 반드시 필요할 뿐이다.
---「빙고의 왕」중에서

그녀가 드레스 앞섶을 잡아당기자 단추 하나가 뜯겨져 튀어 나온다. 웃기는 상황이지만 자세히 생각할 겨를이 없다. 뭔가 잘못되었다. 드레스가 벗겨지지 않는다. (…) 흐느껴 울면서 그녀는 어깨 끈을 깡마른 어깨 너머로 당겨 내리고 맨가슴을, 조그마한 젖가슴을 드러낸다. 로즈 말로 오덤이, 오래전 초등학교 여자 탈의실에서도 수치심에 달아올라 몸을 웅크리던, 몸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수치심에 휩싸이던 그녀가 (…)
---「빙고의 왕」중에서

유서 깊은 미국인 집안 혈통으로서 그는 요즘 유행하는 ‘정체성’의 불안 따위의 동요를 느끼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았고, 자신의 조상들이 누구인지도 알았으며, 그 주제에 별 흥미가 없었다. 그가 국내외를 넘나들며 수학한 것은 학자보다는 딜레탕트로서의 즐거움을 위해서였고 배운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픈 마음은 없었다. 남자에게 가장 중요한 공부는 결국 인생이니까.
---「하얀 고양이」중에서

“미란다……?” 교활하고 사악한 동물 같으니! 악마 같은 짐승! 그 고양이의 주둥이가 그의 입술에 닿았다고 생각하면…… 생쥐며 들쥐는 물론이고 숲속에서 온갖 역겨운 것들을 게걸스럽게 집어삼켰을 텐데! 뮤어 씨는 욕실로 들어가서 입을 헹궜다. 그러면서도 꿈은 꿈일 뿐이라고, 그가 본 고양이는 환상에 지나지 않으며 미란다는 이 방에 없다고 차분하게 자신을 타일렀다. (…) “어리석은 꿈이야. 유치한 꿈이고. 여자나 꿀 꿈이야.”
---「하얀 고양이」중에서

하지만 모델이 되는 것 자체는 힘들지 않았다.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데에서 오는 부끄러움만 극복하고 나면. 도덕적으로 문제될 것 없는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스타 씨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바로 여기, 공원에서, 환한 대낮에만 작업할 거야. 나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네!”
---「모델」중에서

“지금의 방식을 살짝 변경하는 거야. 장소는 여기 공원에서 그대로, 아니면 해변으로 내려가서 해도 좋고, 당연히 한낮에만 할 거고. 하지만 그 방식을…….” 스타 씨는 적절한 단어를 찾아 초조하게 말을 골랐다. “……실험적으로 하자는 거야.”
---「모델」중에서

나이트 박사는 간단한 수술이라고 다시금 강조했다. 진공흡인을 하는 것뿐이라고, 별로 안 아프고 피도 많이 안 난다고. 그러고는 오늘 밤 내내 수술 예약이 밀려 있는데 협조할 거냐 말 거냐 물으며, “나를 못 믿는 거예요? 응?”이라고 덧붙였다. 남성적인 짜증을 부리는 그의 태도에는 어딘가 짠할 만큼 부루퉁한, 심지어 상처받은 듯한 기색마저 있었다. 나를 못 믿는 거예요? 그러고 보면 그녀의 애인도 똑같은 질문을 했었다.
---「나를 못 믿는 거예요?」중에서

“로라와 통화했는데, 걔가 그러더라고요. 형이 다시 술을 마신다고요. 또 당신을 위협한다고요. 그래서…….”
“친절하시네요. 로라도 그렇고요. 저와 우리 애들에게 그렇게 마음을 써 주시다니. 팩스턴 집안 사람답지 않네요! 하긴, 당신과 로라는 진정한 팩스턴 사람은 아니죠. 두 분은…….”
---「예감」중에서

휘트니는 여러 해 전 팩스턴 가 잔디밭에서 열린 가족 모임에서 퀸이 갑자기 별 이유도 없이 아내의 이마를 찰싹 때리는 광경을 본 적이 있었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손님들 대부분은 보지 못했지만. 퀸은 분노로 얼굴이 벌개진 채, 목격자들에게 들으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벌이다! 빌어먹을 벌들! 불쌍한 엘렌을 쏘려고 했어!” 엘렌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자세를 바로잡고는 수치심에 겨워 부랴부랴 집 안으로 돌아가 버렸다. 퀸은 그녀를 따라가지 않았다. 아무도 그녀를 따라가지 않았다.
---「예감」중에서

“저는 우주의 구조를 논하는 심포지엄을 참관하고 있어요. 사실 제 남편이 참가자 중 한 명이라서요. (…) 우주의 비밀이 밝혀지는 자리라고요! 하늘에 대한 인류의 개념이 완전히 뒤엎어지는 거죠! 그러니 저를 좀 도와주실 수 있다면…….” 줄리아는 뒷걸음질을 치고 흑인 남자들은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유연하고 탄력 있는 발놀림이 마치 거대하고 나긋나긋한 검은 고양이들, 포식자들 같았다.
---「상변화」중에서

그렇긴 해도 줄리아는 그런 상황을 원치 않았다. 그런 폭력이 일어나는 건 확실히 그녀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그녀는 복수심을 품는 성격의 여자가 아니었다. 히스테릭한 여자가 아니었다.
---「상변화」중에서

줄리아가 들어선 진찰실은 환하게 밝혀져 있었고 병원 특유의 냉기가 돌았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신체 진찰을 무서워했다. 필요한 절차라는 걸 아는데도 무서웠다. 내가 착하게 굴면, 말을 잘 들으면, 도움을 받게 되는 건가? 사랑받는 건가? 그녀는 속삭였다. “……중요하지 않다고요?” 피츠제임스 박사가 소리 내어 웃었다. “‘물리적 사실들’에 비할 바는 아니죠.”
---「상변화」중에서

신세 망친 여자, 망가진 여자, 모욕당한 여자, 타락한 여자, 돌이킬 수 없이 ‘여자’가 되어 버린 여자. 제셀은 이 시간과 공간에 있는 모든 처녀는 “히스테리 기질”이 있다고, 특히 장로교회 가정교사라면 누구보다도 더 그럴 수밖에 없다고 쏘아붙인다. (…) 그러자 퀸트는 짜증스러운 투로 웃는다. “그렇군요. 하지만, 나의 제셀, 알잖아요.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걸요.” 그 말이 허망한 비난조를 띠고서 공중을 맴돈다.
---「블라이 저택의 저주받은 거주자들」중에서

“보지 마, 플로라! 저런 섬뜩하고 추악한 것은! 넌 이제 안전해.” (…) “섬뜩하고 추악한 것.” 생전에만 해도 그녀는 아주 정숙한 여자였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흠 잡을 데 없이 단정했다. 그랬다, 그리고 당연히 기독교인이었고, 당연히 처녀였다.
---「블라이 저택의 저주받은 거주자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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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집은 오츠가 에드거 앨런 포의 훌륭한 후계자임을 입증한다.
- [롤리 뉴스 앤 옵서버]
등골이 오싹해지는 걸작들의 목록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만한 공포.
- [그린즈버그 트리뷴 리뷰]
흥미진진하다. 공포스러운 것들과 평범한 것들을 신명 나게 뒤섞어서 우리에게 섬뜩한 순간들을 안겨 준다.
- [뉴욕 타임스 북 리뷰]
한 장 한 장이 근사하고도 고통스러운 공포로 가득 차 있다.
- [찰스턴 포스트 앤 커리어]
강력하다. 도발적이다. 이 기묘한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뒤흔드는 이야기들.
- [뉴욕 뉴스데이]
오츠는 악마들의 사진첩을 색칠한다. 대담하고 굵은, 형광 물감을 써서.
- [보스턴 글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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