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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한 인생

은희경 | 창비 | 2012년 05월 2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0 리뷰 69건 | 판매지수 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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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2년 05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322g | 148*210*20mm
ISBN13 9788936433925
ISBN10 89364339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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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특유의 섬세한 시선과 지적이고 세련된 문장, 삶의 진실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통찰은 늘 우리를 열광하게 해온 은희경의 신작. 등단 16년, 매 작품마다 다양한 변신을 선보여온 그의 작품세계는 이제 더 깊어지고 여유로움마저 갖추었다. 2년 만에 선보이는 새 장편 『태연한 인생』은 그간 집적된 은희경 소설의 성취들이 고스란히 담긴 은희경 소설의 빛나는 정수를 보여준다. 사랑과 상실과 고독에 대한 빛나는 문장들이 다시 한번 우리를 은희경 소설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태연한 인생』을 이끌어가는 것은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냉소적이고 위악적인 소설가 요셉과 신비로운 여인 류.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개성적인 인물들이 이야기를 더욱 다채롭게 한다. 소설은 류의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무책임하고 즉흥적이며 한순간의 매혹에 쉽게 몸을 던지는 아버지와, 반면에 생활과 가족이라는 서사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고독과 고통을 감내하기를 선택했던 어머니. 류의 전사(前史)에는 그렇게 서로 화해할 수 없는 두 세계가 있었다. 류는 고백한다. “살아오는 동안 류를 고통스럽게 했던 수많은 증오와 경멸과 피로와 욕망 속을 통과한 것은 어머니의 흐름에 몸을 실어서였지만 류가 고독을 견디도록 도와준 것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삶에 남아 있는 매혹이었다.” 류는 그 매혹에 이끌려 한때 요셉을 열렬히 사랑했지만, 마지막 한 걸음 앞에서 그를 떠났었다.

소설은 요셉의 일상과 류의 과거사가 교차되며 두 세계의 겹침과 엇갈림을 그려나간다. 자기 자신을 포함한 타락한 세계를 향해 던지는 요셉의 가차없는 독설은 날카로우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한 연민을 자아내고, 감추어진 듯 언뜻언뜻 드러나는 류의 서사는 아련하고 서정적인 색채로 이야기 전체를 감싸안는다. 그리고 곳곳에 깔린 삶과 사랑에 대한 깊은 통찰이 섬세한 문장으로 겹겹의 층을 이루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한다. 매혹과 상실, 고독과 고통, 오해와 연민에 대해 오래 곱씹게 하는 그 빛나는 경구들은 물론 은희경 소설을 읽는 큰 즐거움이자 그 자체로 머릿속에 외우고 다니고 싶어질 정도로 매력적이다. 날렵함과 통쾌함을 지나 점차 깊고 묵직하고 어딘가 쓸쓸하기까지 한 느낌을 더하는 그 문장들에서 은희경 소설세계의 또다른 변모를 감지하는 것 또한 설레는 일이다.

『태연한 인생』은 연애소설이면서 세태소설이자, 빼어난 교양소설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우리 시대 인생과 사랑에 관한 매력적인 성찰과 사색을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녹여낸 수작이자, 은희경 문학의 탁월한 한 성취라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는 작품이다. 은희경을 읽는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반가운 기쁨으로 다가갈 작품이다.

저자 소개 (1명)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그의 소설은 ‘은희경’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독자를 설레게 한다. 특유의 섬세한 시선과 지적이고 세련된 문장, 삶의 진실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통찰은 늘 우리를 열광하게 해온 은희경 소설의 위력이었다. 등단 16년, 매 작품마다 다양한 변신을 선보여온 그의 작품세계는 이제 더 깊어지고 여유로움마저 갖추었다. 2년 만에 선보이는 새 장편 『태연한 인생』은 그간 집적된 은희경 소설의 성취들이 고스란히 담긴 은희경 소설의 빛나는 정수를 보여준다. 사랑과 상실과 고독에 대한 빛나는 문장들이 다시 한번 우리를 은희경 소설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길을 잃은 자에게 사랑이 찾아오고
매혹이 끝난 뒤에, 인생은 시작된다


현대사회에서의 개인들의 존재론과 그들이 맺는 관계의 양상을 냉철하게 묘파하는 것이 은희경 소설의 본령이었다면, 『태연한 인생』은 사랑이라는 관계를 통해 매혹과 상실, 고독과 고통을 깊이 탐구하는 가장 은희경다운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저마다의 외로움과 오해 속에서 흘러가고 얽히는 관계들이 있고, 그 속에서 우리 내면의 나약함과 비루함이 드러나는 순간들이 있다. 그것을 때로는 서늘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포착해내는 필치는 과연 은희경이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태연한 인생』을 이끌어가는 것은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냉소적이고 위악적인 소설가 요셉과 신비로운 여인 류.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개성적인 인물들이 이야기를 더욱 다채롭게 한다. 소설은 류의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무책임하고 즉흥적이며 한순간의 매혹에 쉽게 몸을 던지는 아버지와, 반면에 생활과 가족이라는 서사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고독과 고통을 감내하기를 선택했던 어머니. 류의 전사(前史)에는 그렇게 서로 화해할 수 없는 두 세계가 있었다. 류는 고백한다. “살아오는 동안 류를 고통스럽게 했던 수많은 증오와 경멸과 피로와 욕망 속을 통과한 것은 어머니의 흐름에 몸을 실어서였지만 류가 고독을 견디도록 도와준 것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삶에 남아 있는 매혹이었다.” 류는 그 매혹에 이끌려 한때 요셉을 열렬히 사랑했지만, 마지막 한 걸음 앞에서 그를 떠났었다.

그들이 가는 세상의 끝은 S시가 아니었다. 열정이 끝나는 소실점이었다. 매혹은 지속되지 않으며 열정에는 일정한 분량이 있다. 그 한시성이 그들을 더욱 열렬하게 만든 것이었다. 류는 그들에게 주어진 매혹과 열정의 시간이 끝나버리는 날 자신이 혼자 비행기에 실려 돌아오리라는 걸 예감했다. (…) 류는 자기기만의 부역보다는 상실을 택했다. 고통보다는 고독을 택한 것이다. (…) 그 여름 S시를 혼자 떠나올 때 류는 울었지만 요셉과의 관계에서 마지막 한 걸음을 남겨놓고 되돌아와버린 것에 대해 후회하진 않았다.
(/ pp.263~264)

한편 소설가인 요셉은 도저한 냉소와 위악으로 무장한 인물이다. 예술가적 자의식을 고수하며 생활과 이데올로기라는 패턴의 세계를 집요하게 비아냥대고 모든 관계로부터 자유롭기를 갈망하는 그는 그러나 자신을 둘러싼 완강한 통속과 패턴의 세계 속에서 작품이라고는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있는 퇴락한 작가다. 그런 그에게, 예술가들을 다루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과거의 제자 이안이 찾아온다. 그는 영화를 통해 과거 요셉의 추문을 폭로하는 복수를 꾀하고 있다. 요셉은 이안의 순진하면서도 위선적인 면모를 경멸하면서도 그를 통해 류를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영화 출연을 결심한다. 그리고 그를 둘러싼 인물들, 발칙하고 도발적인 여자 도경과 불쑥 요셉에게 다가와 그의 소설의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젊은 여성 이채의 존재가 이야기를 다채롭게 만든다.

"사랑하는 자는 없고 사랑만 있다.
사랑은, 누구의 이름이었을까.”


소설은 요셉의 일상과 류의 과거사가 교차되며 두 세계의 겹침과 엇갈림을 그려나간다. 자기 자신을 포함한 타락한 세계를 향해 던지는 요셉의 가차없는 독설은 날카로우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한 연민을 자아내고, 감추어진 듯 언뜻언뜻 드러나는 류의 서사는 아련하고 서정적인 색채로 이야기 전체를 감싸안는다. 그리고 곳곳에 깔린 삶과 사랑에 대한 깊은 통찰이 섬세한 문장으로 겹겹의 층을 이루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한다. 매혹과 상실, 고독과 고통, 오해와 연민에 대해 오래 곱씹게 하는 그 빛나는 경구들은 물론 은희경 소설을 읽는 큰 즐거움이자 그 자체로 머릿속에 외우고 다니고 싶어질 정도로 매력적이다. 날렵함과 통쾌함을 지나 점차 깊고 묵직하고 어딘가 쓸쓸하기까지 한 느낌을 더하는 그 문장들에서 은희경 소설세계의 또다른 변모를 감지하는 것 또한 설레는 일이다.

타인이란 영원히 오해하게 돼 있는 존재이지만 서로의 오해를 존중하는 순간 연민 안에서 연대할 수 있었다. 고독끼리의 친근과 오해의 연대 속에 류의 삶은 흘러갔다. 류슴 어둠 속에서도 노래할 수 있었다.
(/ p.265)

모든 좋은 소설이 그러하듯, 어떤 측면에서 읽어도 흥미로운 깨달음와 감흥을 발견할 수 있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면모는 『태연한 인생』이 지닌 큰 매력이다. 이 소설을 “개인의 고유성을 사수하려는 절망적 시도”와 “근원적인 것으로부터 멀어져가는 자의 비감(悲感)”(염무웅)으로 읽을 수도, 류와 그 어머니의 “전사(前史)까지 포함한 적막한 일대기”(김혜리)로 읽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혹은 사랑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매혹에 초점을 맞출 수도, 사랑이 끝난 후의 고독과 고통에 초점을 맞추어 읽을 수도 있다. 그럴 때 ‘태연한 인생’이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은 더한층 다층적이고 매혹적이다. 어느 쪽이든, 그 ‘태연한’ 세계 속에서 느끼는 매혹과 고독은 한없이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맛을 전한다. 작가는 “연재하는 동안 일어났던 일들, 만났던 사람, 눈에 띄는 풍경이 마치 우연이라는 듯 소설의 한 부분을 차지했다”며 이 소설을 “우연한 소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고 하지만, 그런 ‘우연한’ 부분들이 얽히고 짜맞춰지며 만들어내는 겹겹의 치밀한 의미망은 우연을 필연적인 작품으로 길어내는 작가의 솜씨에 다시금 감탄하게 한다.

『태연한 인생』은 그러므로 연애소설이면서 세태소설이자, 빼어난 교양소설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우리 시대 인생과 사랑에 관한 매력적인 성찰과 사색을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녹여낸 수작이자, 은희경 문학의 탁월한 한 성취라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는 작품이다. 은희경을 읽는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반가운 기쁨으로 다가갈 작품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작가는 요셉의 시선을 통해 일상이 기반하고 있는 속물세계의 비루한 욕망과 감상성을 비판적으로 해부하는 것이다. 따라서 작가와 주인공의 관점은 때로 화합하고 때로 길항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복합성 때문에 소설의 문체는 시종일관 풍자적이고 반어적이다. 그러나 풍자와 반어로 매끈하게 포장된 ‘인생의 태연함’ 안에는 개인의 고유성을 사수하려는 절망적 시도가 있고 근원적인 것으로부터 멀어져가는 자의 쓰라린 비감(悲感)이 들어 있다. 그것이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염무웅 (문학평론가)
오래전 은희경의 단편 [열쇠]를 읽고 작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아 아무도 없는 방의 네 벽을 둘러본 적이 있다. 이후로도 은희경 소설 중 한 여자를 공중에서 내려다보듯 쓴 작품들에 유독 끌렸다. ‘류’와 ‘요셉’의 세계를 오가는 [태연한 인생]에서도 나는 류를 편애하고 말았다. 이 소설은 대칭인 듯 비대칭이다. 동일한 전지적 시점으로 쓰였지만, 요셉은 말을 쏟아내고 류는 생각한다. 그녀의 말은 가슴에 담긴 채 문장으로 옮겨진다. 소설 속 요셉의 시간대는 하루이거나 일주일이지만, 류의 그것은 생의 전사(前史)까지 포함한 적막한 일대기다. 망원렌즈의 시야에 아득히 가라앉은 류와 그 어머니의 이야기를 읽으며 종종 그녀들이 가르쳐준 대로 어긋난 뼈를 맞추듯 왼쪽 가슴을 눌러보았다. 그것은 높은 곳에서 지켜보는 누군가가 나의 황망한 인생을 집어들어 태연한 세계 안에 넣어주길 기도하는 주문이기도 했다.
김혜리 ( [씨네21] 기자)

회원리뷰 (69건) 리뷰 총점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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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7. 태연한 인생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신* | 2021.08.2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이십대에 은희경 소설을 참 많이 읽었었다. 아이를 키우고 바쁜 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읽어보고 싶더라. 읽으니 역시... '새의 선물'을 참 좋아했었는데... 그 주인공들이 크고 늙으면 이리 될까 싶다. 그냥 읽다보면 주인공들이 다 아는 사람 같아진다.  역시 류도 요셉도 좀 짜증나는 이안도 다 친한 사람, 아는 사람같이 느껴진다. 지루한 매일을 견뎌내는 이;
리뷰제목

이십대에 은희경 소설을 참 많이 읽었었다.

아이를 키우고 바쁜 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읽어보고 싶더라.

읽으니 역시...

'새의 선물'을 참 좋아했었는데...

그 주인공들이 크고 늙으면 이리 될까 싶다.

그냥 읽다보면 주인공들이 다 아는 사람 같아진다. 

역시 류도 요셉도 좀 짜증나는 이안도 다 친한 사람, 아는 사람같이 느껴진다.

지루한 매일을 견뎌내는 이름 모를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도경처럼...

그리고 나도...

태연하고 우연한 인생들. 모두가.

의도하지 않았던 소설이라는데...

이름만으로 등장하던 류의 마지막 노래를 읽으면 다 알거 같은 마음이 된다.

류의 아버지의 고통 류의 어머니의 고독, 아니면 둘이 바뀌어도 아마 상관없을 거 같다.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많은 사람들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배신들을 한다.

어쩌면 내가 하는 배신일 수도 있다. 영원하지 않은 사랑.

그런데 참 알 수가 없다.

요셉, 류, 이안, 도경, 류의 아버지, 어머니....술자리의 친구들까지 모두 이해가 가고 ....안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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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커피를 주문한 남자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엠*이 | 2021.04.28 | 추천2 | 댓글2 리뷰제목
문학에서 사랑 다음으로 많이 다뤄진 주제는 고독일 것이다. 우리가 아는 대다수의 고전은 타인의 영향 없이 진정한 혼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좇고 있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농부들을 보며 사색에 잠긴 안나 카레니나를 떠올려보라. 고독은 인물의 정신과 사상을 표현하는 도구로서 오롯하다. 고독을 끌어안고 고독에 저항하며 몸을 뒤척일 때 비로소 가뭇해진 감정을 헤아리기 때문;
리뷰제목
문학에서 사랑 다음으로 많이 다뤄진 주제는 고독일 것이다. 우리가 아는 대다수의 고전은 타인의 영향 없이 진정한 혼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좇고 있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농부들을 보며 사색에 잠긴 안나 카레니나를 떠올려보라. 고독은 인물의 정신과 사상을 표현하는 도구로서 오롯하다. 고독을 끌어안고 고독에 저항하며 몸을 뒤척일 때 비로소 가뭇해진 감정을 헤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외로울 때 스탠드를 켜고 소설을 편다. 기이한 아늑함과 예측 불가한 폭력성, 쉼 없는 감정 기복이 고스란한 이야기에 빠져든다. 외로움의 조각들을 이어 붙여 도시의 민얼굴을 그려낸 소설이 좋다.

은희경 장편 소설 <태연한 인생>의 화자 요셉은 카페를 글을 쓰는 작가다. 매일 출근하듯 동네 핸드드립 전문점을 찾아 노트북을 편다.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허기지면 샌드위치 따위로 끼니를 때운다. 요셉은 오늘도 오전 내내 침대에서 뭉그적거리다가 카페에 앉고서야 기운을 차렸다. 그는 요즘 뭔가를 써내야 한다는 초조함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카페에서 무참한 표정으로 모니터만 바라본다. 얼굴을 비비며 나지막이 욕설을 뱉어도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는 공간이다. 요셉은 이런 열광적인 무관심에 마음이 놓인다. 은희경은 이처럼 작정하고 카페를 본거지로 삼아 요셉에게 그녀의 작가로서의 자의식을 심어놓는다.

“고독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적요로운 평화를 주었다. 애써 고독하지 않으려고 할 때의 고립감이 견디기 힘들 뿐이었다. 타인이란 영원히 오해하게 돼 있는 존재이지만 서로의 오해를 존중하는 순간 연민 안에서 연대할 수 있었다. 고독끼리의 친근과 오해의 연대 속에 요셉의 삶은 흘러갔다. 요셉은 어둠 속에서도 노래할 수 있었다.” (p.265)

요셉은 글이 풀리지 않아 카페 통유리를 응시한다. 창밖은 무구한데 정신은 산란하다. 도통 집중을 못 해 카페 문이 열릴 때마다 고개가 돌아간다. 카페는 고독한 사람들의 집결지다. 곳곳에서 저마다 각자의 사정에 열중한 이들이 보인다. 그는 몸을 의자에 파묻고 날 선 생각에 젖어든다. 자신의 실패를 비웃는 문단의 얼치기들이 떠오른다. 죽이는 걸 하나 써내고 만다. 그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리라. 요셉은 막 우산을 털며 카페 문을 연 미녀를 오랫동안 쳐다본다. 그녀를 기틀 삼아 뭔가를 적어나간다. 잘 쓰는가 싶더니 어느새 백스페이스를 연속으로 때린다. 글자가 지워지면 다시 무책임한 공백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그새를 못 참고 깜빡이는 커서가 요셉을 옥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구태의연하고 진부한 문장을 두고 볼 순 없으니까. 요셉은 슬슬 주인 눈치가 보여 근처 다른 카페로 자리를 옮기려고 한다. 이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몇 번을 못 옮길까.

요셉은 새로 옮긴 카페에서 오래전 연인 '류'를 떠올린다. 권태와 흥분, 체념과 극적인 연출 효과를 두루 갖춘 류의 인생은 통속적이다. 하지만 그녀의 통속적인 삶을 회고하며 뭔가 써보려고 하는 이가 요셉이다. 그는 참신하고 독창적인 글을 쓰고 싶지만 늘 미끄러진다. 요셉은 류의 삶이 자신에게 남긴 매혹에 저항할 수 없다. 늘 새로운 이야기에 목을 매면서도 류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 충동적이며 순수한 의지를 휘감은 그녀를 통해 요셉은 통속의 전희를 맛본다. 류라는 존재는 패턴 안에 기생하며 살 수밖에 없는 요셉의 작가적인 운명을 예견하고 있던 셈이다. 우리 모두 각자 의지해야 할 통속이 있고, 그 굴레 안에서야 비로써 예술도 빛을 발한다는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작위와 형식이 없이 바로 설 수 있는 이야기란 없듯이, 은희경은 통속을 멸시하기보단 오히려 패턴 안에 머물 수밖에 없는 구태의연한 인간의 삶을 보여준다.
댓글 2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패턴, 고립과 고독, 그리고 고통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호* | 2020.01.03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은희경 장편소설.아쉽게도 <이동진의 빨간책방>이 종영되었고, 그래서 가끔씩 몇 개를 선택해서 다시 듣고 있다. 첫회부터 살펴보다보니 은희경 편(https://www.podty.me/episode/8978576)은 안들었기에 이번에 들어보았는데, 듣다보니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래서 다 들은 후에 자연스럽게 이 책을 구입했다. 왠지 꼭 사서 읽어야만 할 것 같았다.집에 있는 책장;
리뷰제목
은희경 장편소설.
아쉽게도 <이동진의 빨간책방>이 종영되었고, 그래서 가끔씩 몇 개를 선택해서 다시 듣고 있다. 첫회부터 살펴보다보니 은희경 편(https://www.podty.me/episode/8978576)은 안들었기에 이번에 들어보았는데, 듣다보니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래서 다 들은 후에 자연스럽게 이 책을 구입했다. 왠지 꼭 사서 읽어야만 할 것 같았다.

집에 있는 책장을 좀 찾아보니 은희경 작가의 책은 2000년대 초반에 구입한 <마이너리그>가 전부였다. 왠만하면 한 작가의 책을 2권 이상 구입하는데, 한권 밖에 없다니, 아마도 예전에 읽은 후 그다지 감동을 못받았었나보다. 아니면 나와 감성이 맞지 않았었는지도.

책은 류의 이야기와 요셉의 이야기로 나뉜다. 어쩌면 여기에 류의 어머니의 이야기가 더해졌다고도 할 수 있다. 책의 시작과 끝은 류의 이야기지만 책은 많은 부분은 요셉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물론 요셉의 이야기 속에는 류의 그림자가 항상 드리워져 있다.
류의 이야기와 요셉의 이야기의 문체는 사뭇 다르다. 그리고 그들이 이야기하는 방식도. 한 사람은 고독으로부터 벗어나고 있고, 다른 사람은 고독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책의 이야기만 보자면 작가의 삶에 대해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다. 하지만, 굳이 작가만 그런 것일까, 우리의 삶이, 바로 나의 삶이 그런 것은 아닐까.

패턴이란 단어가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패턴에 따라 사는 것을 거부하는 요셉. 패턴에 따른 소설도 거부하는 요셉. 그를 보면서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패턴을 거부하지만 패턴에 맞춰 살아가는 나 자신의 모습을. 이율배반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패턴이란 단어가 워낙 많이 등장하다보니 패턴을 중요하게 생각한 <생각의 탄생>(http://blog.yes24.com/document/10896654)이 잠시 떠올랐다. <생각의 탄생>에서는 창조적인 사고를 위한 생각의 도구로 '패턴 찾기'가 나오는데... 물론 이 소설에서의 '패턴'과 <생각의 탄생>에서의 '패턴'의 쓰임새가 다르다. 그냥 문득 생각났다는 것일뿐.

책을 다 읽은 후 빨간책방을 다시 들었다. 빨간책방에서 이야기하는 것들, 분석했던 것들, 작가가 말한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음미했다고 해야할까?
그리고 찾아보니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에도 있기에 들었다.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에서는 류의 이야기 부분만 읽어주었는데, 김영하 작가가 읽어주는 류의 이야기는 김영하 작가의 말처럼 하나의 단편소설이었다. 따로 떼어서 읽어보면 그렇다는 이야기.

여러 팟캐스트를 듣고, 책을 읽고 그러다보니 이 책이 좋은 책인지는 모르겠는데, 뭔가 쓸 것이, 생각할 것이 많은 책인 것 같다. 그런 것들이 많지만 정리는 잘 안되고, 그래서 또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네. 사실 재미에 대해서는 so-so, 하지만 뭔가가 있다. 그 무언가가 이 책을 계속 읽게 한다. 그리고 이렇게 무언가를 적게 한다. 아주 태연하게.

아 참, 그래서 앞으로 은희경 작가의 책을 다시 구입할거냐고 묻는다면 어쩔 수 없이 그 동안의 패턴에 따를 것 같다. :)

살아오는 동안 류를 고통스럽게 했던 수많은 증오와 경멸과 피로와 욕망 속을 통과한 것은 어머니의 흐름에 몸을 실어서였지만 류가 고독을 견디도록 도와준 것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삶에 남아 있는 매혹이었다. 고독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적요로운 평화를 주었다. 애써 고독하지 않으려고 할 때의 고립감이 견디기 힘들 뿐이었다. (p.265)

이동진의 빨간책방: 8회1부 태연한 인생(with 소설가 은희경) https://www.podty.me/episode/8978576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47 은희경 "태연한 인생" http://kimyoungha.libsyn.com/-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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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0건) 한줄평 총점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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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4점
기대되네요 언능 읽어볼게요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독***식 | 2019.09.04
구매 평점5점
제목이 끌려서 샀어요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r********8 | 2019.09.01
구매 평점5점
은희경 작가 작품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예요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세***인 | 20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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