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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탐심

만년필 탐심

: 인문의 흔적이 새겨진 물건을 探하고 貪하다

리뷰 총점9.8 리뷰 8건 | 판매지수 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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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2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276g | 128*188*20mm
ISBN13 9791188949113
ISBN10 11889491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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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이 처음 등장했던 시기에는 최첨단 휴대용품 중 하나였다. 지금은 스마트폰이 우리 시대의 변화를 이야기해 주는 물건이지만, 100년 전에는 만년필이 그런 물건이었다. 따라서 만년필에는 시대의 변화를 보여 주는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이를 읽을 수 있다면 만년필만이 아니라 역사도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만년필에 빠지면 필연적으로 시대 배경과 역사에도 빠져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p.19

만년필 덕분에 나는 ‘박목월’이라는 우리 현대 문학의 거장이 남긴 작품을 다시 읽었고, 그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선생의 삶을 풍부하게 엿들을 수 있었다. 만년필이라는 작은 물건의 힘이고, 내가 만년필을 계속 사랑하는 이유다. --- p.27

1908년부터 몽블랑 본사는 함부르크의 슈테른샨체(Sternschanze)에 위치했는데, 영어로 번역하면 ‘STAR FORTIFICATION’이 된다. 즉, ‘별의 요새(要塞)’라는 의미다. 화이트 스타는 여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또 슈테른샨체 지역의 상점과 호텔 등에선 종종 하얀 육각별을 로고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 p.45

이 펜은 1941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수세에 몰린 연합국에 무기를 원조하는 ‘무기대여법’에 서명할 때 사용된 것이었다. 영화 전개상 이 장면은 매우 중요하다. 무기대여법이 발효되면서 토니 스타크의 아버지인 하워드 스타크는 군수업체인 스타크 인더스트리를 통해 큰돈을 벌었고, 캡틴 아메리카는 전쟁의 한복판에 뛰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사인이 두 사람의 운명을 엇갈리게 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 p.51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대척점에 서 있지만, 펜을 고르고 선택하는 것은 닮아 있었다. 만년필이 아니어서 아쉽지만, 두 사람에게는 과시가 필요한 시대에 진하고 굵게 써지는 펠트팁 펜이 제격이었던 것이다. --- p.74

펜 끝이 어느 정도 마모되면서 사용자에 최적화된 상태가 된다. 이렇게 사용자에게 맞춰 길든 만년필은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존재가 된다.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여우처럼 말이다. 이게 만년필의 진짜 매력이다. 오래 사용하면 언젠가는 떠나보내야 하겠지만, 소중히 다룬다면 그 이름처럼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존재가 만년필이다. --- p.106

말끔하게 수리한 만년필을 받아든 그분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사실 그 파커21은 진품
이 아니라 가짜였지만, 내가 고친 것은 만년필이 아니라 물건에 얽힌 소중한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수많은 아버지, 어머니들의 파커21들이 연구소로 올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추억을 수리하는 기쁨을 맛볼 것이고, 이는 만년필을 계속 연구하고 고치는 에너지가 될 것이다. 나처럼 살짝 낡은 만년필을 계속 수리하다 보면, 언젠가는 내 대화명이 ‘파카51’에서 ‘낡은 파커21’로 바뀌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 p.162

시대는 달라졌지만, 지금 중학생이 되는 자녀에게 만년필을 사주고 싶다면 파커45의 네 가지 장점을 기억하면 된다. 저렴한지, 만년필 뚜껑을 밀어 끼우는 방식인지, 잉크 카트리지 충전 방식인지, 쉽게 펜촉을 바꿀 수 있는지를 확인해 보자. 그러고 나서 지갑을 열면 된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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