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8년 11월 29일 |
---|---|
쪽수, 무게, 크기 | 568쪽 | 620g | 140*210*35mm |
ISBN13 | 9791158884680 |
ISBN10 | 1158884680 |
발행일 | 2018년 11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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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68쪽 | 620g | 140*210*35mm |
ISBN13 | 9791158884680 |
ISBN10 | 1158884680 |
머리말 종이 동물원 천생연분 즐거운 사냥을 하길 상태 변화 파자점술사 고급 지적 생물종의 책 만들기 습성 시뮬라크럼 레귤러 상급 독자를 위한 비교 인지 그림책 파(波) 모노노아와레 태평양 횡단 터널 약사(略史) 송사와 원숭이 왕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 ⓘ 동북아시아 현대사에 관한 다큐멘터리 옮긴이의 말 |
『종이 동물원』
켄 리우 소설
장성주 옮김
황금가지 출판
휴고 상, 네뷸러 상, 세계환상문학상을 동시 수상한 대표작인 「종이동물원」부터 압도시켰다.
중국인 엄마를 부끄러워하고 멀리하는 ‘잭’은 엄마가 돌아가신 후 엄마의 편지를 읽는데 그동안 알아주지 않았던 엄마의 사랑의 글에 가슴이 찡해졌다.
“내가 ’사랑(love)’이라고 말할 때, 난 그 말을 여기서 느껴요.” 엄마는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리켰다.
“하지만 ‘아이[愛]라고 말하면, 여기서 느껴요.” 엄마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아빠는 고개를 저었다.
“여긴 미국이야.”
「종이동물원 P22-23」
영어를 쓰기 힘든 엄마는 중국어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었다. 말이 되지 않으니 글로 종이에 써서 마법으로 종이호랑이의 숨을 불어 넣고 아들에게 온 마음으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었으나 알아주지 않는 슬픔이, 외로움이 편지에 담겨 있다.
SF소설이지만 공감이 더 되었던 것은 어린 시절 종이인형으로 상황극 놀이도 하고 예쁘게 색칠해서 꾸며주었는데, 내가 만든 종이들이 나와 친구였었고 내가 만든 세상에서 주인공으로 살게 해준 기억들 때문인지 다가가기 쉬운 소설이었다. 그리고 중2병 제대로 걸린 아들에게 엄마의 사랑을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문자(한자)를 택했다는 것도 현실의 내 마음같기도 해서 속상한 마음이 더 이해된 것 같다.
우린 모두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에메랄드 성에 사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센틸리언이 우리 눈에 씌운 두꺼운 초록색 고글 때문에 온 세상이 아름다운 초록빛으로 보인다고 믿는 거죠.
「천생연분 P56」
켄 리우 작가님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자 법률 변호사의 직업을 갖고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인지 IT관련한 내용들이 아주 구체적이고 이론적으로 가능할 법한 장면들이 나온다. 미래가 아닌 현재 우리 삶도 데이터 수집에 의해 알고리즘이 알려준 정보로 내 의지와 상관없이 관심 갖고 있던 물건을 쇼핑하거나 영상을 보기도 한다. SF가 아닌 현실에서도 익숙해져 버렸는데 얼마나 많은 기술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눈과 귀가 되어 혼돈에 빠트리게 될지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날이 슬그머니 다가올 것이라고 알려주는 소설같다.
멍한 기분으로 아버지의 시신을 내리는 동안, 나는 아버지와 아버지가 평생 사냥한 요괴들이 서로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쪽 다 이미 사라져서 돌아오지 않을 낡은 요술의 힘으로 연명하는 존재였고, 그 요술 없이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지 못했으니까.
「즐거운 사냥을 하길 P94」
백년묵은 여우와 사냥꾼이 나오는 홍콩의 전설 같은 판타지이다. 변해버린 시대에서 요술을 부리는 자들이 사라진 건지 요술이 사라져버린 건지 모르겠지만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요술을 잃어 여우로 변신할 수 없자 과학기술을 사용해 로봇으로 여자에서 여우로 몸을 재현시켜준 사냥꾼은 여우의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싶어서였을지 아니면 자신도 요술이 존재해야 쓸모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우주의 모든 지적 생물종을 정확히 집계한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이 지성을 규정하는지에 관한 논쟁이 끊이지 않을뿐더러, 매 순간 모든 장소에서 문명이 일어났다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는 별이 태어나고 죽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시간은 삼라만상을 집어삼킨다.
그러나 모든 생물종은 대를 이어 지혜의 전수하는 자기 나름의 독특한 방법이 있다. 사유를 눈에 보이는 것, 만질 수 있는 것, 거스르지 못할 시간의 파도에 맞서는 방파제처럼 잠시나마 동결된 것으로 만드는 방법 말이다.
모두가 책을 만든다.
어떤 이들은 글쓰기란 단지 눈에 보이는 말하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관점이 편협하다는 것을 안다.
「고급 지적 생물종의 책 만들기 습성 P195」
책을 글로만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생각을 어조, 음성, 억양, 강세, 성조, 리듬까지 담아내는 다양한 종족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고급 지적 생물종의 책 만들기 습성」은 적출된 정신을 동결하여 지도를 만들고 질문하는 방법으로 책을 만드는 헤스페로인, 블랙홀의 가장자리인 ‘사건의 지평선’에서 가장 훌륭한 책을 찾는 툴톡인, 음악을 사랑해서 생각을 소리내면 금속판에 홈을 만들고 진동을 일으켜 두개골 속 빈 공간에 그 소리를 증폭시켜 글쓴이의 목소리가 재현되는 방식의 글을쓰는 알레시아인 등 글을 문자가 아닌 다른 형태로 전달한다는 것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사람들은 카메라를 위해 자기 삶의 경험을 형상화하고 단계화해요. 기껏 휴가를 가서도 한쪽 눈은 접착제로 붙인 것처럼 비디오카메라에서 뗄 줄을 모르죠. 현실을 그대로 정지시켜 보관하고 싶은 욕망은 곧 현실을 회피하려는 욕망이에요.
「시뮬라크럼 P215」
존재의 일부이지만 생명을 영상에 불어넣는 「시뮬라크럼」 소설은 가장 좋았던 추억이 인생 전체를 뒤바꿀만큼 소중하고 버틸 수 있는 힘을 줄 수도 있지만, 그 소중했던 추억이 현재와 미래를 그 추억 속에 갇혀버린 채 살게 만드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아 놓지 못하는 것 또한 욕심인듯 하다.
빛나는 팔, 웃음소리, 신들의 음식. 우리 기억은 그렇게 압축되고 통합된 끝에 반짝이는 보석이 돼서 머릿속의 한정된 공간에 박힌단다. 하나의 장면은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기호로 바뀌고, 긴 대화는 문장 한 줄로 줄어들고, 하루는 덧없이 사라지는 즐거운 느낌으로 농축되지.
시간의 화살은 그 압축의 정확성을 앗아간단다. 스케치가 되는 거야, 사진이 아니라. 기억은 곧 재현이란다. 그것이 소중한 까닭은 원본보다 나은 동시에 원본보다 못하기 때문이지.
「상급 독자를 위한 비교 인지 그림책 P312」
영원한 젊음과 영원한 생명조차도, 별 볼일 없는 것처럼 보였다. 기계로서 존재하는 자유 앞에서는. 어수선하고 불완전한 살아 있는 세포 대신 결정형 그물망의 질박한 아름다움이 깃든, 생각하는 기계 앞에서는.
마침내 인류는 진화를 초월하여 지적 설계의 영역에 진입했던 것이다.
「P354 파(波)」
“히로토, 모든 것은 지나가는 법이란다. 지금 네 마음을 차지한 그 기분, 그건 모노노아와레[もののあわれ] 라는 거야. 삶의 모든 것이 덧없게 느껴지는 감정이지. 태양, 민들레, 매미, 해머, 그리고 우리 모두 다. 인간은 누구나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이라는 물리학자가 정리한 방정식에 지배당한단다. 그래서 우리 모두 결국에는 사라질 운명을 타고난 짧은 패턴일 뿐이야. 그 수명이 1초든, 아니면 100억 년이든.”
「P388 모노노아와레」
미래에 대해 자식들이 살아가야할 터전과 아름다운 현재의 자연이 환경파괴로 인하여 사라진 것에 대한 걱정들을 판타지 소설 안에 담았다. 어쩌면 꿈 속 세상에 다녀온 듯한 느낌도 있고, 존재하지 않는 세계들, 우주의 다른 종족들, 어머니에서 비롯된 수많은 아이들 정신만 존재하는 곳처럼 모양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더라도 정신만은 살아있듯 앞으로의 미래도 아름답기를 바라는 마음 같았다.
요즘 OTT와 영화에서 쏟아지는 인간이 로봇으로 탄생하고, 죽었으나 가상세계에 정신만 살아있는 내용들이 많아 그런지 소설의 내용이 미래 혹은 어디선가 있을 수도 있을 이야기들이 많다. 우리가 그리운 이들을 볼 수 없을 때 기억을 저장해서 꺼내본다던지 아시아계 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자들을 과학기술로 접근해 추척해가는 이야기들은 원하지만 할 수 없는 답답한 현실에서 상상으로나마 해결해주는 돌파구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14편의 단편소설 중 <종이동물원>, <즐거운 사냥을 하길>, <고급 지적 생물종의 책 만들기 습성>, <모노노아와레> 이렇게 4개 단편소설이 가장 독특해서인지 기억에 남았다. 단편들마다의 개성이 확연하게 뚜렷하고 소재들이 구미가 확 당길만한 흥미로워 단편들로 남기에 너무 아쉬워 장편으로 써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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