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속 계 약 서
(생략)
제3조 (‘을’의 의무)
가. ‘을’은 계약기간 동안 ‘갑’의 사전 동의 없이 자신의 연예활동과 관련하여 제3자에게 자신의 이름, 초상 또는 기타 ‘을’과 동일시 될 수 있는 일체의 상징 등을 사용하도록 허락할 수 없다.
나. ‘을’은 연예인으로서의 긍지를 가지고, 그 이미지에 어울리는 품행을 유지하여야 하며 무질서한 사생활이나 품위를 손상하는 행동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행위(마약, 간통, 동거, 임신, 결혼, 형사입건, 음주운전 등) 및 정해진 활동 스케줄에 2회 이상 불성실하게 임할 경우, 또는 연예활동에 지장을 주는 행동을 한 때에도 계약위반으로 간주하며, 이에 따른 손해배상을 ‘갑’에게 하도록 한다.
다. ‘을’은 항상 활동하기 적합한 신체 상태를 유지하도록 한다.
라. ‘을’은 자신의 연예활동과 관련하여 성형수술, 헤어스타일 및 메이크업의 변형 또는 변경 시 반드시 ‘갑’과 협의하여야 한다.
마. ‘을’은 계약기간 동안 결혼, 약혼, 해외유학, 장기해외체류, 혹은 장기지방거주 등으로 ‘갑’의 매니지먼트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여서는 아니 되며, 사전에 ‘갑’과 합의하여야 한다.
바. ‘을’은 연예활동 전반에 걸쳐 ‘갑’의 결정 및 지시에 충실히 따라야 하며 ‘을’은 계약 기간 중 ‘갑’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로 연예활동을 일시 중단할 경우, 그 기간만큼 계약기간은 자동 연장된다.
제4조 (‘갑’의 의무 및 권리 등)
가. ‘갑’은 ‘을’의 소속사 및 매니저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한다.
나. 계약기간 동안 ‘을’이 출연 혹은 녹음한 모든 영상물 및 녹음물과 그로부터 파생된 모든 복제물은 ‘갑’이 소유한다. ‘갑’ 혹은 ‘갑’이 지명한 자는 계약기간 동안 제작된 ‘을’의 영상물 및 녹음물의 저작권, 저작 인접권, 2차적 저작물의 작성권, 편집저작물 작성 권리, 이용권리 및 시청각 상의 권리를 가진다.
다. ‘을’은 방송활동, 프로모션, 이벤트, 각종 인터뷰 등 ‘갑’이 제시하는 활동에 전적으로 수락하여야 하며, 행사불참 또는 방송 사고를 발생시켰을 경우 ‘을’은 ‘갑’이 제시하는 민, 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단, 납득할 만한 사유로 사전에 ‘갑’이 허락하였을 시는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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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조 (계약의 해지)
가. 계약기간 동안의 중도해약은 ‘갑’과 ‘을’간의 쌍방 합의 시에만 가능하며, ‘갑’은 다음 사항에 해당하는 사유발생시 및 제3조의 ‘을’의 의무를 다하지 않을 시 즉시 본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아울러 본 계약이 해지됨에 따라 입은 손해를 ‘을’에게 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① ‘갑’은 다음 사항에 해당하는 사유발생시 즉시 본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아울러 본 계약이 해지됨에 따라 입은 손해를 ‘을’에게 배상 청구할 수 있다.
② ‘을’이 파산신청, 압류, 부도, 구속 등의 이유로 본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판단되는 겨우.
나. ‘갑’은 ‘갑’이 독자적인 재량에 따라 연예인으로서의 ‘을’의 능력, 소양, 재능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을’에 대한 서면통지에 의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제7조 (손해배상)
‘을’은 본 계약기간 동안 ‘을’이 의무사항을 위반할 시에는 위약벌금 1억 원과 ‘갑’이 ‘을’을 관리하기 위해 발생한 비용 중 증빙자료가 있는 모든 경비에 대하여 ‘을’은 이의제기 없이 계약 해지일로부터 일주일 이내에 현금으로 ‘갑’에게 배상하고, 잔여기간 동안 발생하는 모든 수익활동의 20%를 ‘갑’에게 손해배상금으로 지불한다.
제8조 (기타)
가. 본 계약서에 명시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상관례에 준한다.
나. 본 계약사의 내용해석에 ‘갑’과 ‘을’간에 이견이 있을 경우 ‘갑’의 해석이 우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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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독소조항이 포함된 불공정 계약이었지만 열심히 활동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계약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을’은 연예활동 전반에 걸쳐 ‘갑’의 결정 및 지시에 충실히 따라야 하고, 연예활동을 일시 중단할 경우에는 그 기간만큼 계약 기간이 자동 연장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을’은 ‘갑’이 제시하는 활동을 전적으로 수락해야 하고, 행사 불참 시 ‘갑’이 제시하는 민, 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의무사항을 위반할 시 ‘갑’의 독자적인 재량에 따라 서면통지로 간단히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 이때는 위약금 1억 원과 매니지먼트에 쓰인 비용을 물어야 하고, 잔여 계약 기간 동안 다른 곳에서 활동하더라도 수익의 20%를 K쪽에 주어야 한다.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았거나 양측의 해석이 다를 경우에는 ‘갑’의 해석이 우선한다고도 쓰여 있다.
소속사 및 매니저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한다는 ‘갑’ K가 내민 계약서에 나는 서명을 했다. 나중에 경찰에게서 듣게 된 사실이지만, 나와 언니의 계약서는 날짜만 다를 뿐, 글자 하나 틀린 것 없이 동일하다고 했다. 나는 언니보다 석 달 후 계약을 했고, 이로써 ㄷ엔터의 신인 연기자는 나와 자연 언니, 둘이 되었다.
소속 연기자가 된 후에도 이렇다 할 방송일이 잡힌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나는 지정된 연기학원에서 연기수업과 탭댄스와 재즈댄스를 배우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K는 아르바이트를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자신과 함께 움직이다 보니 이미 많은 사람에게 내 얼굴이 알려져서 소속 연예인이 여기저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다니면 기획사의 이미지도 안 좋아질 것이라고 걱정을 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안 하는 대신 약속했던 50만 원의 활동비를 받게 될 것이라고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30만 원만 입금되었다. 계약 초반이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불평 없이 K의 말에 따랐다. 활동비는 그렇다고 해도 소속사에서 주선한 오디션도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았다. 대신, 계약 전보다 나는 더 자주 K가 부르는 자리에 나가야 했다. 적게는 일주일에 2번, 많게는 4번. 항상 자연 언니도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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