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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을 지우는 여자
중고도서

흔적을 지우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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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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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년 1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150*220*20mm
ISBN13 9791156342403
ISBN10 1156342406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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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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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가뭄에 농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감자 농사가 예년에 비해 씨알도 잘고 상품가치가 없어 엉망이라는 한숨 소리가 TV 스피커를 통해 안방까지 전해진다.
어릴 적에 엄마를 따라 감자밭 풀 뽑기에 나섰다. 함지박에 새참거리를 이고 가는 엄마를 쫓아가는 건 풀을 뽑기보다는 새참 먹는 재미로 가는 거다. 새참거리는 특별한 음식이 아닌 찐 감자나 쑥버무리와 물김치 정도다. 동생과 호미걸이 놀이를 하며 밭에 도착하자 감자 꽃이 바람에 와글와글 흔들린다. 밭둑 사이에는 산딸기와 오디가 지천으로 익어있다. 그것을 따먹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늘어진 가지를 휘어잡고 열매를 따 먹는 것도 지치면 오디를 따서 손톱과 입술에 발라본다. 인디언 소녀가 따로 없다. 마주 보고 깔깔대며 해맑게 웃다가도 저만치서 머릿수건을 두르고 일하는 엄마 위치를 확인해 가며 다시 놀곤 했다. 하얀 감자 꽃을 똑똑 따서 눈이 내린다며 머리 위로 뿌려대고 떨어지는 꽃마다 웃음을 섞어서 뿌렸다. 밭고랑을 헤집고 다니며 놀다가 따가운 해가 서산 봉우리에 걸리고서야 엄마 흉내를내면서 조막손으로 풀 뽑기를 해 본다.
호미질을 할 때마다 딸려 나오는 것은 검지 두께만 한 지렁이다. 기겁을 하는 나와는 반대로 동생은 아무렇지도 않게 지렁이를 맨손으로 쑥 잡아당긴다. 그리고는 슬그머니 내 목덜미 옷을 들춰서 등속으로 집어넣는다. 요동치는 지렁이가 징그러웠지만, 손을 넣고 끄집어낼 엄두도 못 낸다. 그 자리에서 엉엉 울었다. 움직일수록 등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그 감촉이 나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다. 식은땀까지 흘리며 엉거주춤 서 있는 나를 보고 동생은 옆에서 깔깔대며 웃는다. 어찌나 미운지 두들겨 패주려고 하자 축축하고 물렁물렁한 지렁이가 등에서 꿈틀댄다. 그 느낌에 진저리치며 동생을 때려 주고 싶은 것도 포기해야 한다. 그때부터 이 계집애는 지렁이만 보이면 잡아서 내 등에 집어넣는 고약한 취미를 즐기곤 했다. 동생과 나는 두 살 터울이지만 동생이 덩치가 커서 남들 보기에는 쌍둥이로 착각할 정도다.
---「자주감자 꽃」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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