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19년 06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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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2쪽 | 323g | 139*204*15mm |
ISBN13 | 9791187147411 |
ISBN10 | 1187147419 |
출간일 | 2019년 06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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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2쪽 | 323g | 139*204*15mm |
ISBN13 | 9791187147411 |
ISBN10 | 1187147419 |
2019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작 획일적인 여행이 아닌 깊이 있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여행지를 고르지만 말고 어떻게 바라볼지 고민해야 합니다 여행하는 지리학자가 인문지리학적 관점으로 장소와 그곳 사람들을 바라보는 여행기이다. 저자는 홍매화로 유명한 선암사에서 인증샷만 남기는 여행이 아니라 고유의 향기와 소리를 즐기는 여행을 권한다. 수많은 서부영화의 촬영지인 미국 모뉴먼트밸리를 해 질 녘에 찾아서는 지리를 알고 간다면 여행의 즐거움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 준다. 여행의 이동 수단으로만 생각되던 기차로는 어떻게 색다른 여행을 떠날 수 있는지도 알려 준다. 여행에 정답은 없지만 여행의 즐거움을 좀 ‘더’ 끌어올리는 데 지리가 유용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남들과 다른, 깊이 있고 색다른 여행을 원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유용하다. 지리는 길찾기 지식이 아니다. 장소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지식이다. 독특한 자연환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펼치는 역동적인 삶의 이야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리를 알고 떠나는 여행자는 단순한 구경꾼이 아닌 참여자로서 여행지를 들여다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힐 수 있다. 사진만 찍고 마는 여행이 아니라 깊이 있는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 이전과는 다른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 등 여행을 준비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이 필수 준비물인 이유이다. |
프롤로그 여행지를 고르지만 말고 어떻게 바라볼지 고민해야 한다·7 1부_여행과 지리학은 같은 것을 바라보고 경험한다 삶의 장소를 연구하는 지리학, 삶의 장소를 경험하는 여행·18 ‘얼마나 멀리’가 아니라 ‘얼마나 낯설게’·28 익숙한 곳에서 낯선 곳으로 넘어가는 시작, 국경·41 관광은 돌아옴을, 여행은 떠남을 목적으로 한다·55 그래도 종이지도는 필요하다·71 2부_장소에서 의미를 끄집어내면 여행이 즐겁다 몰랐던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경계상의 공간, 공항·86 교통수단을 넘어 그 자체만으로 훌륭한 여행, 열차·97 ‘보는’ 여행에서 ‘느끼는’ 여행으로, 여행자의 몸·109 지리적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최상의 무대, 전망대와 버스·130 현재가 살아 숨 쉬는 박물관, 시장, 원주민 마을·152 3부_여행자를 위해 존재하는 장소는 없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여행은 계속된다·166 지도 위에 그려진 경계를 허물고 낯설게 바라보기·179 삶터에서의 권리, 여행지로서의 행복·198 불편한 응시에서 다름을 이해하는 소통의 눈으로·213 여행과 현실 간의 간극을 줄이는 세 번째 여행·230 에필로그 내가 지리를 공부하고 여행을 꿈꾸는 이유·241 |
중고등학교 시절 내게 지리는 흥미로운 수업은 아니었다. 솔직히 그때의 수업은 ‘지리’라기보다는 단순 ‘암기’였는데, 내가 가보지도 못한, 위치조차 제대로 머릿속에 들어 있지 않은, 나라의 인구라든지 자연환경이 도통 머리에 들어올 리 만무했던 것이다. 물로 그럼에도 그 많은 정보를 다 외우는 친구들이 있기는 했지만.
“여행지를 고르지만 말고 어떻게 바라볼지 고민해야 합니다”
예전의 기억으로 ‘지리=암기’라는 다소 이상한 공식이 자리 잡은 내게, 책에 적혀 있는 위의 글은 지리가 ‘공간’에 대한, 그것도 그 곳에 있는 사람과 문화를 포함한 ‘장소’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 새삼 떠올랐다.
이 세상에는 어느 하나 같은 장소가 없다. 모든 장소에는 독특한 자연경관과 문화경관이 다채롭게 펼쳐져 있다. 그리고 그곳 사람들은 자기 삶의 터전에 고유한 의미와 상징을 아로새기며 분주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여행에 지리학적 안목이 필요한 이유다. p.9
장소와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는 지리학과 다른 장소와 사람에 대한 낯선 경험을 목적으로 삼는 여행은 서로 맞닿아 있다. p.13
이 책은 여행자가 여행을 하게 될 ‘장소’에 대해 이야기 한다. 당연히 여행자와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여행자와 ‘여행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저자는 이 모든 것들을 ‘여행되어지는 것’이라 총칭하고 있다)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지면을 들여 설명한다. 여행자가 설레이는 마음으로 거니는 낯선 장소의 골목길은 그 곳 사람들에게는 일상을 영위하는 곳임을, 그들의 문화를 존중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것은 마치 TV 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출연하는 외국인들이 내게는 일상의 장소인 곳을 방문하고, 우리에게는 익숙한 문화에 놀라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과 어딘가 닿아 있을 것이다.
여행지는 현지인의 삶의 터전이지 여행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을 늘 기억해야 한다. p.199
여행은 여행하는 자와 여행되는 것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통을 통해 이루어진다..(중략)..상호 문화적 실천이란 서로의 문화가 다르고 가치가 있음을 인정하며 서로 배워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p.228
저자는 ‘여행’에 대한 다양하게 정의내리고 있는데 그 중 ‘낯익은 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것’이라는 정의가 인상적이었다.
제자리를 벗어나는 경험을 의도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 의도적으로 낯익은 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p.32
익숙한 것을 벗어나는 경험, 그래서 굳이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가던 곳으로 이동하면서도 낯익은 것들을 의도적으로 낯설게 바라본다면 충분히 제자리를 벗어난 여행이 가능하지 않을까? 어쩌면 알고 있는 것들이 많기에 오히려 더 깊이 있는 여행이 될 수도 있다. p.35
여행의 핵심은 얼마나 먼 거리를 이동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느냐다. p.38
언젠가 읽은 책에서도 이와 비슷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일상이 새롭지 않은 것은 너무 익숙한 시각으로 주변을 바라보기 때문이라는, 그러니 낯설게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글이었다. 그 책을 읽은 후 가끔은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주 걷지 않던 길로도 가보고, 시선의 높이를 바꾸어 보려고도 해보지만 일상의 낯섦을 발견하는 것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아직도 꾸준히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내게 여행은 물리적 거리가 주는 설레임과 긴장감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걸 보면, 저자가 말하는 핵심을 느낄 경지에는 다다르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종이지도는 큰 지면에 고정된 정보를 담고 있음으로써 오히려 가독성이 높다. 강과 산의 흐름, 도시와 국가의 위치, 교통로 등의 정보만을 담고 있는데도 그 맥락을 훨씬 잘 파악할 수 있다. p.82
책의 내용 중 종이지도에 대한 대목도 반가웠는데, 예전부터의 습관이지만 지금도 낯선 곳에 도착하면 그곳이 국내이든, 국외이든 안내소에 들러 지도를 가장 먼저 챙기기 때문이다. 물론 지도 어플을 활용하면 내 위치가 표시되고 심지어 내가 움직이는 동선까지 확인이 되니 편리하긴 하지만 그래도 지도를 펼쳤을 때의 그 느낌은 또 다른 설레임을 준다. 누군가는 아날로그 감성이라 할 수도 있지만 지도를 펼쳐 놓으면 도시의 느낌을 가늠해 볼 수 있어 좋다. 도로가 이어지는 선형이라든가, 그 도로에서 뻗어나간 골목길과 길이 모이는 곳의 광장 그리고 내가 가고자 하는 곳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얼마 전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읽은 터라 책의 내용이 유사한 맥락에서 읽혔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과 인생을 함께 이야기하며, 여행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만난다고(또는 지금의 나를 잊거나) 말한다. 인생이 여행이라면 나는 오늘도 내 인생에서 하루의 여행을 하고 조금은 지친, 하지만 음악을 듣고 책을 읽으며 그 피곤을 잠시 잊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루, 하루 나의 여행을 충실히 즐겁게 보내고 싶은 바램이 가득한 저녁이다.
인간의 삶은 항상 장소를 취하는 여정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삶은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p.19
여행을 통해 삶의 경험과 지식은 더욱 풍부해진다. 삶은 여행이고 여행은 삶이다. 따라서 즐거운 인생을 살아가려면 여행이 즐거워야 한다. 그리고 지리를 알고 여행을 떠나면 인생이 즐거워진다. p.27
*나에게 적용하기
익숙한 일상에서 새로움을 찾기(적용기한 : 지속)
*매일 주문하는 음료 대신 평소 안 마시던 음료 시도 해보기, 평소 잘 읽지 않던 장르의 책이나 영화도 한번 보기 등등등 : )
멀리 갈 필요 없이 가까이서, 오늘의 일상에서 오감의 안테나를 세워 보자. 무심코 아무 생각 없이 걷던 길이나 집을 나섰다가 돌아오는 길을 낯설게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자. pp.39-40
*기억에 남는 문장
여행지에 대한 앎을 바탕으로 세상과 나의 관계를 알게 되고, 그로부터 나에 대한 성찰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p.9
여행은 흔히 생각하듯 그리 대단하지 않다. 낯선 것들과 함께 낯익은 것들도 낯설게 바라보며, 그 속에 깊이 자리 잡은 의미를 확인하고 끄집어내 생각하는 것, 그게 바로 여행이다. p.40
우리는 심리적 경계가 끼치는 영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특히 특정 지역에 대한 선입견 혹은 편견으로 만들어진 견고한 심리적 경계가 큰 영향을 발휘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p.51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어떤 국가에서 태어나고 어떤 몸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운명이 달라지는 현실을 생각해 보면, 자유롭게 여행을 꿈꾸고 실천할 수 있는 우리는 행운아임이 틀림없다. p.53
이처럼 여행은 전혀 예기치 못한 나 자신의 모습을 만나게 해준다..(중략)..내 자신이 낯선 존재로서 새롭게 다가오게 되고, 그 속에서 나도 모르던 내 가치와 능력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p.95
안다는 것은 내 몸 바깥에 있는 것을 먼발치에서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납득하는 과정이다. 반면에 느낀다는 것은 그것들을 내 몸으로 들어오게 함으로써 주관적으로 일체화하고 이해하는 과정이다. 여행은 장소에 대해 아는 것과 느낌을 함께 얻고자 하는 과정이다. p.111
우리는 흔히 ‘보이는 것이 곧 진리요, 진실이다.’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중략)..실체의 모든 면이 시각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실체와 관계없는 허상을 보고 실체라고 믿는 경우도 있다. 보이는 것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pp.155-156
제국주의 세력들은 엄연히 원주민들이 살아가고 있는 땅인데도 불구하고 아프리카를 마치 하얀 도화지같이 비어 있는 땅으로 인식했다. 그러니 처음 도착한 땅에 자기 마음대로 지명을 만들어 붙이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pp.188-189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몇 달 전 <지리학자의 인문여행> 출판기념 강연에 다녀왔다. 책을 읽고 보니 당연한 말이지만 강연의 대부분이 이 책의 핵심내용이었다. 제일 재밌는 부분을 이미 다 알고 봐서 그런지 정작 책의 내용은 그리 인상깊지 않았다. 무엇보다 왜 책 제목을 '지리학자의 인문여행'으로 정했을까 의문이다. <지리학자의 인문여행>은 여행의 의미를 정의하는 책이고, 여행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여행할 때 지리가 중요하다고 여러 번 강조하지만, 정작 지리를 어떻게 여행에 활용할지 구체적인 방법이나 사례는 많이 나오지 않았다. 인문학 내용도 글쎄...... 책 제목이 <여행이란 무엇인가>였다면 책 내용과 더 어울렸을 것이다.
자꾸 여행이란 이런 것이라며 저자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여행의 모습과 방법을 강요했기때문에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졌다. 그리고 자신의 관점을 투철하기 위하여 미처 의식하지 못한 차별이나 편협한 사고(스스로 이렇게 칭하면서도)를 은연 중에 내비치는 모습이 아쉬웠다. 목숨이 걸린 난민의 이주를 여행이라고 말하는 부분이나 여행과 관광을 굳이 구분하여 (패키지) 관광은 진짜 여행이 아닌 듯 격하하는 부분이 불편하다. 난민 이주도 여행이라고 말할 정도로 여행을 넓은 의미로 사용하면서, 관광을 제외하고 자유배낭 여행을 강조하며 여행의 의미를 좁히는 것은 서로 상충된다. 또, 휠체어를 탄 수강생의 예를 들며, 자유롭게 여행을 꿈꾸고 실천할 수 있는 '우리'는 행운아임이 틀림없다고 말하는데, 그 '우리'에 장애인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보여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낯설게 바라보기'를 제시하는 것은 여전히 참신하다. 강연에서도 기억에 남는 부분이었는데, 내게 익숙한 곳을 새롭게, 낯설게 바라보는 것도 여행이라는 시선이 좋다. 어릴 적 모르던 꽃이나 풀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것은 나이가 들며 저절로 알게 된 낯선 즐거움이지만, 도시 속 풍경을 낯설게 바라보는 건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동 중에도 언제나 안테나를 세우며 낯선 것을 발견하는, 숨은그림 찾기 놀이를 하게 된다.
또, 종이 지도를 좋아하는 것이나 여행에 관한 좋은 구절들을 인용하는 부분이 좋다. 나도 종이지도를 좋아한다. 어릴적 사회과부도는 심심할 때 들여다보면 어느새 시간가는 줄 모르고 뒤적이던 책이었다. 책 속에 내가 좋아하는 빨간 머리 앤부터, 김영하, 김연수 등 인상깊은 구절들이 많이 인용되어서 찾아서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늘기도 했다. '초모룽마'가 티베트어로 에베레스트 산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와 가장 달랐던 건, 교수님의 친화력이다. 甲이다. 택시를 타면 택시 운전사와, 버스를 타면 버스 승객과, 기차를 타면 기차 동승인와 대화하며 그들이 인생과 사연을 어찌나 그리 잘 파헤치시는지! 이런 성격을 지니셨으니 더 여행이 즐겁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시절, 능력을 과신한 탓에 전공을 두 개나 했다. 교양 과목을 수강할 여유가 없었고, 필수 교양 과목을 제외하고는 시간표를 전공과목으로만 가득 채웠다. 대학을 졸업한 지도 어언 15년을 넘겼건만, 이제 와서 교양 과목으로도 눈을 돌릴 걸 잘못했다는 생각을 한다. <지리학자의 인문 여행>이라는 책이 2013년부터 대학에서 강의해온 교양 과목을 엮어낸 것이라는 앞 날개의 설명글을 읽은 후 나의 반응이다. 먹고 사는 문제에만 매달리던 시절에는 여행을 꿈도 꾸지 못했다. 특히 해외로 나가기는 하늘의 별 따기 이상으로 힘들었다. 일단 돈이 없었고, 주변에 해외여행을 하는 이가 없다 보니 꿈 자체를 꾸지 않았다. 남자들의 경우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이에게는 아예 여권이 발급되지 않기도 했다. 시대가 달라졌다. 유행처럼 유럽 배낭여행이 번져 나간 게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의 일이다. 지금은 여행을 뛰어넘어 타국에서의 한시적 거주를 시도하는 이들도 엄청 늘었다.
여행이라고 하면 일상으로부터의 벗어남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계획을 하는 순간부터 마냥 좋은 무언가가 나에게는 여행이곤 했다. 회사에 매인 몸이요, 이유 없이 눈치 보느라 긴 시간의 휴식을 취할 수가 없었다. 자연스레 우리나라 밖으로의 이동에는 제약이 걸렸다. 고맙게도 전국 방방곡곡이 아직 나에겐 낯설다. ‘얼마나 멀리’가 아닌 ‘얼마나 낯설게’가 여행의 핵심이라는 저자의 지적대로, 난 낯설 세상을 접하는 것으로부터 생기를 얻어 왔다. 되돌아옴을 전제로 한 여행은 익숙한 장소로 되돌아오는 게 운명이지만, 잠시일지라도 익숙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난 좋았다.
이제껏 내가 해온 것들이 여행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 저자의 정의가 맞다면 난 ‘관광’을 했지 ‘여행’을 하지는 않았다. 여행사를 따라다니면 여러 모로 편하다. 운전면허가 없는 원시인인 나는 여행사가 마련한 교통수단에 의존해 이동하는 걸 선호한다. 일정 금액을 지불한 만큼 많은 것을 경험하길 원한다. 아예 코스를 고를 때부터 어디어디에 가게 되는지를 따졌으므로, 일정표 상에 포함된 곳을 사정상 들르지 못할 경우에는 입이 튀어나오기 일쑤다. 대놓고 환불을 요구하는 이들도 물론 있다. 우린 상품을 구입했고, 고객인 우리는 상품이 애초에 약속한 모든 것을 보장 받을 권리를 지녔기 때문이다. 정보를 습득하는 일은 평소에도 지겨울 정도로 해왔다. 진정 여행이라면 무언가를 끊임없이 보고 내 것으로 만드는데 집착할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느끼는 편을 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 의미에서 현지인과의 교류는 돈을 주고 구입할 성질의 것은 아닐 수 있으나 여행을 진정한 여행으로 만들어주는 요소다. 시간 흐르는 줄도 모르고 하염없이 바라보며 받아들였던 현지 특유의 냄새 등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의 꾸밈은 어쩌면 어딜 가도 피하기 힘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사라져 가는 원주민 문화를 엿보기 위해 방문한 곳에서 우리는 일종의 가공된 문화와 만난다. 전통 춤을 추는 이들이 항상 웃통을 벗고 전통 가락에 몸을 맞추지는 않는다는 걸 우린 잘 알고 있다. 그들의 퍼포먼스는 삶을 위해 그들이 택한 방식에 불과하다. 지독히도 상업적이라며 혀를 내두를 수도 있겠지만, 살짝 속아주는 것이야말로 여행객다운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나에게는 여행지이나 누군가에겐 일상이 행해지는 공간이다. 나와는 조금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향한 존중이야말로 여행자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바다. 비루하다고, 손가락질하고 경멸의 눈초리를 보내는 게 아니라, 그 안에 깃든 나름의 행복을 인정할 때 우리의 여행은 비로소 여행다워진다. 경외감을 상대가 지닌 화려한 무언가로부터만 느끼란 법은 없다.
아쉬움 가운데서도 다행이다 싶은 건 그간 부지런히 여행의 기록을 남겨왔다는 사실이다. 종종 블로그에 올려 둔 글과 사진을 들추는 것으로 난 지난 여행을 추억해왔다. 내 글에는 정보도 물론 담겼지만, 그보다는 당시의 감상들이 가득하다. 과거 어느 시점의 나와 대화하면서 난 지난 여행을 현재진행형으로 만들고는 한다. 이 또한 남들은 알지 못하는 아주 매력적인 여행이다. 지리학자인 저자의 방식과는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한 나만의 여행을 즐기다 보면 난 또 다시 여행을 꿈꾸게 된다.
떠남은 중독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난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픈 마음을 주체하느라 혼이 났다. 이 글을 마무리 짓기가 무섭게 여행사 홈페이지를 들락이게 될 거 같다. 비록 그것이 여행 아닌 관광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지적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