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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말들

다가오는 말들

: 나와 당신을 연결하는 이해와 공감의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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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3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481g | 135*205*20mm
ISBN13 9791196587352
ISBN10 1196587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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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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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거나 아릿하거나, 날카롭거나 뭉근하거나. 타인의 말은 나를 찌르고 흔든다. 사고를 원점으로 돌려놓는다. 그렇게 몸에 자리 잡고 나가지 않는 말들이 쌓이고 숙성되고 연결되면 한 편의 글이 되었다. 이 과정을 꾸준히 반복하면서 남의 말을 듣는 훈련이 조금은 된 것 같다. 무엇보다 큰 수확은 내가 편견이 많다는 사실을 안 것이다. --- p.7

《다가오는 말들》은 겪은 일, 들은 말, 읽은 말들로 엮은 에세이 모음이다. 책 읽기를 좋아하나 편견이 많던 한 사람이 타인을 이해하고 더 나은 생각을 만들어가는 성장의 기록이자 그러지 못했던 날들의 반성문이다. 나에게서 남으로, 한발 내디뎌 세상과 만난 기록이다. --- p.10

나도 20~30대엔 애매함을 배척하고 확실함을 동경했다. 표류보다 안착을 원했다. (...) 어영부영 이만큼 떠밀려오고 나서야 짐작한다. 인간이 명료함을 갈구하는 존재라는 건 삶의 본질이 어정쩡함에 있다는 뜻이겠구나. --- p.19

태어나면서부터 여성은 침묵하는 법을 익히고 남성은 감정을 도려내는 법을 배운다. (...) 말하기를 익히지 못한 여성이 공감을 배우지 못한 남성과 동료시민으로 살아가자니 여기저기서 삐걱거리고, 맞추어 살자니 공부가 끝이 없다. --- p.53

우리는 ‘생각보다’ 자신에 무지하고 자기와 서먹하기에, 글을 쓰면서 나를 알아가는 쾌감도 크다. 그렇게 마음을 다 쏟는 태도로 삶을 기록할 때라야 “신체에 닿는 언어”를 낳고 “그런 언어만이 타자에게 전해”진다. --- p.75

내게 사랑은 나 아닌 것에 ‘빠져듦’ 그리고 ‘달라짐’이다. 우연한 계기로 엮여 서로의 세계를 흡수하면서 안 하던 짓을 하거나 하던 짓을 안 하게 되는 일. 연애가 그랬고 공부가 그랬다. 이전과 다른 삶으로 넘어가는 계기적 사건이 사랑 같다. --- p.87

인간 사회는 민폐 사슬이다. 인간은 나약하기에 사회성을 갖는다. 살자면 기대지 않을 수도 기댐을 안 받을 수도 없다. 아기를 안고 공부에 나선 엄마처럼 폐 끼치는 상황을 두려워 말아야 하고 공동체는 아이들을 군말 없이 품어야 한다. 배제를 당하면서 자란 ‘키즈’들이 타자를 배제하는 어른이 되리란 건 자명하다. 건강한 의존성을 확장해나가는 과정을 통해서만 우리는 관계에 눈뜨고 삶을 배우는 어른이 될 수 있다. --- p.100

나의 평범했던 날들, 낮에는 흰 빨래가 걸리고 밤에는 거실 불빛이 새어나오는 아파트에서 퍽 무탈한 일상을 이어갔으나 행복이 막 샘솟지는 않았다. 그 안전하고 예사로운 4인 가족 틀을 벗어나 캄캄하고 어지러운 외부 세계와 맞닥뜨렸을 때, 글쓰기로 하루하루 정신을 깨끗하게 빨아 널고 낯선 이웃을 만나고 삶의 가치라는 내면의 등을 밝힐 때 외려 충만했다. --- p.255

나 역시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는 삶의 기술을 배우지 못했다. 인터뷰와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매번 낯선 존재와 마주하는데, 무지로 인한 긴장과 혼돈의 시간을 치르며 공부하는 중이다. 얼마 전엔 비혼모를 처음 봤다. 만남이 거듭되자 그는 “책 낸 사람 처음 봐요” 내게 말했고 “이렇게 글 잘 쓰는 비혼모 처음 봐요” 나도 고백하고 같이 깔깔댔다. 처음 보면 한 사람이 비혼모로 보이지만 자꾸 보면 비혼모는 결혼제도 외부에 위치한 상태의 설명일 뿐임이 드러나고 자기 한계와 고민을 안고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려는 입체적인 존재로 다가온다. 처음 보고 계속 보는 게 관건이다. 영화처럼 서로 삶이 스밀 때까지. --- p.278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근본 원칙과 사랑의 원칙은 결코 양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본주의의 급류에서 부서진 삶을 복구하는 사람들. 그러는 사이 그들은 사랑의 원리를 깨우쳤다. “삶은 상호의존적이라는 점은 무시되고, 개개인은 고립된 채 자기 이익을 챙기는 것에 최상의 가치를 두”도록 세상이 우리를 길들이고 있기에, 무가치하고 무의미해 보이는 일에 무모하게 시간을 보낸 것들만 곁에 남아 있다. 무던한 사람, 철 지난 노래, 변치 않는 신념, 짠 눈물 같은 것들.
---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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