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사랑일까?
매일 방송국으로 향하는 나의 발자국엔 끝내 전하지 못한 백합꽃잎이 떨어져있다.
이런 게 행복일까?
날 보며 현란하게 큐사인을 보내는 그의 어깨 위엔 그토록 건강한 소년의 미소가 숨어있다.
ON AIR. 음악 스타트. 큐~
그는 알까?
“여기는 라디오천국이구요, 저는 유희열입니다.”
그건 바로 매일 밤 12시 그댈 향한 나의 수줍은 고백이었다는 걸...
윤성현이란 작자는 이렇게 써야 좋아하는 놈, 아니 PD다.
난 너 같은 PD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 진짜야.
20년 뒤에도 니가 시키는 대로 감성적인 거 많이 죽이고, 저질스럽게 열심히 할게.
꼭 나 써줘야 해. 알았지? 응? 응?
..... 너와 함께 만드는 방송, 음악, 하루가 정말 즐거워. 고마워.
유희열 (뮤지션, KBS 2FM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DJ)
윤성현PD는 말하자면, ‘건희연’(건전하고희망찬사회를위한방송인연대?) 같은 단체와는 지구의 대척점에 서 있을 것 같은 사람이다. 시종 재치 있고 시크하게 칼을 쓰는 ‘심야식당’의 주방장 윤이모는 습관적으로(혹은 달리 할 말이 없어서) 꿈과 희망을 강조하거나, 관성적으로(또는 계속 그렇게 말해왔으니까) 말의 온도를 데우는 일이 없다. 이 책에는 방송에서 일본 음악을 틀 수 없게 하는 ‘국민정서’에 냉소하고, 주말엔 라디오를 끈 채 거리로 나가라고 선동하며, ‘서른 즈음에’는 죽어도 못 틀어주겠다고 단언하는 이상한 현직 PD의 속 시원한 글들로 가득하다. 그는 언제나 싫은 걸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고, (더 중요한 것은) 그걸 설득력 있고 흥미진진하게 말할 줄 아는 사람이다. 방송에서 그가 풀어놓는 직설쾌담을 즐겨오면서도 좀 더 긴 이야기가 듣고 싶어 아쉬웠던 분들이라면 나처럼 이 책이 더 없이 반가울 것이다. 책장을 넘기며 연신 고개를 끄덕끄덕. 역시 내가 사람을 제대로 봤어!
이동진 (영화평론가)
윤성현 PD가 처음 나에게 책 이야기를 했을 때, 나는 적극적으로 등을 떠밀며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라디오 천국과 심야식당이라는 두 개의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유감없이 발휘되곤 했던 그의 탁월한 재능과 감각이 글 속에서 다시 피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그는 심야식당에서는 디제이로 변신, 또 다른 캐릭터의 옷을 입고 마이크 앞에 앉아 투덜거린다. 그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난 운 좋게도 슬쩍 본 적이 있었는데, 그는 그 어떤 사람보다 진실하고, 또 섬세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책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었다.
좋은 책을 보면 문장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면 그가 보인다. 투명하고 재미있는, 좋은 글이다.
김성원 (KBS 2FM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작가)
나는 이 남자의 길고 구부정한 등짝을 이년 가까이 지켜보고 살아왔다. 그 등짝은 늘 미세한 떨림 하나 없이 언제나 그 자리에 존재했다. 더불어 나는 라디오 스튜디오 유리창 너머로 그의 두 눈을 쳐다보며 이년 여 세월을 보냈다. 검정 뿔 테 안경 너머의 그 작고 소심해 뵈는 눈매엔 어쩌면 그토록 많은 표정들이 생기는 건지, 나는 왜 아무 말 안 해도 그 속의 생각들이 마음 속 깊이 읽히던지. 솔직히 난 그가 책 따위 쓰지 않길 바랬다. 그 눈 속의 정념들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젠장)
임경선 (칼럼니스트, KBS 2FM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캣우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