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한밤중 달빛 식당』 이분희 작가의 신작 동화 2018년, 제24회 황금도깨비상을 수상한 이분희의 장편동화 『신통방통 홈쇼핑』이 비룡소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이분희 작가는 전례 없이 같은 해에 비룡소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수상작인 『한밤중 달빛 식당』이 출간되자마자 저학년 베스트셀러로 올라 신인 작가로서 단번에 뜨거운 주목을 받았습니다. 『신통방통 홈쇼핑』은 작가의 첫 장편동화로 ‘독각면’이라 불리는 낯선 시골에 살게 된 소년 ‘선우찬’이 도깨비가 쇼호스트인 홈쇼핑 방송의 고객이 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습니다. 엄마 아빠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을 꾹꾹 누르면서 도시와는 다른 환경과 새로운 학교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찬이의 다채로운 마음과 소망이 요술이 깃든 도깨비 물건을 주문해 사용하는 모습을 통해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심사위원으로부터 뛰어난 글맛과 입담, 도깨비와 홈쇼핑을 배합한 설정이 새롭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나미 콩쿠르 은상, BIB 황금패상 등을 수상한 이명애는 가을과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을 맞이하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성장의 한철을 보내는 아이들의 모습을 동양적인 선과 색채로 담아냈습니다.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며 우정을 키우고, 잊지 못할 비밀스러운 경험을 탐험해 가는 『신통방통 홈쇼핑』은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빡빡한 일상과 스마트폰에 파묻혀 지내던 아이들에게 휴식 같은 색다른 체험과 즐거움을 안겨 줄 것입니다. |
1. 어느 날 갑자기 2. 배불뚝이 텔레비전 3. 신통방통 홈쇼핑 4. 홈쇼핑의 맛 5. 나만의 비밀 6. 도둑을 잡아라 7. 비밀 작전 8. 어쩌다 삼총사 9. 어떤 결심 10. 꼬리가 길면 11. 할머니와 여우 수염 12. 가족의 의미 13. 너를 위한 소원 14. 희망 사탕 여의주 15. 친구라는 이름 16. 새잎이 돋듯 17. 특별한 선물 뒷이야기 작가의 말 |
아이에게 가장 힘든 일이라면 엄마 아빠랑 헤어지는 일이 아닐까. 5학년 찬이에게 하필 그런 일이 생긴다. 사업이 망해 아빠가 도망가고, 엄마가 독각면 시골에 사는 큰할아버지 집에 찬이를 맡긴다. 큰할아버지는 엄마의 아버지가 아니다. 엄마 아버지랑 친하게 지내던, 먼 친척뻘 되는 어른일 따름이다. 큰할아버지는 어린 엄마가 세상에 홀로 남겨졌을 때 보육원에 데리고 간 사람이고 엄마를 보러 종종 보육원에 오셨다. 엄마가 어른이 된 뒤에는 드문드문 소식을 전했는데 어느 사이에 뚝 끊겼다가 아빠가 사라진 뒤 다시 인연의 끈을 잇게 되었다.
찬이는 집이 몇 채 없는 마을이 너무 낯설다. 날마다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살다가 스마트폰을 쓸 수 없게 되었다. 학원도 없다. 초등학교도 전에 다닌 초등학교랑 너무 다르다. 교문도 없고 담장도 없으며 키 큰 나무들만 줄지어 서 있는 학교다. 데신 운동장은 몇 배나 더 넓고 건물은 일 층만 있다. 한 학년에 한 반, 5학년은 10명뿐이다. 학교에 적응하며 시골살이에도 적응해야 하는 찬이는 큰할아버지네 누렁이랑 놀다가 텔레비전을 켠다. 배불뚝이 브라운관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신통방통 홈쇼핑을 만난다. 상수리 도토리 한 됫박이면 신기한 물건을 받을 수 있는 홈쇼핑이다.
머리에 쓰기만 하면 면 투명 인간으로 바뀌는 ‘도깨비감투’, 나뭇잎을 넣으면 돈으로 변하는 ‘나뭇잎 지갑’, 원하는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 ‘구미호 꼬리’, 자신의 소원이 아니라 친구의 소원을 빌어주고 그게 이루어지면 새싹이 나는 ‘도깨비방망이’ 등 찬이는 홈쇼핑에 빠져들며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도깨비감투로 학교 친구를 혼내주고, 동네 친구랑 가게에서 돈을 훔치는 범인을 잡는가 하면, 구미호가 되어 아빠가 사는 곳을 알아내려고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친구들과 깊은 우정을 쌓는다. 홈쇼핑의 가장 큰 신통방통함은 친구의 소원을 빌어야 이루어지는 기적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도깨비 방망이를 꺼내 들고 조용히 마음속 깊이 상대를 향해 소원을 빌었다.
‘도깨비 방망이야! 주영이가 대성이의 진심을 알아주질 바래.’
대성이에게 게임 컴퓨터보다 이게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보이지 않는 것을 소원으로 빌었다. 그러고는 주영이 머리를 도깨비 방망이로 가볍게 세 번 쳤다. 주영이도 대성이를, 대성이도 내 머리를 가볍게 세 번 쳤다. (170쪽)
처음에는 앙앙불락하던 찬이랑 대성이가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도 아름답고, 찬이가 대성이의 진짜 소원을 잘 알고 이루어지도록 빌어주는 과정도 아름답다. 찬이는 가장 가까운 친구인 명석이가 세 명의 소원 의식에 빠진 게 내내 미안하다. 그러나 명석이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모든 걸 꼭 다 말할 필요는 없어. 난 네가 무엇을 하든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 우리 할매가 그랬어, 친구는 그런 거라고. 우히히.” 이러한 친구들 덕분에 찬이의 소원은 이루어진다. 친구가 빌어준 덕분일 게다. 찬이가 대성이를 위해 빈 소원도 이루어지고 도깨비방망이에 새싹이 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