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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랑꾼 그림책에서 무얼 보았나?

책 사랑꾼 그림책에서 무얼 보았나?

: 나와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드는 그림책 읽기

리뷰 총점9.4 리뷰 13건 | 판매지수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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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에세이 top20 1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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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4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94g | 140*210*20mm
ISBN13 9791158770907
ISBN10 11587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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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숙 할머니의 삶이 《비에도 지지 않고》와 어찌 그리 닮았을까. 주인공은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눈에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으로 화내지 않으면서 늘 조용히 살고 싶어했으며, 그런 삶을 살았다.
누군가의 가슴이 무너지는 것을 막고, 누군가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거창한 것을 해야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마음이 있다면 장형숙 할머니처럼 소박한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요즘같이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로 속도가 빠른 시대에 사는 우리가 편지지에 손글씨로 써서 우체국에 가서 편지를 부치는 일은 많은 정성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마음을 들인다면 말이다. 도무지 편지 쓸 엄두가 안 난다면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내가 들인 작은 정성이 무너지는 누군가의 가슴을 막고, 절망과 고통에 싸인 사람에게 힘과 희망을 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볼 만하다. 비록 소소한 일일지라도. --- p.42~44

그나저나 엠마 할머니, 모지스 할머니에 이어 도요 할머니와 유춘하 할아버지까지 만나 보니 시간이 없다거나 늦어서 못 한다는 말은 꺼내지 못하겠다. 더구나 이들은 그림을 그려본 사람들도 아니다. 어려서부터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해서 작가가 되었다거나, 유독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어른이 된 후에 화가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외롭고 고향이 그리워서 그렸고, 딸아이가 권해서 그렸다. 칠십대도 대단하다 생각했는데 구순 어르신이 그리기 시작했다는 말엔 입이 쩍 벌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책 욕심을 줄여 한 달에 두 권 정도 덜 읽고 그 시간에 그림 그려보면 어떨까 싶다. 잊었나 했는데 어느 순간 그 생각이 불쑥 튀어오르곤 하니 한 번은 제대로 해야 될 것 같다. 잘해야 된다는 생각과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면 쉽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은 거의 다 해봤는데 그림 공부는 어찌 살짝 발을 들여놓았다가 뒤로 빼곤 한다. 수강 신청서를 다 써놓고는 마지막 전송을 못 하기도 했다. 그림에 재능은 없어도 감상하는 것을 좋아해 미술관도 다니고 그림책도 많이 산다. 특히 노년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많아서 이런 책에 많이 끌린다.
혹시 내가 구십, 백 살까지 살 거라는 확신이 없어서 그런가? 하루를 살아도 하고 싶은 건 하라고 누군가가 내 귀에 대고 말한다. 그러다가 백십 살까지 살면 그때 가서 후회할 거냐고 일침을 가한다. 혹시 유춘하 할아버지? --- p.139~141

이 장면이었다. 자꾸만 뭉클하게 하고, 눈시울을 적시게 하는 장면. 자유의 몸이 된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를 만나 한껏 사랑하여 가족을 만들고 새끼들을 잘 키워 독립시켰다. 그리고 할머니 고양이와 함께 살다가 그 고양이가 먼저 떠나자 목젖이 다 보이도록 울었다. 그렇게 며칠이고 슬피 울더니 얼룩 고양이도 사랑했던 하얀 고양이 곁에서 조용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
아름답고도 감동적인 이야기다. 사노 요코는 두 번 결혼하고 두 번 이혼했다. 천천히 붕괴되던 가정을 힘겹게 꾸려나가면서 이 그림책을 냈는데 그림책 중에서 드물게 잘 팔렸다고 했다. 그리고 이 책에 대해 말하기를, ‘한 마리 고양이가 다른 한 마리 암고양이와 우연히 만나 새끼고양이를 낳고 이내 죽는다는 이야기뿐’이라고 했다.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은 이 책이 단순히 그 줄거리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재 우리들 가운데에 온전한 자신으로 살지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며(이것은 ‘자유’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백만 번이나 죽었는데 백만 번이나 태어난 것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삶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 ‘다시 태어난다면, ~게 살 거야!’라는 말을 종종 한다. 또는 ‘원 없이 살았으니 이제 죽어도 좋아!’라고도 하며, 반대로 나는 ‘~을 해야 눈을 감는다. 그 전에는 절대 못 죽어.’라고도 한다.
부족할 것도, 넘칠 것도 없는 삶을 살았다. 거룩하고도 아름다운 삶이다. 고양이 자신에게는 최고로 빛나고 영광스러운 삶이었을 것이다.
--- p.172~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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