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2년 05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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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쪽수확인중 | 1759g | 크기확인중 |
발행일 | 2012년 05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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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쪽수확인중 | 1759g | 크기확인중 |
파리 경찰청 기동수사대 반장 매그레는 국제적 사기범인 일명 ‘라트비아人 피에트르’가 파리로 온다는 전보를 받곤 기차역으로 출동합니다. 한 남자가 기차 화장실에서 사체로 발견돼 소동이 일어난 가운데 매그레는 피에트르로 추정되는 인물을 뒤쫓습니다. 고급호텔에 투숙한 피에트르가 미국인 거물 부부와 어울리는 걸 목격한 매그레는 하나둘씩 단서를 모아 피에트르의 정체를 밝혀내는데 골몰합니다. 국제적 사기범인 건 분명하지만 아무런 증거도 없어서 그를 체포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피에트르의 행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매그레는 그가 도저히 한 인물이라고 볼 수 없는 극과 극의 모습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런 와중에 동료형사가 피살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매그레 본인도 부상을 입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수상한 라트비아인’은 1931년에 출간된 작품으로 ‘매그레 시리즈’의 첫 편이기도 합니다. 동시대의 유명한 캐릭터인 엘러리 퀸이나 에르퀼 푸아로에 비해 한국 독자들에겐 덜 알려졌지만 세계적인 판매부수나 영화로 만들어진 이력을 보면 매그레의 명성은 퀸과 푸아로에 조금도 뒤지지 않아 보입니다.
사실 ‘수상한 라트비아인’을 읽게 된 계기는 현대와 고전을 막론하고 유수의 시리즈들 가운데 전혀 접해보지 못한 작품을 첫 편만이라도 읽어보자는 욕심에서 비롯됐습니다. 결과적으론 제 취향과는 잘 안 맞는 걸 깨닫긴 했지만 고전의 풍미만큼은 충분히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돼줬습니다.
국제적 사기범을 추적하는 꽤 큼직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매그레 원 맨 쇼’에 가깝습니다. 물론 파트너도 등장하고 후배형사도 등장하지만 매그레는 45세의 나이에 반장이라는 직책에도 불구하고 마치 전성기를 구가하는 젊은 형사처럼 홀로 현장을 누빕니다. 탐문과 단서 확보는 물론 잠복까지 마다하지 않은 그의 정열은 대단하지만 역설적으로 “국제적 사기범을 쫓는다면서 다른 형사들은 다들 뭘 하고 있나?”라는 의문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물론 용의자가 눈앞에서 아른거려도 증거가 없어 체포할 수 없다 보니 이런저런 탐문과 조사가 필요한 건 맞지만 아무래도 사건의 규모에 비하면 ‘매그레 원 맨 쇼’는 오히려 현실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막판에 매그레가 밝혀낸 수상한 라트비아인 피에트르의 정체는 무척 고전적인 트릭의 결과라서 요즘의 독자들에겐 먹히기 어렵지만, 앞서 전개된 이야기들 덕분에 나름 무게감을 발휘하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또 집요할 정도로 이어지는 탐문 위주의 서사라 그리 길지 않은 분량에도 다소 지루하게 읽혔지만 매그레 반장의 매력적인 캐릭터 덕분에 끝까지 버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론 고전임을 감안하더라도 속도감이나 정교함 면에서 만족하기 어려워 높은 평점을 줄 수는 없었습니다. ‘수상한 라트비아인’이 제대로 발동을 걸어줬더라면 후속작까지 달릴 수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매그레 시리즈’를 계속 읽게 될 것 같진 않습니다. 다만 다른 독자들의 서평을 통해 흥미를 유발하는 작품을 발견한다면 거구에 어울리지 않는 집요함과 소탈함을 지닌 매그레 반장의 대활약을 다시 만나 볼 생각이 100% 있긴 합니다.
논리만의 힘이 아니다. 기억력이 더 앞선다. 기억을 하고 있어야 논리도 가능하다. 이 사실을 얼마나 자주 잊고 사는지. 기억력이 얼마나 중요한 힘인지를.
독자인 나는 기억력 면에서 꽤 애처로운 처지다. 애써 기억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지 않는 한 읽고 나면 훌훌 사라지고 만다. 읽는 그 순간에만 앞뒤 사정으로 이해되면 만족한다. 그러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앞서 있었던 사건이나 증거나 증언들을 다시 되새겨야 할 때면 내 힘으로는 아무 것도 떠올리지 못한다. 엘러리가 말을 하고 나서야 그랬었지 싶고 어떤 때는 그랬었나 싶기도 하고. 이러함에도 추리소설을 읽는 내 취향은 끝도 없이 이어질 듯하다. 당연히 재미있으니까.
관이 소재다. 책 제목에 나오는 나라의 이름이 소설의 전개 과정에서 큰 역할을 맡은 게 아니라는 것을 이 시리즈 세 번째 책에 이르러 알게 되었다. 남은 책들도 이를 고려해서 읽게 될 것이다. 작가들이 소소한 재미를 위해 꾸민 장치의 하나라고 할 수 있으려나.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먼 나라의 이름은 아무래도 기본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곤 하니까.
책 분량이 두꺼워서 아주 마음에 든다. 읽는 내내 남은 페이지가 두둑해서 사건이 어떻게 해결될지 궁금한 만큼이나 든든했다. 범인을 빨리 알아채지 못하는 답답함보다 도대체 어떻게 범인을 잡게 될지 알아가는 기대감이 더 컸으니까. 엘러리가 실수했다고 계속 한탄하는 그 판단조차 내게는 신기하게만 보이는 추론 과정이었고.
유명 화가가 그린 그림이 추리소설이나 비슷한 장르의 범죄 영화(드라마)에서 주요 소재로 쓰인다는 점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결국 돈이라는 것일 테니까. 화가 자신은 정작 알지도 못할 자신의 그림값. 누가 갖느냐 하는 게 이리도 관심의 대상이 될 줄이야. 진품도 가품도 따지고 보면 돈과 연결되어 일어나는 현상. 뭐라고 할 말이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실제로 화가의 그림 한 점 갖고 있지 않은 나로서는 짐작으로도 알 수 없는 일이고.
다음에는 어느 나라의 소품을 이용한 글을 읽어 보려나.
1. 장인
꽤 시간이 흘러 기억이 왜곡 되었거나 흐릿 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접했던 시기 이런 소설들이 정말 큰 사랑을 받고 그 만큼 서점에서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용의자 X의 헌신은 최고의 작품으로 기억 된다.
이 책의 작품성에 대해서 엿볼 수 있는 것은 일본과 한국에서 영화화 되었다는 점이다. 영화의 흥행성적은 비....밀 이지만 적어도 시도해볼만한 장점이 꽤나 많은 작품 이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촘촘한 관계 속에서 섬세하게 표현하는 감정들이었다. 사랑, 분노, 고뇌 때로는 공감이 되지 않는 감정이 있기는 했지만 적어도 표현과 접근의 방식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굳이 요인을 따지자면 일본과 우리의 문화적 차이가 조금 깔려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또, 당시 이러한 감정에 대한 부분 그리고 극적 반전을 주는 상상력과 구성력은 정말 장인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취향저격이었던 기억이 난다.
2. 매니아
저자는 그 이후로도 수 많은 작품을 우리에게 선물해줬다. 비슷한 장르가 많기 때문에 감흥이 없을 수도 있고, 어찌보면 잘하는 것에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쏟아붓기 때문에 조금씩 더 노련해지고 있을 수도 있다. 이 부분은 독자의 판단으로!
하지만 어린 학생들이 최근 출판 된 저자의 책을 통해서 혹여나 팬이 되었다면 이 책을 꼭 읽어 보길 추천해주고 싶다. 원작을 뛰어넘는 속작은 없다는 이야기로 비유하자면 적어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은 용의자 X의 헌신이 아닐까 싶다. 강!력!추!천!
3. 총평
인간의 상상력은 무한하다.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 작품의 영화화를 거론하기 위함이다. 사실,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의 큰 고민거리는 각자의 상상력의 세계관을 보편적인 수준이상의 시각화로 구현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이 작품의 영화들은 조금 많이 아쉬웠다. 섬세해보였던 감정들이 엉성해보였고 뭔가 끊기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무엇보다 독자들이 상상했던 것들을 시각화 하는데 실패했던 것 같다. 영화까지 마음에 쏙 들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어찌보면 영화의 실패가 여전히 이 책이 먼저 떠오르는 계기가 되어준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여전히 장르적인 측면에서는 개인적으로 최고의 작품으로 꼽고 싶은 최애 소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