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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

[ 개정판 ]
리뷰 총점9.0 리뷰 5건 | 판매지수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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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1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752쪽 | 814g | 140*210*40mm
ISBN13 9788970129976
ISBN10 897012997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 1장 | 아기 상상도
죽음이 불러온 추억 _ 08
시선의 덫 __ 18
괴물처럼 아름다운 여자 __ 28
닮은꼴과는 거리가 먼 가족들 __ 43

| 2장 | 떠도는 겉씨식물들
따돌림의 예감 _ 74
우등생과 왕따와 방관자 _ 83
어머니는 내 안에서 죽은 지 오래 _ 111
공범들의 미소 _ 120
살풍경한 집 _ 139
미녀의 숨겨진 삶 _ 168

| 3장 | 타고난 창녀 - 「유리코의 수기」
음탕한 피 _ 184
첫 남자, 카알 숙부 _ 189
요부에서 창녀로 _ 199
남자에게 잡아먹히는 여자 _ 209
손가락이 닮았다 _ 219
장난감 소녀 _ 229
첫 번째 뚜쟁이 _ 239
돌부처 옆의 창녀 _ 249
몸 하나로 살아가는 삶 _ 258

| 4장 | 일그러진 청춘
Q여고의 먹이사슬 _ 270
연애라는 전염병 _ 314
잔인한 친절 _ 332
밤에 걸려온 전화 _ 350

| 5장 | 살인자의 회한 - 「장제중의 진술서」
매춘부 살인사건의 전말 _ 362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 _ 382
여동생을 닮은 창녀 _ 435

| 6장 | 발효와 부패
전락한 천재 _ 474
나의 아름다운 유리오 _ 519
미움과 혼란의 일기 _ 542

| 7장 | 모범생의 창녀기 - 「가즈에의 매춘 일기」
숙녀의 낮과 밤 _ 560
인기 없는 엘리트 여사원 _ 579
황야의 여성 7인조 _ 589
나는 새로운 말보로 할머니 _ 617
나의 대역, 유리코 _ 635
육체 바겐세일 _ 645
창녀의 애원 _ 681
사실로 드러난 창녀 괴담 _ 700
나는 어디에? _ 710

| 8장 | 검은 영혼
내 안의 그들 _ 730
우리의 운명 _ 742

저자 소개 (2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아직 소녀인 우리는 우리가 입을 상처를 무엇인가로 방어하고, 더 나아가 공격해야 했습니다. 계속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가는 삶의 흥미를 잃게 되고 굴욕감을 가진 채 앞으로 기나긴 인생을 살아갈 수 없게 되어 버릴지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나는 악의를, 미쓰루는 두뇌를 갈고닦았던 것입니다. --- p.105

나에게 생존이란 남자와 어떻게 싸워나가느냐는 것이었다. --- p.187

나와 관계한 남자들은 누구나 다 뭔가를 상실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이때였다. 그렇다면 나는 영원히 새로운 남자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내가 창녀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 p.193

황홀함과 그와 같은 크기의 공허함을 함께 안고 있는 직업. 이것을 언니가 할 수 있겠어? 나는 열다섯 살부터 창녀가 되었어. 남자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내 최대의 적은 남자라니까. 남자에게 부서지고 여자인 나 자신에 의해 망가지는 여자가 나야. --- p.209

내 몸은 나의 것이지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니다. 나를 사랑하려는 사람은 내 몸까지 지배하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까? 사랑이 그처럼 부자유스러운 것이라면 나는 평생 몰라도 된다. --- p.262

햇빛이 모자라서 광합성을 하지 못하면 그 식물은 말라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솎아지는 운명에 처하고 싶지 않으면, 빛을 차단하는 키 큰 식물을 쓰러뜨리거나 광합성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무언가로 자신의 존재를 변화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 p.292

이루지 못한 꿈은 쉽게 증오로 바뀝니다. --- p.471

밀도가 낮아지면 생물은 단독 생활을 하는 고독상이 되고, 밀도가 높아지면 형태에 변화를 일으키면서 집단으로 사는 군생상이 된다. 하지만 여학생들은 고독상이 될 수 없다는 느낌이 자꾸만 든다. 생존 경쟁이 심하기 때문이야. 성적, 성격, 경제적 기반뿐이라면 또 모를까, 무엇보다도 타고난 외모라는 어쩔 수 없는 것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이것들이 복잡한 양상으로 뒤엉켜서 하나에서 이기면 다른 것에서는 지는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는 곳에 내가 직접 히라타라는 슈퍼급 여학생을 집어넣은 거야. --- p.512

균형을 잡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균형을 잡지 않으면 이 나라에서는 살아갈 수 없다. 남자에 대한 동경과 혐오. 회사에 대한 충성과 배신. 내 안의 자존심과 진흙. 진흙이 없으면 자존심이 빛나지 않고, 자존심이 없으면 진흙 속에 발이 빠져버린다. 양이 다 있어야 나라는 인간은 살아갈 수 있다. --- p.561

같았어. 남자란 모두 마음이 약해. 여자가 추하게 변했거나, 나이를 먹어서 우울해진 것을 견딜 수 없는 거야. 우리의 모습이 남자가 지닌 약점을 드러내 보이는 셈이지. 반면에 우리 같은 괴물을 좋아하는 남자는 쇠약이라든가 쇠퇴 같은 추악함을 즐기고 있는 거야. 우리를 좀 더 타락하게 해서 넝마로 만들고 최후에는 죽여버린다니까. --- p.677

여자가 몸을 파는 단 하나의 이유, 그것은 이 세상에 대한 증오입니다. 그것은 확실히 어리석고 슬픈 일이지만, 남자 또한 그런 여자의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될 때도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가능한 순간이 섹스할 때뿐이라면, 남자도 여자도 어리석고 슬픈 것일까요? 나는 증오의 바다로 출항하여 언젠가 도달할 피안을 향해 달려갈 것입니다.
--- p.749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대기업 여사원 매춘부의 낮과 밤의 이중생활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두 여자의 그로테스크한 삶의 이야기


1997년 3월. 도쿄 번화가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후반인 미모의 여성이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된다. 수사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명문대학 출신인 이 여성은 낮에는 대기업에서 부실장이라는 직책을 갖고 일하고, 밤에는 번화가 뒷골목에서 푼돈을 받고 매춘 행각을 벌여왔던 것이다. 기리노 나쓰오의 『그로테스크』는 일본을 경악시켰던 일명 ‘도쿄전력 여사원 매춘부 살인’이라는 실제 사건을 소재로 현대 여성들의 괴물과도 같은 심리현상을 다루고 있다.

어느 날 ‘나’는 거의 알몸인 상태로 의문의 죽음을 맞은 ‘무척이나 싫어했던’ 여동생 유리코와 친구 가즈에의 인생 여정이 담긴 기괴한 일기를 배달받는다.
무섭도록 아름다운 관능미를 지닌 유리코. 그녀의 생존 본능은 ‘남자를 유혹’하는 것이었다. 일찍부터 외모를 이용해 남성들을 조정하는 법을 터득한 그녀는 15살에 이웃집 부자 아저씨를 유혹해 명문 중학교를 다니고 호사 생활을 누린다.
“나의 첫 남자는 아버지의 동생 카알이었다…… 나는 어린애 나름대로 학습을 했다. 나에게 생존이란 남자와 어떻게 싸워나가느냐는 것이었다.”

‘오직 1등’에 모든 것을 걸며 살아온 모범생 동창 가즈에. ‘나’와 가즈에가 다녔던 Q여고는 소수 엘리트가 지배하는 냉엄한 계급사회의 축소판이다. 외모도 재력도 없는 가즈에는 외친다. “이기고 싶다. 이기고 싶다. 이기고 싶다. 1등이 되고 싶다. 누구에게나 실력을 인정받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주류가 되고 싶은 그녀는 평범한 남색 양말에다 랄프 로렌 마크를 자수로 새겨 넣어 신고 다닐 만큼 고군분투한다.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의 부실장으로 승진하는 등 직업적 성공을 거두지만 어느새 밤에는 거리에서 푼돈을 받고 몸을 파는 이중생활에 빠져든다.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책상…… 밤의 해방이 없다면 나의 낮 동안의 세계도 붕괴할지 모른다…… 균형을 잡지 않으면 안 된다. 좀 더 강해지고 싶다.”

이 소설은 냉혹하고 병든 사회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네 명의 여자가 시간의 톱니바퀴에 끼여 몸과 마음이 점점 돌이킬 수 없는 파탄의 구렁 속으로 빠져버린 이야기를 서로 다른 화자의 다각적인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현대 여성이 처한 상황을 밀도 있고 정밀하게, 그리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걸작이라 평가받는다. 각기 다른 화자들이 자신의 시각에서 본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등장인물 간의 모순의 골을 더욱 깊게 드러내며 누가 왜 어떤 거짓말을 하는지 알 수 없게 한다. 노련한 작가 기리노 나쓰오는 독자들에게 직접 그 해석을 하도록 맡긴 채 일절 해명하지 않는다. 동일한 사물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자신의 처지와 경험, 그리고 시각에 따라 해석의 차이가 천차만별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이 소설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현실의 균열’에서 가속화된 끔찍한 ‘악의惡意’에 대해 이른바 ‘치유의 문학’적인 요소가 짙게 풍긴다는 점이다. 다소의 차이는 있겠지만, 여성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내면의 괴물적인 본능이나 충동을 이 소설은 깊은 공감대 형성을 통해 치유하게끔 한다. 어쩌면 그것은 망가져가는 주인공들을 내려다보면서 우월감에 젖어들거나 혹은 그런 괴물적인 인간과는 무관한 자신에 대한 안도감일지도 모르지만.

이 작품은 인간 모두의 내면에 스며들어 있고, 또 장차 스며들 여지가 있는 ‘현실의 균열’을 바로 보게 하고 도려내어 주는 철두철미한 작품구성과 표현이 돋보인다. 바로 그런 점이 이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일 것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괴물 같은 계급 사회의 어둠을 그려낸 소설, 순문학과 대중소설을 불문한 모든 문학 중에서 굴지의 걸작이다. 게다가 재미있기까지 하다. 하지만 동시에 무시무시한 소설이다. 현대 일본이 품고 있는 어둠이 이처럼 깊었던 것일까 하고 생각하게 한다.『그로테스크』는 평등이라는 사회의 기초 관념을 뒤흔드는 외모지상주의 문제를 되짚어봄으로써 터부시됐던 문제를 제기하는 작품이다.

주조 쇼헤이 (문학평론가, 가쿠슈인대학교 교수)

회원리뷰 (5건) 리뷰 총점9.0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이렇게 우리들 모두는 그로테스크한 방식으로 증명될 지니... 기리노 나쓰오, 그로테스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k******i | 2022.10.1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www.kirino-natsuo.com 을 출처로 하는 작가의 말에 따르자면 소설 《그로테스크》는 ‘도쿄전력 여사원 매춘부 살인사건’이라는 실제 사건을 연원으로 한다. 작가는 피해자가 ‘일류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근무하는 엘리트 여성이 실은 밤거리의 매춘부였다’라는 사실에 열광하는 매스컴에 소설가의 방식으로 반기를 든다. 작가는 몇 가지 가설을 세웠고, 이를 위해 ‘나’;
리뷰제목

  www.kirino-natsuo.com 을 출처로 하는 작가의 말에 따르자면 소설 《그로테스크》는 ‘도쿄전력 여사원 매춘부 살인사건’이라는 실제 사건을 연원으로 한다. 작가는 피해자가 ‘일류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근무하는 엘리트 여성이 실은 밤거리의 매춘부였다’라는 사실에 열광하는 매스컴에 소설가의 방식으로 반기를 든다. 작가는 몇 가지 가설을 세웠고, 이를 위해 ‘나’와 아름다운 여동생 ‘유리코’를 ‘가즈에’의 주변부 혹은 또 다른 중심부로 만들었다.

 

  “유리코보다 내 머리가 훨씬 좋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원통하게도 두뇌로는 남에게 감동을 줄 수가 없습니다. 두려워할 만한 미모의 소유자라는 것만으로 유리코는 큰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리코 덕분에 나도 어떤 재능을 타고날 수 있었습니다. 그 재능은 바로 악의惡意입니다. 뛰어나기는 하지만 아무에게도 감동을 줄 수 없는 재능...” (p.82)

 

  실제 사건의 피해자는 소설 속에서 가즈에라는 인물로 등장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는 유리코라는 인물과 맞닥뜨려야 한다. 유리코는 스웨덴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고 모든 사람의 눈길을 잡아 끄는 아름다움을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다. 다만 같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두었지만 나는 유리코와 다르다. 혼혈이라는 사실은 금세 알아차릴 수 있지만 유리코와 비교가 되지 않는 외모를 지니고 있다.

 

  “카알은 나를 밀어젖히듯이 몸을 떼어내고는 괴로운 듯 중얼거리면서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렇게 황홀한 일인데, 무엇이 나쁘다는 것일까? 나는 회한에 사로잡힌 카알이 갑자기 현실로 돌아가 버린 것 같아서 왠지 불만스러워졌다. 하지만 카알도 마찬가지로 실망하고 있었다. 나는 카알의 눈빛 속에 있던 경외나 동경이 관계한 뒤에 사라진 것을 느꼈다. 나와 관계한 남자들은 누구나 다 뭔가를 상실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이때였다. 그렇다면 나는 영원히 새로운 남자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내가 창녀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p.193)

 

  소설은 유리코와 그렇게 곧바로 비교될 수밖에 없는 나의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유리코를 향하여 혹은 유리코를 추앙하는 시선을 향한 악의를 가지고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Q라는 명문 여고를 차례대로 다니게 되지만 유리코는 졸업을 하지 못하였고, 두 사람은 한 집에서 살지도 않았다. 그리고 유리코는 서른 살이 넘은 어느 날 목숨을 잃은 매춘부 피해자가 되어 내 앞에 당도한다.

 

  “나는 유리코와 달라서 남자라는 생물은 딱 질색입니다. 남자와 서로 좋아한 일도 없고 서로 끌어안을 일도 없기 때문에 발효도 부패도 하지 않고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네, 나는 바짝 건조해 버린 수목입니다. 유리코는 태어날 때부터 남자를 좋아했으니 오랜 발효를 거쳐서 부패한 겁니다. 미쓰루는 결혼하면서 길을 잘못 택해 부패하고, 가즈에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신의 생활에 없었던 윤기를 갖고 싶어 부패해 멸망한 것입니다. 내 말이 틀렸나요?” (p.518)

 

  당시 살인자는 잡히지 않았지만 일 년이 지난 어느 날 또 다른 매춘부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그 피해자가 바로 가즈에이다. 가즈에는 나와 함께 Q 여고를 다녔고 졸업하였으며 Q 대학을 거쳐 살해당하는 그날까지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한 상태였다. 우여곡절을 거쳐 두 피해자, 유리코와 가즈에의 기록이 내게로 오게 되고, 나는 독백과 함께 이 기록을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내 여동생, 유리코의 비극적인 일생. 그리고 일본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계급 사회를 구현해 낸 명문 Q여고에서의 나날. 동창생인 사토 가즈에에게 닥친 비극적인 사건. 그리고 미쓰루와 기지마 다카시의 영광과 좌절. 다른 나라에서 밀항해 기이하게도 유리코와 가즈에를 조우하게 된 장제중의 악당 인생.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정황을 전하기 위해서 입수한 수기나 일기, 편지 등을 종합해 조금이라도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한 얘기를 계속해왔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서도 나는 아까부터 계속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습니다. 왜 나는 여러분을 이해하게 하려는 것일까요? 나는 도대체 여러분에게 무엇을 알리고 싶은 것일까요? 그것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단 한가지, 마음에 짚이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유리코도 가즈에도 미쓰류도, 다카시도, 장도, ‘나’라는 인간의 일부였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나는 유리코의, 가즈에의, 미쓰루의, 장의 마음속 깊이 숨겨진 검은 잔설殘雪과 같은 존재였는지도 모릅니다...” (pp.730~731)

 

  결국 작가는 사건의 피해자(유리코와 가즈에)와 가해자(일본으로 넘어온 중국인인 장제중) 모두에 섞여 있는 우리들 자신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해자가 살인이라는 방식으로 그녀들을 죽였다면 나는 악의라는 방식으로 그들을 관찰하였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에 다다르면 나는, 내가 관찰하였던 그녀들이 서 있던 바로 그 자리에 서게 된다. 그렇게 우리들 모두는 매우 그로테스크한 방식으로 증명된다.


기리노 나쓰오 / 윤성원 역 / 그로테스크 (グロテスク) / 문학사상 / 749쪽 / 2005, 201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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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 - 기리노 나쓰오 (윤성원 옮김, 문학사상사)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하*비 | 2021.05.28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한 달 간격으로 도쿄 시내에서 두 건의 매춘부 살인사건이 벌어집니다. 39살 미혼인 ‘나’는 두 사건의 피해자와 밀접한 관계입니다. 한 명은 어릴 적부터 괴물 같은 미모로 주위를 압도했던 친동생 유리코이고, 또 한 명은 명문 Q중고교 동창생인 가즈에입니다. 재판이 열리는 법원에서 Q중고교 동창들과 마주친 ‘나’는 피해자들이 남긴 일기를 전달받곤 20년도 넘은 과거의 일들을;
리뷰제목

한 달 간격으로 도쿄 시내에서 두 건의 매춘부 살인사건이 벌어집니다. 39살 미혼인 는 두 사건의 피해자와 밀접한 관계입니다. 한 명은 어릴 적부터 괴물 같은 미모로 주위를 압도했던 친동생 유리코이고, 또 한 명은 명문 Q중고교 동창생인 가즈에입니다. 재판이 열리는 법원에서 Q중고교 동창들과 마주친 는 피해자들이 남긴 일기를 전달받곤 20년도 넘은 과거의 일들을 하나씩 떠올립니다. 그리고 자신과 두 피해자를 비롯한 네 명의 여성이 어떻게 괴물로 진화됐는지를 찬찬히 독자에게 들려줍니다.

 

이 작품은 1997년에 벌어진 도쿄전력 여사원 매춘부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집필됐다고 합니다. 명문대를 졸업한 대기업 간부가 밤이면 거리에서 몸을 팔아왔다는 사실 때문에 당시 꽤 충격적인 뉴스였다고 하는데, 기리노 나쓰오는 한 여성의 극단적인 변신을 야기한 동기와 과정에 관심을 가졌고, 그것을 픽션으로 그리기 위해 10대 시절을 기점으로 이야기를 직조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당신 마음속에 괴물의 이미지가 떠오른다면 제 의도가 어느 정도는 전해진 셈입니다.”라고 밝힙니다.

 

이 작품에는 네 명의 괴물이 등장합니다. 15살에 숙부와 첫 관계를 가진 유리코는 축복인지 저주일지 모를 괴물 같은 미모와 타고난 님포마니아(색정광, 비정상적 성욕항진증)로 인해 평생 수많은 남자에게 몸을 팔아왔고, 그녀의 친언니인 동생과는 비교도 안 되는 못 생긴 추녀라는 낙인을 오로지 악의라는 방패로 막아내며 평생 타인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고슴도치처럼 살아왔습니다. 또 물려받은 것도 타고난 것도 부족했던 가즈에는 노력으로 그 모든 걸 극복했지만 대기업 입사 후 또 다른 차별과 멸시와 마주친 뒤 자신만의 해방구를 찾기 위해 매춘부가 됐고, 전도유망한 모범생이었던 미쓰루는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타인을 파멸시키는 운명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이들이 괴물이 된 사연은 스스로의 선택과 판단에 의한 것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은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악연에 의해 발아되고 증식된 것들입니다. 괴물 같은 미모의 동생 유리코가 없었다면 는 악의로 똘똘 뭉친 괴물이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대기업 간부와 매춘부라는 이중생활을 영위했던 가즈에는 사립명문 Q중고교에서의 끔찍한 학창생활이 아니었다면 평범하지만 유능한 커리어 우먼이 됐을 인물입니다. , 1등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던 모범생 미쓰루와 모두를 놀라게 만드는 타고난 미모를 지녔던 유리코가 자신들의 현실과 재능에 만족했더라면 돌이킬 수 없는 파멸적인 상황을 맞이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기리노 나쓰오는 기승전결과는 거리가 먼 나열식 서사를 통해 이들의 악연과 괴물로의 진화과정을 지나칠 정도로 세세하고 꼼꼼하게 그려냅니다. 순수하지만 동시에 사악했던 10대 시절부터 마흔을 코앞에 둔 시기에 맞이한 각자의 종착역에 이르기까지 마치 일기장을 들여다보듯 네 명의 일생을 지켜본 독자들에겐 그저 씁쓸함만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괴물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만들고 싶었다는 기리노 나쓰오의 의도는 완벽하게 성공한 셈인데, 개인적으론 과도한 분량과 작위적인 캐릭터 때문에 좀처럼 이입하기가 힘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특히 네 명의 주인공은 물론 단역에 가까운 조연들까지 극단적으로 일그러지고 비틀린 인물들을 지켜보는 일이 꽤 힘들었는데, 어쩌면 그런 이유로 그로테스크라는 제목이 붙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족으로, 이 작품의 주인공들이 모두 여성이다 보니 외모로 평가받거나,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차별의 희생양이 되거나, 때론 본인 스스로의 의지로 머리 좋은 남성에게 의존하려는 여성들에 대한 비판적 담론들이 작품 전반에 깔려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출판사 소개글처럼 현대 여성이 처한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걸작이라든가 여성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내면의 괴물적인 본능이나 충동을 깊은 공감대 형성을 통해 치유하는 작품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설정 탓에 혐오감 이상의 공감은 어렵겠다는 생각인데, 어쩌면 제가 여성에 대해 너무 모르는 편협한 남자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네 명의 괴물이 현대 여성을 상징한다거나 여성들의 본능과 충동에 대한 치유를 제공한다는 건 이 작품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홍보성 멘트라는 게 저의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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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책***달 | 2021.01.0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기리오 나쓰오라는 작가를 알게 된 건 대학생 때였다. 교수님께서 친한 동기에게 추천해 준 『부드러운 볼』이 나도 궁금해서 읽어 보았다. 술술 이야기 구조도 흥미롭고 문장도 쉬워 술술 읽혔다. 두꺼운 책이었는데도 며칠만에 다 읽어 버렸다.  『그로테스크』는 인간을, 특히 여성을 괴물로 만드는 게 무엇인지, 그리고 인물들의 삶의 궤적과 별개로;
리뷰제목

 기리오 나쓰오라는 작가를 알게 된 건 대학생 때였다. 교수님께서 친한 동기에게 추천해 준 『부드러운 볼』이 나도 궁금해서 읽어 보았다. 술술 이야기 구조도 흥미롭고 문장도 쉬워 술술 읽혔다. 두꺼운 책이었는데도 며칠만에 다 읽어 버렸다.

 『그로테스크』는 인간을, 특히 여성을 괴물로 만드는 게 무엇인지, 그리고 인물들의 삶의 궤적과 별개로 그들의 내면까지 괴물이라고 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만든 책이다.

 중심 인물인 '유리코'는 너무 완벽해서 소름이 끼칠 정도의 외모를 지닌 인물이다. 유리코(의 외모)로 인한 영향을 받은 인물들이 본인의 삶과 유리코에게 받은 영향에 대해 서술한다. 그들의 서술을 통해 유리코가 어떤 인물인지를 추격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유리코와의 비교를 통해 외모에 대한 열등감을 갖고 본인을 괴롭게 만드는 생각을 끊을 수 없게 된 '나', 아빠에게 영향을 받아 노력과 책임이라는 가치관을 주입 받았으나 유리코로 인해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것을 맞닥뜨리고 좌절한 '가즈에', 트라우마로 인해 매사에 신중하고 공부로 남을 압도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인생이 꼬여 버린 '미쓰루' 등.

 어딘가 모르게 괴물이 되어 버렸지만 이들을 구성하고 있는 악(惡)은 지극히 평범한 내용이다.

 질투, 망상, 선민의식, 애정결핍, 관심을 필요로 하다가도 울컥 치밀어 오르는 혐오감, 자아 의탁, 책임감 결여 등. 단어로 명명하면 내 안에 그런 게 있다는 걸 부정하고 싶지만 사실은 나도 그 감정을 느껴봤다는 걸 인정하면 인물을 비판할 수 없게 된다.

 특히 본인이 선택하지도 않은 외모로 인해 평생을 성적 대상으로 여겨진 유리코가 스스로도 본인을 성적인 대상으로 여기게 되고, 그 삶의 방식을 본인이 주체적으로 선택했다고 믿어 버린 게 가장 안타까웠다. 유리코가 일찍 공허를 깨달았던 건 아무도 본인의 본질에는 관심이 없다는 걸 너무 빨리 알아 버려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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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다른 이야기 전개가 괜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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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j**********g | 2023.03.24
구매 평점5점
괴물의 종류도 참 다양하지만 목적지는 결국 똑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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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s*********2 | 2020.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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