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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양말

아무튼, 양말

아무튼, OO-018이동
구달 | 제철소 | 2018년 12월 0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0 리뷰 34건 | 판매지수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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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2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180g | 110*178*20mm
ISBN13 9791188343195
ISBN10 11883431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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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이런 양말 같은 하루"를 읽는 즐거움. 구달 작가가 쓴 양말의, 양말에 의한, 양말을 위한 에세이. "매일 양말을 고르며 하루를 열고, 양말을 벗어 빨래바구니에 던져 하루는 닫"는 그에게 '양말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은 '삶이란 무엇인가'와 같습니다. 양말을 가지고 쓴 책 한 권이 이렇게 재미있다니요! - 문학MD 김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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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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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을 좋아한다. 양말로 책 한 권을 쓸 정도로 좋아한다. 사실 이 책도 출판사에서 먼저 제안한 게 아니라 내가 꼭 쓰고 싶어서 출판사에 간곡히 제안했다. ‘아무튼, ○○’의 ○○에 양말이라는 두 글자를 적어 넣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샘플 원고를 쓰고, 출간 제안서를 작성하고, 출판사에 메일을 보내고, 수신 확인이 뜰 때까지 끊임없는 새로 고침. 다행히 계약을 따내는 데 성공해 이렇게 첫 꼭지를 쓴다.
--- 「이런 양말 같은 하루」 중에서

오늘 신을 양말을 고르는 일이 내게는 아주 중요하다. 아침에 골라 신은 양말이 마치 포춘 쿠키에 적힌 문구처럼 그날 하루의 기분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양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온종일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어제저녁에는 실제로 집으로 돌아갔다.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었는데, 살짝 포인트를 줘도 괜찮겠지 싶어 선택한 화양연화풍 빨간색 꽃무늬 양말이 생각할수록 너무 창피했다. 결국 지하철역까지 갔다가 다시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올라와 남색 레이스 양말로 갈아 신었다. 내가 낸 축의금에 택시비 3,000원을 더해야 한다는 걸 친구는 꿈에도 모르겠지만. --- 「오늘은 무지개의 포옹」 중에서

셀린느였다. 아… 실크 양말만 취급할 것 같은 이 고급스럽고 우아한 분위기 어쩌지. 그래도 일단 머리를 넣었으니 백화점을 뱅뱅 돌며 열심히 연습한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양말 좀 볼 수 있을까요?” 직원 네 명이 동시에 나를 쳐다보더니, 다음 순간 서로 눈을 맞추었으며, 약 3초의 침묵 후 매니저로 보이는 직원이 내게 물었다. “삭스를 말씀하시는 거죠?” “그, 그렇죠.” “죄송하지만 손님, 저희 매장에 삭스류는 없습니다.” 양말과 삭스의 차이는 대체 뭘까. 게다가 삭스류라니, 김밥천국에서 덮밥류가 제육덮밥과 호불정식을 포괄하듯이 삭스류라 하면 스타킹과 레깅스를 함께 이르는 말일까. 혼돈의 카오스였다. --- 「새 양말을 샀어」 중에서

A : 궁금한 게 있는데요. 양말을 뒤집어진 채로 빨면 왜 안 되는 거예요? 무슨 문제라도 생기나요? 세탁물이 더러워진다거나, 아니면 세탁기가 고장 난다거나?
나 : …문제라. 양말을 뒤집어서 벗어 던지는 사람과 그걸 다시 뒤집어서 빠는 사람이 다르다는 문제?
A : 아. --- 「뒤집힌 양말 미스터리」 중에서

회사생활을 할 때는 솔직히 아빠나 남동생처럼 나도 집안일을 많이 떠안지 않아서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프리랜서로 일하면서부터 가사노동의 불균형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도대체 어쩌다 이 많은 양말을 내가 다 개키게 된 거냐. 바닥에 털썩 앉아 산더미처럼 쌓인 빨래를 착착 개킬 때마다 이유를 곱씹었다. 그리고 어느 날, 빨랫감 한가운데서 어렴풋이 깨달았다. 우리 가족은 4인 모두 경제활동 인구에 속하지만 근무형태와 임금수준이 제각각이며, 경제활동에서 생겨난 이 격차가 고스란히 가사노동의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있는 거라고. --- 「당신의 양말을 빠는 사람은 누구인가」 중에서

나의 계절은 언제나 발목부터 온다. 봄에는 팬톤(PANTONE)이 선정한 그해 컬러의 양말이, 여름에는 청량한 하늘색 펄 양말이, 가을에는 밤색 면양말이, 겨울에는 포근한 앙고라 양말이 새 계절이 왔음을 알린다. 어린이날 즈음 개시하는 첫 냉면처럼, 코끝이 시리다 싶을 때 길거리에서 마주친 반가운 붕어빵처럼. 새 계절을 맞이하며 제철 양말을 선보이는 일은 늘 즐겁다. 성급한 제철 패션은 감기나 호흡기 질환, 혹은 신체 건강을 염려하는 질문세례(“안 더워?” “안 추워?”)를 야기할 수 있지만, 제철 양말은 그럴 염려 없이 마음껏 즐긴다. 환절기마다 서랍 속 양말 배치를 바꾸면서 생각한다. 언제까지나 계절에 민감한 사람이고 싶다고.
---「제철 양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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