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2년 08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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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8쪽 | 448g | 140*210*30mm |
ISBN13 | 9788937833762 |
ISBN10 | 893783376X |
발행일 | 2012년 08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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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8쪽 | 448g | 140*210*30mm |
ISBN13 | 9788937833762 |
ISBN10 | 893783376X |
오늘 당장 말기 암 진단을 받는다면 당신은 남은 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존 그린의 소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의 주인공인 열여섯 살 소녀 헤이즐은 말기 암 환자다. 열세 살에 갑상선암 판정을 받았고, 그 후 몇 년을 수술과 입원, 통원 치료로 보냈다. 학교에 다니는 것도, 친구를 사귀는 것도 헤이즐에게는 몸에 큰 무리를 주는 위험한 일이다. 그러던 어느 날 헤이즐에게 한 소년이 다가온다. 암 환우 모임에서 만난 어거스터스는 골육종을 앓고 있고 한쪽 다리가 의족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잘생겼고 다정하다. 헤이즐과 어거스터스는 서로 첫눈에 반하고 급속히 친해진다.
큰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오디션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헤이즐과 비디오 게임에 매진하는 어거스터스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10대 청소년이다. 또한 헤이즐과 어거스터스는 책을 무척 좋아하는 독서광이기도 하다. 헤이즐과 어거스터스는 서로가 가장 좋아하는 책 - 헤이즐은 <장엄한 고뇌>, 어거스터스는 <새벽의 대가> - 을 함께 읽기로 한다. 거의 매일 만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 이야기를 나누던 헤이즐과 어거스터스는 <장엄한 고뇌>의 뒷이야기를 듣기 위해 암스테르담에 사는 작가를 직접 만나러 가기로 한다. 당연히 헤이즐과 어거스터스의 부모는 맹렬히 반대하고, 헤이즐과 어거스터스는 어쩌면 생애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여행을 준비한다.
죽음을 실감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에, 자기 자신의 죽음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남겨질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까지 부담 져야 하는 헤이즐과 어거스터스의 상황이 무척 슬프고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이 드리우는 그림자에 짓눌리지 않고 살아있는 한순간 한순간을 최대한으로 즐기려고 애쓰는 어린 연인의 모습이 사랑스럽고 감동적이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얕잡아 봤다가 눈물 줄줄 흘리며 책장을 덮은 어른들이 많았다는 이유를 알겠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 <안녕 헤이즐>도 보고 싶다.
해피엔딩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병을 가졌어도 건강했던 남자주인공의 죽음은 가슴이 참 아팠다. 그리고 자신이 치료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병실에 가두어져 있기보다는 새로 만난 여주인공 헤이즐과 함께 네델란드에 가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온 남자주인공. 물론 현실에서는 불가능 할것이다. 치료때문에 부모님이 절대로 보내주지 않겠지. 이 아이들이 나누었던 모든 대화들은 정말 별이 되어 하늘에서 빛날것이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죽음을 앞둔자와 그의 주변에 남겨진 사람의 이야기. 책을 읽기 전까지 '안녕, 헤이즐'이란 영화의 포스터로 추측하기에 이 이야기는 암 환자의 슬픈사랑이야기 정도로 흘러가겠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The fault in our stars)'의 주인공인 헤이즐과 어거스터스의 이야기는 단순하게 '10대의 사랑'을 묘사한게 아니라 남들보다 훨씬 죽음이 가까운 자와 그 옆에서 그의 죽음을 기다리며,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사랑이야기였다.
이 책을 얕봤던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작가 존 그린은 아름다운 언어를 계속해서 쏟아냈다. 직역을 한듯 부자연스러운 번역이 다소 아쉬었지만 그 아쉬움을 뚫고 나올 만큼 단어와 문장이 반짝였다. (아! 부자연스럽게 느꼈던 말투는 내 스스로 영어로 바꿔 그 장면을 상상해보는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다.) 특히, 헤이즐과 거스가 오랑쥬 레스토랑에서 샴페인을 마실 때, 웨이터가 "오늘 저녁에는 모든 별들을 저희가 병 안에 담았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마치 내가 지금 느릅나무가 줄지어진 운하의 테라스에 앉아 돔페리뇽을 맛보는 것 같았다. 별맛이라니! 표현이 너무 완벽했고 아름다웠다.
가끔은 나보다 한참 어린 헤이즐이 내뱉은 고급단어(?)와 그녀의 생각, 번역본이 주는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이해를 돕기 위해 책을 읽는 중간에 '안녕 헤이즐' 영화를 켰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소설 속 그녀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 내 상상속의 헤이즐을 방해하는 느낌이었다. 영화를 잠시 멈추고 다시 소설에 빠졌다. 마지막장을 읽고서야 내가 이해되지 않았던 그 모두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우주가 자신을 알아주길 바라는 것, 그래서 최대한 우주를 알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라는 대목에서 이 책의 제목인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를 해석할 수 있었다,
'그 애를 사랑할 수 있어서 난 정말 행운아예요. 이 세상을 살면서 상처를 받을지 안 받을지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누구로부터 상처를 받을지는 고를 수 있어요. 난 내 선택이 좋아요. 그 애도 자기 선택을 좋아하면 좋겠어요.' 한정된 삶에서 영원한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어거스터스의 편지였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슬픔과 고통을 느낄지라도 그 건 자신의 '선택'이고(거스는 헤이즐이 암환자며, 살 날이 많이 남지 않은 걸 처음부터 알았다.), 그 대상이 헤이즐이라서 행복해하는 거스. 작가의 바람대로 소설은 소설로만 봐야하는데 자꾸만 어딘가에 헤이즐이 살아있을것만 같다. 그리고 '사랑은 이렇게 하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