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9년 02월 15일 |
---|---|
쪽수, 무게, 크기 | 328쪽 | 294g | 115*205*30mm |
ISBN13 | 9788937439742 |
ISBN10 | 8937439743 |
발행일 | 2019년 02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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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8쪽 | 294g | 115*205*30mm |
ISBN13 | 9788937439742 |
ISBN10 | 8937439743 |
MD 한마디
문단과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는 김세희 작가의 첫 소설집. 우리 시대 청년들이 마주하는 삶의 고단함과 고민을 단단한 문장으로 그려낸 작품들을 수록했습니다. 첫 소설집은 언제나 반가운데, 작가의 다음 책을 빨리 읽고 싶을 뿐입니다. 믿고 읽는 목록에 작가를 추가하는 즐거움을 전해준 책. - 소설MD 김도훈
그건 정말로 슬픈 일일 거야 7 현기증 55 가만한 나날 95 드림팀 133 우리가 물나들이에 갔을 때 157 얕은 잠 193 감정 연습 225 말과 키스 257 작가의 말 293 작품 해설 우리의 모든 처음들_ 신샛별 297 |
우리는 드림팀이 될 수 있을까
책 디자인이 색다르다. 책 폭이 좁고 내지 안쪽 여백이 넓어서 손에 쥐고 읽기가 편하다. 그런데 웬걸, 책 디자인이 주는 느낌과 달리 내용은 편치 못했다. 불쑥 밀려드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으려면 곳곳에서 숨고르기를 해야만 했다. 『가만한 나날』은 2015년《세계의 문학》에 「얕은 잠」으로 등단한 김세희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감정을 현실에서 본 듯 사실적이고 담백하게 풀어냈다. 특히 사회 초년생이 마주하는 인생의 첫 장면에서 그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세밀하게 관찰하여 묘사하는 점이 탁월하다. 그 중 「드림팀」은 첫 직장에서 만난 상사와 그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을 다룬다.
주인공 선화는 첫 직장에서 첫 상사로 임은정 팀장을 만났다. 전화 응대하는 법부터 컴퓨터 바탕화면에 파일을 정리하는 법까지 모든 것을 그녀에게서 배웠다. 임은정은 누구보다 회사에서 오래 일했지만,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좀처럼 회사에서 기를 펴지 못했고, 직장생활을 전쟁터로 여기면서 내 팀과 다른 팀을 철저히 구별하여 공격적인 자세로 업무를 보았다. 항상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선화 또한 자신이 의식한 것들을 의식하게 만들었다. 한때 그 둘은 ‘드림팀’이라고 불릴 정도로 가까웠지만, 언젠가부터 선화는 이런 업무방식과 태도, 남을 의식하는 성격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의문이 들었다.
이직하고 얼마 후 임은정 팀장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아이 문제로 회사를 그만두었지만, 그것을 계기로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을 반성하게 됐다며 선화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화는 “안 해도 좋을 말로 사람 기분 나쁘게 만드는” 임은정이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이직한 지금도 마음속에서 하루에도 몇 번이나 팀장이 자신에게 했던 말들과 싸우고 있다. “‘넌 너무 약해. 넌 못할 거야.’ 후배들한테 혹시 팀장님처럼 하고 있지 않나 깜짝깜짝 놀라요.” 선화는 더는 임은정과의 대화가 참을 수 없었고, 그녀의 새 출발에 대해 “자신은 받지 못한 축복과 격려를 주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러지 못한 채 자리를 뜨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첫 직장에서 누구를 만나느냐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직장은 꿈을 실현하는 곳이 될 수도, 지옥을 맛볼 수도 있는 곳이 된다. 27세 선화는 소위 MZ세대 중에도 Z세대다. 42세 임은정 팀장이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취하는 업무방식과 태도, 각종 금기사항이 이해되지 않는다. 한편 임은정에게 최고의 직장생활이란 어떻게든 버티며 오래도록 이어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선화는 임은정이 입버릇처럼 하는 원래 회사생활이 그래, 한국 사회가 그래, 남자들이 그래와 같은 말로 체념하지 않는다.
생존 방식은 전수된다. 동물은 어미에게서 사냥하는 방식을 배우고 자식에게 물려준다. 회사가 살아남아야 할 정글인 임은정은 선화에게 생존방식을 가르치고 심지어 그 과정에서 겪은 뒤틀린 인식과 남을 의식하는 불편함마저 선화에게 강요한다. 우리는 살면서 성숙하지 못한 어른을 만날 때가 있다. 그때는 당황스럽다. 어떻게 대처를 해야 나이 많은 그를 존중하면서도 그 미성숙함에 따르지 않을지 고민에 빠진다. 누구나 인생은 처음이고, 처음은 어설프기 마련이다. 임은정의 삶도 매 순간이 인생의 첫 장면이다. 한편 세대마다 추구하는 가치와 그 실현 방법은 다르다. 다음 세대의 지향점이 이전 세대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수용할 줄 아는 성숙한 태도를 보이도록 노력해보면 어떨까? 서로가 한걸음 물러나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는 사회 초년생 선화와 임은정 팀장이 이루지 못한 드림팀을 꿈꿔볼 수도 있지 않을까?
* 가만한 나날 by 김세희, 민음사, 800
* 평점 : ★★★★★
* 실제 완독한 날 : 2020.02.19
단편소설집을 의식적으로 피한다.
수시로 말하는 바이지만 생각보다 문해력이 뛰어나지 않아 한 권에 들어있는 여러 가지 내용에 온전히 이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는 산문집도 비슷하다.
이것은 순전히 나의 상황이고 서점가는 소설집과 산문집은 쏟아져 나오니 내 기호에 맞춰 읽을 수만은 없다.
단지 욕심내서 읽지 말자,를 목표로 삼고 무조건 처음부터 읽어내려야지,하는 강박 또한 내려놓고 책을 고른다.
내려놓는 것이 많다보니 책을 고르는데 신중해진다.
신중을 기해 고르는 중, 나의 눈에 띈 책 한 권, 『가만한 나날』.
세로는 길쭉(20.5cm)하고 가로는 짧은(11.6cm) 모습의 책은 기존의 책과는 차별되었다.
그냥 가볍게 느껴졌다. 부답스럽지 않게 다가왔다.
마치 '넌 날 쉽게 읽어낼 수 있을거야..' 말하듯이 다가왔다, 이 책은.
그렇게 손에 들었다. 책의 이미지에 반해서.
책의 외모에 반한 거니 내용은 고려되지 않았던 책 고르기.
책 제목과 같은 낯에 많이 익는 <가만한 나날>(p.95~131)을 펼친다.
전에 읽었던, 그런데 읽은 줄 몰랐던 '가만한 나날'단편..
어디서 읽었더라, 가만 생각해보다 찾았다, 『땀 흘리는 소설』 소설집에서 읽었었구나.
그때도 나쁘지 않았으나 다시 읽으니 더 괜찮고, 더 공감이 가는~~^^
아무래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보니 더욱 공감이 갔으리라.
하루에도 두세건이상씩 안부글로, 포스팅의 댓글로, 쪽지로, 이메일로 마케팅메일이 들어와있다.
블로그를 임대해달라는 요청글, 올려주는 포스팅에 금액을 준다는 글들..
사실 지속적으로 요청글을 받게 되면 마음이 혹~할 때도 있다.
이웃을 맺고 있는 분들의 새글이 올라올 때, 마케팅포스팅이구나, 느낄 때.
의미없이 블로그를 유지하고 있을 때.
가끔은 단기임대를 해볼까,도 싶었던 생각도 들었다는 것을 솔직히 고백한다.
그럼에도 2006년부터 사용했던 나의 블로그에는 아이들의 커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아 있는 소중한 공간이기에 내가 직접 써보지 않은 상업적 포스팅은 허락이 되지 않았다.
소설속의 경진이가 채털리부인에 많은 공을 들이고 정성을 다한 것처럼, 나역시 나의 블로그에 그리 공을 들였다.
다른 것이라곤 경진이는 채털리부인 그 자체가 아니라 그럴듯하게 만들어 낸 상상의 인물이었고, 나는 나 자체였다.
블로그의 포스팅이 문제가 되었을 때, 경진이는 채털리 부인을 '계정 삭제'를 선택했으나 나는 그러지 못하기에 다른 이에게 이 공간을 들어오게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 나는 매일 유혹을 이겨내는 중인 것이다.
(p.106) 이렇게 해도 괜찮나? 싶을 때도 있었다. 병원이 제시한 문구를 넣어 사각턱을 절제했다는 후기를 작성할 때였다. 치아 교정, 라식 수술 체험 후기를 쓸 때도 그랬다. 이래도 되는 건가? 그러나 곧 그 감각도 사라졌다.
(p.106) 구체성이 리뷰의 생생함을 좌우했다. 직접 먹어 본 것처럼, 직접 사용해 본 것처럼.
(p.107) 많은 사람들이 자주 검색하고 참조하기 때문에 시장이 되는 것인데, 시장이 되면 사람들이 원하는 진짜 정보는 닿지 않는 곳으로 밀려난다.
(p.108) 이웃 수를 유지하려면 이웃을 맺은 블로그를 방문해 댓글도 남겨야 했다. 업체들 간에도 쉽게 알아보지 못했다. 유령들끼리 서로 이웃을 맺고, 훈훈한 댓글을 달고, 안부 인사를 주고받았다.
- 이 소설을 읽으며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내 글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파블이 아니다보니 깊게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듯 하다.
나의 공간을 사적일 수도 있고 공적일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단, 이 공간은 나의 사견들로만 채워져야 한다. 나의 공간이니까.
이 공간에 담긴 체험, 후기, 리뷰는 나의 사견일뿐이니, 공감하고 정보를 도움받는 것은 각자의 선택이며 다른 정보들과도 충분히 비교하기를 권한다.
우리들은 다양한 성향과 생각을 가졌으니 말이다.
내가 올리는 글들 하나하나 나의 사견 이외 다른 이들의 이야기가 들어가지 않게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이 드는 소설이었다.
앞에 읽었던 단편들처럼 나머지의 단편들도 술술 읽힌다.
술술 읽히긴 하지만,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다시 훑어본다.
처음 읽을 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놓쳤던 감정들을 다시 읽으며 건져내는 작업은 즐겁지만은 않았다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내 모습이 얼핏 비쳐져서일까?
'얕은 잠'을 보며 정운과 미려의 관계를 자꾸 되새김질한다. 그들의 관계는 어떠한 걸까?
'미려는 정운과 떨어지는 것이 불안했지만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엄마와 떨어지는 아이처럼 온몸이 얼어붙었다.(...) 인상을 쓰거나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이면 정운이 싫어하리라는 걸 알아서였디.'
사랑하는 연인 사이의 배려라고 하기에 너무 과하다.
타인을 감정을 의식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도 지나치게 의존적인 모습도 숨이 막힐 지경이다.
나역시 사랑한다고, 배려한다며 저 비슷한 모습이었다. 15년째 결혼 생활을 하니 지금 역시 저 비슷한 모습인 듯 하다. 나뿐 아니라 많은 커플이, 많은 부부들의 모습이 아닐까.
사랑이라는 감정이 영원하지 않음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관계의 지속에 대해 타인의 마음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마음과 감정이 먼저이고 싶음이다.
<드림팀>
150- 그녀는 항상 한국 사회가 그렇다고 했다. 또는 사회생활이 그렇잖아. 사람들 시선이 그렇잖아. 남자들이 다 그렇잖아.한국 사회에서 아직 여자는.....
(...) 전 팀장님처럼 살기 싫어요. 팀장님도 싫고 팀장님 인생도 싫어요.
<현기증>
80- 현기증이 나는 순간이 있다. 현실을 인정해야만 하는 순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채 인식하지도 못했던 광경이 갑자기 빛을 비춘 듯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낼 때. 눈을 감고 고개를 도리고 싶지만, 그조차 허락되지 않을 때. 지금이 바로 그때였다.
92- 그래, 모를 일이었다. 인생에 장담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아무것도.
<감정연습>
234- 상미는 어느 순간 자신이 그를 꺾고 싶어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가 실수하기를 바라며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언젠가부터 상미는 실제로 그를 미워하고 있었다.
235- 그렇다고 해서 상미가 적극적으로 뭔가를 한 건 아니었다. 상미가 실제로 한 일은 아주 작은 거 -말 한마디, 비웃듯 입을 꽉 다무는 표정 같은- 이었다. 평형대에서 균형을 잃고 허우적대는 사람을 미는 손가락 하나 같은 것.
<말과 키스>
261- 눈에 익은 사물들이 익숙하게 배열된 공간에서는 이야기도 이미 패어 있는 홈, 늘 가던 경로로 흘러가려 했다.
280- 갑자기 '사랑을 나눈다'는 말이 떠오르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은밀하고 에로틱한 행위처럼 여겨진다. 이야기를 나누고, 타액을 섞듯 기억을 교환하고...... 그런데 내가 현진과 하고 싶었던 게 뭐였을까?
295- 나는 평정을 잃는 걸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사람이라 이 소설집을 묶으면서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려고 애쓰고 있지만 실은 심정이 예사로울 리 없다.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삶을 결코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작가의 말> 中
책의 전체 느낌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책이 마음에 들어 집었는데, 오, 생각보다 책이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다.
단편들마다 쉽게 넘어갈 수 있어서 좋다.
본의아니게 마음에 쏙 들었던 소장하고 싶은 소설집이다.
현실과 다를 바 없이 나열되는 이야기 속에서 공감하기 바쁜 소설집이다.
이 작가의 이름,'김세희' 기억해놓아야지..
신인작가라 아직은 다른 책은 없은 듯 하다, 아쉽다..
아쉽게도 작가의 말까지도 내 취향을 저격하니 더욱 그의 다른 작품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