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19년 05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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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378g | 128*188*20mm |
ISBN13 | 9788954656160 |
ISBN10 | 8954656161 |
포함 소설/시/에세이 3만원↑ 세계문학 패딩 에코백 증정(포인트 차감)
출간일 | 2019년 05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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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378g | 128*188*20mm |
ISBN13 | 9788954656160 |
ISBN10 | 8954656161 |
데뷔작만으로 미국 현대 문학의 기수로 떠오른 앤드루 포터의 첫 소설집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에 소개된 후 수많은 작가들의 교본이 된 바로 그 책 데뷔작 하나만으로 일약 미국 단편 문학의 신성新星으로 떠오른 앤드루 포터. 그의 데뷔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섬세한 문체로 깊은 울림을 이끌어내는 열 편의 단편소설이 실린 소설집으로, 단편 부문 플래너리 오코너상을 수상했다. 또한 스티븐 터너상, 패터슨상, 프랭크 오코너상, 윌리엄 사로얀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출간된 해 포워드 매거진, 캔자스시티 스타, 샌안토니오 익스프레스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언론의 반응도 뜨거웠는데, 인디펜던스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단편 작가”로 그를 소개했고, 런던 타임스는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무시무시한 작품집”이라고 평했으며, 리브로 에브도는 “그는 놀라울 정도로 강렬한 데뷔작에서 이미 장인의 솜씨를 보여주었다”고 극찬했다. 장편소설이 주류를 이루는 영미 문화권에서 그의 소설집에 대한 평단과 독자들의 환호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2011년 한국에 처음 출간되었으나 국내 독자들의 눈에 띄지 않아 절판되었다가, 표제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에 소개되며 입소문을 타 중쇄를 찍게 된 일화로 유명하다.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우아하고 섬세한 문장, 서늘하면서도 감동을 자아내는 이야기로 국내 문학 팬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숨은 명작으로 회자되던 이 책을, 문학동네에서 더욱 유려하고 정확한 번역으로 재정비해 새로이 선보인다. |
구멍 코요테 아술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강가의 개 외출 머킨 폭풍 피부 코네티컷 |
나는 그것을 안다. 죄의식은 우리가 우리의 연인들에게 이런 비밀들을, 이런 진실들을 말하는 이유다. 이것은 결국 이기적인 행동이며, 그 이면에는 우리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진실을 밝히는 것이 어떻게든 일말의 죄의식을 덜어줄 수 있으리라는 추정이 숨어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죄의식은 자초하여 입은 모든 상처들이 그러하듯 언제까지나 영원하며, 행동 그 자체만큼 생생해진다. 그것을 밝히는 행위로 인해, 그것은 다만 모든 이들의 상처가 될 뿐이다. 하여 나는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그 역시 내게 그러했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p.126
“앤드루 포터의 문장”
10개의 이야기를 엮은 이 단편집에는 주인공의 성별, 연령 그리고 정체성도 다양하다. 그러나 여느 단편집과 다르게 한 명의 화자가 10가지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듯한 착각이 든다. 냉정한 시선으로 단조로운 문장을 일관성있게 이어가기 때문이다.
그의 문장들은 이런 생각을 품고 있는 듯 하다.
"지금 이 소설에서 중요한 건 글자가 아닙니다. 당신이 지금 무엇을 떠올렸고, 어떤 사람이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각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빼버린 앤드루 포터의 문장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지루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도덕과 윤리에 어긋난 관계를 이끌어가는 그의 문장이 독자의 내밀한 부분을 자극하기 때문일까.
“다양한 관점으로 읽는 비밀스런 이야기 ”
이 단편집은 대놓고 말하기에는 껄끄럽고 비밀스런 이야기를 한다. '사랑'이라는 테마를 여러차례 확인할 수 있다. 두 사람의 사랑부터 배경이 되는 가족과 당대사회 분위기까지, '사랑'에 비춰 들여다보는 시야의 폭이 넓은 소설이다.
어머니의 불륜을 목격한 10대 소년
자녀의 부재를 교환학생으로 회복하려는 아내의 남편
교수와 정신적 불륜 관계인 여제자
레즈비언의 머킨
문명의 발달을 거부하는 지역공동체의 소녀와 데이트를 즐기는 도시 소년
모든 이야기의 전개가 군더더기 없고 마무리는 깔끔하다. 여기서 깔끔하다는 것은 문제에 대한 정답지를 준다는 것과 다르다. 하나의 이야기를 끝으로 독자의 생각을 묻는 것까지 이어진다는 뜻이다.
작가의 글에서 훌륭하다 생각하는 지점은 작가가 작품에 개입하여 주제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에게 그 몫을 나눠주는 데 있다. 작가는 인물들에게 분포되어 있는 사랑의 기억을 모아 이 책에 필사하는 역할에 머무른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한 사람의 근거가 되는 삶의 터(혹은 틀)는 다양하다. 그러나 사회 전체를 놓고 볼 때 군중은 하나의 틀 안에서 살아간다.
이 안에서 우리는 일정한 레퍼토리를 학습한다. 이에 순응할 때에는 법과 질서라는 정의 아래서 보호를 받지만 반할 때에는 비정상으로 분류되거나 처형을 당할 수 있다.
'다양성'이라거나 '자유'라 하는 것도 사실은 정해진 규범 안에서 허용이 된다. 질서는 여러모로 인간을 효율적으로 통제해준다. 따라서 다수와 권력자가 인정해주지 않고서는 개인의 다양성과 자유가 존중받기는 매우 어렵다.
이 단편집은 '통념'에 맞서는 소설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를 반영했다고 보는 편이 옳다.
불륜이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서로에게 끌리는 걸 어쩔 수 없는 교수와 여제자. 교수는 아내가 있고 여제자는 미래를 약속한 애인이 있다.
여제자 헤더는 교수와 나이 차이가 많기 때문에 "차 한잔 마시겠냐"는 그의 말뜻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곧 사랑이라는 걸 알게 된다.
둘의 데이트는 건전하고 말이 통하며 서로에게 안정감을 준다. 두 사람이 공유하는 시간은 지켜보는 나에게도 어떤 편안함을 주었다.
그러나 헤더가 애인에게 데이트 현장을 들켰을 때는 끔찍했다. 헤더는 재빨리 교수의 손을 놓고, 교수는 조용히 자리를 비켜준다. 아울러 두 사람의 이야기에 빠져있던 나도 화들짝 정신이 든다.
두 사람이 함께할 때의 균형감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것은 비밀리에 진행될 때의 일이다. 세상에 공개될 때, 그것은 전혀 다른 것이 된다. 우리가 학습한 세상에서 둘의 사랑은 불륜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헤더의 애인은 교수와의 일을 묻지 않을 테니, 다시는 그를 만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그리고 결혼 후에도 교수의 얘기는 절대 꺼내지 않는다.
비밀스러운 일은 비밀로 덮어두는 것이 서로에게 나은 선택인 걸까.
나는 이 선택 역시 이 사회의 뼈대가 되는 통념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진실을 바라지 않는 세상에 진실을 밝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때로 질서는 '거짓말'로 지켜지는 것이다.
이 소설단편집은 다양성과 가능성을 열어두며 시작한다. 그러나 끝은 꿈에서 깨어나듯 규율로 통제되는 현실로 돌아가는 것으로 귀결한다.
인간은 자주적이면서도 끝내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걸까. 꿈에서 깬 현실은 냉정하고 따갑다.
"그러나 떠나기 전, 나는 와인을 한 잔 따르고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식탁에 앉아, 눈 속에서 미식축구공을 던지며 노는 바깥 거리의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내 또래였지만, 그 순간 그들은 나보다 한참 어려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이상한 순간이었다. 로버트의 와인을 마시면서, 거기 어둠 속에 앉아, 결국은, 어쩌면 몇 시간 동안은 아닐 지도 모르지만, 결국에는 떠나야 하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p.128
<당신 안에 있는 구멍은 무엇인가요?>
상처는 따끔하다. 순간식간에 일어나서 아프고 쓰라리게 만든다. 하지만 구멍은 아프지도, 쓰라리지도 않다. 그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깊숙하다. 그리고 가끔 그 구멍을 발견하지 못하면 발을 헛디뎌 암흑으로 빠지기 십상이다.
앤드류 포터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에 수록된 단편소설들은 우리의 내면에 존재하는 구멍을 여러 시각으로 표현하였다. 그는 우리의 인생에서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 공허하고 불안정하고 정의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을 '구멍'이란 공간안에 담았다. 소설 속 인물들이 안고 살아가는 구멍을 보여줌으로써 독자 내면에 뚫려있는 구멍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수록작 중, '구멍'과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칭할만 하다. '구멍'에서는 어린시절, 동네에 있는 구멍에 화자(탈)의 친구가 빠져 죽는 사건을 현재의 탈이 회상하며 그가 갖고 있는 일종의 트라우마를 보여준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에서는 화자(헤더)가 시간이 지나도 잊지 못하는 대학교수와의 정서적 교감을 그린다. 탈과 헤더는 자신이 안고 사는 기억과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지 못한다. 숨길수록 그들의 구멍은 더 아득해진다.
두 작품 모두 잊을 수 없는, 그것이 트라우마든 그리움이든, 감정과 기억을 보여준다. 우리의 내면에는 소설 속 이야기처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큰 구멍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끔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구멍이 뚫리기도 한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어느 순간 느껴지는 구멍. 무의식중에 있다가 의식으로 넘어오는 순간, 그것이 우리에게 안기는 불안정함과 잊고 싶지만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은 우리를 괴롭힌다.
상처는 아문다. 하지만 구멍은 혼자 매워지지 않는다. 구멍을 채우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하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자신의 구멍을 보여줄때, 혹은 구멍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가 안고 있는 구멍을 채워주진 않을까. 어떤 물질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구멍을 인정하고 타인과 나눌때 그 공간은 위로의 말들로 채워질 것이다.
인간은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나를 만들고, 미래의 기대가 오늘을 살아갈 원동력을 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기억이 모두 아름답지는 않다. 고백을 했다가 차인 기억일수도, 외모에 대한 지적일수도, 혹은 탈과 헤더와 같이 누군가의 죽음이나 상실일 수도 있다. 종종 우리는 가만히 있다가 기억의 구멍속으로 빠진다. 이것은 막을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구멍의 바닥을 채워서 더 빨리 빠져나올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앤드류 포터가 그리는 인물들의 구멍이 우리의 구멍과 맞닿길 바란다. 그들의 구멍으로 우리의 기억을, 우리의 기억이 타인의 구멍을 채워줄 수 있길. 사람과 사람 사이의 통로가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