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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사랑

최소한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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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7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468g | 125*188*30mm
ISBN13 9788901148977
ISBN10 8901148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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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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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엄마는 내 손과 팔을 동시에 잡았다. 완강한 힘이었다.
“희수야.”
새엄마가 내 이름을 분명하게 불렀다.
“부탁이 있다.”
새엄마의 침침한 눈이 허둥거렸다. 나를 잡은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한 인간이 이렇게 절실할 수 있다면 지금 여기에, 이 순간에 있는 것이다. 원장이 놀란 눈으로 새엄마의 팔을 떼어내려 했다.
“두세요.”
나는 원장에게 낮게 명령했다.
“유란이 좀 찾아다오.”
순간, 두피 아래에 차갑고 끈적한 액체가 쏟아진 것 같았다.---p.14

아이는 찾는다기보다 찾는 시늉을 하는 것 같았다. 오빠, 언니……. 우리를 부르는 목소리도 점점 작아졌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면서도 성모상 주위로는 오지 않았다. 한순간 성모상을 힐끗 보다가도 겁에 질린 얼굴로 외면했다. 오빠, 언니……. 아이는 의문이 실린 독백처럼 우리를 부르며 성당 뒤 정원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가더니 지워지듯 모습을 감추었다. 담 밖에서 오빠가 빨리 나오라고 손짓을 했다. 나는 앞뒤 살피지 않고 내달렸다.
그런데 나는 왜 뒤를 돌아보았을까……. 성당 문 앞에서 돌아보니 거대한 성모상이 두 팔을 벌리고 나를 뒤쫓아오는 듯했다. 쿵, 쿵, 쿵……. 성모상이 달려오는 발소리인지 내 심장이 뛰는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소리는 그 후로 오랫동안 나를 따라다녔다. ---p.46

“기울거리를 잘 생각해둬. 우린 또 만날 거니까 그때 꿰매줄게.”
노인은 꿰매기만 하면 세상만사 다 해결된다는 듯이 말했다. 누구나 직업적으로 살고 직업병을 가지고 사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리고 걱정 마. 이제 곧 남편 마음이 돌아올 거야. 단추를 달아주면 돌아선 마음도 되돌릴 수 있어. 내 바느질은 특히 효험이 좋지. 완전히 갈라진 부부도 다시 붙여놓는다니까.”
나는 멀뚱하게 노인을 쳐다보았다.
“세상엔 세 종류의 사람이 있지. 자기의 사랑을 지키는 사람과 자기의 미움을 지키는 사람. 그리고 아무것도 지키지 않는 사람.”---p.78

칠월, 칠월, 고양이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추위가 가시는 느낌이었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일도 오랜만이었다. 혼자 침대에서 잠들고 혼자 깨어났고 혼자 밥을 먹었고 혼자 텔레비전을 보았고 하루 종일 책을 읽었고, 혼자 세수를 하고 거울 속이 얼굴을 대면했다. 내 기척 외에는 일체의 소음도 소란도 없었다. 뭔가 견딜 수 없는 것이 차오르면 나가서 황량하고 가난한 도시의 길을 무작정 걸었다. 걷다 보면, 누가 나를 감시하기라도 하는 듯이 늘 녹색과 갈색의 얼룩으로 위장된 초소에 이르러 끝이 났다. 아무리 걸어도 어디로도 가지지 않고 발자국 위에 발자국이 쌓이기만 하는 산책이었다.---p.176

“사랑을 할 때면, 세상에 늘 사나운 파도가 치는 것 같아요. 얼마나 힘껏 달라붙어 있어야 세상의 파도를 이길 수 있을까요……. 아무리 붙들어도 열 손가락이 열려버리는 순간이 오고 말아요.”
그리고 사랑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사랑을 하지 않으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게 된다. 사랑을 할 때 우리는 그곳에 있는 존재이다.
“하나의 사랑이 끝나면, 내가 속에서 무너져 아득히 사라지는 것 같아요. 내가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아요. 이제 난 사랑을 할 수 없을 거 같아요.”
우리는 똑같은 일을 겪은 쌍둥이처럼, 무릎을 세우고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울었다. 탁한 물이 흘러가는 깊고 무거운 강물 속에 가라앉아 있는 것 같았다. 고양이가 낮은 소리로 울었다.
---pp.289~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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