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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59쪽 | 192g | 128*205*20mm
ISBN13 9788932003979
ISBN10 8932003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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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이 읍에 처음 와본 사람은 누구나
거대한 안개의 강을 거쳐야 한다.
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쓸쓸한 가축들처럼 그들은
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
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
--- p.11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이 땅의 날씨가 나빴고 나는 그 날씨를 견디지 못했다. 그때도 거리는 있었고 자동차는 지나갔다. 가을에는 퇴근길에 커피도 마셨으며 눈이 오는 종로에서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시를 쓰지 못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은 형식을 찾지 못한 채 대분분 공중에 흩어졌다. 적어도 내게 있어 글을 쓰지 못하는 무력감이 육체에 가장 큰 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그때 알았다.

그때 눈이 몹시 내렸다. 눈은 하늘 높은 곳에서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지상은 눈을 받아주지 않았다. 대지 위에 닿을 듯하던 눈발은 바람의 세찬 거부에 떠밀려 다시 공중으로 날아갔다. 하늘과 지상 어느 곳에서도 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처럼 쓸쓸한 밤눈들이 언젠가는 지상에 내려앉을 것임을 안다. 바람이 그치고 쩡쩡 얼었던 사나운 밤이 물러가면 눈은 또 다른 세상 위에 눈물이 되어 스밀 것임을 나는 믿는다. 그때까지 어떠한 죽음도 눈에게 접근하지 못할 것이다.
--- 詩作 메모 중에서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 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 본문 중에서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p.53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질투는 나의 힘 -中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인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빈집 전문-

어둠 속에서 중얼거린다
나를 찾지말라......무책임한 탄식들이여
길 위에서 일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이여

길위에서 중얼거리다 中
--- p.
나는 한동안 무책임한 자연의 비유를 경계하느라 거리에서 시를 만들었다. 거리의 상상력은 고통이었고 나는 그 고통을 사랑하였다. 그러나 가장 위대한 잠엄이 자연 속에 있음을 지금도 나는 믿는다. 그러한 믿음이 언젠가 나를 부를 것이다. 나는 따라갈 준비가 되어 있다. 눈이 쏟아질 듯하다.
--- 시작 메모에서
그런 날이면 언제나
이상하기도 하지, 나는
어느새 처음 보는 푸른 저녁을 걷고
있는 것이다, 검고 마른 나무들
아래로 제각기 다른 얼굴들을 한
사람들은 무엇엔가 열중하며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혹은 좁은 낭하를 지나
이상하기도 하지, 가벼운 구름들같이
서로를 통과해가는

나는 그것을 예감이라 부른다, 모든 움직임은 홀연히 정지
하고, 거리는 일순간 정적에 휩싸이는 것이다 (이하생략)
--- p.27
<안개>
어떤 날은 두꺼운 공중의 종잇장 위에
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까지
안개의 군단은 샛강에서 한 발자국도 이동하지 않는다.
출근길에 늦은 여공들은 깔깔거리며 지나가고
긴 어둠에서 풀려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들 사이로
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나오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택시 운전사는 어두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이따금 고함을 친다, 그때마다 새들이 날아간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나는 한번도 만난 적 없는 그를 생각한다

그 일이 터졌을 때 나는 먼 지방에 있었다
먼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따
문을 열면 벌판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그해 여름 땅바닥은 책과 검은 잎들을 질질 끌고 다녔다
접힌 옷가지를 펼칠 때마다 흰 연기가 튀어나왔다
침묵은 하인에게 어울린다고 그는 썼따
나는 그의 얼굴을 한번 본 적이 있다
신문사에서였는데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이 터졌다, 얼마 후 그가 죽었다

그의 장례식은 거센 비바람으로 온통 번들거렸다
죽은 그를 실은 차는 참을 수 없이 느릿느릿 나아갔다
사람들은 장례식 행렬에 악착같이 매달렸고
백색의 차량 가득 검은 잎들은 나부꼈다
나의 혀는 천천히 굳어갔다, 그의 어린 아들은
잎들의 포위를 견디다 못해 울음을 터뜨렸다
그해 여름 많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없어졌고
놀란 자의 침묵 앞에 불쑥불쑥 나타났다
망자의 혀가 거리에 흘러넘쳤다
택시운전사는 이따금 뒤를 돌아다본다
나는 저 운전사를 믿지 못한다, 공포에 질려
나는 더듬거린다, 그는 죽은 사람이다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장례식들이 숨죽여야 했던가
그렇다면 그는 누구인가, 내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
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디서
그 일이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어디든지
가까운 지방으로 나는 가야 하는 것이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내 입 속에 악착같이 매달린 검은 잎이 나는 두렵다
--- pp.58-59

회원리뷰 (87건) 리뷰 총점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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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포토리뷰 기형도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밀*티 | 2022.11.27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예전에 『1일 1페이지 인문학 여행 한국편』을 보면서 기형도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다.   만 스물아홉 생일을 일주일 앞둔 날 급성뇌졸중으로 숨진 시인 기형도, 그가 남긴 유일한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은 지금까지 50만 부 이상이나 판매되며 시집으로는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는 것이다.   그 글을 읽으며 기형도 시인의 시집을 제대로 읽고 음미해보는 시간을;
리뷰제목

예전에 『1일 1페이지 인문학 여행 한국편』을 보면서 기형도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다.

 

만 스물아홉 생일을 일주일 앞둔 날 급성뇌졸중으로 숨진 시인 기형도, 그가 남긴 유일한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은 지금까지 50만 부 이상이나 판매되며 시집으로는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는 것이다.

 

그 글을 읽으며 기형도 시인의 시집을 제대로 읽고 음미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다.

 

예전에 읽었는데, 집에 기형도 시인의 시집이 있었는데 어디 갔지?, 그런 생각들은 접어두고, 새 마음으로 새로이 기형도 시인의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을 읽어보게 되었다.

 

 

 

시인 기형도씨는 1960년 경기도 연평에서 출생하여 연세대학교 정외과를 졸업했으며 84년에 중앙일보사에 입사, 정치부·문화부·편집부 등에서 근무했다. 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안개」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장한 그는 이후 독창적이면서 강한 개성의 시들을 발표했으나 89년 3월 아까운 나이에 타계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이 시집에서 기형도 시인은 일상 속에 내재하는 폭압과 공포의 심리 구조를 추억의 형식을 통해 독특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로테스크 현실주의로 명명될 그의 시 세계는 우울한 유년 시절과 부조리한 체험의 기억들을 기이하면서도 따뜻하여 처절하면서도 아름다운 시 공간 속에 펼쳐보인다. (책날개 작가 소개 전문)

 

 

가장 먼저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시 「안개」가 첫 장에 실려 있다. 꽤 긴 산문시다. 이 시가 나온 지 4년 2개월 만에 기형도 시인은 세상을 떠났으니, 더욱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그의 시는 어둡고 아프고 쓸쓸하다.

 

고통을 녹여낸 시 속에 피가 흐르는 듯하다.

 

가난했던 유년 시절, 그때의 상황을 드러내는 시가 있다.

 

「엄마 걱정」이라는 시를 나는 몇 번이나 읽은 지 모르겠다.

 

 

 

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 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 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출처: 기형도 시집 중 「엄마 걱정」 전문)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어린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았을 때, 왜 그런지도 모르면서 아프고 외롭고 쓸쓸한 마음이 너무도 잘 표현되어서 가슴이 아려왔다.

 

널리 알려진 그의 시 「빈집」은 감상하는 시점의 마음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진다.

 

그가 청춘의 고뇌와 쓸쓸함도 모두 어둠 속에 묻어버렸다는 심정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서 가슴이 저렸다. 한참 행복할 나이에 온갖 고통을 다 겪고 슬픔을 뿜어내는 듯한 글들이 계속 연결되었다.

 


 

 

온전한 아픔으로 청춘을 마감한 기형도 시인, 청춘이 다 끝나기도 전에 생을 마감한 시인, 고통을 호소하며 살다 간 시인, 너무 이른 나이에 요절한 시인……. 더 많은 이야기가 연결될 것 같다. 여기까지만 이야기해도 다들 공감하며 아파할 듯하다.

 

예술가들의 삶은 행복한 것보다 고통스러워야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 남는 것 같아 처절하게 아프다.

 

이 책만 보아도 초판 24쇄 발행, 재판 68쇄 발행되었으니, 기형도 시인의 시는 지금까지도 많이 읽히며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자아내게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형도의 세상은 눈물의 세상이었다. 그 세상을 이 책에서 만나본다. 마음을 울리는 시여서 감상의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직접 구매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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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입 속의 검은 잎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김*정 | 2022.11.25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특이한 제목과 수많은 리뷰에 끌려서 정말 오랜만에 시집을 샀다서점에서도 워낙 베스트셀러라서 시 부문에서 제일 앞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소설과는 다른 맛이 있다 어려운 시구나 그런건없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내용과 담담한 위로를 담고 있어서 좋고 이 책이 왜 꾸준히 회자되고 있는지 알거 같다우리 사회가 지금 많은 아픔을 겪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긴장하고 힘든하루하루를;
리뷰제목
특이한 제목과 수많은 리뷰에 끌려서 정말 오랜만에 시집을 샀다
서점에서도 워낙 베스트셀러라서 시 부문에서 제일 앞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소설과는 다른 맛이 있다 어려운 시구나 그런건없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내용과 담담한 위로를 담고 있어서 좋고
이 책이 왜 꾸준히 회자되고 있는지 알거 같다
우리 사회가 지금 많은 아픔을 겪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긴장하고 힘든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정말
고생했다고 이 책이 토닥토닥 하고 있는 것 같다
댓글 0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10월 독서 모임 후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헤*얼 | 2022.10.1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이번에 가을을 맞아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을 읽었습니다. 소설 책과 비문학 책은 많이 읽었는데 시집은 거의 처음 읽는 것이라서 많이 다르기도 하고 언어가 주는 아름다움이 소설과는 다르게 와닿아서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기형도 시인은 많이 들어보기는 했지만 막상 읽어보니까 확실히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읽은 시집답게 시 하나하나가 읽는데 와닿는 의미가 다르고 좋았습니;
리뷰제목

이번에 가을을 맞아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을 읽었습니다. 소설 책과 비문학 책은 많이 읽었는데 시집은 거의 처음 읽는 것이라서 많이 다르기도 하고 언어가 주는 아름다움이 소설과는 다르게 와닿아서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기형도 시인은 많이 들어보기는 했지만 막상 읽어보니까 확실히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읽은 시집답게 시 하나하나가 읽는데 와닿는 의미가 다르고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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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97건) 한줄평 총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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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5점
우리는 위대한 혼자이므로, 이 시집을 읽을 권리를 스스로에게 부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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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빛 | 2023.03.02
평점5점
압도적인 천재성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무*오 | 2023.02.05
구매 평점5점
좋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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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j********0 | 2023.01.10

이 책이 담긴 명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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