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주의 중산층 마을, 맷과 어슐러는 16살로 같은 고등학교에 다닌다. 연극반과 학교 신문 편집부에서 활동하는 문학소년 맷은 똑똑하고 인기 있는 부반장이지만, 허풍이 좀 세다. 한편 여자농구부 주장 어슐러는 덩치가 크고 친구도 적고 뚝심 있는 인물로, 스스로를 ‘못생긴 소녀(ugly girl)’라고 부른다. 어느 날 맷이 구내식당에서 자신의 연극이 축제 때 뽑히지 않으면 ‘학교를 폭파해 버리겠다.’라는 농담을 했다가 테러리스트로 경찰에 신고를 당하고 조사를 받게 된다. 친한 친구들과 믿었던 선생님마저 맷을 피하는 상황에서, 서로 잘 알지도 못하고 친하지도 않았던 어슐러의 증언으로 맷은 누명을 벗는다. 하지만 맷의 부모가 학교를 상대로 고액의 소송을 벌이자 돈에 눈먼 ‘배신자’로 낙인찍힌 맷은 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한다. 지나온 학교생활과 진정한 우정에 대해 되돌아보며 힘겨운 시기를 보내던 맷은 등산을 갔다가 급기야 벼랑 끝에서 자살충동을 느낀다. 그런데 마침 그 순간 어슐러가 나타나 손을 내민다. 그 후로 두 사람은 이메일과 전화통화를 하며 점점 가까워진다. 외모나 연애 따위에는 일절 관심을 두지 않았던 냉소적인 소녀 어슐러는 맷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고,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맷의 개가 유괴되자 어슐러는 기지를 발휘해 맷과 함께 개를 되찾는다. 어느 날 또다시 학교에 테러 협박 전화가 걸려와 대피 소동이 벌어지고 맷은 ‘신변 보호’라는 명목 하에 다시 연금된다. 결국 밝혀진 진짜 범인은…….
오츠는 대가다운 솜씨를 발휘해 한계와 아픔, 매력을 동시에 갖춘 입체적인 10대 소년 소녀들을 형상화하는데, 이들이야말로 작품을 끌고 나가는 힘찬 동력이다. 특히 오만하고 터프한 스포츠걸이라는 단단한 겉껍질 속에 뜨거운 정의감과 따스한 연민, 수줍음을 동시에 간직한 어슐러는 전례를 찾기 힘들 만큼 독특하면서도 현실에 충분히 있을 법한 인물이다. 오츠는 ‘못생긴 애’라는 한마디로 규정되고 관심에서 밀려났을 소녀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새로운 차원의 여성상을 제시한다. 한편 철부지같이 토라지고 까불기도 하지만 다정다감하고 솔직한 문학 소년 맷은 어슐러만의 특별한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맑은 눈을 갖고 있다. 그 밖에 불의를 보고도 목소리를 내길 주저하며 친구를 배신했다가 뒤늦게 쭈뼛거리며 손을 내미는 맷의 옛 친구들, 패거리를 이루어 남자다움을 과시하고 다니는 축구 선수 트레버 캐시티 같은 인물은 바로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왕따 소년, 왕따 소녀를 만나다. “모르겠어. 괜히 웃겨. 사람들은 너도 싫어하고 나도 싫어해. 덕분에 우린 함께잖아.”
『빅마우스 앤드 어글리걸』은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 성격과 외모에 결함이 있는 소년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다. 두 사람은 몇 년째 한 학교에 다니면서 말 한마디 안 해 본 사이였지만, 곤경에 처한 맷에게 어슐러가 믿음직한 손을 내밀면서 극적으로 가까워진다. 자의든 타의든 학교의 또래 집단을 겉돌던 두 사람은 소외의 아픔과 불의에 대한 분노를 통해 친구가 된 것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두 사람이 이메일, 전화, 등산을 매개로 주춤거리며 마음을 열어 가는 과정은 독자에게도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질 만큼 실감 난다. 또한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총을 받으며, 구내식당의 쓰레기통 바로 옆 ‘외톨이’ 식탁에 마주 앉아 밥을 먹는 어슐러와 맷의 모습은 가슴 저릿한 흐뭇함을 자아낸다.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누구와도 같을 수 없는 서로의 매력에 눈뜨며 함께 성장의 문턱을 넘는 맷과 어슐러의 모습은 참된 우정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며, 연민과 존중으로 시작된 우정이 자연스레 풋사랑으로 무르익는 대목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이들의 서툰 시작은 마냥 핑크빛은 아니어서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