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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닫힌 문

창비시선-429이동
박소란 | 창비 | 2019년 01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1 리뷰 16건 | 판매지수 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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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9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68쪽 | 128g | 128*188*20mm
ISBN13 9788936424299
ISBN10 8936424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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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닫힌 문을 두드리며 건네는 다정한 인사" 〈시요일〉 독자가 사랑한 시인 박소란의 신작. 『심장에 가까운 말』 이후 4년 만에 펴낸 시집으로,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으로 삶의 순간순간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간절한 마음으로 닫힌 문을 두드리는 온기 있는 말들이 일상의 슬픔을 달래며 오래도록 가슴속에 여울진다. - 시 MD 김도훈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나는 인사하고 싶습니다 내 이름은 소란입니다”

‘시요일’ 30만 독자가 사랑한 박소란의 신작시집
닫힌 문을 두드리며 건네는 다정한 인사


2009년 등단 이후 자기만의 시세계를 지키며 사회의 보편적인 아픔을 서정적 어조로 그려온 박소란 시인의 두번째 시집 『한 사람의 닫힌 문』이 출간되었다. 시인은 “사회적 약자와 시대의 아픔을 개성적인 어법으로 끌어안았다”는 호평을 받은 첫 시집 『심장에 가까운 말』(창비 2015)로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하며 시단의 주목을 받았다. 시집 독자들은 물론 시 전문 애플리케이션 ‘시요일’ 이용자들로부터도 특히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박소란 시인은 4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더욱 섬세해진 감수성으로 삶의 순간순간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체념의 힘을 빌려 생을 돌보는”(이영광, 추천사) 간절한 마음으로 닫힌 문을 두드리는 온기 있는 말들이 일상의 슬픔을 달래며 오래도록 가슴속에 여울진다.

시인은 우리 주변의 슬픔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곧 시인 자신의 슬픔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인은 체념이 더 익숙해진 삶의 불행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찾는다. 그렇다고 섣불리 희망을 말하지는 않는다. “무엇을 좋아하고 또 그리워하는지”(「비닐봉지」) 모르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소중하다고 믿기에 “죽은 몸을 일으켜 세”(「쓰러진 의자」)우고, “나는 걷고 있고 그러므로 살고 있”(「천변 풍경」)음을 거듭 확인한다. 그리고 “문 저편의 그럴듯한 삶을 시작해”(「손잡이」)보기로 한다. 빈약한 삶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아스팔트 위를 걷고 여전히 살아 있다”(「이 단단한」).
시인은 ‘한 사람의 닫힌 문’이라는 제목을 통해 닫힌 문 앞에 서 있는 어떤 사람을 상상하게 만든다. 닫힌 문으로 인해 문 저편이 당장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문 저편에 있는 무언가가 온전한 것일 수 있다. 온전한 무언가가 문 저편에 있다고 생각하면 문 이편의 삶이 조금은 견딜 만해진다고 시인은 말한다. 해서 시인은 ‘모르는 사이’인 누군가에게도 다정한 인사를 건넨다. “요즘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심야 식당」) 궁금해하고, “나는 인사하고 싶습니다”(「모르는 사이」)라고 말하는 이 평범한 문장 앞에서 우리는 울컥, 멈춰 서게 된다. “사람을 원치 않아요 진심입니다”(「깡통」)라고 짐짓 말하지만 시인은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아름다운 시를 쓴다”(「이 단단한」).

울음으로 가득 찼던 첫 시집에서 ‘노래는 구원도 영원도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했듯이 시가 슬픔을 노래한다고 해서 절망뿐인 현실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시인은 슬픔으로 가득 차올라 먹먹해진 목청을 가다듬고 “침묵의 안간힘으로”(「울지 않는 입술」) 슬픔의 노래를 부른다. 삶에 지친 등을 가만가만 쓸어주는 손길과, 비루한 생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애틋한 마음으로 들려주는 시인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있기에 이제 우리는 어떤 절망에도, “어떤 슬픔에도 끄떡하지 않는다”(「전기장판」). 이 위로의 시편들은 닫힌 문을 쾅쾅 두드릴 때 들리는 묵직한 울림과 함께 독자들 곁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제1부
벽제화원

개를 찾는 사람
쓰러진 의자
비닐봉지
심야 식당
미역

물을 마신다

손잡이
깡통
빛의 주인

제2부
검정
계단
로드킬
자다 일어나 장롱을 열었다
상추
양말
귀신의 집
마음
아기
생동

외삼촌
원룸
감상
말해보세요
불이 있었다
습관

전기장판
위령미사
가여운 계절
맴맴
누가 자꾸
모델하우스

병원
깊이 좋아했던 일
내일
모르는 사이
나의 거인
웅덩이
잃어버렸다
정다운 사람처럼
엄마와 용달과 나는

제3부
천변 풍경
고맙습니다

이 단단한
가발
고장난 저녁
한 사람
메리 크리스마스
독감

선물
뱀에 대해
애완동물

울지 않는 입술
골목이 애인이라면
불쑥
시계
소요

네가 온다
오래된 식탁

해설|장이지
시인의 말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혼자 밥 먹는 사람, 그 구부정한 등을 등지고
혼자 밥 먹는 일

(…)

그래서
요즘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 ---「심야 식당」중에서

당신을 좋아합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

나는 인사하고 싶습니다
내 이름은 소란입니다 ---「모르는 사이」중에서

노래하지 않는 입술, 나를 위해
울지 않는 입술

(…)

내 것이 아닌 입술

여느 때와 같이
침묵의 안간힘으로, 나는, 견딜 수 있다 ---「울지 않는 입술」중에서

불쑥,이라는 말이 좋아

불쑥 오는 버스에 불쑥 올라 불쑥 아는 사람을 만나는 일
그런 일이 좋아

나는 그에게 사랑을 고백할 텐데 불쑥 우리는 사랑할 텐데 ---「불쑥」중에서

걷다보니 혼자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

여기는 천국일까
지옥일까

전화를 걸어 묻고 싶다
있나요?
살아 있나요?
---「극」중에서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가난과 마음 가난이 자아내는 허기는 이 시인의 인생 표정인데 여기에 궁기와 한탄이 없다는 것이 전부터 놀라웠다. 허기는 “배고프다 말하지 않”는 배고픔이다. 이 시집은 그 절실한 배고픔과 고독을 전보다 더 따뜻한 어둠에서 더 막막히 신문해 얻은 진술서이다. 따뜻하다는 건 함께한다는 것이고 막막하다는 건 맞선다는 뜻이다. 그는 여전히 길과 집과 꿈속에서 밥과 사랑과 공포를 마주한다. 무대는 더 외로워졌고 시인은 더 강해졌다. 그의 상대들이 세졌기 때문인데, 그것은 그가 잃은 것들이 떠날 줄 모르고 쉼 없이 되돌아오는 내면의 사태와 관계가 깊다. 방법적 착란의 기미가 비치는 여러 시편들에서 그는 이별 없는 이별의 고통에 기꺼이 시달린다. 죽음을 보내면서 또 불러들이고, 죽은 이에게 사로잡히거나 죽은 이가 되어 말하는 장면들. 말을 침처럼 흘리며 걸어야 하는 이 증세가 힘에 부쳐 그는 스스로를 사랑할 수도 살 수도 없는 사람이라 여기기도 하지만, “모르는 사이”인 누군가에게도 다정한 인사를 건네는 방심의 순간이 있어 “닫힌 문” 안에 불현듯 온기가 돈다. 사랑의 ‘불을 끄려면 불 가까이 다가서야 한다’는 애틋한 역설, 슬픔이 “어떤 슬픔에도 끄떡하지 않는다”는 힘차고 서글픈 반어는 다 사랑하는 싸움의 고된 결실이 아닐지. 시가 죽음에 손을 내미는 건 체념의 힘을 빌려 바로 생을 돌보기 위해서다. 그 무대에 그가 그릴 다른 윤리의 얼굴을 기대하게 된다. 곤한 인생파 시인이 더 곤한 투시파 시인이 되어가나보다.
이영광 (시인)

회원리뷰 (16건) 리뷰 총점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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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한 사람의 닫힌 문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M**********n | 2020.10.1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박소란의 몇몇 시를 읽고 감동한 적이 있다. 우연히 마주친 시였고, 하나의 시를 읽는 것과 시인의 궤적을 품고 있는 한 권의 시집을 통째로 읽는 것은 당연히 결이 다른 얘기였기에 나는 또 경험해보고 싶었다.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었다. 초반부터 조금은 두근대는 마음이었다가, 점점 조금씩 벅차올랐다. ‘괜찮다’는 말 가운데서 머뭇거리고 변덕을 부리던 일들이 떠올랐고,;
리뷰제목

박소란의 몇몇 시를 읽고 감동한 적이 있다. 우연히 마주친 시였고, 하나의 시를 읽는 것과 시인의 궤적을 품고 있는 한 권의 시집을 통째로 읽는 것은 당연히 결이 다른 얘기였기에 나는 또 경험해보고 싶었다.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었다. 초반부터 조금은 두근대는 마음이었다가, 점점 조금씩 벅차올랐다. ‘괜찮다’는 말 가운데서 머뭇거리고 변덕을 부리던 일들이 떠올랐고, 모두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시인의 말에 살짝 울컥하기도.

심야 식당의 우동이나 퇴근길에 산 상추 한 봉지, 방바닥에 깐 전기장판과 같이 정감 가는 소재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가끔은 작은 공간에서 혼자 무언가에 감탄하거나 위안을 받고, 가끔은 주저앉아 맥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가끔은 많은 사람들 사이를 걸으며 “이 속에 나는 있다 / 지금은 안심할 수 있다 (108쪽, <천변 풍경>)고 말하는 시인의 일상은 익숙한가, 아니면 익숙하지 않은가. 어쩌면 조금은 다를지 몰라도, 견딜 수 있다거나 잊으면 그만이라고 다독이거나, 죽음과 삶 사이에서 살아있다고 매번 다짐하는 시인의 말은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곤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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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포토리뷰 [시] 닫혀있는 문의 공간으로, 『한 사람의 닫힌 문』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하***장 | 2019.12.2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 닫혀있는 문의 공간으로, 『한 사람의 닫힌 문』 ♡      『하나, 책과 마주하다』 박소란 시인의 시를 참 좋아하는데 그녀의 시는 뭐랄까, 서정적인 느낌이다. 그렇다. 그녀에게 가장 어울리는 단어를 꼽으라면 '서정적'이란 말이 자연스레 떠오르니깐.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는 저자는 시단에서도 주목받는 시인이다.『한 사람의 닫힌;
리뷰제목

♡ 닫혀있는 문의 공간으로, 『한 사람의 닫힌 문』

 

 

 

 

 

『하나, 책과 마주하다』

 

박소란 시인의 시를 참 좋아하는데 그녀의 시는 뭐랄까, 서정적인 느낌이다. 

그렇다. 그녀에게 가장 어울리는 단어를 꼽으라면 '서정적'이란 말이 자연스레 떠오르니깐.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는 저자는 시단에서도 주목받는 시인이다.

『한 사람의 닫힌 문』은 그녀의 두번째 시집으로 사회적 아픔을 서정적으로 변화시켜 풀어내었다.

 

우리가 겪는 일상의 감정들이, 즉, 저자 본인이 겪는 그 감정들이 시 안에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

 

 

적당한 크기와 모양으로 조각을 내어

아무 바닥에나 던져버릴 수도 있다

오래 벼린 칼이 있고 마침 칼은 가방 속에 있고

 

나는 지금

교외로 향하고 있다 끈과 칼은

이상하리만큼 닮았고

 

끊을 수도

더 잘 끊을 수도 있다

 

울 수도 웃을 수도 있다   _「끈」 중에서

 

 

왜 그렇게 말해요?

당신은 그만 화를 내고

왜 자꾸 불행을 아는 체해요? 그러면, 그러면 뭐가 좀 있어 보일 것 같아?

 

 

예쁘지 않다 예쁘지 않다

 

그런 나는 조금씩 안심하고 있다고

당신 귓가에 조용히 속삭이고 싶지만

 

곁에 없는 당신

지금 당신은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다고, 빈방에 들어

외투도 벗지 않은 채 주저앉은 당신은

구겨진 얼굴을 감싸 쥐고서 아무도 모르게 운다

 

그런 당신 곁에 나는 조금씩 있을 수 있다고   _「마음」 중에서

 


나는 조금도 부서지지 않았다

여전히 아스팔트 위를 걷고 여전히 살아 있다. 마치 죽은 듯

벽돌을 닮았다

 

괜찮아요, 또 금세 잊겠죠. 같은 말을 한다

무던한 사람이라고, 당신은 나를 그렇게 알면 좋겠다

 

벽돌에게도 밤은 있고

또 그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아픈 기도의 문장을 읊조리기도 할 테지만

그것은 단지 벽돌의 일

당신과는 무관한 일    _「이 단단한」 중에서

 

시를 읽다보면 글쓴이의 감정이 단어 하나하나에 함축적으로 모아져 있어 곱씹으며 읽게 된다.

그 안에 읽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그래서 시를 참 좋아하나 보다.

평소에는 윤동주, 백석 시집과 나태주 시집을 자주 읽는데 젊은 시인들이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나 또한 그들의 시집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유망있는 젊은 작가들이 주목을 받을 때면 한국문학의 미래가 밝은 것 같아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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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파워문화리뷰 여름을 위로한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자*련 | 2019.07.16 | 추천7 | 댓글10 리뷰제목
 한 권의 시집을 온전히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마음은 풍요롭거나 슬픈 상태다. 내게는 대체적으로 그랬다. 박소란의 시집을 천천히 읽으면서 나는 조금 슬펐고 조금 기뻤다. 일상의 어느 순간 내가 보았던 풍경이 떠올랐고 한 사람이 생각나기도 했다. 우리가 되었던 시절은 사라졌지만 그때의 몇몇 장면은 고스란히 남아 나를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슬펐다. 세상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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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시집을 온전히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마음은 풍요롭거나 슬픈 상태다. 내게는 대체적으로 그랬다. 박소란의 시집을 천천히 읽으면서 나는 조금 슬펐고 조금 기뻤다. 일상의 어느 순간 내가 보았던 풍경이 떠올랐고 한 사람이 생각나기도 했다. 우리가 되었던 시절은 사라졌지만 그때의 몇몇 장면은 고스란히 남아 나를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슬펐다. 세상과의 단절을 원했던 시절이 달려들어 그때의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졌다. 시인의 감성과 나의 그것이 같지 않다는 걸 안다. 그래도 이런 시에 기대어 나를 바라보아야 괜찮아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나의 닫힌 문을 두드렸던 다정한 친구에게 이 시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고맙다고 말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한 사람이 나를 향해 돌진하였네 내 너머의 빛을 향해

나는 조용히 나동그라지고

 

한 사람이 내 쪽으로 비질을 하였네 아무렇게나 구겨진 과자봉지처럼

내 모두가 쓸려갈 것 같았네

그러나 어디로도 나는 가지 못했네

 

골목에는 금세 굳고 짙은 어스름이 내려앉아

 

리코더를 부는 한 사람이 있었네

가파른 계단에 앉아 그 소리를 오래 들었네

뜻 없는 선율이 푸수수 귓가에 공연한 파문을 일으킬 때

 

슬픔이 왔네

실수라는 듯 입을 붉히며

가만히 곁을 파고들었네 새하얀 무릎에 고개를 묻고 잠시 울기도 하였네

 

슬픔은 되돌아가지 않았네

 

얼마 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나는, 그 시무룩한 얼굴을 데리고서

한 사람의 닫힌 문을 쾅쾅 두드렸네 (「감상」, 전문)


 

이 시집이 기뻤던 건 이런 시가 있어서다. 모든 말들이 시가 될 수 있다는 확신, 그리고 우리는 모두 시인으로 살 수도 있다는 착각을 안겨주는 그런 시라 말하고 싶다. 버스나 지하철, 기차를 타고 내리는 일상에서 한 번쯤 일어날 수 있는 생활 시라고 표현하고 싶다. 감추었던 마음을 어떤 말에 빌려 슬그머니 내려놓는 것, 불쑥 네가 보고 싶어서, 불쑥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 한다는 확신. 시는 이래서 좋구나.

 

 

불쑥,이라는 말이 좋아

불쑥 오는 버스에 불쑥 올라 불쑥 아는 사람을 만나는 일

 

그런 일이 좋아

 

나는 그에게 사랑을 고백할 텐데 불쑥 우리는 사랑할 텐데

 

고단을 가득 태운 버스가 우리를 창밖으로 내팽개친대도 그리고 모른 체 달려간대도

우리는 깔깔 웃을 텐데 별일 아니라는 듯

 

아봐, 이걸 보라구, 여기 불쑥이란 게 있다구

아하, 그렇군!

걱정 없을 텐데

 

이제부터 나는 불쑥이 될 게, 실없는 농담을 해도 그는 고개를 끄덕일 텐데

어이 불쑥, 반색하며 불러줄 텐데

 

그러면 대답할 텐데 응, 하고

불쑥이 대신

불쑥은 내가 될 텐데

나는 불쑥 뒤에 숨어 숨바꼭질처럼 살 텐데

 

우리는 깔깔 웃을 텐데 별일 아니라는 듯

 

불쑥 왔다 불쑥 갈 텐데 술래도 모르게 나는, 멀리 저 멀리 갈 수 있을 텐데 (「불쑥」, 전문)

 

그리고 언제나 내가 반하는 단어, 풍경을 만나는 시.  나는 오늘도 당신에게 고백하고야 만다. 이런 시가 좋아요, 이런 시를 만나면 나를 한 번쯤 떠올려줘요. 여름의 절정에서 눈이 오는 풍경을 그린다. 아름답게만 내리는 눈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곤혹스러운 존재가 되는 눈. 눈을 헤치며 걷는 일, 그것을 바라보는 일, 그 풍경은 서늘하다. 그 서늘함이 여름을 위로한다.

 

 

사람이 있는 풍경,

그 한장의 사진을 본다

 

눈이 오고 있으므로

사람은 서둘러 걸음을 옮긴다

눈은 쌓이고

사람은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휘청거린다

 

풍경은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한 사람의 걸음으로 인해

풍경은 두근거림을 피하지 못한다

 

나는 본다

반쯤 녹아버린 눈사람과 같은 표정으로

왜 이런 사진을 찍었나

왜 이런 사진을 들여다보나

눈이 오고 있으므로

눈 속 몸부림치는 한 사람으로 인해

 

눈은 쌓이고

쌓일수록 거세고

사람은 기어코 넘어진다 강마른 무릎을 짓찧는다

 

풍경 저 바깥 어딘가

손을 흔드는 또다른 사람이 있는가 어쩌면

 

넘어진 사람은 일어선다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인해

사람은 걷는다

저 바깥 어딘가

 

그러나 결코 당도하지 못할 한 사람을

 

나는 본다

눈이 오고 있으므로

눈이 그치지 않고 있으므로 (「소요」,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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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1건) 한줄평 총점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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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 노작문학상 수상하셨다는 기사 보고 샀어요. 산문집같은 시집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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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 | 202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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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한 편 읽고 있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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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M**********n | 2020.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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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 2020.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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