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9년 05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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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60쪽 | 578g | 147*215*22mm |
ISBN13 | 9791190030052 |
ISBN10 | 1190030055 |
발행일 | 2019년 05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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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60쪽 | 578g | 147*215*22mm |
ISBN13 | 9791190030052 |
ISBN10 | 1190030055 |
옮긴이의 말 첫 번째 편지 읽기, 정신의 카나리아 두 번째 편지 커다란 서커스 천막 아래: 읽는 뇌에 관한 색다른 관점 세 번째 편지 위기에 처한 깊이 읽기 네 번째 편지 “독자였던 우리는 어떻게 될까?” 다섯 번째 편지 디지털로 양육된 아이들 여섯 번째 편지 첫 5년 사이, 무릎에서 컴퓨터로: 너무 빨리 옮겨가지 마세요 일곱 번째 편지 어떻게 읽기를 가르쳐야 할까 여덟 번째 편지 양손잡이 읽기 뇌 만들기 아홉 번째 편지 독자들이여, 집으로 오세요 감사의 말 주 찾아보기 |
<10대의 뇌>에서 저자인 프랜시스 젠슨은 어린 자녀에게 무한정 자유를 허용하고 스스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 바람직한 양육이라는 의견에 반대한다. 10대에 아이는 뇌의 가소성이 최대로 활성화되기 때문에 다양한 체험으로 신경망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반대로 아직 뇌가 성인의 80%밖에 발달하지 못한 까닭에 전두엽에서 관장하는 이성과 합리적 판단에는 취약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의 경험은 부모에 의해서 계획되고 조정될 필요가 있다. 10대의 아이는 겉으로 보기에는 다 자란 어른이지만, 쉽게 화를 내고, 위험하게 행동하며, 충동적이고, 한번 중독되면 빠져나오기도 훨씬 어렵다.
아이를 그냥 내버려 두면 하루 종일이라도 유튜브를 포함한 스크린의 유혹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부모들도 어렴풋이 안다. 오랜 시간의 스마트폰 시청은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리란 걸 말이다. 영상이 아닌 텍스트를 디지털 매체로 보는 것은 괜찮을까? 그것도 어떤 면에서는 종이 책과 차이가 있다. 책은 손으로 만지고, 넘기고, 밑줄을 긋고, 일부분 어딘가를 들춰볼 수도 있다. 책을 통한 읽기는 느긋하고, 되읽기 쉽고, 상대적으로 긴호흡을 요구한다. 책이라는 물성과 종이에 새겨진 문자가 책 읽는 나에게 좀 더 친밀하게 말을 건네는 느낌을 준다.
인쇄물로 읽는 것은 어린 시절 읽기 회로에 중요한 촉각적인 연상을 더하며, 최고의 사회적, 정서적 상호작용을 제공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종이 책 읽기만을 예찬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과 인쇄물을 동시에 활용할 것을 권한다. 책은 독자를 느려지게 하고 생각하게 만들지만 인터넷은 속도를 높여주니까. 이를 저자는 '양손잡이 읽기 뇌를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자신의 필요에 따라 빠른 정보 습득과 주의력을 요하는 읽기를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릴 적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학생 시절을 보낸 아이가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능숙하게 구사하듯 말이다.
인간은 자연적 진화에서 벗어나 스스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추동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자연에 맡기면 도태되고 말 것들도 인간 선택으로 살려낸다. 좋은 삶에 유익함에도 불구하고 속도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환경에서는 점차 외면받고 사라지게 되는 것들도 많다. 자연의 선택에는 방향이 없으므로... 이제는 차분히 자리에 앉아 무엇이 우리를 위한 진화인가 숙고해서 선택해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의 좋은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말이다. 종이 책 읽기도 그에 포함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세 번인가, 네 번인가. 읽으려다 포기한 책이 있다. ‘읽기’에 대해 연구하는 뇌과학자이자 교육자, 메리언 울프의 <다시 책으로>라는 책이다. 이 책을 알게 된 건 유튜브를 자주 보지 않는 내가 구독하는 몇 안되는 (사실은 몇 안되는 것까지는 아니고, 조금 된다) 채널 중 하나인 겨울서점 유튜브에서이다. 종이책에서 디지털로의 ‘읽기’의 이동, 그로 인한 개인과 사회의 변화에 대한 책이라는 소개를 듣고 매우 흥미롭다고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도 휴대폰, 그 중에서도 스마트 폰을 사용하게 된 이래로 읽기 능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느껴왔어서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디지털 미디어에 익숙해진 탓인지 전자책으로 샀던 <다시 책으로>는 도저히 읽히지를 않아 몇 번인가 때로는 챕터1에서, 때로는 챕터 5까지 읽었다가 전혀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로 책을 덮고 이유 없는 부채감에 시달려왔다. 사실 그렇지 않나, 누가 읽으라고 강요한 것도 아닌데 책을 읽고 있지 않음으로서 부채감에 시달린다니. 하지만 적독가라면 누구나 이런 묘한 읽지 않고 사둔 책들을 바라보며 느낀 부채감을 이해할거라 믿는다. 여튼, 해는 두 번 바뀌어 2021년이 되고, 지인과 함께 독서모임을 진행하게 되었다. 독서 모임에서 다룰 책들을 이야기하던 때에 이 책을 떠올리게 된 것은 그 미묘한 부채감 탓이기도 하고, 강제성과 마감이 있다면 책을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어서이기도 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드디어, 마침내, <다시 책으로>를 완독했다. 사실 완독을 해야 독후감을 쓸 수 있으니, 이 글을 처음부터 읽었을 누군가는 예상했을 수도 있겠다. 독서 모임에서는 매달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을 시간은 한 달, 그리고 조금 더 있었지만, 나와 지인분 모두 한 달 안에 이 책을 소화하는 데에 실패했다. 거기에 일주일을 더 해 겨우 책을 다 읽었다. (사실 다 읽고 독후감까지 쓰기로 했는데, 일주일 만에 다 읽고 독후감까지 쓰는 것에는 또 실패했다. 그래서 이 독후감은 그로부터 2주가 지난 지금 쓰고 있다)
<다시 책으로>는 총 아홉 개의 챕터에 걸쳐 작가가 독자에게 편지를 쓰는 서간문 형식으로 전개 된다. 작가가 과거 경험했던 편지글의 장점(“편지는 뇌를 일시정지 상태로 이끕니다. (...) 저는 두 사람 모두 편지를 주고받으며 변화했다고 확신합니다.”)에서 비롯한 글쓰기 방식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첫 번째 편지와 마지막 편지에 해당하는 아홉 번째 편지는 각각 서론과 본론으로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요약해서 서술하고 있다. 책을 다 읽고서 다시 처음부터 되짚어갈 때에 느꼈던 점은, 작가가 일관되게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편지를 처음 읽을때에는 막연히 “그렇구나” 생각하게 되었던 지점들이, 다시 첫 번째 편지를 읽을 때 즈음에는 “이 이야기를 여기서도 했었구나” 되짚어 보게 되었었다. 서론과 결론을 제외한 본론은 다시 크게 세 챕터로 나누어지는데, 첫 번째는 읽는 뇌에 대한 설명과 읽기의 효과, 즉 읽기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두 번째 편지와 세 번째 편지이다. 그 다음은 읽기가 처한 위험, 그리고 그 중에서도 아이들이 읽기를 잃어버리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 서술한 네 번째 편지와 다섯 번째 편지다. 마지막 챕터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저자 나름의 고민과 연구로 도출된 해결책을 서술한 여섯 번째부터 여덟 번째 편지까지이다.
읽으면서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우선 읽기가 후천적으로 발달한 능력이라는 지점이다. 그래서 읽기 능력은 더 깊이 공감하고 사고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도 있지만, 지금의 내가 겪고 있듯 다른 방향(디지털 읽기)으로 발전하거나 후퇴할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인데, 과학적으로 증거가 뒷받침 된 ‘후천적 읽기’라는 단어를 읽고서야 지금의 내 읽기 능력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또 세 번째 편지, ‘위기에 처한 깊이 읽기’에서는 제목과 다르게 읽기가 인지적으로 어떤 능력들을 길러주는 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실제 위기는 다음 편지에서 등장한다- 이러한 각각의 능력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확장되는 지에 대한 설명을 사례들고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이야기한다. 이러한 부분 역시 읽고 나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깊이 생각해본 적 없던 부분이라 많이 공감이 되고 인상적이었다. 작가는 먼저 깊이 읽기의 환기 과정으로 이미지화, 공감, 배경 지식을 제시한다. 다음으로 깊이 읽기의 분석적 과정으로 유추와 추론, 비판적 분석의 이야기를 하며, 마지막으로는 이 모든 걸 통합하는 깊이 읽기의 생성적 과정을 설명한다. 이러한 능력들은 책을 읽는 데에도 필요하고, 큰 도움이 되지만 요즈음 대두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가짜뉴스, 공감 능력의 결여 등-에 대처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앞에서 이야기했듯 전체적으로 구조가 명확한 느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정보들이 분산되어 이해되었다는 점이다. 이야기 하는 게 무엇인지는 알겠지만, 점점이 흩어진 이야기들을 읽는 느낌이라 다 읽고 나서 정리 되지 않아 아쉬웠다. 또 작가가 읽기를 가르치는 교육자이기도 하고, 디지털 읽기라는 전환기를 명확하게 마주하게 된 것이 다음 세대의 아이들이기 때문에 읽기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해결책이 거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해결책이다. 다시 말해, 근본적으로 아이들이 현재의 읽기와 디지털 시대의 읽기 모두에 익숙하게 자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자는 것이 요인데, 이러한 해결책은 현재 디지털 읽기에 익숙해지며 읽기에 있어 문제를 느끼고 있는 나와 같은 성인 독자들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아 아쉬웠다. 다만 힌트를 찾을 수 있었던 지점은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이랄까, 작은 실험이었는데, 작가 또한 어느 순간 읽기에 위기를 느끼고 예전에 읽던 책을 더 이상 그때와 같이 몰입해 읽지 못한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스스로 2주 정도 동안 시간을 정해두고 일정 시간동안 몰입해 책을 읽는 것을 반복하자 읽기 능력이 돌아온 것을 다시 느끼게 된다, 결국 내가(그리고 나를 포함해 어느정도 읽기 회로가 발달된 성인들) 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은 집중해서 종이 책을 읽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있다면, 집중해서 읽은 책의 내용에 대해서 글을 써보는 것이겠다. <다시 책으로>를 읽으며 읽는 것만큼이나 습관을 들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바로 쓰는 것이다. 작가는 책 전반적으로 읽기, 그 중에서도 ‘깊이 읽기’에 대해 강조하는데, 그 깊이 읽기가 공감 능력을 키워주고 비판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글쓰기 역시 자신이 읽은 내용, 혹은 쓰고자 하는 내용을 곱씹어보고 구조화하여 자신의 언어로 풀어내는 일이므로 디지털 읽기로 인해 퇴화된 비판적 사고력을 복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느꼈다.
이 책을 읽기 전, <다시 책으로>를 전자 책으로 읽는 나름의 실험을 하겠노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했는데, 정말로 그것은 내 나름의 작은 실험이 되었다. 전자책으로 몇 번인가 형광펜도 쳐보고, tts(텍스트를 읽어주는 기능)도 활용해보고, 메모도 써보고자 했지만 전자책으로 읽었던 내용은 정말,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반면 앞의 시도에 실패하고 마감이 2주정도 남아 급한 마음에 교보 문고에 가서 종이책을 사와 읽기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빠져나가는(이 경우에는 눈으로 보고 귀로 빠져나가는 것이겠지만) 느낌이 아니라 글이 읽히는 기분을 오랜만에 느꼈다. 더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래로 거의 처음으로 책에다 줄을 긋고 메모를 하며 책을 읽었는데, 다시 메모를 보며 어느 부분에서 어떤 감상을 느꼈는지도 기억해낼 수 있었고, 줄을 치는 행위 자체가 그 문장에 집중을 하도록 해주어 책을 읽어나가는 게 한층 수월했던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책에 줄을 긋는 것 자체가 주는 뭔가 반항을 하는듯한 묘한 해방감도 있었다. 정말 신기한게 전자책인 <다시 책으로>를 떠올렸을 때는 내용이 전혀 기억에 나지 않고, 단편적인 책속의 사진들과 똑같은 페이지들만이 기억나는데 반해 종이책인 <다시 책으로>를 떠올렸을 때에는 어느정도 분리된 챕터와 이야기들이 기억이 난다. 책에서는 이것이 책의 물성과 공간감에 기인한다고 하는데, 같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책장에 있는(전자책 서재인지, 내 책상 앞 선반인지) 어떤 매체의 책인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작가는 마지막에 독자들에게 ‘천천히 서둘러, 집으로 오세요’라는 말로 편지를 마무리한다. 나 또한 이 책을 읽는 한 달(과 일주일)동안 책이 잡힐 때마다 조금씩 집중해서 읽으며 이전보다도 나의 읽기 능력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놀랍게도. 올해는 이렇게 천천히 읽어가며, 서둘러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과학 기술이 발달 할수록 우리는 그것에 의지하며 살아간다. 세탁기, 청소기, 자동차 등.
이것들이 육체의 노동을 대체했다면, 디지털은 정신을 대체한다. 긴 글은 읽기도 싫고 어렵고 복잡한 것은 생각하기도 싫다. 모르는 것은 SNS에서 찾으면 된다.
디지텔 포맷으로 읽는 습관과 함께 매일 다양한 디지털 경험에 함몰됨으로써 깊이 읽기를 구성하는 비판적 사고나 개인적 성찰, 상상, 공감같은 보다 느린 인지 과정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것은 아닐까요? p31
우리 생각을 디지털에 의존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 책은 읽는 외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인 매리언 울프는 우리가 잃어버린 깊이 읽기 능력을 회복하기 위한 탐구와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