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9년 03월 22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336쪽 | 384g | 127*188*30mm |
ISBN13 | 9788937439780 |
ISBN10 | 8937439786 |
발행일 | 2019년 03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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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336쪽 | 384g | 127*188*30mm |
ISBN13 | 9788937439780 |
ISBN10 | 8937439786 |
MD 한마디
['무기력적대감'에 지칠 때 읽는 소설] 우리를 지치게 하는 이유가 이렇게나 많고 단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틀린" 것이라고 규정하는 시대에, 소설 『가을』은 문학의 역할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타자를 포용하는 이웃의 가치가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를 얼마나 건강하게 밝힐 수 있는지를. - 소설MD 김도훈
1. 9 2. 115 3. 233 감사의 말 332 |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을 활용한 표지는 무척 예쁘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여기도 마찬가지지만)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전후 영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의 시대상은 그리 아름답지 않습니다. 아름답지 않은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지쳐가고 있지요. 우리를 지치게 하는 이유가 이렇게나 많은 시대는 갈수록 혐오와 폭력으로 넘쳐납니다. “그게 아니라 뉴스에 지쳤다고. 별것도 아닌 일에는 대단한 일인 양 호들갑을 떨고 정말 끔찍한 일에는 단순하게 다루는 거 말이야. 분노에 지쳤고, 야비함에 지쳤고, 이기주의에도 지쳤어. 그걸 막아 내려는 노력이 전혀 없는 데 지쳤고, 오히려 그걸 조장하는 데 지쳤어. 현재의 폭력에 지쳤고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다가올 폭력에도 지쳤어. 거짓말쟁이들에 지쳤어. 아닌 척하는 거짓말쟁이들에, 그들이 이런 일을 유발한 데 지쳤어. 그들이 멍청해서 그런 건지 고의로 그런 건지 궁금해하는 데도 지쳤어. 거짓말을 일삼는 정부들에 지쳤어. 거짓말을 듣거나 말거나 더 이상 신경도 쓰지 않는 사람들에 지쳤어. 이렇게 두려워해야 하는 데 지쳤어. 적대감에 지쳤어. 무기력적대감에 지쳤어.” (pp.76~77) 젊은 시절 당대의 예술가들과 어울리던 지식인이자 작곡가였던 대니얼은, 단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동네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 속에 살아갑니다. 어린 엘리자베스는 우연히 학교 숙제로 이웃 사람 인터뷰를 하러 대니얼의 집을 방문했다가 그와 정신적 교감을 나누는 사이가 되죠. 하지만 엘리자베스의 어머니는 하필 ‘늙은 동성애자’와 어울리는 딸이 탐탁치 않습니다. 여든다섯 살짜리 남자가 어떻게 네 친구냐고, 왜 정상적인 열세 살짜리들처럼 정상적인 친구들을 사귀면 안 되냐는 어머니의 다그침에 엘리자베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건 엄마가 정상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어요. 그 정의는 내가 정상을 정의하는 방식과 다르겠지만요. 우리는 모두 상대성 속에 살고 현재 정상에 대한 내 정의를 엄마의 정의와 다르고 아마도 결코 같아지지 않을 거예요.” (p.103) 늙은 동성애자를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의 문제는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의 문제로 확대됩니다. 단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틀린” 것이라고 규정하는 시대에, 소설 『가을』은 문학의 역할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타자를 포용하는 이웃의 가치가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를 얼마나 건강하게 밝힐 수 있는지를. |
앨리 스미스의 <호텔 월드>를 먼저 읽을까 <가을>을 먼저 읽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이 책을 읽기로 결정했다. 문학을 읽을 때 고전적인 분위기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앨리 스미스의 작품에 대한 어떤 글을 보게되어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앨리 스미스의 소설 <가을>은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의 전후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브렉시트 찬반 투표는 아주 작은 격차로 탈퇴하는 쪽이 우세하게 나왔고 영국 사회는 젊은 세대와 중장년 세대의 갈등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소설 속에는 당시 영국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잘 반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엘리자베스는 이웃 사람을 인터뷰하라는 학교 숙제를 하기 위해 옆집에 사는 대니얼 글럭의 집을 찾가간다. 작곡가였던 대니얼은 동네에서 늙은 동성애자라는 소문에 휩싸여 살고 있다. 대니얼의 집에 방문한 엘리자베스는 그와의 대화를 통해 지성을 쌓아가며 진정한 친구가 된다. 세월이 흐른 뒤, 엘리자베스는 대학 강사로 성장하고 대니얼은 요양원에서 지내게 되었다. 엘리자베스는 투표 이후 갈등에 치닫은 사회 속에서 방황을 하게 되고 대니얼은 지나간 옛 시절의 추억을 상기시키며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다. 대니얼의 시대와 엘리자베스의 시대를 오가며 영국 사회의 현재 시점을 제대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영국 사회의 냉소적인 분위기가 제목인 가을과 매우 어울린다.
제목과 책 표지 다음으로 저자의 이력에 끌려 읽게 된 도서다.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맨부커상과 오렌지상( 둘다 처음 들어봄) 최종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실력 있는 작가로 평가 받았고, 시리즈4 부작인 [가을]이 첫 출간이 되어 언론에서 많은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무작정 집어든 도서다. 문장은 빡빡하지 않고 오히려 여유 있는 공간이 많은데 내용이 만만치가 않다.
내용의 전반적인 것은 요양병원에 있는 대니얼과 미술강사로 생활하는 엘리자베스가 고향에서 지내는 동안 일어나는 일과 과거 어릴 적 이야가 교차가 되고 여기에 대니얼의 꿈 속도 등장한다. 첫 장은 대니얼이 등장한다. 눈을 뜨니 해변가, 자신이 죽었을까? 아니다 단지 긴 잠을 자고 있었고 이렇게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깨어나지 않고 잠을 자고 있는 대니얼을 늘 만나러 가고 그곳에서 한결같이 책을 읽는다. 어릴 적 이사 온 후 알게 된 대니얼. 엄마는 가까이 하지 말라고 했지만 엘리자베스는 대니얼의 독특한 '언어'와 '세계관'에 빠진거 같다. 어쩌면 너무 성숙했는지도 모르겠다.
엘리자베스는 현재 만료된 여권을 새로 갱신 하기 위해 우체국에 들렀지만 사진 찍을 때 머리카락이 기네 마네 하면서 퇴짜를 맞는다. 나중에 다시 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를 시작으로 엘리자베스는 엄마와 어긋나는 모습과 대니얼을 만나면서(잠만 자고 있지만) 차츰 변한다. 그런데, 변한다는 표현보단 뭐랄까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는 독특한 인물로 나온다. 만약 이런 세 인물의 구도로 흘러갔으면 모녀와 한 소녀가 상처 입었던 어린 시절에서 벗어나는 뭐 이런 얘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설은 반절 이상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영국이라는 문화와 현재 이들이 가지고, 가졌던 일들을 안다면 어느 정도 책을 이해 되었을 거다.
유럽연합 탈퇴, 2차 세계대전, 동성애, 여성으로 영국 팝 아트가인 ' 폴란 포티' , 크리스틴 킬러(영국 모델로 당시 스파이로 의심) 그리고 책 속에 소개된 여러 책 등 혼란스러운 내용들이다. 특히, 후반부에 폴란 포티를 대해 언급이 자주 된다. 여성이었기에 인정을 못받은 인물로 엘리자베스가 논문으로 쓰려고 하니 오히려 다른 것으로 쓰라고 할 정도다. 영화배우로도 잠깐 활동했고, 똑똑 했지만 이단아로 낙인 찍힌 인물이다.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쉽게 알 수는 없었다. 잔잔한 소설로 생각을 했었는데 큰 오산이었다. 뭐 처음 여권 갱신이 안되었지만 마지막 수단으로 직접 신청하겠다는 엘리자베스의 결단으로 사진이 통과되어 만들었다는 점이 앞으로 주인공의 앞날에 빛이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까? 초반 답답했던 이것이 해결이 되지 응어리가 내려갔으니 앞으로 주인공 인생에 닥칠 역경을 당당하게 맞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될까...
책은 금방 읽을 수 있는 페이지가 하지만 두 세번은 읽어야 의미를 알거 같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이라면 책 내용을 설명하는 부분을 넣어주었다면 좋았을 거 같다. 한 번이 아닌 두 세번은 읽어야 이해가 되는 소설로 다음 시리즈도 기다려지는데 음...그래도 출간이 되면 우선 읽어보려고 한다.
잊어버려도 괜찮단다. 그가 말했다. 또 그러는 편이 좋아. 사실 우리는 때로 잊어야 하지. 잊는 건 중요한 일이란다. 일부러라도 그래야 해. 그래야 좀 쉴 수 있거든. 듣고 있니? 우리는 잊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영영 잠을 잘 수 없게 될 거야.
『가을』
**
키워드 : 브렉시트, 폴린보티, 의식의 흐름
스코틀랜드 출신 작가인 앨리 스미스의 글쓰기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과거와 현재, 인물의 기억 속을 오가는 장면 전환이 차분한 어조로 서술되지만, 때론 연극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며 때론 모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계절 4부작 중 첫 번째로 출간된 이 작품은 '최초의 포스트 브렉시트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십대 소녀 엘리자베스와 그 이웃인 팔십 노인 대니얼과의 특별한 우정을 다루는데 등장하는 현실의 면면때문일 것이다. 아름다운 문장이 곳곳에 자연스럽게 표현되어 있으며, 그 여백의 틈으로 현실이 등장할 때면 차가운 바람을 맞은 듯 가슴이 서늘해지는 느낌마저 든다. 여권을 재발급 받는 것 하나에도 쓸데없이 복잡하고 번거로운 행정 절차가 소모적인 관행처럼 불편함만 남기며, 혼란스러운 사회의 맨얼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대니얼에 대해 혐오와 편견을 일삼던 엘리자베스의 엄마가 마지막엔 자신이 사회의 차별과 소외를 받게 된 입장에서 그에 따른 변화를 이룬 것이 생각치 못한 반전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이웃을 인터뷰해야 하는 숙제를 통해 시작된 대니얼과의 우정으로 인해 엘리자베스는 어느새 서른두 살의 미술사 강사가 되었고, 대니얼은 백한 살이 넘어 요양원에 누워 그저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과거의 그들의 우정이 시작된 순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오고 가는 대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로 인해 피어나는 창의성과 온정이 잘 드러나게 표현되고 있다. 깊고 너른 사고 방식을 심어주듯이.
그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폴린 보티'라는 인물이 매우 흥미롭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팝 아티스트는 당시에는 당연했을지도 모를,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편견과 무식하기 이를데 없는 수식어로 폄하되었기에 때때로 분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그 스스로는 본인의 목소리를 분명히 내었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지성적인 나체에 대한 언급, 크리스틴 킬러라는 여성의 스캔들을 다룬 작품, 시선의 폭력성에 맞서는 당당함이 좋았다. 어쩌면 모든 걸 다 가진 사기 캐릭터가 아닌가,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예술가이니 뭐 하나 흠집을 내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던 못난 이들의 어리석은 치부와 같은 공격이었을 것이다.
엘리자베스와 대니얼의 우정에는 있는 그대로의 특별함을 간직한 채 두고 싶다. 대니얼이란 역할은 내게는 한 번쯤 꿈꿔왔던 인물이기도 하다. 비록 내가 엘리자베스처럼 영민하고 자신만의 감성을 가진 아이는 아니었지만, 어쩌면 나에게도 있었을지도 모를 특별함을 이끌어 줄 좋은 어른 사람과의 우정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마음 한 켠에 늘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람은 바람일 뿐이다. 늘 수동적이었고, 가지고 있는 게 딱히 없었으므로 그런 인연이 없는게 당연한 게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들기도 한다.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창작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진 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표현 방식이 다소 모호하게 느껴졌고, 여백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여백을 가진 호흡은 소설보다 시적인 특성으로 표현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섬세한 묘사가 아름답다, 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이 소설은 여러 번 음미하듯이 반복해 읽어야 하니씩 그 의미를 아로새긴다는 느낌으로 접하기에 좋고, 오랜 여운도 남길 것 같았다. 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하다면 단순하다. 두 인물간의 우정, 그 사이에 끼여든 혼란한 현실, 그리고 무의식과 기억을 오가는 지점에서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과 관계성, 계절의 변화 등 한 편의 가을 그림동화같기도 하다.
특히 인종차별이 심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히는 영국이란 나라가 배경에 있다. 동성애자라는 소문에 휩싸인 이웃에 대해 편견과 차별없이 순수한 호기심으로 다가가는 엘리자베스가 무척 사랑스러웠고, 그가 항상 무언갈 읽고 있길 바란다는 대니얼의 바람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동시대성의 공감을 자아낼 거라는 언급이 있었지만, 물론 이와 같은 차별은 있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저쪽의 낡은 행정 절차와 혼란함보단 지금의 한국 사회의 면면이 더 나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전히 사회 곳곳마다 썩은 고인 물들이 많고, 적폐는 자신이 적폐인 줄 모르고 깨인 지식인마냥 지껄이지만, 우리 사회에는 평화로운 촛불 시위를 통해 얻은 민주주의가 있으며,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로 깨어있는 시민들이 있기 때문에 안도의 한숨을 돌리게 된다.
문장이 아름다운 작품을 오랜만에 만난 것 같다. 단순히 표현하는 방식이, 그 수식이 아름답다는 것뿐 아니라 현실 사회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온기가 느껴지기에 이러한 말을 반복하게 된 것 같다. '포스트 브렉시트 소설'이라는 표현은 묘하게 거대 장벽처럼 느껴져서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 기대보다 걱정이 먼저 들었지만, 막상 책장을 열어보니 유려한 문체와 서사를 진행하는 방식이 좋아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앨리스미스의 사계절 연작의 첫 작품이라 무척 다행이다. 다음을 기다리고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명명높은 여러 상들에 종종 후보에 올랐다고 하니 언젠가 꼭 수상 소식이 전해진다면 참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앨리 스미스라는 작가 역시 믿고 읽는 작가가 되었기에, 스스로는 결코 먼저 찾아보지 않았을지도 모를 이 작품을 민음북클럽을 통해 알게 되어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다. 북클럽의 순기능이 아닐까.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작품을 하나씩 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