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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옌 저 / 남혜선 | 알마 | 2019년 01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0 리뷰 1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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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72쪽 | 556g | 130*213*30mm
ISBN13 9791159922404
ISBN10 115992240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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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똑똑.)
샤오룽이 조용히 흐느끼기 시작했다.
(똑똑똑. 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
늦었어. 샤오룽이 말했다. 그녀가 눈물 가득한 얼굴로, 어깨를 격렬하게 떨었다. 둘은 서로를 꼭 껴안았다.
늦었어. 저 사람들이 들어올 거야.
그들이 문을 밀치기 시작했다. (쾅?) (쾅?)
순식간에 문이 밀쳐지며 열렸다. 사람들 무리가 집으로 걸어 들어왔다. 린췬하오와 샤오룽은 방구석에서 몸을 웅크린 채(방 전체가 모서리 하나, 날카로운 곳 하나 없는 황혼 같은 희미한 불빛에 함몰되어 있었다) 감히 단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
하지만 린췬하오는 순식간에 알아차렸다. 그 사람들 전부 눈이 없다는 걸.
그들은 눈이 없었다. 어둠이 타락을 향해 쉼 없이 다가서는 이 방에서(원래 잠시나마 존재했던 햇빛도 고요히 멈춰 선 바깥 도시에 의해 영원히 버려진 듯했다) 그들은 시력이 전혀 없는 듯했다. 그들의 얼굴 위로 깊이가 들여다보이지 않는 빈 구멍이 두 개 뚫려 있었다. 그들은 사방을 둘러봤지만 분명 헛수고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보고도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린췬하오가 샤오룽을 꼭 껴안은 채 눈을 감았다. 자기 얼굴 위로 눈물 자국이 느껴졌다.
그는 손가락 끝으로 얼굴을 더듬어보았다.
무서운 깨달음. 자신 역시 눈이 없었다. 그의 눈물 역시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은 텅 빈 구멍에서 나온 것이었다. --- p.20~21

“문제가 바로 거기 있는 거예요.”
미녀 국회의원의 펜 끝이 상대를 향했다.
“츄이신, 츄 장군님! 원전 사고가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하셨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아주 대놓고 앞뒤를 바꿔 말씀하시는군요. 원전 사고의 진짜 문제는 지금도 뒷수습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도대체 언제까지 뒷수습을 해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데 있단 말입니다! 우리가 아는 건 허천두안팡의 재난 지역 탐사 결사대가 베이추이 댐이 심각하게 오염되었다는 소식을 가지고 오기 전에 이미 대만 북부의 수십만 국민이 아무것도 모르고 방사능에 오염된 물을 마셨다는 겁니다! 원전 사고가 난 지 꼬박 열이틀이 지났는데, 사람들이 그 기간 내내 방사능에 오염된 물을 마셨다구요! 우리가 아는 건 작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54퍼센트를 기록했다는 겁니다! 마이너스 54퍼센트요! 우리가 아는 건 원전 사고로 5분의 1에 달하는 국토가 폐허로 변했고, 과거 대만의 최대 인구 밀집지이자 가장 발전했던 지역이 도대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아는 사람이 아예 없다는 겁니다! 이건 인류가 역사 이래 만들어낸 최대의 폐허에요! 지금 현재까지, 이미 신뢰가 완전히 무너져버린 경제부와 대만전력 말고 우리의 유일한 소식원은 허천 위원장이 제출한 출입금지구역 현황 보고밖에 없다고요! 믿어지세요?” --- p.56~57

린췬하오는 유리창에 거꾸로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다시 한번 보았다. 실내 복도의 조명이 하나둘 늘어선 모래시계처럼, 시계추처럼 그들의 머리 위에 열을 지어 매달려 있었다. 그 투명한 용기 안에 담긴 것이 빛이 아니라 불규칙적인 다각형 모양으로 가장자리가 잘려나간, 가늘게 부서진 무수한 유리 가루인 것 같았다.
유리로 된 기관器官의 가루. 부서진 조각. 쇼윈도 안의 유리로 만든 마네킹들처럼, 투명한 체내에 정교한 유리 기관이 셀 수 없이 가득했다. 팔다리와 몸통, 뼈대, 혈관, 신경, 투명한 혈액과 장기 주머니. 그러다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내부 폭발이 일어나 분진이 되고 모든 잔해가 봉인되었다가 모래시계 안의 유동체가 되어버렸다. 봉인된 뒤에는 하나의 방향으로, 영원의 죽음을 향해 다가갔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모래시계가 만들어낸 거울 이미지의 환각 속으로. --- p.69~70

린췬하오는 다시 지금 이 순간의 주차장을 가로질러(거대한 통풍관이 밀폐된 공간의 상단을 불법점거 중이었는데, 짐승의 조직 같은 그곳에서 미세하게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구석까지 걸어가 방화문을 밀어젖혔다.
역시나 주차장이었다. 순환 고리 같은 주차장의 연속. 린췬하오는 매번 방화문이 열리고 주차장 공간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순간이 되면 곧바로 자신의 차가 이 공간에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 차를 찾기 위해(그런데 본인 차가 어떤 모양이었을까? 그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이렇게 하나 또 하나 미로처럼 끝없이 펼쳐진 주차장을 가로질렀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허비했는지 모를 즈음(이곳에선 시간이 얼어붙은 듯했다. 시간은 흐르는 법이라고는 없이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가 다시 똑같이 생긴 방화문을 밀어젖히자…
바다가 펼쳐졌다.
린췬하오는 뒤의 방화문을 닫고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비할 데 없이 육중한 유동체가 그를 뒤덮기 시작했다. 그곳은 바다의 핵심이었다. 빛은 이미 다 집어삼켜졌고 위로는 바다 표면이 보이지 않았으며 아래로도 역시 해저가 보이지 않았다. 사방에도 뭔가 표식이 될 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시각은 이미 거의 상실했고 청각 역시 점차 사라지는 중이었다. 귓바퀴에 짐승의 창자처럼 단단하고 얇은 막이 덮인 듯 이 공간은 고요하기만 했다. 하지만 여전히 냄새나 촉각으로 자신이 잠겨 들고 있다는 걸, 게다가 넓고 아득한 망망대해의 중심을 부유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밤바다에 있던 린췬하오는 수압의 습격으로 갑작스레 묵직한 공포를 느꼈다. 공포는 자신의 마음뿐 아니라 감각기관과 육체에서도 비롯된 것 같았다. 심장이 격렬하게 부풀어 오르며 고동쳤고 전신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떨리기 시작했다. --- p.71~72

“생각 좀 해볼게요…. 앞에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전 처음부터 그 방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주 초조했어요. 왜냐하면 그곳이 결코 고정된 공간이 아니라 형상이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 공간이었으니까요. 주변 사방에서 벽, 기둥, 계단 그리고 창이 계속해서 증식하거나 사라졌습니다. 어떤 창에는 창밖 풍경이 없었고, 어떤 창은 밖으로 열리지도 않았습니다. 어떤 창은 열면 또 다른 창이 있었고, 어떤 창밖으로는 물리 법칙을 거스르는 풍경이 펼쳐져 있었죠. 거꾸로 매달린 사막, 거울 호수 속의 자갈이 가득한 황량한 들판, 빙하의 틈에 자리한 우림, 수직으로 선 해저, 용솟음치는 산들, 얼음과 눈에 갇힌 삼림…”
“계단은 아마 천장에서 바로 떠올랐을 겁니다. 시작도 끝도 없이요. 방향이 잘못된, 잡기도 어려운 계단 핸드레일이 거꾸로 달린 채 설치되어 있거나 심지어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곳으로 연결되기도 했습니다. 벽은 어떤 때는 뚫고 지나갈 수도 있었지만 어떤 때는 불가능했습니다. 또 어떤 때는 바닥이나 천장의 복제물 같았고, 어떤 때는 루빅스 큐브처럼 기울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치 중력의 방향이 서로 다른 각도를 향해 회전되는 것 같았죠…” --- p.228~229

불길했다. 이곳은 사람이 너무 많다. 린췬하오는 다시 문을 열어젖히고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수도꼭지를 열고 얼굴을 씻었다. 뜨거운 여름밤인데도 물이 너무 차가웠다. 날카로운 칼처럼 피부를 잘라내는 느낌이었다. 그는 자기 손의 핏자국을 뚫어지게 내려다보다가 이빨로 아랫입술을 물어뜯어 상처가 났음을 깨달았다.
감각 차단인가? 린췬하오는 또다시 꿈에서 자신의 귀와 입을 가리키던, 말 못 하고 귀먹은 간수들을 떠올렸다. 산 속의 호텔 꿈. 그래, 기억났다. 그 주차장은 진짜였다. 만일 감각이 차단되었던 거라면 그 장소는 분명히 주차장 꿈속에서 보았던 끝없이 이어진 주차장과 관련이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 간수의 형상도 그곳에 나타났던 것 같았다.
(서로 다른 꿈이 연결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리리칭은 또 어디로 간 걸까?) --- p.282

“아주 무서운 곳.” 아이가 말했다. “아무도 없는 곳.”
“그렇지만 봐봐. 지금 너 여기 있잖아. 여기가 진짜야.”
링팡이 아이를 위로했다.
“선생님도 있고, 다른 친구들도 있고. 자, 괜찮지? 응?”
“하지만 거기는,”
아이가 갑자기 링팡의 품에서 몸을 비틀며 빠져나왔다.
“사람이 없어. 아무도 없어!”
아이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나 혼자야. 거긴 전체가 다 괴물 천지야. 무서워, 거기 돌아가기 싫어.”
“아니야. 그건 꿈일 뿐이라니까. 오늘은 다른 꿈 꿀 거야. 자, 돌아가서 자야지?” 링팡이 말했다. “선생님이 같이 가줄까?”
“그래, 돌아갈까?”
딩 수녀가 아이의 손을 잡았다. 그들 뒤로 어둠의 에메랄드빛 장막과 반짝이는 별빛이 내려앉았다. 그런데 그 순간 뜻밖에도 어둠 속 저 멀리에서 또 다른 희미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커 수녀님?”
링팡과 샤오룽이 일어섰다.
“어쩐 일이세요?”
“방금 텔레비전 뉴스에서 그러는데,”
커 수녀가 헐레벌떡 다가왔다.
“제4원전에서 사고가 터졌다는구나!” --- p.296~297

휴대폰 화면을 쓸어내리던 류바오졔의 얼굴이 갑자기 새파랗게 질렸다. 소형 가이거 계수기의 수치가 나와 있었다.
“이건 차이가 너무 나잖아….”
그의 손가락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믿을 수 있는 게 없는 겁니다.”
린 차장이 일어서서 양복을 걸치더니 휴대폰을 신경질적으로 양복 주머니에 넣었다.
“가봐야겠습니다.”
그가 고개를 들었다. 두 눈이 시뻘겠다.
“뉴스만 이십 년 만들었습니다. 전… 제가 이런 일을 겪게 될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그가 바닥을 내려다보며 잠시 입을 닫았다가 갑자기 울먹이기 시작했다.
“류바오졔 앵커님, 앵커님도 가세요. 오래 남아 있어봤자 좋을 거 하나 없습니다.”
그가 뒤를 돌더니 곧장 문을 열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류바오졔가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삼십 초 뒤, 리메이가 휴대폰을 들고 들어왔다가 이 모습에 깜짝 놀랐다.
“류 앵커님, 류… 앵커님, 괜찮으세요?”
--- p.3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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