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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의 몽타주

그 녀석의 몽타주

차영민 | 새움 | 2012년 08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8 리뷰 18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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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414g | 136*200*30mm
ISBN13 9788993964424
ISBN10 8993964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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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차영민
1989년 부산 출생. 학교 공부보다 세상 공부가 더 중요하다고 가르치는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자주 다니면서 세상을 관찰했다. 가슴 뛰는 일이 하고 싶어 학교 육상부에 들어가 달리기를 했고, 일등을 하면서 삶에 자신감을 얻었다. 이십대가 되어서는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자 경영학과 법학을 공부했다. 고단한 공부를 잠시 잊고자 취미로 시작했던 글쓰기는 어느새 삶이 되었다. 자신의 삶을 담아낸 수기를 여러 곳에 발표하였고, 한때 열정을 쏟았던 달리기를 모티프 삼아 쓴 짧은 이야기를 전자책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좋은 이야기를 써서 세상에 선보이길 열망하다가 마침내 첫 장편소설 『그 녀석의 몽타주』를 세상에 내보낸다. 지금은 제주에서 평일에는 아르바이트, 주말에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 일을 하면서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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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많고 많은 건빵 중 검은콩 건빵이냐.”
“검은콩이 얼굴 젊어지는 데 큰 도움이 된다잖아. 다 몸에 좋은 거야. 많이 먹어둬. 그보다 야자 마치고 빵 좀 사다줘.”
“빵? 벌써 다 먹었어?”
“요즘 스트레스가 심하잖아.”
어쩐지 성우가 너무 쉽게 먹을 것을 건네준다 싶었다. 빵이라면 베이커리에서 갓 구워진 고소하고 바삭바삭한 빵이 아니라, 니코틴과 타르와 기타 유해물질이 가득해 언젠가 암을 유발하는 담배를 말하는 것이다. 담배를 사는 능력을 ‘빵 뚫는다.’라고 말하는데 그 능력이 나에게는 아주 충만하다. 학교에서는 나를 따라올 자가 절대 없을 정도다. --- pp.24-25

직원으로 보이는 누나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피부 관리실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피부가 완전 아기 피부처럼 보송보송했다. 상당히, 매우, 엄청, 아주, 장난 아니게 부럽다. 내가 저런 피부였으면 조금이나마 덜 늙어 보일 텐데.
“피부 관리 상담 받으러 왔어요. 이 녀석, 동안으로 만들어줄 수 없을까요? 참고로 고등학교 일 학년이에요.”
성우가 친절하게 손바닥으로 내 얼굴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성우는 처음 본 누나에게 말도 잘한다. 나는 쑥스러워서 눈도 제대로 못 쳐다보겠는데.
직원 누나는 내 얼굴을 흘깃 보더니 단 한 글자로 대답했다.
“헐.” --- pp.44-45

“내가 진짜 잘생겼어요?”
“그럼! 우리 아들이 최고로 잘생겼지.”
엄마는 양손으로 엄지를 치켜들며 주변사람들이 다 들리게 소리쳤다. 마침 지나가는 술 취한 아저씨들이 나를 힐끗거렸다. 살짝 부끄러웠지만 엄마가 잘생겼다고 당당하게 말해주니 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킥킥, 그럼 이승기보다 내가 더 잘생겼어요?”
엄마는 이승기 광팬이다. 이승기가 나오는 프로그램이라면 재방송이라도 끝까지 챙겨보고 인터넷으로 맞고 칠 때도 이승기 노래를 꼭 틀어 놓을 정도다. 엄마는 내 질문에 살짝 당황해하더니 뜬금없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러고는 괜히 하늘을 향해 검지를 빙빙 돌렸다.
“날씨가 참 좋네. 별이 참 초롱초롱하지 않니?”
“엄마…….”
“동안아, 솔직히 이승기가 보통 잘 생겼니? 승기는 보통 사람이 아니잖니. 아무리 내 아들이라도, 아닌 건 아닌 거야.” --- pp.266-267

“너, 주혜 언니 좋아하지?”
“누가 그래.”
“딱 봐도 알겠던데.”
“아니거든.”
“웃기고 계시네. 세상에 숨길 수 있는 것과 숨길 수 없는 게 있어.”
“뭔데?”
“네 나이는 얼굴로 얼마든지 숨길 수 있어. 하지만 네가 주혜 언니를 좋아하는 마음은 절대로 못 숨기지. 네 얼굴에 티가 팍팍 나거든. 네가 주혜 언니를 볼 때마다 눈에 하트가 뿅뿅 하던데.”
“남이야 누구를 좋아하든 말든 네가 무슨 상관인데.”
“나는 상관있어. 아주 중요한 문제야.”
빛나의 눈빛엔 어느 때보다 진지함이 서려 있었다. 얘는 왜 이러나 모르겠다.
“중요한 문제라니?” --- pp.288-289

누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눈에 불꽃이 일어날 것처럼 심각하게 나를 쳐다봤다.
“내가 잘생겼다고요? 대체 어디가요?”
“바로 여기.”
누나는 내 오른손을 잡더니 내 가슴팍에 딱 붙여줬다. 두근두근 심장박동이 손바닥으로 스며들었다.
“여기?”
“네 마음은 따뜻해. 넌 잘 모를 거야. 누군가를 대할 때마다 진심을 다하는 네 모습이 참 좋아. 세상이 정해준 잘생긴 기준은 필요 없어. 진짜 중요한 건 너야. 어려 보이는 얼굴인 동안이 아니라 안동안이라는 그 자체. 내 말 알아듣겠니?”
--- pp.328-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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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서 청소년 소설이 유력한 문학적 장르로 부상하고 있다. 이 미완의 장르에서는 사소해 보이는 사건과 에피소드와 미숙한 감정선이 다소는 돌출적으로 제시된다. 놀라운 것은 이 사소하고 엉뚱한 일상의 퍼포먼스 속에서, 그토록 가련하고 미숙한 인물들이 기묘하게도 성숙에 서서히 눈을 떠간다는 사실이다.
아마 이 소설 속의 ‘안동안’도 그런 인물에 해당할 것이다. 제아무리 타고난 ‘노안’을 벗어나려 한들, 제 것인 젊음을 강변한다 한들, 혹은 사춘기의 미묘한 연정을 고백한다 한들, 그의 과도하게 성숙한 얼굴은 순진한 그의 마음을 뻔뻔하게 배신한다는 것이 이 소설의 핵심 플롯이다.
순진한 토끼가 늑대의 탈을 썼다고 해서 육식의 미각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안동안이 그런 경우인데, 거꾸로 그의 삼촌을 포함하여 이 소설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순진한 유년의 세계로 퇴행하는 일을 도리어 즐기고 있는 투다. 이 역전된 성숙과 퇴행의 이중주가 유쾌한 웃음을 유발한다. 어른스런 풍자의 공격성이 제거된 이 순수한 유머야말로 청소년 소설의 맨얼굴일 것이다.
이명원(문학평론가ㆍ경희대 교수)
모처럼 재밌는 소설을 읽었다. 신예 작가의 재기발랄함이 돋보이는 이 소설은 정말이지 동안에 의한, 동안을 위한, 동안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동안은 눈에 보이는 외모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내면의 동안을 찾고자 하는 것 같다. 곳곳에 깨알같이 숨어 있는 웃음 코드가 대단히 매력적이면서도 가슴 뭉클한, 읽는 독자들까지 동안으로 변하는 마법을 일으키는 유쾌한 작품이다.
주원규(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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