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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풍경

: 글자에 아로새긴 스물일곱 가지 세상

리뷰 총점9.3 리뷰 31건 | 판매지수 1,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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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486g | 150*210*20mm
ISBN13 9788932473956
ISBN10 8932473951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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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추천의 글
프롤로그 : 글자들의 숲길에서

I. 유럽과 아시아의 글자 풍경
알프스 북쪽 침엽수 같은, 알프스 남쪽 활엽수 같은 글자들
루터의 망치 소리 근대를 깨우고
짧지만 아름답던 벨 에포크, 삶의 찬란한 기쁨 유겐트슈틸
대륙 유럽 너머의 글자 생태계
로마자의 독특한 낱글자들 그리고 로마자 너머
뉴욕에 헬베티카, 서울에 서울서체
홍콩의 한자와 로마자, 너는 너대로, 다르면 다른 대로
터키의 고대 문자, 지중해의 패권을 둘러싼 고된 세력 다툼
아랍 문자의 기하학 우주에는 빈 공간이 없다
인도, 활기 넘치는 색채의 나라

II. 한글, 한국인의 눈과 마음에 담기는 풍경
한국어의 ‘사랑’, 다섯 소리로 충만한 한 단어
세종대왕의 편지, 한글의 글자 공간
궁체, 글자와 권력 그리고 한글과 여성
명조체, 드러날 듯 말 듯 착실히 일하는 본문 글자체
흘림체, 인간 신체의 한계가 만든 아름다움
2010년대 한글 글자체 디자인의 흐름

III. 우주와 자연, 과학과 기술에 반응하는 글자
글자체가 생명을 구하고 운명을 가를 수 있을까
붓이, 종이가, 먹물이, 몸이 서로 힘을 주고 힘을 받고
큰 글자는 보기 좋게, 작은 글자는 읽기 좋게
길 산스 울트라 볼드 i, 각각의 문제와 각각의 해결책
인공지능과 독일의 자동차 번호판 위조 방지 글자체
일본 도로 위 상대성 타이포그래피
네덜란드 글자체 디자이너가 직지를 만나 세 번 놀랐을 때

IV. 자국과 흔적을 사색하는 시간
악보 위에 피어난 꽃
한 방울 잉크 자국이 들려주는 이야기
눈 내리는 우키요에
눈으로 듣는 짧은 시, 소리로 보는 작은 그림

용어 정리
이미지 출처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이 책을 글자들의 생태계처럼 조성하고자 했다. 글자들의 숲, 종이들이 이파리처럼 나부끼고 먹의 묵향이 번지는 곳, 인쇄기가 덜커덕덜커덕 구슬땀을 흘리며 근대로 향하는 정신의 텍스트를 힘차게 찍어 내는 곳, 싱싱한 생명의 피처럼 기계를 돌리는 기름 냄새가 풍기고, 기계의 견고한 육신이 장인들의 노동과 온기에 힘입어 삶의 온도를 생생히 유지하는 곳, 갓 떠낸 검은 잉크가 피부의 윤기처럼 반짝이며 그윽한 체취를 풍기는 곳, 활기가 넘치는 거리 위 네온이 반짝이는 곳, 지구상 다양한 양태의 정신들이 글자로 응결되어 맺혀 있는 곳……. 이런 글자들의 숲길을 마음 편히 산책하는 기분으로, 가끔은 땀 흘려 걸어야 할 길들도 나 있는 이 풍경 속으로 독자들께서 성큼 들어오셨으면 한다.
--- p. 17

이탈리아구나. 아, 내가 이탈리아에 왔구나!
베네치아에 도착한 길에 평범한 연구소의 간판 하나와 마주쳤다. 탄성을 머금은 채 그대로 멈춰 서서 들여다봤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국경을 넘어 막 이탈리아에 도착한 직후였다. 내가 살던 독일의 일상에서는 보기 드문, 둥글고 밝고 비례가 우아한 글자들이었다. 그 글자들이 따뜻해 보이는 하얀 돌 위에 새겨진 채, 남쪽 나라의 화사한 태양 아래서 나른히 기지개를 펴며 몸을 늘이고 있었다. 여기, 이탈리아가 깃들어 있었다.
--- p. 25

글자를 다루는 것은 곧 정보를 쥐는 것이라, 글자는 권력과 결부되어 있었고, 동서의 역사를 통틀어 주로 남성들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글씨체의 역사에서 여성이 주도한 예외적인 두 문자 문화가 있었으니, 하나는 한글이고 다른 하나는 히라가나다. 궁체는 궁녀들이 궁에서 쓴 글씨체다. 한글 글씨체의 발달사는 조선 후기 이후 여인들이 주도해 왔다. 궁체의 종류는 크게 편지를 쓴 ‘서간체’와 소설을 필사한 ‘등서체’, 두 가지로 나뉜다.
--- p. 157

FE-폰트는 ‘펠슝스에어슈베어렌데 슈리프트(Faschungserschwerende Schrift)’의 약자로, 직 역하면 ‘위조 방지 폰트’다. 현재 독일의 자동차 번호판에 사용되는 FE-폰트에는 기계적인 냉담함을 탈피한 둥글고 통통한 손맛이 있어, 어딘지 인간적인 위트가 느껴진다. 독일 밖의 폰트 연구가들에게도 ‘세계에서 가장 잘 디자인된 자동차 번호판’이라는 칭찬을 끌어낸 이 폰트는, 독일뿐 아니라 스리랑카·남아프리카공화국·몰타·우루과이의 자동차 번호판에서도 채택되어 활약하고 있다. 그대로 사용하지는 않더라도 이 폰트를 모델로 삼아 새로운 번호판 폰트를 개발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 p. 245

‘종이에 남겨지는 자국들은 ‘형상의 아버지’와 ‘재질의 어머니’가 합작한 결과이지만, 흔히 ‘아버지’ 형상 속에 담긴 언어적인 성격이 강한 정보가 전부라고 여겨지는 것 같다. 오늘날 디지털과 오프셋 인쇄의 창백한 기술 환경 속에서 물성이 탈락되면서 이런 경향은 더 심해지고 있다. 물론 물성의 결여를 부정적으로만 보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재질 속에는 다른 층위의 비언어적인 정보들이 정교하게 담긴다는 사실 역시 주지하려는 것이다.
--- p.277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우리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독창적인 시선
예술과 과학 그리고 철학을 아우르는 글자 인문학

『글자 풍경』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는 유럽과 아시아의 글자 풍경을 다룬다. 독일, 이탈리아, 미국, 영국, 스페인, 터키, 인도, 홍콩 등 다양한 나라에서 글자가 빚어낸 도시 풍경을 그린다. 세계 최대 도시 뉴욕을 글자체 중심으로 본다면, 화려한 네온사인과 고층빌딩보다 대중교통 사인시스템을 장식한 직선 형태의 모던한 ‘헬베티카체(helvetica)’가 단연 눈에 들어온다. 신사의 도시 영국 런던은 또 어떤가. 지하철 표지판부터 조명과 간판 등 런던 거리를 보면 동글동글한 모양의 길 산스체(gill sans)가 보인다. 이처럼 1부에서는 이미 알려진 세계적 도시에서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풍경을 발견할 수 있다.

2부에는 한글 및 한국인의 눈과 마음에 담긴 풍경을 담는다. 저자는 한국에서 ‘타이포그래피의 근대’를 연 인물로 15세기 중반의 위대한 왕이자 탁월한 학자인 세종대왕을 꼽는다. 한글 창제는 곧 ‘지식 민주화’를 의미하는 것이기에, 한국 ‘타이포그래피의 근대’는 이때부터 밝혀졌다고 보는 것이다. 2부에서는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과 한글의 글자 공간, 궁체와 명조체와 흘림체, 그리고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두각을 드러내는 한글 글자체 디자인을 조명한다.

3부에는 우주와 자연, 과학과 기술에 반응하는 글자들을 이야기한다. 자동차를 타고 가는데 교차로에서 도로 표지판의 글자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면, 20포인트(Point)가 넘는 크기의 글자체로 만든 책을 읽는다면, 판결문을 ‘흥’과 ‘홍’이 헷갈려 잘못 쓴다면 과연 우리는 편안히 일상을 누릴 수 있을까? 이 장에서는 글자체가 우리 삶뿐 아니라 과학과 기술 등과 얼마나 관련 있는지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4부에는 바흐의 자필 악보와 윌리엄 모리스가 디자인한 책 『세상 너머의 숲(The Wood Beyond the World)』 그리고 가와세 하스이의 우키요에와 청사 안광석의 전각 등을 통해 종이에 남겨진 자국과 흔적을 사색하는 시간을 갖는다.

타이포그래피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도
글자가 전하는 색다른 기쁨과 재미를 맛보다

인간은 왜 타이포그래피를 할까? 저자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즉 “우리 자신의 개성과 말투가 사람들의 눈에 보이고 읽힐 때 더 잘 표현되기를 바라서, 타인과 소통을 다각도로 더 잘하기 위해서, 더 아름답기 위해서, 더 기능적이기 위해서, 더 다양한 감정을 주고받기 위해서, 우리의 생각을 더 잘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그러니까 우리는 보다 나은 공동체를 위해서, 함께 더 잘 살기 위해서 의사소통을 하고 타이포그래피를 한다. 따라서 타이포그래피는 전문 영역인 동시에 일반인도 알아 두면 좋을 교양의 영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글자 풍경』은 전공자를 위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자세하게 제공하기보다는, 글자 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이 쉽고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비록 타이포그래피를 공부하지 않았더라도, 이 책을 통해 글자의 생태를 이해하고 그로부터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한편 이 책은 「중앙선데이」에서 1년간 연재한 칼럼 ‘유지원의 글자 풍경’을 바탕으로 했지만, 당시 지면 제한으로 넣지 못한 사례를 추가했고, 짧게 요약된 부분을 친절하게 풀어냈다. 그뿐만 아니라 저자의 생각을 보다 잘 드러낼 수 있도록 다섯 편의 글을 보충했고, 그림과 사진, 그래픽 등 시각적 요소도 크게 살렸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글자에 관한 글을 읽는다는 것은 매우 성찰적인 행위일 수밖에 없다. 지금 내가 들여다보고 있는, 이 흰 바탕에 새겨진 검은 잉크 자국을 끊임없이 의식하게 만드니까. 글의 의미에서 자꾸 미끄러져 나와 글자 하나하나의 획 굵기와 세리프의 각도와 이를테면 “a의 아랫부분 폐곡선 안 물방울 모양 하얀 속공간” 따위에 주의를 기울이게 만드니까.
유지원은 디테일의 세계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그동안 한 번도 유심히 보지 않았던 것들의 세부로 우리를 초대하고 미묘한 차이를 음미하자고 유혹한다. 자세한 설명과 섬세한 비유의 안내를 따라가 보니, 그 세부에 참말 커다란 것들이 잔뜩 들었다. 그 폐곡선 안 물방울 모양 하얀 속공간은, 말하자면 쌀 한 톨 크기도 안 되는 이 여백은 역사와 심리학과 철학과 물리학과 화학으로, 그러니까 의미로 꽉 찼다. 유지원은 과학자의 머리와 디자이너의 손과 시인의 마음을 가진 인문주의자다.
- 박찬욱 (영화감독)

언어가 인간이 이룩한 문명의 정수라면, 글자들의 풍경은 도시의 전경처럼 문명의 외피를 보여 준다. 역사 속에 등장한 글자들의 기하학을 이해하는 과정은 그 시대 사람들을 내밀하게 공감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는 글자들을 왜 그렇게 쓰게 됐을까? 저자 유지원은 깊이 있는 지식에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담아 이 묵직한 질문에 답한다. 글자 하나하나에 얼마나 깊은 인간의 역사가 담겨 있는지 친절하게 서술한다. 다채로운 글자들의 풍경이 곧 다양한 문명의 역사임을 증명한다.
근사한 책은 일상적인 것들을 한순간 완전히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 책이 그렇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이제 당신은 양식이 다른 글자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로 당신에게 말을 거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 정재승 (과학자)

나는 글자체를 만든다. 하얀 바탕에 검정 글자. 내가 만드는 글자의 세상은 이렇게 단순해 보이지만, 나에게 있어 글자의 검정색은 역사성과 시대성 그리고 나의 개성까지 여러 겹의 층위가 겹쳐지고 농축되어 만들어진 검정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글자에 농축된 겹겹의 층위를 하나하나 자세히 펼쳐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글자를 해부하고 분석하기보다는, 글자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다각도로 이해하고 공감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에게 전달한다. 작가가 글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새가 내려다보듯 높은 곳에 있기도 하고, 현미경으로 보듯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을 확대하기도 하며, 과거의 입장에서 현재를 바라보기도 혹은 현재에서 과거를 상상하기도 한다. 그 이야기들이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은 작가가 직접 현지에서 경험한 것일 뿐만 아니라, 타이포그래피 교육자와 연구자로서 오랫동안 체계적으로 정리해 온 주제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이 안내하는 대로 글자가 있는 풍경을 걸어 보자. 늘 곁에 있어 익숙하고 잘 안다고 생각했던 글자들의 새로운 모습을 알아 가는 것은, 참으로 놀랍고 유쾌할 것이다.
타이포그래피 연구자 유지원이 세계 여러 글자에 아로새겨진 사람과 자연, 역사와 문화 등을 들려주는 글자 인문학 책이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되었다. 저자는 디자이너의 시선에만 머물지 않고, 예술과 과학, 철학 등 다양한 학문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면서 다각도로 글자 형태가 품고 있는 스물일곱 가지 세상을 보여 준다. 나아가 저자가 직접 만든 그래픽이나 현장에서 찍은 사진 등 국내에서 보기 드문 도판을 대거 곁들여 이야기뿐 아니라 시각적 재미까지 더한다.
- 류양희 (글자체 디자이너)

회원리뷰 (31건) 리뷰 총점9.3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숟가락의 숙명을 가진 명조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s******8 | 2022.05.2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본문 속에서 실용적으로 기능하는 대개의 명조체는 점심 때 쓴 여느 숟가락의 숙명을 가졌다. 하지만 어디 폰트뿐일까? 사회에는 각고의 노력을 들여야 겨우 아무 일 없는 듯 보이는 영역이 도처에 있다. 그 묵묵한 작동을 멈추면 ;
리뷰제목

'본문 속에서 실용적으로 기능하는 대개의 명조체는 점심 때 쓴 여느 숟가락의 숙명을 가졌다. 하지만 어디 폰트뿐일까? 사회에는 각고의 노력을 들여야 겨우 아무 일 없는 듯 보이는 영역이 도처에 있다. 그 묵묵한 작동을 멈추면 문제가 생기고 탈이 난다. 한글 명조체는 이렇게 우리의 일상에 드러날 듯 말 듯 스며서 작동한다.' -본문 중 발췌

교회에서 방송실 봉사를 하며 드는 생각이 있다. 소리가 잘 나오나, 조명은 괜찮은가, 카메라 구도는 어떤가. 예배 내내 매끄러운 진행을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다. 탈없이 예배가 끝나면 그 날은 성공적인 날. 누구도 칭찬하거나 알아봐주지 않는다. 사람들이 방송실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것은 방송사고가 났을 때. 소리가 안 나오거나, 조명이 꺼지거나, 카메라가 흔들릴 때이다. 아, 잘해봐야 티 안나고 잘 못해야 티가 나는 운명이로구나. 본문 중 필자가 명조체의 숙명을 숟가락에 비유한 것이 깊이 와닿았다. 지난 점심에 먹은 숟가락의 모양이 기억나지 않는 것은 먹기 편했기 때문일 것이다. 숟가락의 모양이 기억난다는 건 불편했기 때문일 것이다.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아야 성공한 것이다. 먹기 편한 숟가락을 위해, 읽기 편한 명조체를 위해, 예배하기 편한 방송환경을 위해 자기를 지워야만 한다. 이 얼마나 겸손한 모습인가. 하지만 우리는 그 편함을 만들기 위해 뒤에서 고군분투한 '디자이너'들을 기억해야한다. 그리고 감사해야한다.

 

'얼었다 녹아

붓으로 전부 길어 올리는

맑은 물

-바쇼

 

 얼었다 녹아 붓으로 전부 길어 올리는 맑은 물. 시인 바쇼는 왜 그 물을 붓으로 길어 올리고 싶었을까? 사람의 마음이야 헤아리기 어렵지만, 이후 붓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는 짐작할 수 있다.

 대개의 붓은 한 번에 약 10밀리리터 정도의 먹물을 머금는다. 먹물은 탄소와 아교와 물의 혼합물이다. 색을 내는 탄소 입자가 종이에 자국을 남기고 물은 증발한다. 그러나 눈이 녹은 맑은 물은 색을 내는 입자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러니 붓은 종이에 흔적을 남기는 대신, 마른천에 물기가 닦이고 말려졌을 것이다. 얼음이 녹은 물은 붓털에서 그대로 증발했을 터다. 이렇게 보니 이제 시인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그는 붓을 겨울의 마지막 흔적을 지우는 지우개로 썼다. 붓으로 다 길어 올려질 정도로 얼마 남지 않은 겨울을 그대로 두지 못할 만큼, 그는 봄이 기뻤던가 보다.' -본문 중 발췌

기다리던 봄이 찾아왔다. 그 기쁨을 이토록 차분하고도 활기차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눈 녹은 물을 먹물 삼아 붓을 흠뻑 적시면 보송해진 봄이 눈 앞에 다가와있다.

 

 

'월인천강(하나의 달이 수천개의 강에 새겨지다), 이 네 글자는 내게 인쇄술과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아름다운 은유로 읽힌다. 달은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생각이다. 그 생각을 강물이라는 종이에 찍고 스크린에 실어 여러 사람에게 전한다. 이것이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이고, 글을 더 정련해서 전하고자 문학이 존재하는 이유이고, 또 타이포그래피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사람들이 책과 신문과 잡지를 만들고 인터넷을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림과 글자는 한 몸에서 분화했다. 한 폭의 그림 같고 한 수의 시 같은 글자들이 강물에 달 찍히듯 사람의 마음에 찍힌다. 자국으로 남겨지고, 그리움으로 그려지고, 기억으로 새겨지고, 여러 사람의 마음속에 각인되어 살아남아 생명처럼 생생한 심상과 이야기를 이어 간다.' -본문 중 발췌

 

인쇄술과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필자의 감상이 인상적이다. 이래서 언어를 생명체라고 하나 싶다. 남겨지고 전해지고 또 변해가며 살아남는 언어. 그리고 글자. 이 책은 하루에도 몇십번, 몇백번씩 스쳐지나가는 글자들을 잠시 멈춰서서 다시 보게 해주는 책이다. 그리고 그 글자 뒤에 있는 타이포그래퍼는 어떤 사람일까 가볍게 상상해보는 재미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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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글자 풍경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센*리 | 2021.07.0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글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책입니다, 타이포그라피라는 어쩌면 생소한 주제에 대해서, 글자와 문화 그리고 역사까지 함께 어우러서 녹아내는 책입니다, 아직 완독하지는 못했으나 평소에 쉽게 접하지 못한 주제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다른 시각으로 글자를 바라 볼 수 있는 책을 접하게 되어서 좋았어요~~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려고 생각중입니다 ㅎㅎ;
리뷰제목

글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책입니다,

타이포그라피라는 어쩌면 생소한 주제에 대해서, 글자와 문화 그리고 역사까지 함께 어우러서 녹아내는 책입니다,

아직 완독하지는 못했으나 평소에 쉽게 접하지 못한 주제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다른 시각으로 글자를 바라 볼 수 있는 책을 접하게 되어서 좋았어요~~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려고 생각중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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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추천합니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j*****1 | 2021.02.0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추천받아서 읽었습니다!타이포그래피, 글자(모양)에 대해 새롭게 많이 알아가네요.타이포그래피를 역사로, 예술로, 과학으로 풀어낸 것 같아요.또한 다양한 나라에 대해서 다루어주셔서 더 재미있었어요. 한 가지 내용이 쭉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챕터별로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해서 끊어 읽기도 좋아요 ! 그리고 내용이 엄청 어렵지 않고 읽고 이해하기 쉽게 되어있습니다. 가볍고 재밌;
리뷰제목
추천받아서 읽었습니다!
타이포그래피, 글자(모양)에 대해 새롭게 많이 알아가네요.
타이포그래피를 역사로, 예술로, 과학으로 풀어낸 것 같아요.
또한 다양한 나라에 대해서 다루어주셔서 더 재미있었어요. 한 가지 내용이 쭉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챕터별로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해서 끊어 읽기도 좋아요 ! 그리고 내용이 엄청 어렵지 않고 읽고 이해하기 쉽게 되어있습니다. 가볍고 재밌게 읽기 좋은 책 같ㅇㅏ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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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21건) 한줄평 총점 9.4

혜택 및 유의사항 ?
구매 평점5점
평소에 무심코 지나갔던 글자들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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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s******8 | 2022.05.17
구매 평점5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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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리 | 2021.07.05
구매 평점5점
글자에 대한 새로운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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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7 | 2021.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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