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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 해피엔딩

[ 양장 ]
리뷰 총점9.3 리뷰 62건 | 판매지수 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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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시/희곡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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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9년 0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392g | 113*188*30mm
ISBN13 9791160261271
ISBN10 116026127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일상이라는 커튼이 휙 젖혀질 때
번쩍, 비춰 보이는 짧고도 강렬한 ‘생의 맛’
한국대표작가 29인의 박완서 작가 콩트 오마주


박완서 작가의 8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소설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들려주는 짧은 소설집 『멜랑콜리 해피엔딩』은 그가 41년의 문학 생활에 걸쳐 늘 관심을 두었던,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저마다의 시선으로 읽고 써낸 결과물이다. 굴곡진 이야기 마디마디에 웅숭깊은 성찰을 담아냈던 고인의 문학 정신에 값하고자 후배 작가들이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답신과도 같은 것이다. 최수철, 함정임, 조경란, 백민석, 이기호, 백가흠, 김숨, 윤고은, 손보미, 정세랑, 조남주, 정지돈, 박민정 등 관록 짙은 중견작가에서부터 재기발랄한 젊은 작가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소설가 29명이 바로 그 편지의 발신인들이다. 박완서 작가가 우리 곁을 떠난 지 8년이나 지난 지금에도, 그가 남겨준 문학의 유산을 기리며 이토록 풍성한 소설을 쓸 수 있음에 감탄하게 되고, 그가 한국문학의 큰 축복이었음을 절감하게 된다. 후배 문인들이 다시금 고인을 기억하고 나아가 잊지 않기 위해 택한 저마다의 방법을, 박완서 작가라는 교집합에 둘러앉은 풍요롭고 다채로운 얼굴들을 속속들이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이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박완서 선생을 기억하며
추천의 글 오정희

강화길 _ 꿈엔들 잊힐 리야
권지예 _ 안아줘
김사과 _ 비행기와 택시를 위한 문학
Literature for Uber and Flight
김성중 _ 등신, 안심
김 숨 _ 비둘기 여자
김종광 _ 쌀 배달
박민정 _ 그리고 나
백가흠 _ 저는, 오마르입니다
백민석 _ 냉장고 멜랑콜리
백수린 _ 언제나 해피엔딩
손보미 _ 분실물 찾기의 대가 3
바늘귀에 실 꿰기
오한기 _ 상담
윤고은 _ 첫눈 마중
윤이형 _ 여성의 신비
이기호 _ 다시 봄
이장욱 _ 대기실
임 현 _ 분실물
전성태 _이웃
정세랑 _ 아라의 소설
정용준 _ 연기가 되어
정지돈 _ 보이지 않는
조경란 _ 수부 이모
조남주 _ 어떤 전형
조해진 _ 환멸하지 않기 위하여 조해진
천운영 _ 봄밤
최수철 _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자의 죽음
한유주 _ 집의 조건
한창훈 _ 고향
함정임 _ 그 겨울의 사흘 동안

저자 소개 (29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만 원에 일곱 장하는 돈가스는 ‘가정의 평화’라는 성찬식 풍경을 완성하며 저녁 식사로 준비될 것이다. 그들은 서로에 대한 미움을 감춘 채, 가엾고 무해한 자기 딸의 평화에 금이 가지 않도록 고기를 질겅질겅 씹을 것이다. 이것이 비극보다 오래가는 시트콤의 힘이라고, 나 자신의 인생이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얼마나 산문적인가.
‘……하지만 두 사람의 마음에 남아 있는, 절망이라는 유리는 조금씩 두꺼워진다. 유리는 두꺼워질수록 불투명해지고 차가워질 것이다. 서로에 대한 실망을 확인하는 것 외에 발견되는 삶의 열정이라고는 없는 그들은 남매처럼 닮아 있다.’ ---「김성중, 등신, 안심」중에서

“그럼 허공의 눈을 모아 눈사람을 만들어야 되겠네요?”
“허공의 눈을 모아요? 어떻게……기계로 빨아들여요?”
“아뇨, 이렇게요.”
남자는 가볍게 뛰어올라 허공의 눈을 손으로 휘어잡으려 했다. 손끝에 닿은 눈은 방향성을 상실한 채 다시 위로 올라갔다.
“모기 잡는 것 같은데.”
여자의 말에 남자가 웃었다. ---「윤고은, 첫눈 마중」중에서

정후야, 아빠 밉지? 그가 아들에게 물었다. 그러게, 왜 이런 걸 사 왔어? 내가 언제 사달라고 했나…. 그는 아들의 발걸음 속도에 맞춰 걸었다. 그냥 너한테 사주고 싶었던 거지, 뭐…. 그의 아들은 말하지 않았다. 그래도 봄이라서 걸어가도 안 춥다, 그치? 그가 그렇게 말한 순간, 그의 아들이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뚝뚝, 눈물방울이 레고 박스 위로 떨어졌다. 아들은 레고 박스 위에 떨어진 눈물방울을 계속 훔쳐내며, 그러면서도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지만, 그러면서도 또 한편, 어쩐지 이 풍경 자체가 낯익어,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그 또한 그렇게 울었던 봄밤이 있었다. ---「이기호, 다시 봄」중에서

진우는 짐을 옮기면서 줄곧 말이 없었다. 그건 지영도 마찬가지였다. 부부는 차에 오르며 아직도 숲을 거닐며 노끈을 제거하는 사내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는 유유자적 휘파람을 불며 그 일을 하고 있었다. 방금 그들이 빠져나온 숲이 맞나 싶게 숲은 달라 보였다. 이윽고 지영이 고개를 돌려 진우에게 말했다.
“우리 너무 자책하지 말자. 저 사람이 그냥 멋진 일을 하는 것뿐이야.” ---「전성태, 이웃」중에서

그래도 고개를 들어 멀리 보면, 박완서 선생님이 계시는 듯했다. 세상을 뜨고 나서도 그렇게 생생한, 계속 읽히는 작가가 있다는 게 좋은 가늠이 되었다. 사실 아라가 생전에 작가를 뵌 건 아주 잠깐, 아주 멀리서였고 그것도 뒷모습이었다. 그때 아라는 대작가의 뒷모습을 보며 머리카락을 가지고 싶다고 기이한 생각을 했다…… 한 올만 뽑으면 안 될까 하고 록 스타에게 손을 뻗는 팬처럼 침을 꿀꺽했지만 물론 그런 망나니짓은 하지 않았다. 용기 내 앞에서 인사라도 할걸, 뒤늦은 후회를 하다가 따라 걷는 자에겐 뒷모습이 상징적일 수도 있겠다고 여기게 된 건 요즘의 일이었다. ---「정세랑, 아라의 소설」중에서

언니, 나는 왜 동태찌개 아니고 장어탕을 줘. 이모가 물었다. 그냥 먹어, 이모. 맞아, 엄마가 주시면 그냥 먹는 거야.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모 같은 사람한테 좋다고 해서 수산 시장에 가서 장어를 사 온 아버지는 숟가락을 일찍 내려놓곤 자리를 비웠다. 아버지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다. 수부 이모에게 해놓고 후회하는 그런 일. 가족 모두가 수부 이모에게 그랬던 것처럼.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 저녁 무렵 아버지 가 학교에서 막 돌아온 어린 처제, 수부 이모의 뺨을 후려갈기던 모습을 나도 기억한다. ---「조경란, 수부 이모」중에서

- 엄마, 크리스천 전형이 있어! 내 자소서 좀 쓰고 있어.
“응? 갑자기 무슨 소리야? 너 크리스천도 아니잖아.”
- 나 초등학교 때 교회 다녔잖아. 그때 세례도 받았어. 일단 쓰고 있어봐. 학생부 받아놨으니까 자세한 건 집에 가서 설명해줄게. 시간 없어. 원서 마감이 다음 금요일이야.
“근데 네 자소서를 왜 내가 써? 그럼 자기소개서가 아니지.”
- 엄마는 문과였다며. 나는 이과잖아. 자소서 양식 톡으로 보낸다! 끊어! ---「조남주, 어떤 전형」중에서

“그 사람의 첫인상은 정말 특별했어요. 마치 늘 이인삼각 경주를 하는 사람 같다고나 할까요. 누군가와 발이 묶인 채 어색하게 절뚝거리며 걷는 듯한, 매순간 뭔가에 제동이 걸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듯한 모습이 흡사 영혼과 육체가 한데 꽁꽁 묶여 고통 받는 것처럼 보였어요. 이를테면 작은 고깃배의 갑판에 묶여 있는 알바트로스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이제 내게는 그런 감정이 남아 있지 않아요. 나는 이제 저 사람이 어떤 위인인지 알아요. 좀 더 게으르게 살기 위해 결혼이라는 엄청나게 장하고 대단한 일을 해낸 거지요.” ---「최수철,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자의 죽음」중에서

P선생님 댁을 생각하면, J는 제일 먼저 박하차가 떠올랐다. P선생님은 새로 가꾼 뜰에 박하를 심었고, 손님들에게 그 박하잎을 우려낸 차를 내주었다. 선생님은 이사한 뒤 한동안 매일 아침 창가에서 목도하는 일출 장면을 경이롭게 들려주었다. 그러나 P선생님이 흥분한 목소리로 들려주던 그 장관을 J가 직접 본 적이 없기에 일출보다는 박하차의 향기가 J에게는 하나의 감각으로 자리 잡았다. (중략) J가 루르마랭에 머무는 사흘 동안 P선생님은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떠나는 장례 의식을 마쳤다. 돌아와 보니, 더 이상 선생님은 이 세상에 있지 않았다. P선생님의 영전에 작별인사를 드리지 못한 것이 못내 가슴에 맺혀, J는 소설 한 편을 썼다. J의 소설에 등장하는 박하차는 P선생님을 추모하는 극히 작은 부분이었다.
---「함정임, 그 겨울의 사흘 동안」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박완서’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된 스물아홉 편의 이야기
때로는 그녀의 이름으로, 때로는 그녀의 마음으로


『멜랑콜리 해피엔딩』에는 박완서 작가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소설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P선생님’이라며 그리워하거나, 고인의 이름을 직접 호명하여 그의 사려 깊은 사유와 손길을 돌이켜보는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최수철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자의 죽음」은 박완서 작가가 천착해온 속도만능주의 속의 ‘인간 군상’을 해학적으로 그린다. 이 세상 최고의 게으름뱅이로 불리는 ‘구평모’라는 인물에 대한 주변인들의 평가를 청취하며 진행되는 이 소설에서 그의 게으름은 단순한 나태와 무기력의 상징이 아닌, 인간성을 지키고 나답게 살기 위한 적극적인 의지로 제시된다.

그런가 하면 이기호 작가의 「다시 봄」은 박완서 작가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재현한다. 생활고에 치인 가장의 비애를 담은 소설은, 술김에 아들의 장난감으로 고가의 레고 블록을 샀다가 아내의 지청구를 듣고 환불하기 위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두 부자를 그린다. 허나 대물림되는 가난 앞에 무력한 가장의 모습이 그렇게 아프게만 읽히지는 않는 것은 환불하러 가는 길이 그리 춥지 않은 따스한 봄밤의 거리이기 때문이다.

함정임 작가는 「그 겨울의 사흘 동안」에서 고인을 직접적으로 언급한다. 함정임 작가가 과거 편집자로 일할 당시 계간지에 박완서의 장편소설 연재를 맡거나 작품 세계를 망라하는 특집호를 기사를 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고백한다. 작가와 편집자라기보다는, 시집 간 딸과 딸을 갸륵하게 바라보는 친정 엄마의 모습과 같았다는 회고에서는 박완서 작가의 따사로운 숨결과 미소 머금은 눈빛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듯하다.

정세랑 작가는 「아라의 소설」을 통해, 박완서 작가를 먼발치에서 동경의 눈길로 바라보았던 과거 기억을 떠올린다. 대중소설이나 장르소설을 쓰는 작가에 대해 편견 없이 상찬하고, 여성의 문제를 여성의 시선으로 읽기 원했던 박완서 작가. 정세랑은 ‘아라’라는 소설가의 입을 빌려 성과 계급, 장르와 세대를 초월한 태도를 견지한 박완서 작가의 뒷모습을 따르고 싶다는 소회를 풀어놓는다.

가벼운 마음으로 풋 웃음을 터뜨리다가,
책장을 덮고 가만히 한숨을 내쉬다가……
‘진정한’ 해피엔딩을 위한 ‘지독한’ 멜랑콜리가 시작된다!


이번 짧은 소설집은 제목 그대로 ‘멜랑콜리’와 ‘해피엔딩’의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위트 넘치고 시니컬한 목소리로 우리의 민낯을 여과 없이 비추는가 하면, 뭉클한 위로와 진솔한 인간사의 전모를 전하기도 한다. 요컨대 ‘위트 앤 시니컬’과 ‘힐링 앤 휴머니즘’의 만남이라고 해야 할까. 스물아홉 개의 이야기들은 흡사 소설이 가진, 커다란 매력 두 가지로 헤쳐모여 한 것과 같다. 그렇다면 두 갈래로 나뉜 이 소설들은 각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멜랑콜리’의 분류에 속하는 작가들은 우리 삶 곳곳에 숨어 있는 위선과 모순을 재치 있는 솜씨로 들춰냈다. 임현(「분실물」)은 안경을 잃어버린 난시의 주인공을 내세워 어디를 가나 자신을 똑 닮은 인물을 만나는 마술적 서사를 연출하고, 손보미(「분실물 찾기의 대가3-바늘귀에 실 꿰기」)는 수정 테이프를 찾으러 탐정을 방문한 의뢰인이 도리어 탐정의 심부름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그린다. 이장욱(「대기실」)의 소설은 신경정신과 대기실의 풍경을 묘사하면서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의사와 앓고 있는 환자의 관계를 역전시키는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다. ‘해피엔딩’의 분류에 속하는 작가들은 ‘가족’이나 ‘인간애’라는 키워드로 정리된다. 김성중(「등신, 안심」)은 등심과 안심을 ‘등신, 안심’이라고 잘못 메모하는 아내를 통해 부부의 애처로운 화해를 보여주고, 조해진(「환멸하지 않기 위하여」)은 계약직 교수 채용 심사에서 옛 연인에게 반대표를 행사하는 교수 정혜의 이야기로 속물근성을 향한 통쾌한 복수를 한다.

“엔딩이 어떻든,
언제나 다시 시작된다는 것만 깨달으면
그다음엔 다 괜찮아져요”
일상에서 지나칠 법한 기미를 잡아내는 이야기의 힘


곁눈질로 흘깃 보았을 뿐인데, 그러한 시선에 삶의 비밀을 품고 있다면 어떨까. 게다가 그런 비밀들이 일상에서 종종 출몰하는데도 우리가 번번이 놓치고 만다면? 대수롭지 않고 사소해 보이지만, 때때로 우리 삶을 움직이는 기미를 포착해내는 것은 소설이 행하는 가장 위대한 발견이지 않을까. 그러니까 소설이란 숨은그림찾기에 다름 아니며, 말하자면 소설가들은 그러한 신비를 가장 잘 풀이하는 탐정인 셈이다. 『멜랑콜리 해피엔딩』에 실린 스물아홉 개에 달하는 이야기들이 세상사의 요모조모를 추적하고, 그 실마리를 끝끝내 밝혀놓은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심심파적,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가다가 풋 웃음을 터뜨리는가 하면 잠깐 책장을 덮고 가만히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환상이나 자기기만 허위의식 무반성한 일상이라는 커튼이 휙 젖혀질 때의 한마디로 설명이 되지 않는 그 착잡한 감정들을 나는 그저 ‘생의 맛’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사, 인생사의 복잡하고 오묘한 켯속을 명민한 눈길로 날카롭게 짚어내며 따뜻이 끌어안았던 박완서 선생의 문학 정신에 대한 존경과 애정으로 바쳐진 이 짧은 글들은 생의 순간들을 번쩍, 비춰 보이는 것으로써 인간이란 무엇이고 우리는 누구이며 관계의 본질은 어떤 것인가 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삶의 리얼리티에 가장 근접해 있는 글일 수도 있는 것이어서 읽어가는 중에 우리는 얼마나 많이 삶의 섬세한 결과 울림을 놓치면서 무감각하게 무심하게 살아가는가 깨닫는다.
오정희 (소설가)

회원리뷰 (62건) 리뷰 총점9.3

혜택 및 유의사항?
멜랑콜리 해피엔딩 ~끝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싱* | 2021.02.1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21 정지돈 / 보이지 않는  안았다 버렸다 굽이치는 긴 문장을 오랜만에 본다. 무엇이 진실인지 우리는 알 수 없고 생존자? 폴 오스터의 말이 지금으로서는 최고의 힘을 갖는다. 장 주네의 간결하고 담백한 문장을, 청년 폴 오스터의 화려한 쇼맨십의 언어로 옮기는 것을 (가뜩이나) 에드워드 사이드는 분명히 내켜하지 않고 문제로 삼았을 번역의 틈새를 다룬다.   어느;
리뷰제목

21 정지돈 / 보이지 않는

 안았다 버렸다 굽이치는 긴 문장을 오랜만에 본다. 무엇이 진실인지 우리는 알 수 없고 생존자? 폴 오스터의 말이 지금으로서는 최고의 힘을 갖는다. 장 주네의 간결하고 담백한 문장을, 청년 폴 오스터의 화려한 쇼맨십의 언어로 옮기는 것을 (가뜩이나) 에드워드 사이드는 분명히 내켜하지 않고 문제로 삼았을 번역의 틈새를 다룬다. 

 어느 순간부터 번역서를 읽는다는 건 특히 문학에 있어 번역자가 읽은 작품을 읽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답답하고 아쉽다면 원어를 배우고 익히는 수밖에 없다고 접어둔 부분을, 소설가는 다시 집요하게 생각한다.

 

22 조경란 / 수부 이모

 누군가의 조카였던 기억은 희미하지만 미혼의 이모라는 정체성이 내 상당부분을 차지하기에 읽는 내내 마음이 쓰였다. 가난과 더부살이. 방이 없다며 독립하는 조카를 보며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여동생이 시집가기 전까지 한방을 썼었다. 조카가 한명만 쓸 수 있다고 가정하는 딱 그 크기의 작은 방에서 어찌 함께 지냈을까 싶다. 방에 머무는 시간이 적었던 동생이 아무래도 희생한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집안의 기둥도 아니면서 돈 새는 곳마다 막느라 바빴을 이모. 그 이모의 사치품인 가죽 바바리코트를 주인공이 물려받는다. 조카 예뻐해도 다 소용없다는 말이 어쩌면 사실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던 즈음에 만나 더 예리고 아팠다. 수부(秀富) 이모는 자기 삶이 아닌 환경적으로 각인되고 부여된 역할의 막힌 생을 살았다고 볼 수 있을까. 30평의 자가 마련이 다인. 그게 어디야, 같은 멘트는 하면 안 되겠지만.

 

23 조남주 / 어떤 전형

 언제부턴가 대학에 가고 입시를 치르는 게 부모와 사설학원의 몫이 되어버렸다. 온갖 전형과 서류와 명분과 구실들. 번잡하고 눈치껏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는 일에 약한 나는 글러먹은 세상이다. 이 작은 나라에서 굳이 넓은 나라의 입시제도를 따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부모가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나만 모자라고 망치면 되니까. 추천서와 상장 스펙 등 입시비리로 가득한 이 나라에서 한배를 타지 않은 자 누구인가.

 

24 조해진 / 환멸하지 않기 위하여

 남녀의 권력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다. 먼저 대학에 자리 잡은 여자는 어린 후배에게 가기 위해 자신을 버린 남자의 생명줄을 심판할 재판대에 오른다. 판사일 것 같은 위치지만 그녀가 찬성하지 않아 탈락하면 평생 둘의 관계는 묶이고, 마지막 한 수를 놓은 자신의 손을 오래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끊을 수 없는 환멸이라는 시간의 벌과 구속에 또다시. 그렇게 해서라도 응징을 하겠다면야..

 

25 천운영 / 봄 밤

 옛날이야기 같다. 갓난아이를 둘러맨 계집애가 따라온다고 건넛방에 (귀한) 이불을 내주는 두 노인. 집주인 할머니도, 노년의 동거인도 봄밤이다. 아이라는 새로운 시간이 그들 사이로 파고들어 이제 괘종시계 밥 주는 일을 깜박하나보다.

 

26 최수철 /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자의 죽음

단편의 극적 스릴과 반전이 들어간 멋진 소설이다. 한사람을 이루는 수많은 평가들과 의견 대립과 입장 차이에도 그는 그냥 그였을 것이다. 잠자리에서 아내를 엉겁결에 안은 (팔베개) 포즈 때문에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그의 본심은 묻히고 그의 성격에 대한 아내의 말만이 공허하게 메아리친다. 우리는 무엇에 대해 제대로 알기나 하는 걸까.

 

27 한유주 / 집의 조건

 안전하고 볕 잘 들고 집주인과 갈등 없는 집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앞에 어떤 사람이 살았는지 요즘 같은 세상에는 알 길이 없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큰일임을 아는 이때, 엘리베이터도 없는 오층이 숨차고 어지럽게 느껴진다. 소장한 책들이 주인이 되어서야..

 독서실 이용자와 대화를 나누다가 안전에 대해 느끼는 온도차를 극명하게 느낀 적이 있다. 남자와 여자가 다르고, 딸을 둔 보호자와 아들을 둔 보호자가 다르다는 것을. 누군가는 고민해보지 않았을 문제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이끈다.

 

28 한창훈 / 고향

 이것저것 정리하고 비어있던 고향집으로 하향하는 남자는 집의 습기와 악취와 곰팡이에 괴롭고 시달리는 아내를 대신해 충동적으로 방바닥을 파본다. 그곳에 들어앉은 집안의 어두운 역사. 밀고와 연좌로 폭삭 주저앉은 뒤 다시 일어서지 못한 집안 내력. 이제 두 내외는 편히 잠들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렇게 빈 시골집이 많지 않겠지.

 

29 함정임 / 그 겨울의 사흘 동안

 소설의 J는 함정임이고 소설가P박완서 선생님이다. 둘의 생전 특별한 관계(에디터와 작가를 넘어선 모녀 같은)를 회고하며 부모의 유업을 잇는 카뮈의 딸과 소설가의 딸을 연결짓는다. 카트린과 호원숙은 부모의 마지막 집에서 작품과 추억들을 지키며 문서 작업을 이어간다. 후배 작가는 먼 곳에서 고국의 선배 작가의 장례를 애도한다. 향긋한 잎과 나무 고목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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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 해피엔딩 ~20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싱* | 2021.02.1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11 손보미 / 분실물 찾기의 대가3  사무용품처럼 자잘한 것들이 계속 사라지면 찝찝하고 신경이 쓰일 것 같다. 습관적으로 그런 것을 가져가버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잃어버린 물건을 회수하고자 탐정을 고용했는데 오히려 다리를 다친 탐정의 잔심부름을 하게 된다. 고객이 잦은 요청에 짜증낼 때 팔과 다리가 불편해 남의 도움 없이는 꼼짝 못했던 터라 마;
리뷰제목

11 손보미 / 분실물 찾기의 대가3

 사무용품처럼 자잘한 것들이 계속 사라지면 찝찝하고 신경이 쓰일 것 같다. 습관적으로 그런 것을 가져가버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잃어버린 물건을 회수하고자 탐정을 고용했는데 오히려 다리를 다친 탐정의 잔심부름을 하게 된다. 고객이 잦은 요청에 짜증낼 때 팔과 다리가 불편해 남의 도움 없이는 꼼짝 못했던 터라 마냥 웃을 수 없었다. 기본적인 생활을 혼자 해낸다는 것에 대해 생각이 머문다.

 

12 오한기 / 상담

 자전적인 경험을 토대로 환상적인 이야기를 펼치는 작가일까? 예민한 성장기와 알 것 다 아는 시기에 부모의 빚을 감당해야하고 그 그림자에 쫓긴다면 은행털이를 꿈꿔봄직하지 않겠는가. 다행히? 그는 은행원이 되지만. 은행에는 돈이 많다. 젊은 시절 남의 돈을 만져 돈 독(피부과 트러블)이 오른 적이 있었다. 남의 돈은 돈으로 보이지 않던 순박한 시절. 지금은? 은행원들이 고객의 돈을 횡령하고 빼돌리는 일이 아주 드물지 않다.

 돈이 아닌 도서관 (중고!)서적 털이범이 된 은행원. 이 기밀을 아는 소설 속 작가는 목숨을 지키고자 용의자를 거론하지 않는데 곰 사냥의 이미지는 결코 머리에서 지울 수 없을 듯하다.

 

13 윤고은 / 첫 눈 마중

 내리는 눈을 아무나랑 맞거나 눈사람이 만들어진 거리를 노바디와 걷고 싶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여자는 남자의 마음을 보다 확실하게 얻고(확인받고) 싶었던 걸까. 모든 것을 보는 관점과 해석 핀트가 다른 이성끼리 오래, 어울리기 힘들 것이다. 곧 지워질 펑 예(고)글을 올리고 원하는 댓글을 바삐 찾으며 마음 조렸을 그녀가 스친다. 숙취음료에 별별 의미 두지 말고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들이대요!(말이 쉽지ㅋ)

 

14 윤이형 / 여성의 신비

 읽는 내내 붕대감기가 떠올라 한 번 더 감기거나 덜 감아 남거나 모자란 관계들을 곱씹게 된다. 관계의 여지와 미지와 종지부... 글쓰기의 정점에 오른 시기에 절필을 선언한 작가가 휴지기를 잘 보내고 있는지 안부가 궁금해진다.

 아파보니 돈벌이가 새삼 중요하다. 보험 적용되는 병만 골라 아플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어떤 걸 구매하며 영위하는지는 벌이와 직결된다. 소설을 읽으며 주인공에 나를 빗대어 미혼이고 아이가 없어 나만 싫어하면 되는 상황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른 관계, 특히 가족의 확장이 현재와는 조금 다른 나를 도모하지 않았을까 묻고 또 묻던 와중에 읽어 아쉬움과 잡념을 끊어낼 수 있었다.

 요리와 육아에서 손 떼고 싶은 마음까지는 그래도 대안을 찾을 수 있기에 나은데.. 가장 가까운 친구와 담을 쌓게 되는 상황에는 한숨이 나오고 한없이 외로워졌다. 연애하고 헤어지고 결혼하고 애 낳고 기르고 이혼하는 낱낱을 공개하는 리얼 예능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모든 걸 보아 넘길 듯하다). 삶의 기틀과 운영 방식이 모두 같지 않을 텐데 거두는 엄마의 손길과 모성과 인내와 양보를 강요하는 나쁜 사회에서 죽지 않고 우울증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비법은 어디에 없을까. 이래저래 연락이 끊긴 옛 친구들과 구운밤을 오순도순 나눠먹고 싶어진다. 살아는 있니?

 

15 이기호 / 다시 봄

 레고 박스가 그렇게 비싼지 처음 알았다. 충동구매이고 과도한 지출이니 환불받아 마땅하지만 아들의 눈물 앞에 가게로 더 걸어가지 못할 것 같다. 봄밤에 눈물 바람인 아들, 그런 거 갖고 싶은 것도 사실 한때고 나중에 들어갈 목돈에 비하면 적은 비용일 텐데... 까짓 거 없어도 그만인. 울어봤던 그가 아들의 눈물을 외면하는 일은, 신이여 제발 거두소서. 가난과 검소와 근검절약의 대물림이 지독히 싫어!

 

16 이장욱 / 대기실

 몸 이곳저곳이 아프면서 우울감과 건강염려증과 노이로제가 세트로 들러붙는다. 아슬아슬하게 마음 챙김을 하며 버티는 가운데 이 소설을 읽으니 좀 통쾌하다. 병을 진료한다는 의사들을 정기적으로 만나다보면 그들의 허술함이 보인다. 의과 대학과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 수료가 부여한 의사 가운을 입지만 그들이야말로 늘 하는 일을 반복적으로 하는 한때 기술자이자 중인으로 분류되었던 사람들이다.

 그러고보니 환자가 앉는 의자는 왜 죄다 임시적이고 볼품없고 안정감이 없을까. 환자가 자신을 마찬가지로 읽을 수 있음을 모르고.. 다른 의사를 찾아가기에 게으르고해서 다시 찾아감을 알기나 할까. 예민하고 섬세한 환자는 의사가 괴팍하거나 모자란 사람임을 단번에 알아보고 불신한다. 소설의 마지막에 김모 씨가 의사를 향해 돌진하는 건 설마 아니겠지. 손이나 떨지마, 이 새끼야 이러면서.

 

17 임현 / 분실물

 눈이 나쁜 사람에게 안경은 신체 일부요 확장 기관이다. 안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안경을 덧써 시야가 골뱅이로 바뀌는 일도 있었다. 뒀다고 생각했던 곳에 그것이 없을 때가 불시에 발생한다. 마흔이 가까워서야 안경을 여러 개 두고 쓰게 되었다. 그러면 잃어버린 안경을 찾기가 훨씬 편하고 어중간한 시간대에 안경점을 찾아 애먹지 않아도 된다.

 눈에도 노화가 빨리 온 나는 시력이 사람의 성격을 바꾼다는 데까지 생각이 이른다. 사람을 인지하고 기억하는데 쓰는 대표적인 식별기관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멀리서 아는 척을 해도 모른다. 가까이 다가와야 겨우 알아본다. 어쩔 수 없이 정확히 보지 못함은 나에 대한 믿음과 확신도 한풀 꺾이게 한다.

 

18 전성태 / 이웃

 내가 괴로우니까 세상을 괴롭게 보는 듯하다. 어쩌지 못하겠는 사람들이 눈에 속속 보여 오지랖을 떤다. 소설을 읽고 나니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진 하얀 캠핑카가 떠오른다. 억소리나는. 주변과 비교하며 주변을 탓하며 나의 우월성과 나음을 자의로 판단하고 고조되는 기분이란 유치한 줄 알지만 다른 이의 결핍과 비양심을 보며 그래도 나의 상태와 우리 가족에 안도하게 되는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나도 자연을 훼손시키고 보호지대를 침범하려들면서 남이 남긴 쓰레기와 악취에는 눈살을 찌푸린다. 딸들만 데리고 야영하는 남자를 불쌍히 여기다가 캠핑 물품을 완전 구비하고 자연보호에 나선 이웃남자를 부부는 달리 보기 시작한다. 익숙하고 편한 마음에서 찔리고 불편한 마음으로 갈아탄다.

 

19 정세랑 / 아라의 소설

 여러 소설 중에서 박완서 선생님이 구체적으로 언급되는 소설이라 특별했다. 쉽게 읽히는 대중소설과 장르소설과 페미니즘 소설의 전면에 선 정 작가다. 가볍고 명랑하고 단순하다고해서 한 수 아래로 취급하기보단 이 작가가 얼마나 더, 또 어떻게 선배 작가의 뜻을 이어받아 작품세계를 확장해갈지 지켜볼 일이다.

 어린 여자 이름을 가졌다는 이유로, 온갖 공격에 시달리는 저급한 인터넷문화와 말의 홍수에 환멸이 든다. 여성 작가의 글을 두고 적어도 여성 독자들끼리 벽을 치고 물어뜯는 소모전만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여성 창작자에게 유독 가혹한 (여성) 독자들을 봤기에 하는 말이다. 목소리내기와 지면 확보, 사라지지 않기 위해 오늘도 전투 자세로 쓸 창작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이러면서도 사실 알아보려 노력하는 수준이다).

 

20 정용준 / 연기가 되어

 얼마나 풀리지 않고 근심 걱정이 많으면 입에서 담배 연기가 숨 쉴 때마다 뻐금뻐금 나올까. 왜 술을 먹고 꼬장을 부려 절친을 잃는지. 주인공은 일순 아무것도 곁에 없는 한심한 삶이 되어버린다.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싶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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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 해피엔딩 ~10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싱* | 2021.02.1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1 강화길 / 꿈엔들 잊힐 리야  모호하게 인상만 던져주고 피해버리는, 폭력에 은근한 폭력성으로 맞서는 화법이 매력적일 때도 있으나 때론 좀 지나친 함구로 다가오기도 한다. 외조부모님이 첫 데이트와 격렬한 부부싸움을 모두 일본어로 한 이유는, 아픈 역사를 공유한다는 암시일까. 서사를 뜯어버리니까 채우는 재미도 있지만 미로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2 권;
리뷰제목

1 강화길 / 꿈엔들 잊힐 리야

 모호하게 인상만 던져주고 피해버리는, 폭력에 은근한 폭력성으로 맞서는 화법이 매력적일 때도 있으나 때론 좀 지나친 함구로 다가오기도 한다. 외조부모님이 첫 데이트와 격렬한 부부싸움을 모두 일본어로 한 이유는, 아픈 역사를 공유한다는 암시일까. 서사를 뜯어버리니까 채우는 재미도 있지만 미로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2 권지혜 / 안아줘

 어깨 회전근개에 문제가 생겨 머리를 빗는 것도 등에 파스를 붙이기도 곡예가 되어버린 요즘 누군가를 팔 벌려 안는 일은, 말을 넘어선 그 자유로운 포옹-포용에 마음이 자꾸 쓰이던 중에 읽어 더 기억에 남는다. 그 팔로 남의 딸을 ()안으려는 용기가 갸륵하면서도 무엇을 대신한 사랑(존재)에 다소 회의적이라 염려스럽기도 하다.

 

3 김사과 / 비행기와 택시를 위한 문학

 신예 작가로 한참 떠들썩했던 김사과. 호들갑스럽게 불러내지 않음이 소설가에게는 이로울까. 2018년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 이 소설이 쓰인 시점? 내 경우 아직 실직 전이고 몸의 관절도 망설을 부리기 전이었는데. 아니지, 나갔다하면 상처입고 돌아와 울었던 것 같고..

 그 후 코로나19가 닥쳐 카뮈의 페스트읽기 열풍이 불은 뒤로 쥐에 대한 언급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소설의 끝에 유령 쥐까지. 감옥과 쥐를 말할 때는 현재 수감 중인 L들과 P를 떠올렸다. 소설가는 바스키아 그림에서 이런 상상이 발동한 것일까. 디스토피아.. 묵시론.. 멸망 이전의 왕국과 대도시들을.

 

4 김성중 / 등신, 안심

 앞으로 장이 서는 목요일이면 돈까스가게를 유심히 바라보며 웃을지도 모르겠다. 등신들이 안심하는 화해 성찬 음식이라니. 극렬한 전쟁을 한바탕 치르고 나선 길, 주인공은 파운데이션과 첨삭 펜과 어려운 철학 용어들과 인터넷 쇼핑으로 상처를 지혈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지금 근무하는 곳이 아파트단지고 이용자 외 자주 보는 사람들이 학부모이다보니 그들의 가정을 가끔 상상하게 된다. 그들도 자식을 끈으로 겨우 맞는 평온한 밤다섯 글자 화해를 치를지.. 금가고 불투명해진 유리의 상태로 얼마나 가정을 지킬 수 있을까.

 

5 김숨 / 비둘기 여자

 습하고 무덥던 지난여름 내내 침대에서 지내면서 비둘기 이동 동향과 울음소리를 정확히 알게 됐다. 에어컨 실외기에 앉아 울어대는 소리가 무척 거슬리고 싫었다. 새소리인 줄(비둘기도 새 맞지만^^) 잘못 알고 있을 때는 신경이 안 쓰였는데 아무래도 비둘기에 대한 편견(유해동물)이 있는 듯하다. 경제적으로 무능하고 이동 수가 없지만 비둘기(를 닮은 아내)를 애정했던 남편을 향한 미안한 마음을 드러내는 것일까, 아니면 자기혐오의 라이터 불빛을 쏘아 올리는 것일까.

 

6 김종광 / 쌀 배달

 봉사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인다. 남을 돕고 살지는 못하고, 봉사자라는 직분으로 소정의 월급을 받고 지낸다. 한 달에 두 번 쉬고, 평일에는 여섯 시간, 주말에는 무려 여덟 시간을 일하지만 봉사라 앓는 말도 못한다. 코로나19로 영업이 중단됐던 시기에는 무급 처리되었고, 휴관일 제외하고 봉사료가 일당으로 계산돼 일원 단위로 입금되기도 했다. 입금이 그 사람의 스케일을 결정한다고 둘러대도 될까. 내가 이걸 먹어도, 사도되나 싶다. 병원비도 솔직히 걱정된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한 노인을 노동이든 금전이든 돕는 손길은 두말 필요 없이 비범하고 인간애에 속한다.

 

7 박민정 / 그리고 나

 보육원을 작은 군대나 개를 풀어놓는 살벌한 곳이자 아이들이 외로움을 적의로 드러내는 공간으로 그려도 무방한가. 지금의 이야기라고 믿고 싶지 않다. 여전히 고아 수출국임을 고발하고자 쓴 날카로운 글일까. 소설을 읽다가 왜 우리는 비현실적으로 완벽한 여자 인형을 가지고 노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보모 아주머니는 무슨 도살한 고기에 찍는 푸른 마크마냥 아이들의 머리를 제멋대로 잘라놓는지 살벌하고 소름 끼쳤다. 불편한 잠자리와 밀착 관심과 온기 없는 보호시설은 어딘가 도살장 같다.

 

8 백가흠 / 저는, 오마르입니다

 영문학을 전공한 내 주변에는 영어권 외국인과의 교제에 대체로 개방적이었다. 이십년 전에도 언어는 연애 가능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살 부대끼며 사는 사람과 영어회화 교재의 말만 하고 살 자신이 없었다. 전달하지 못한 말이 가슴에 쌓이는 게 막 보이고 생각만 해도 숨 막혔다. 주인공은 여자 하나만 보고 멀리서 왔지만 사랑의 유효기간을 넘기지 못한다. 권태와 환멸과 일방적으로 굳게 닫힌 문. 오마르의 수진이 떠나버려 그는 갈 곳이 없다!

 

9 백민석 / 냉장고 멜랑콜리

 냉장고 하면 레이먼드 카버의 어느 단편이 떠오른다. 관계 개선의 여지 없음과 무기력의 끝을 보여주던.  카버의 글과는 다르지만 하루키의 단편과 비슷해 끌렸다. ‘양철 드럼통이 된 사내의 사연은? 삼십대 중반까지만 해도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출렁거려 내 가슴에는 2리터짜리 생수통이 들어 있다고 여겼었다. 냉동고와 함께 전자제품(의 말썽)에 속 끓이며 눈물 흘리는 주인공은 아마도 사물에게서 자신을 보았거나 분통 터지는 숨은 마음(계속 싸워야 하는 삶)이 불쑥 튀어나와 그러는 게 아닐까 싶다.

 

10 백수린 / 언제나 해피엔딩

 공저인 짧은소설집 <<멜랑콜리/해피엔딩>>이 910상반된 단어들을 조합한 것인가보다. 불과 얼마 전에 읽었음에도 5줄 정도 봤을 때야 내용이 기억났다. 조금씩 꿈의 디테일을 버리며 길을 영영 놓칠까 봐 두려운 주인공. 소설 속 인물은 전공과 미래 꿈과는 무관한 대학 행정 직원으로 일하는 중이다. 창문 없이 임시로 지어진 부실한 공간 같은 학과 사무실은 그녀의 현재 상태와 닮았다.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없고 연장선을 그을 수 없는 막막함과 초조함을 암시한다. 한국 대학은 비정규직 직원들이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그들의 직분을 계속 바꾼다(짜증나는 장난질). 온라인으로 수업이 이루어지는 이때, 그들의 지위나 자리는 예전보다 못할까, 나을까.

 주인공은 남자친구와 자꾸 끝으로 치닫던 마음을, 뜻밖에 학과 소속 강사와 차를 나눠 마시며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암울하게 먹칠하지 않기로 바꿔먹는다. 차한잔의 예기치 못한 온기와 대화가 덜컥 겁먹고 후두둑 떨어지던 마음을 막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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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뗑**지 | 2022.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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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폭***차 | 2020.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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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 201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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